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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 신학적 성서 해석
한국 문화 신학회는 2004년 한국에 기독교 문화가 있는가 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하고 있고, 2005년은 “한국 신학, 이것이다.”라는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그 맥락에서 한국 문화와 성서의 관계에서 한국 문화와 성서와의 비교와 한국 신학자들이 한국 문화에 바탕을 두고 성서 연구를 어떻게 하였는지 연구하고자 한다. 또한 성서 연구 방법론으로 한국 문화라는 범주를 염두에 두고, 한국인으로서 한국적 성서 이해를 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자 한다. 성서를 이해하는데 각 문화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개념으로 이해할 것은 자명하기에 한국적 풍토에서 성서의 개념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정확히 규명하는 작업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러한 관점에서 성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거나 방법론으로서 개발되어 체계화 된 이론을 갖지 못했다. 한국 문화 신학자들이나 민중․토착화 신학자들이 성서를 인용하고 언급한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형편이다. 이러한 사정을 검토하고 그동안 연구된 결과들을 살펴보며, 이 논문에서는 새로운 성서 해석 방법으로 한국 문화 신학적 성서 연구 방법론이 가능한지 타진하고자 한다.
1. 한국 문화적 성서학이 있는가?
한국학과 성서학이 결합된 형태가 있는가. 한국 성서학자들의 성서 연구에 있어서 한국의 고유 문화의 관점에서 성서를 들여다보는 작업이 있었지만 일정한 방법론으로 거론 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적 성서학’, ‘한국학과 성서학의 만남’, ‘한국 문화적 성서해석’이라는 차원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곽노순은 「한국 성서학의 민족 신학적 조명」이라는 글에서 한국의 성서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1) “한국의 성서학이란 이 나라의 장구한 정신적 유산과 우리들의 특유한 감성, 고유한 사고방식을 성서 본문에 투영할 때 새로운 깊이를 더하자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인 학자들이 성서학을 가르쳐 왔지만 서구인들의 방식을 배워서 한 것이고 우리의 정신적 문화유산을 가지고 연구하지 못하였다고 지적한다. 성서는 히브리(고대 이스라엘) 문화의 산물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과 그들의 문화를 선택하여 그의 역사를 보여 주었다. 구약은 바로 히브리 문화가 용해된 것이고, 신약 성서는 로마와 헬라, 유대 문화가 혼합된 것이다. 이 문화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한국 사람들이 한국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성서의 문화를 바라볼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여기에 한국 문화적 성서학의 자리가 있고, 한국 성서학의 미래가 보인다.
곽노순은 심청전 이야기에서 예수의 이야기를 읽어낸다. 심청이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바친 이야기는 예수가 인류를 위해 몸을 바친 이야기가 유사하다고 주장한다.2) 그는 아브라함과 단군 이야기, 고조선 시대 부루왕, 아슬 임금의 이야기를 언급한다. 그는 더 나아가 한국 문화의 신약과 같은 이야기로 강일순(증산)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는 한국의 정신적 유산에 대한 강조를 하며 성서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한국이라는 변화표를 대입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성서적 신앙에 대한 것보다는 한국 문화에 대한 강조점을 더 둔 것을 볼 수 있다. 성서 이야기와 한국 이야기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안목을 열어 준 것은 그의 큰 기여이다. 하지만 신앙적 강조 점 면에서는 미흡한 면이 있다. 두 문화를 보는데 있어서 구약의 여호와 신앙과 신약의 그리스도 신앙으로 하나의 메시야적 관점에서 두 경전의 맥을 연결하는 신학과 그 신학의 중심을 유지한 채로 우리 문화에 대한 토착화 신학 연구가 진행될 때 의미 있는 우리 신학이 될 것이다.
한국에 성서가 들어 온 때, 우리 민족의 광명이 비추는 시간이다. 성서가 주어진 것이 한반도에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김교신은 한국에 유일하게 선물하라고 하면 그것이 성서라고 말한다.
“성서 조선아 너는 우선 이스라엘 집집으로 가라
소위 기성 신자의 손을 거치지 말라
그리스도 보다 외인을 예배하고 성서보다 회당을 중시하는 자의 집에는
그 발의 먼지를 털지어다.
