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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대
5월 26일 오후 9:51 ·
< 큰스님요, 이용수 할머니 알아요? > - 낙산사에서
하조대에서 큰스님과 금강스님을 만났다. 금강스님을 쫓아보내고 큰스님만 데꼬 낙산사로 왔다가 비를 맞고 낙산사 아래 술집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님이 술 마시는 걸 이상하게 보는 눈이 있어서 고기를 시켜 더 드시게 하였다. 잘 드신다.
-큰스님요, 난리가 아닙니다.
-뭐가?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그리고 정신대 정의연 미통당국정조사운운 민주당 극우 기회주의적좌파 사이비진보 심지어 안철수에 유서대필조작곽상도까지 막 다 끓고 있어요.
-다 봤다. 간단하다.
-간단하다고요? 아주 복잡하고 교활하고 비인간적이며 추하게 논의가 진행되던데요?
-진영론을 비난하면서 자기 진영에 빠진 아주 나쁜 아이들까지 포함하여 내가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도식화해 봤다. 이것은 거칠고 임시적인 것이다. 역학관계, 역학관계라는 말도 천한 말이고 부정확한 말인데 역학관계가 복잡한 것 같지만 간단하다. ‘나쁜 놈은 이용하고 착한 놈이 슬퍼한다.’ 그리고 더 나쁜 놈들은 참여도 실천도 없이 ‘혼자정의로움’을 위해 할머니를 이용하는 놈들이다. 곽상도 미통당 극우 조중동 류는 야비함과 악랄함이 만천하에 드러나 있으니 겁날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 곽상도 조중동 같은 것들이 계속 설치면 다음은 집권당 180석이 아니라 1800석이다.
-아, 큰스님 지금 말씀도 복잡한데 뭐가 간단하다는 건가요?
-입 닥치고 좀 들어라. 이걸 좀 봐라.
(메모지에 뭔가를 정리하신 걸 보여준다)
1. 할머니 옹호하는 3종류
⓵ 총선 패배의 충격을 만회하고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미통당, 입진보-사이비진보, 총선에서 극소수당이 된 것들, 안철수류...)
⓶ 정의연을 공격하기 위해(조중동, 극우일베, 일본극우, 지만원과 빤스목사류...)
⓷ 양심적이고 실천적인 이들이 할머니를 지키고 정의연 활동에 도움을 주고 정의연 활동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여성운동, 인권운동, 평화운동)
2. 할머니를 비판(비난 포함)하는 3종류
⓵ 민주당(문재인)을 지키며 더욱 강력히 지지하고 정의연을 지키기 위해
⓶ 정의연을 지키고 나아가 미통당 조중동 일본극우 등의 세력이 가해오는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⓷ 양심적이고 실천적인 이들이 할머니를 지키고 정의연 활동에 도움을 주고 정의연 활동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여성운동, 인권운동, 평화운동)
-아니, 큰스님요 3번 항목은 동일하잖아요.
-그렇다. 그래서 사태 해결이 쉽지 않지만 그래서 또한 쉽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도식화일 뿐이지만 괴이한 현실을 이해하는 데 다소 도움은 될 것이다. 이 도식에서도 알 수 있지만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는 듯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단하다고 한 것은 다시 말하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 ‘나쁜 놈은 이용하고 선한 놈은 슬퍼하며 현명한 놈은 길을 발견한다.’
-큰스님요, 뭔 말인지 알 듯 말 듯 해요. 근데 해결의 길이 보이나요?
