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쑤기미 : Inimicus japonicus (Cuvier)
► 방 언 : 쑤기미, 쑥쑤기미, 쐬미, 창쑤기미, 바다쑤기미, 미역치, 범치
범치는 범처럼 무서운 물고기라는 뜻이다. 영명인 devil stinger는 쏘는 악마라는 뜻이다. 일본명인 오니오코제(オニオコゼ/鬼鮋)는 귀신물고기라는 뜻으로 모습이 추하고 가시에 독이 있어 귀신같이 무서운 고기라는 데서 유래된 것이다. 중국 명 몇 가지 중에는 호어(虎魚)라는 것이 있는데 한국의 방언 범치와 같은 말이 된다.
► 외국명 : (영) Devil stinger, (일) Oniokoze (オニオコゼ, 鬼鰧、鬼虎魚), Akaokoze
► 형 태 : 크기는 최대 전장 29㎝, 체중 480g까지 자라지만 대개는 전장 20㎝ 정도이다. 몸은 가늘며 앞쪽은 좌우로 납작하고, 뒤쪽은 위아래로 납작하다. 눈의 앞과 뒤에 깊은 홈이 있고, 머리와 턱 주변에 깃털 모양의 많은 피판이 있다. 몸 색깔은 암갈색, 적갈색 또는 노란색을 띠고 등 쪽과 가슴지느러미는 얼룩덜룩한 무늬가 흩어져 있다. 지느러미 가시에 독샘이 있어 가시에 찔리면 매우 고통스럽다.
크기는 전장 25㎝ 정도이다. 몸은 가늘고 길며 앞은 종편되었고 뒤쪽은 측편되었다. 입은 작고 위로 향해 있고 양 턱과 서골에는 융털 모양의 이빨띠가 있으나 구개골에는 없다. 머리 뒷면은 현저하게 울룩불룩하다. 눈틀의 상안연 및 위턱 중앙부는 매우 융기되었고 두 눈틀의 변두리를 연결하는 현저한 융기선이 있고 그 전후에 각1개, 눈틀의 앞쪽에 각 1개의 깊은 홈이 패어 있다. 정극 및 노정극은 강하고 그 바깥에 약간 깊이 패어진 곳이 있다. 머리 측면과 아래턱에는 촉수 모양의 다수의 돌출물이 발달되어 있다. 그 중에도 아래턱 봉합부와 구각과의 중앙부에 있는 1개와 구각 뒤와 아래에 있는 것은 몹시 크다. 가슴지느러미 아래의 2연조는 유리되어서 촉각기로 되어 있다. 몸에는 비늘이 없고 피부는 탄력이 있으며 옆줄을 따라서 15~17개의 작은 촉수 모양의 돌기물이 있다. 등지느러미의 가시는 16~18개이다. 체색은 서식 장소의 환경 상태 및 깊이에 따라서 개체 변화가 현저하다. 일반적으로 연안에 서식하는 것은 흑갈색 혹은 유백색을 띠고 있으며 더 깊은 곳에 서식하는 것일수록 적색이 강하다. 심해성어는 황색이다.
► 설 명 : 연안성 어종으로 내만으로부터 수심 200m까지의 사니질에 주로 서식한다. 새우류, 게류 등 갑각류와 소형 어류를 먹고 산다. 쑤기미는 기습 공격으로 물고기를 잡아먹는 포식자이다. 야행성이며 낮에는 몸을 흙 속에 반쯤 묻고 숨어 있거나 산호 같은 물체 위에 엎드려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데 몸에 모래와 주변에 있는 잡동사니를 뒤집어써서 위장하고 있다. 쑤기미를 잡아 먹는 천적에는 어떤 동물이 있는지 알려진 일이 없다. 쑤기미는 위협을 받으면 밝고 현란한 색상을 가진 가슴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갑자기 펼쳐서 상대방에게 경고를 보낸다. 한번 바닥을 파고 들어가 자리를 잡으면 여간해선 이 잠복 장소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
쑤기미의 가슴지느러미는 바닥에서 생활해 가기 위해 매우 특이한 적응을 하였다. 물 공간에 떠서 움직이는 기능을 포기하고 저서생활에 필요한 다른 기능들을 발달시킨 것이다. 이 기능들은 바닥을 탐침하여 먹이를 찾아내는 기능, 몸의 앞쪽을 위로 올려 세우는 기능, 그리고 바닥을 걸어가는 기능이다. 바닥을 보행하는 기능은 쑤기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쑤기미과와 같은 쏨뱅이목의 한 분류군인 성대科(Triglidae)의 여러 물고기들도 보행한다. 가슴지느러미의 자발적 근육 공동작용인 이 추진 방식은 육상 척추동물의 보행 기능 발달에 선행했던 진화과정으로 믿어진다.