성서 조선아 너는 소위 기독교신자보다도 조선 혼을 가진
조선 사람에게 가라, 산촌으로 가라,
거기에 나뭇군 한 사람을 위로함으로 너의 사명을 삼으라.
성서 조선아 네가 만일 그처럼 인내력을 가졌거든
너의 창간일자 이후에 출생하는 조선 사람을 기다려 면담하라,
상론하라.(1927.7)”3)
김교신이 성서 조선이라는 잡지를 창간하면서 조선 혼을 가진 사람, 새 세대의 사람을 대상으로 복음 전도와 선교 대상을 삼았다. 이것은 김교신이 암울한 한국 역사에서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유일하게 성서라는 것을 말한다. 그 성서를 조선에 주면서 한국적 성서 해석에 대한 언급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조선)이 먼저 앞서 조선 혼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한국적 성서 해석은 당연한 그의 성서 해석 방식이었다.
한국 문화와 기독교 문화(성서)가 만나는 자리에 어떤 역학 관계가 있다. 이에 대해서 니버는 복음과 문화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다. 니버는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적으로 체계화한 신학자이다. 그는 「그리스도와 문화」에서 기독교와 문화와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규명하여 다음 5개의 유형으로 분류하였다.4)
(1) 문화에 대립하는 그리스도(Christ against culture): 여기에는 터툴리안과 톨스토이가 해당된다고 하였다. 소종파 운동이나 자본주의, 공산주의, 산업주의, 국가주의, 카톨릭과 프로테스탄 등이 진정한 기독교 신앙과 대립된다고 말한다. 이 유형은 지상에 있는 세계는 부정하고 한계가 있는 세계라 대립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 문화의 그리스도(Christ of culture): 여기에는 서구의 신학자 리츨(Ritschl)과 자유주의 신학을 포함시켰다. 그리스도와 문화 사이에 근본적인 일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유형이다. 기독교와 서양 문명, 그리스도와 마르크스 사회의 정신과의 일치를 강조하는 사람들이다. 세상 문화 속에 그리스도가 있다고 보고, 문화와 일치된 그리스도를 만들려는 세계관이다.
(3) 문화 위에 있는 그리스도(Christ above culture): 중세의 기독교와 세속 문화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스도는 진실로 문화의 그리스도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문화 위에 있는 그리스도이다. 이 종합은 토마스 아퀴나스와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가장 잘 대표되고 있다. 그리스도의 문화로 세상 문화를 통합하려는 문화관이다.
(4) 역설적인 관계를 가진 그리스도와 문화(Christ and culture in paradox): 마르시온(Marcion)과 루터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그리스도와 문화, 두 권위를 동시에 복종하며 두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기독교인은 항상 긴장 속에서 두 세계를 살아가는 차안에 발을 딛고 피안(彼岸)을 살아가는 존재이다.
(5) 문화의 변혁자 그리스도(Christ the transformer of culture): 그 예로 어거스틴을 들었다. 그리스도가 각자의 문화와 사회 안에 있는 인간을 개변시키는 분이다.
니버의 다섯 가지 관계 유형을 개별적인 성격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그것은 세속화된 문화에 대립하여 진정한 그리스도 복음을 유지하면서, 문화와 일치된 그리스도 진리를 추구하고, 세속 문화를 종합하는, 문화위에 있는 기독교 세계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며,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완전한 천국은 저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역설적인 관계가 있는 그리스도와 문화를 이해한다. 기독교 진리가 세상 문화를 변혁시킬 수 있는 동력임을 아는 문화의 변혁자 그리스도를 인식하는 것이다. 한국 문화와 성서, 기독교 문화는 통합적 이해의 기초해서 대립하면서, 일치하고, 종합하면서 역설적인 관계에 있고, 복음으로 변혁하여 한국 문화적 성서 세계를 잘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가 설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두 문화를 잘 이해하는 작업부터 선행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그 동안 성서 연구와 기독교 이해 작업은 많았지만 성서 연구에서 한국 문화 연구는 미진하였다. 그동안 문화의 대립적 그리스도의 입장으로 인해 한국 문화 연구가 적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인의 성서 이해 작업이 활발하기를 기대한다.