-길만 궁금해하지 말고 피해자 할머니 입장에서 한번이라도 서보려고 노력해보면 길이 보인다. 할머니의 말은 중언부언도 있고, 사투리가 심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할머니가 괴롭고 고통스러운 스스로를 드러낸 이후 30여 년 동안에 쌓인 한이 보인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할머니의 투쟁 노선과 정의연의 노선이 조금 달라져버렸다. 할머니는 정의연의 민족주의적 경향(정의연도 사실 민족주의적 경향을 이미 오래 전 벗어났는데 할머니는 그렇게 보는 듯하다)을 벗어나 인류 보편의 인권과 평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싸움을 전개하고 싶어하시는 듯하다. 피해자는 유일무이하게 피해의 아픔을 온전히 육신에 새긴 사람이다. 타인이 피해자의 아픔과 동등한 아픔을 느끼는 건 불가능하다. 윤미향의 위대한 30년도 거기에 미치지는 못한다. 그것이 안타깝지만 실재다. 할머니가 기자회견 초반에 한 얘기가 있다. 농구시합 대회에 자신들 위안부할머니들을 앉혀놓고 모금을 하게 한 것을 굉장히 창피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 말을 이해해야 한다. 모금이 된 것을 보고 용수 할머니가 맛있는 것을 사달라고 했다는데 그걸 두고 욕심이 있네 없네 하는 말을 하는 것은 아주 나쁘다. 중요한 것은 그런 모금활동이 창피했다는 할머니의 심정이다. 또 할머니에게 연금이 얼마 나오니 마니도 중요하지 않고, 할머니 기자회견문을 다른 사람이 썼니 마니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대필했다고 해도 할머니가 허락했으면 할머니 회견문이다.
-아~
-야이놈아, 아가리 찢어진다. 자식을 살해한 범인 옥바라지를 한 아버지 얘기 들어봤느냐?
-네, 들어봤어요.
-거기에도 답이 있다. 생떼같은 자식을 죽인 범인의 옥바라지를 하는 아버지는 분노 격정 고통 그리고 용서 이상의 차원으로 자신을 높인 분이다. 할머니도 거기에 이르고 싶었던 것이다. 사과만 제대로 한다면 일본 아니라 원수도 끌어안고 울고 싶은 몸이 할머니의 지독한 상처의 몸이다. 원수를 안을 때 비로소 자존이 회복된다. 근데 모금 활동 하는 데 앉아 있자니 얼마나 힘들었겠느냐. 그런 세월이 훌훌 30년이 가벼렸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럼 윤미향이 나쁜 여자네요.
-미친놈아, 그건 절대 아니다. 30여 년 전 윤미향이라는 어린 처자가 ‘정신대위안부성노예’ 할머니들을 찾아내 할머니들이 고통과 상처의 무한 계곡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게 하고 마침내 외치게 한 사람이 윤미향이다. 도저히 헤쳐나오지 못하고 상처와 고통을 감추고 홀로 신음하며 죽어갔을 할머니들을 정신의 폐허에서 구출한 여전사가 윤미향이다. 윤미향 사퇴 불가다. 윤미향 나쁘지 않다.
-아니, 스님요, 그럼 도대체 할머니도 옳다 윤미향도 옳다, 어쩌란 말입니까?
-너는 참 돌대가리다. 얼마 전에 네가 트윗한 40자 내외의 짧은 비유적인 글을 제 담벼락에 올려서 길게 길게 분석한 그 천한 친구처럼 돌대가리로구나.
-그것도 봤어요?
-다 봤다. 그런 입이 성한 친구하고는 말을 섞지 말거라. 그 친구는 먼저 인간을 배워야 한다.
-하하하하, 씨바~ 큰스님은 은근히 내 편이란 말입니다. 크크크크...
-미친놈아, 지금 욕했냐?
-아뇨, 씨바,는 추임새라요.
-등신아, 좋아하지 마라. 너는 또 다른 측면에서 그 친구의 옹졸과 겨눌만 한 성격이 있다.
-아, 거~참.
-다시 말하마 나쁜 놈은 사태를 이용하고 선한 놈은 사태를 슬퍼하며 현명한 놈은 사태에서 길을 찾는다. 자아~ 그건 그렇고 해결책이 뭐냐면 말이다.
....
....