난해성 어종으로 산란기는 6월 하순~7월 중순경이고 바위 위에 산란한다. 알은 분리부성란이며 직경은 1.31~1.42mm이고 유구는 없다. 수온 20~24℃에서 빠른 것은 41시간 만에 부화된다. 암컷은 17㎝, 수컷은 14㎝ 이상이 되면 산란에 참가한다. 자어의 가슴지느러미에는 3개, 꼬리에는 2개의 특징 있는 큰 흑색 반문이 있다. 몸을 바다 밑에 파묻고 있으며, 깊은 곳에 사는 것은 체색에 변화가 많으나 보통은 눈에 띄지 않는 흑색 바탕으로 환경색에 적응돼 있다.
연중 어획되며, 보기는 흉하나 맛이 좋은 어류로 상업적 가치가 높다. 자망, 땅주낙 또는 걸그물로 어획된다. 백색육 어류로 지방이 적고 맛이 담백해서 고급어로 취급된다. 맑은 국이나 매운탕을 해먹으면 육수의 맛이 매우 좋다. 회나 찜, 튀김 등의 다양한 요리로도 이용된다. 육질의 맛, 향 등이 복어와 유사하여 일본인들은 복어회가 나오지 않는 여름에 복어 대신 쑤기미를 먹는다. 일본에서는 상업적으로 양식된다. 중국에서는 약으로 이용하며, 중국 민간 요법에서는 쑤기미를 요통과 간염 치료에 이용한다. 일부 퀴인즐랜드 지방인들은 이 쑤기미를 산신님 제물로 사용한다.
제철은 12월부터 이듬해 4월 정도까지이다. 6월이 되면 생식소가 부풀어 올라 맛이 떨어진다. 산란기에 어획된 것은 주로 튀김으로 이용한다. 등지느러미에는 독이 있는 가시가 있으므로 가위로 잘라낸 후 요리한다. 비늘은 없고 껍질은 두껍고 질기다. 뼈는 무르다. 살은 약간 부드러운 백색으로 비린내가 전혀 없다. 활어는 살이 적당히 단단해서 얇게 썰어도 식감이 좋다. 뼈, 아가미, 소화기, 쓸개 이외에는 모두 먹을 수 있다. 생선회는 물로 씻은 후 껍질을 제거하고 포를 뜨며, 밥통과 간은 따로 데쳐서 생선회에 곁들인다. 생선회는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며, 간은 맛이 일품이다. 국이나 탕은 살보다는 껍질, 간, 밥통 등이 더 맛있다. 튀김은 소형 어체는 통째로 대형 어체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먼저 저온에서 튀긴 후 고온에서 두 번째로 튀긴다. 천천히 튀기면 뼈가지 먹을 수 있으며, 살과 껍질 모두 맛이 좋다.
► 분 포 : 한국(전 연안), 일본(중부 이남), 대만, 남중국해 등 북서부 태평양 연안에 분포한다.
► 비 고 : 종래에는 쑤기미科(Synanceiidae)로 분류되었다. 쑤기미 속에는 세계적으로 10여종이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본종 1종만이 서식한다. 본종은 쑤기미속 어류인 I. joubini와 외형이 유사하지만 I. joubini는 가슴지느러미 제3~4연조 사이막이 심하게 패여 있고, 머리와 몸 경계 지점이 약간 만입되며, 특히 등지느러미 기부의 앞쪽은 만입되지 않는 점으로 구별한다.
► 참 고 : 등지느러미 가시에 찔리면 심히 아프고 진통이 간헐적으로 오며 1시간~수시간 후에 그친다. 솔잎을 삶은 물을 바르면 낫는다.
쑤기미屬의 모든 종들은 복잡한 성분으로 구성된 매우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이 독은 등지느러미의 바늘 같은 가시 하부에 있는 독샘에 저장되어 있다. 잘못 만지다가 찔리면 매우 고통스러운 통증을 당하는데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이 독은 단백질효소(proteolytic enzymes)의 혼합물로서 혈액독인 스토뉴스토신(stonustoxin), 신경독인 트라키닐신(trachynilysin), 심장독(cardiotoxin)인 카디오레푸틴(cardioleputin)을 포함하고 있다. 독물이 주입되면 즉각적인 심한 국부 통증이 일어나며 경우에 따라 쇼크, 졸도, 조직 괴사, 심지어 사망까지 갈 수 있다. 쑤기미의 속명 Inimicus는 라틴어로 적(enemy)의 뜻이다.
쑤기미의 독은 주입되는 즉시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즉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응급처치 방법은 뜨거운 물에 환부를 담그는 것이다. 최소한 45℃ 물에 담그면 독액에 있는 단백질효소의 성분을 부분적으로 변성시킬 수 있다. 환부에 마취제를 침윤시키는 것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심한 경우에는 말(馬)에서 유래한 해독제를 근육내 주사하여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필요한 겨우 파상풍 예방 주사도 맞아야 한다. 치료가 된 환자는 환부의 조직 괴사와 신경 손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인접한 근육 조직의 위축이 유발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