2. 한국 문화적 신학-토착화 신학, 민중 신학
기독교와 한국 문화, 이 두 가지는 어는 한쪽의 이야기만으로는 불완전한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그 동안 한국 교회는 한 가지 이야기에만 충실하려고 하였다. 그리스도의 한가지 이야기만 영원하며 불변하기 때문에 여기에 충성하고 복종하고 따르는 길이 참된 믿음의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독실한 기독교인을 만들어 내었는지 모르지만, 그 만큼 문화적 희생을 치루게 된다.5) 초기에는 선교사 중심의 신학과 서구 신학 중심의 신학을 한국 신학과 교회가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한국 신학에 있어서 또 하나의 이야기, 즉 한국 사람이 전통적으로 물려받은 기나긴 이야기인 한국 문화는 이단시되어 왔던 것이다. 한국 문화와 종교는 타파되고 파괴되어야 하고 정복되어야 하지 많으면 개종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정통신앙이라고 고집하여 왔다.
그러나 1960년대 초부터 토착화론이 제기되면서 성서에 기록된 이야기와 우리가 물려받은 한국의 전통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두 이야기가 만나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유동식 교수는 한국 무교를 연구하여 토착화 신학을 말하였고, 윤성범 교수는 유교를 연구하여 성(誠)의 신학을 주장하였다. 변선환 교수는 불교를 연구하여 타종교와의 대화의 문제를 들고 나왔다. 우리의 전통 문화의 배경이 유불선의 종교에 있다는 인식 하에 기독교와 문화의 문제가 자연 종교간의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한국 기독교의 정체성의 문제에 대하여 심화된 이해와 문화 선교에 기여하게 되었다.
한국 기독교 문화가 겉으로 보기에는 서구식 교회건축양식과 서구 기독교의 음악과 언어를 도입하여 서구적이라 할 수 있지만 심층적인 차원에 보면 다분히 무속적 신앙 형태와 토착적 문화의식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기독교 문화는 무속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한국 교회의 급성장의 배경에는 무속 신앙의 뿌리를 둔 성령 운동이 자리잡고 있다. 병 고침과 방언과 손뼉치는 찬송 등은 한국 특유의 무속적인 신앙 형태를 보여준다. 한국의 무교적 기독교가 과연 한국적 기독교 문화를 대변하는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다시 말해 유교적, 불교적 기독교의 형태는 없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만약에 있다면 한국 문화와 기독교의 만남에서 바람직한 기독교 문화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 한국 문화의 선교적 차원에서 계속 연구하고 그리스도의 본질과 원형을 찾는 과제가 요구된다.
다음으로 민중 신학에서 한국 문화를 찾는 작업을 수행하고 그를 추구하려는 작업이 있었다.6)
“이러한 작업의 하나로 한국 문학과 예술사에 있어서 그 양식이 변형과정을 살펴본다는 것은 아마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생산 수단․재산 소유의 형태가 변화해가듯이 예술의 스타일도 변해가면서 인간화․인간 해방의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작자나 관중이나 내용(소재, 지향, 표현등)이나 보급 등 모든 면에 있어서 그 과정은 귀족에서 평민이로, 다시 민중에로의 저변 확대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말로의 미술사론의 ‘신들의 변형’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 스타일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도식화 해본다. 향가---경기체가---별곡---고려 가요---장가----속요---시조---가사---풍요---국문소설(고소설)---판소리---탈춤---(개화가사)---(신시). 이것이 민중화의 일반과정인바, 민중화의 극치를 일단 탈춤․판소리의 예술 양식으로
볼 수 있다.
민중 신학에서 말하는 민족 문학은 민중의 관점에서 한국 문학을 이해하고 그쪽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관점이 민중 해방과 민주주의 실현의 목표를 실현하려한다. 연구된 선택된 본문이 민중과 관련된 부분적 성향을 가진다.
서남동은 민담에 관한 탈신학적 고찰이라는 글에서 쇠똥에 미끄러진 범, 은진 미륵과 쥐, 에밀레종, 봉산 탈춤, 홍길동전, 춘향전, 금관의 예수, 몽실 언니등을 분석한다.7) 그리고 안동 신랑, 지성스님, 장님 눈뜬 이야기에서 민중 신학에서 한(恨)의 주제를 문제 삼는다.8) 이 한은 한국 문화 정서의 모티브가 된다. 서남동 교수가 제시하는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김경숙의 한, 오원춘의 한, ‘석문의 전설’, 「장마」, 「서편제」, 「소리의 내력」, 「신궁」, 「말뚝」, 「장일담」의 이야기 등 민담의 신학에서 민중 신학의 한을 포착한다.