(계속)
* 큰스님과 낙산사 아래서 만취했다. 더 이상 큰스님 말씀을 옮기기 힘들다. 후편은 술이 깨는 대로 정리하여 올릴까 말까 한다. 글도 괴발개발이다. - 낙산사 아래 술집에서
김주대
5월 27일 오전 11:24 ·
< 큰스님요, 도대체 결론이 머라요? >
아침 6시부터 금강스님 동해스님 두 스님이 남 자는 방에 쳐들어와서 지랄지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큰스님이 주신 술을 마셨다. 오늘도 차를 못 몰게 되었으니 상경은 포기했다. 밥은 얻어먹어야 하는데 공양 시간 지났다고 공양간도 문을 닫아버렸다. 배가 고파 환장하겠다. 공양간처자보살이 있을 때는 몰래 밥을 갖다주기도 했다. 공양간처자보살 생각만 하면 목구멍에서 심장으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보고 싶다. 큰스님과 싸우는 나를 몰래 훔쳐보며 웃고 울었다던 공양간처자보살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하촌까지 1시간 걸어내려왔다. 사하촌 만복식당 아주머니는 나를 좋아하고 늘 환영한다. 게다가 아주머니 남편까지 나를 좋아하다. 가끔 대작도 해주고 술도 외상으로 주니 나도 이 부부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왜 아침부터 술을 마시냐고 걱정이 많다. 큰스님한테 전화 10회짼데 전화를 안 받는다. 문자를 10통 보냈다. 만약 전화를 안 받으시면 술 완전 취해서 걸레가 되어 절에 쳐들어가서 범종 다 부셔버리고 오줌도 싸고 막 돌아댕길 거라고 위협했다. 3시간 만에 문자가 왔다. 식당에서 좀 자고 있으라고 하신다. 10시나 되었을까, 아주머니가 깨워서 일어나니 큰스님하고 금강스님이 함께 내려와서 차를 마시고 있다. 나는 속으로 ‘저 씨발 금강은 왜 또 따라내려오고 지랄이야’라고 중얼거리며 겉으로는 아이구, 형님도 오셨네요, 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나보다 이살(2살) 많은 금강스님은 4살 때부터 절에서 자랐고, 절에서 학교 다녔고, 절에서 대학까지 다 다녔다. 공부도 잘하지만 특히 싸움을 잘한다. 한판 붙었다가 열라 얻어터졌다. 그후로도 내가 계속 시비를 거니 지쳐서 내게 무릎을 꿇기는 했지만 좀 무서운 인간이다. 나는 스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일부러 형 형 그렇게 불렀다. 금강스님이 나를 또 노려보기에 이미 좀 취한 나는 소리를 확 질렀다.
“어이 강이 형, 당신은 절로 겨올라 가시라고, 나는 큰스님하고 할 말이 있응께~”
큰스님이 말렸지만 나도 아주 한판 붙을라고 작정을 하고 소리를 쳤다. 근데 이상하게 금강스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큰스님한테 합장을 하더니 바로 차를 몰고 절로 겨올라갔다. 큰스님은 차를 마시고 나는 술을 마셨다.
- 큰스님요, 윤미향도 옳다. 할머니도 옳다. 도대체 결론이 머라요?
- 결론 들을라고 안 가고 또 여 와서 술 처먹고 이 지랄을 하느냐?
- 아, 이 복잡한 사태, 그 머시냐, 어제 큰스님이 종이 쪼가리 메모 보여주면서 나한테 말했잖아요. 무슨 역학관계 뭐 도식 어쩌고... 결론이 안 궁금하게 생겼어요?
- 궁금하면 오배건이다.
- 네? 오백 원?
- 그래 오배건 내 놓거라.
- 아, 스님요, 아주머니도 막 웃으시잖아요. 오백 원 그까이꺼 받아서 뭐할라고 그래요. 그카고 저는 돈이 한 푼도 없어요. 이 술도 다 외상하기로 했어요.
- 미친놈아, 전에도 니가 외상하고 도망간 거 내가 대신 갚을라캐도 아주머니가 안 받으시더라.
- 네? 아주머니가 스님한테 다 받았다캤는데요... 아이고...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그림으로라도 갚을게요. 정말 미안합니다. (나는 막 불우한 표정을 지었다. 불우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술값이 내려가니까) 하여튼 그건 그렇고요, 그래 도대체 결론이 뭐라요?
- 결론? 결론은 버킹검이다.
- 아, 이 스님이 사람 놀리시네. 놀리지 말고 얼른 말해봐요.
- 야이, 미친놈아. 윤미향이도 옳고 할머니도 옳고 그러면 다 된 거지 무슨 결론이 필요하냐. 다만, 오늘 아침 뉴스들을 훑어보니 윤미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더라. 뉴스라는 것들이 다 사이비이지만, 여론조사가 어떻다카민서 막 질러대니 국민들도 마이 돌아선 듯 하더라. 여론조사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대중정치를 해야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럽겠더라. 그게 미통당과 사이비진보 그리고 극우들이 기대했던 바이고.
- 아, 그래서 스님 결론이 머라요?
- 너 이노무새끼, 내가 말하는데 자꾸 그따구로 응대하면 나 입 닫을란다.
- (아양을 떨며) 아, 큰스님요, 제가 큰스님 아니면 여까지 뭐할라고 왔겠어요. 사랑합니다아아아아아~
- 미친놈, 하여튼 내 결론은 윤미향도 옳고 할머니도 옳지만 지금 형국은 온갖 고생 다한 윤미향이 너무 불쌍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나는 윤미향의 편을 들고 싶어졌다. 결론은 윤미향 사퇴하지 말고 검찰 조사 결과는 빨리 나와야 하고 할머니의 측근들은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빨리 할머니께 설명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아주 전형적인 양시론이네요. 기회주의자들이 흔히 펼치는 논리. 근데 사태가 이상하게요?
- 그래, 극우들이 준동하고, 수요집회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고, 기회주의좌파가 발호하고...
- 기회주의 좌파요? 그럼 스님은 무슨 파라요. 대판가?
- 우국 좌파다.
- ㅋㅋㅋㅋㅋㅋ 우국 좌파... 듣다 듣다 우국좌파라는 말은 첨 들어보네요. 저, 스님요 제 잔 빈 거 안 보여요?
- 미친놈이 이제 술까지 따라라카네. 나도 환장하겠다, 너 때물로... 자 바다라. 어제 내가 한 얘기 다시 반복하지만 윤미향이용수사태를 두고 나쁜 놈은 이용하고, 선한 놈은 슬퍼하며, 현명한 놈은 길을 찾는다. 여론조사고 나발이고 다 매국친미친일친자본사기강도 언론들의 수작질의 결과다. 이번 사태가 언론개혁의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그카고 윤미향이 너무 불쌍하다. 할머니를 원망하고 싶기도 하다.
- 할머니 원망하면 안 된다면서요?
- 이놈아 사람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 변한다. 게다가 사태도 시각이 다르게 급변하고 있고. 할머니의 아픔을 이해하고, 할머니를 지지하지만 할머니 주변에 이상한 것들이 붙으면 할머니도 판단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나도 니 때물로 판단이 흐려질 때가 많다. 할머니 주변 사람들이 선한 이들이라면 윤미향이하고 할머니하고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 머, 결론도 없는 말씀을 오래도 하시네요. 저 잔 비었어요.
- 용수 할머니와 윤미향이 만나서 둘이 대화하고 둘이 다시 한번 더 기자회견 해야할 것 같다. 그것이 할머니도 살고 윤미향이도 사는 길이다.
- 그게 쉽게 되겠어요?
- 쉽게 되는 일은 본래 희망하지 않는다. 희망은 어려운 것에 거는 것이다. 지금 내 결론은 그렇다. 술 그만 처먹어라. 금강스님 차 갖고 곧 온단다. 술값은 내가 계산했다. 절에 가서 하루 묵고 가거라.
- 씨바~ 공양간처자보살도 없는 절에 무슨 재미로 가요. 나는 여서 더 먹다가 죽을라고요.
- 야이 미친놈아, 어서 일나거라~
[출처]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2985180841535317&id=100001302912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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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내용입니다.
서로의 오해는 둘이서 푸는게 제일 좋죠.
저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주변에 바람잡이가 많은듯하여 쉽지 않아보입니다.
그래도 이 사건을 계기로 관련된 자들은 각자의 정체성을 드러냈으니 이부분은 좋다고 봅니다.
공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