민중 신학에서는 민중의 신학적 근거를 성서에서 찾는다. 구약성서의 히브리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야웨의 고난받는 종의 전승 등이 그것이다. 민중 신학은 하나님의 구원역사의 주체가 되는 민중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찾는다. 김정준은 민중신학의 근거를 암하레츠(땅의 백성)라는 용어에서 찾아서 밝힌다. 그리고 최초의 신앙 고백문인 신26:1-11절을 분석하여 히브리의 신앙 고백을 통한 출애굽 사건을 이야기한다. 또 사르밧 땅 과부의 이야기(왕상17:12-16)와 나봇의 포도원 이야기(왕상21:1-9, 11-20)를 통하여 왕조 전승에 저항하는 예언자 전승이 있음을 말한다. 아모스는 정의의 예언자로서 가난한 민중을 대변하는 예언자임을 거론한다. 시편도 탄식하는 시인이 가난한 자임을 말하며 민중 신학을 잘 보여준다고 주장한다.9)
한국 민담과 성서와의 비교 연구는 박정세 교수가 시도하였다.10) 그는 우주와 인간의 기원과 홍수 이야기, 악인에 대한 처벌, 인신 희생 제의, 구원(자)에 관한 예언, 아기 구주의 탄생과 부모, 희생자와 부활, 종교 체험, 마지막 심판에 대하여 살핀다.11)
그는 3개의 이야기-성서와 한국 민담과 외국 민담-를 소개하며 상호간의 관계와 공통점을 소개한다. 이것은 성서 연구에 양식 비평(Form Criticism)에서 말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양식 비평은 성서에 나타난 문학 양식과 비슷한 고대 근동의 문학을 찾아내서 연구하며, 그 이야기가 배태된 삶의 자리(Sitz-Im Leben)를 묻는다. 이 방법은 한국 고대 문화, 고대 문서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방법론으로.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에 기본적인 도구가 된다. 성서와 한국 민담의 비교 연구는 가치 있는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 연구되어야 할 분야이다. 한국 민담이 성서와 비교할 때 열등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12) 하지만 이것을 넘어 한국인 의식 구조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성서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비교 문학 방법론이 될 것이다.
3. 한국 문화 신학적 성서 해석
한국 문화 신학이 1950년대 후반부터 「기독교 사상」을 통하여 모색하게 되었다.성서가 증언하는 복음 진리가 한국의 전통 문화나 전통 종교와 접촉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한국 문화 속에 어떻게 복음이 씨앗이 뿌려지고 뿌리 내릴 수 있는지, 토착화 신학과 종교간의 대화에 대한 신학적 문제가 제기 되었다. 1960대부터 한국의 신학자들이 한국 문화 신학의 가능성과 토착화 신학을 전개하였다. 1970-80년대는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민중 신학이 태동하고, 어려운 정치․경제적 상황에서도 계속하여 한국 문화 신학이 형성 전개되었다. 불교․유교․도교가 한국 문화 속에서 어떻게 한국 종교로 자리 잡았는지, 한국 문화 신학이 아시아․동양적 종교 상황에서 해석하고 그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 연구하게 되었다. 곽노순은 “동양 신학의 토대와 골격”이라는 글을 통하여 동양의 풍요로운 종교 채험과 지평 융합을 해 가는 ‘해석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이러한 신학적 작업은 한국의 많은 학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체험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독특한 한국 문화 신학이 된 것이다.13)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이라는 방법론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한국 문화의 본문과 성서의 비교 연구는 있었다. 곽노순은 「삼국유사와 성서」라는 글에서 한국인의 정신적 풍토를 담고 있는 문헌들을 상고하면서 성서의 이야기를 음미할 때 더 잘 성서를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14) 고려 충렬왕때 국존 김경명과 그의 제자들이 저술한 책에서 이스라엘 역사의 자료들의 배경을 알 수 있다고 하고, 선덕 여왕과 솔로몬의 지혜를 비교하기도 하고,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 이야기에서 모세의 이집트 재앙 이야기와 비교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성서와 삼국 유사의 비교 연구를 한다. 그는 맺는말에서 두 책의 비교 연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서는 중동 아시아 문화권에서 생긴 일들을 적어 놓은 고서(古書)요, 삼국 유사는 극동 아시아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들을 수집해 놓은 책이다.(중략) 여러 민족들이 그 동안 농사 지어 온 다양한 체험들을 추수할 때가 가까이 왔음을 예감케 된다. 이런 하느님의 흩으심과 모으심의 경륜을 피부로 느껴, 다양한 표현들을 나란히 놓고 음미할 때 성서의 이야기들을 보다 심도 있게 체질화할 수 있는 것이다.”
곽노순의 작업은 한국 문화 신학적 성서해석의 전형을 보여 준 것이라 하겠다. 이 작업은 구약 연구에 있어서 양식 비평적 방법과 유사하다. 고대 근동의 문학 양식에서 구약의 본문과 유사한 본문을 찾고, 구약 본문의 삶의 자리(Sitz Im-Leben)를 묻는다. 그리고 그 본문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연구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한국문화적 성서 해석은 한국의 문화를 담지하고 있는 고대 문헌들과 성서를 비교하여 성서를 이해하는 양식 비평적 방법(Form Criticism)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성서 연구 방법 중에 양식 비평적 방법을 차용하여 한국 문화를 가진 본문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 두 본문을 비교 연구하여 한국인의 문화와 역사, 한국인의 심성을 이해하고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국인의 문화를 해석하며, 그를 통하여 성서의 깊은 이해를 도모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 비교 작업을 통하여 성서의 본문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의 것을 보존․발굴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 연구를 위해선 인류학적 방법과 기호학, 구조주의 등의 방법들이 필요하다. 한 문화, 이스라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또 한 문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고대의 문화에서 인류학적 방법이 사용 되어야 한다.15) 따라서 구조주의와 기호학 방법들은 문화의 구조와 의미를 찾아내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된다.16)
그러면 한국 문화적 문헌들은 어떤 것이 있으며, 한국 문화와 사상은 무엇인가. 한국의 사상은 불교와 유교(성리학), 실학에서 찾을 수 있다. 윤사순은 『한국의 사상』이라는 책에서 원효 사상의 화쟁적 성격, 원측의 유식사상, 의상의 법화도, 대현의 대승계율사상, 도선의 도식사상 균여의 성상융회사상, 의천의 천대사상보조선의 정혜결사, 일연의 사상 등을 소개하고 있고, 이 외에도 35개의 사상을 소개하고 있다.17)
윤성범은 1961년 「한국 신학의 방법서설」에서 한국 전통 문화 속의 「단군 신화」, 「정감록」, 「율곡의 사상」과 같은 한국의 재래 문화적 자료들을 소개하였다. 이렇듯 유교․불교․도교․동학의 대표적 문헌들과 한국의 신화들을 기본 문헌과 자료로 연구한다.18) 이러한 문헌들과 성서 이야기와 비교하는 작업을 통하여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을 하게 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한국인의 관점에서 성서를 이해하는 방법론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고유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과 성서의 관계는 무엇이며, 그 차이점과 유사점은 무엇인가 연구를 통하여 이스라엘 신앙과 기독교 신앙의 독특성을 찾을 수 있고, 그 속에서 한국인의 심성에 맞는 신앙 이해와 한국인의 신학이 형성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나가는 말
한국 신학 작업을 한 학자들의 신학은, 유동식의 풍류 신학, 윤성범의 성(誠)의 신학, 김광식의 언행일치의 신학, 허호익의 천지인의 신학, 서남동, 김재준, 안병무의 민중 신학, 박종천의 상생의 신학, 변선환이 불교적 기독교 신학, 유영모, 김흥호의 유교적 기독교 신학 등등이다. 그 외 많은 학자들은 한국 문화와 기독교, 문화와 그리스도, 복음과 한국 문화라는 관계에서 어떻게 복음을 잘 이해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 씨름하였다. 이미 연구한 한국 문화 신학의 바탕에서 기독교 경전인 성서를 바탕으로 한 연구 방법이 연결되어진다면 구약 학자로서, 성서학자로서 성서 연구 방법론 중에 한 방법론으로 정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작은 바램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왜 아시아적 성서 해석은 있는데,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은 없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작업을 많이 하였다고 하더라도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았는가. 이제라도 성서학자들이 성서 연구 방법론으로 연구하고 탐구하여 연구 결과를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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