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에서 내려와 점심 먹을 곳을 찾는다.
어제 안동에서 자기 전부터 먹으려다 못 먹은
집에서 챙겨 온 아이스박스의 밥이나 삼겹살이 잘 지내는가 걱정이다.
봉화의 고택과 정자가 전국에서도 아주 많다고 기훈이 매제한테 들은 적이 있다.
기훈이 가족이 현숙이네 시댁에서 여름휴가를 한다고 내가 안동 봉화 쪽으로 간다하니
연락을 하란다. 전화만 하겠다고 했다.
봉화가는 적당한 마을 정자에 차를 세우고 점심에 삼겹사릉ㄹ 구워먹으려는데 마땅치 않다.
지방도 좁은 길을 굽이돌다가 어느 마을 앞 나무가 서 있는 작은 정류장 벤치 같은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가끔 약초꾼들이 앞뒤로 긴 곡괭이같은 연장을 들고 지나간다.
마을사람인지 관광객인지 차들이 우릴 보고 지나간다.
우린 조심스럽다.
늦은 점심을 챙기며 일어나 전화기를 보니 오전부터 기훈이의 전화가
부재중으로 찍혀있다.
봉화읍에서 모텔을 정할까 하던 행선계획은 기후니 매제집이 있는 춘양으로 바꾼다.
바보는 불만이 가득해 난 미안하지만 가서 보고만 오자고 한다.
춘양소재지 만산고택을 둘러보고 있는데 기훈이와 현숙이의 전화가 계속 온다.
권진사댁까지 들러 그가 피서 가 있다는 청옥산휴양림 너머의 계곡을 찾아간다.
공사중인 도로를 헤매이다가 예정보다 한참 늦어 태백 넘어가기 전에
그의 가족을 초대했다는 어느 한적한 외딴집으로 간다.
기훈이 어머니아 누님들에게 인사하고 와상 술판으로 가니
이미 모두 취해있다.
난 급하게 몇잔을 마신다. 기훈이가 대부분 쥐띠들이라고 하자 나도
금방 취해와 벗하자고 한다.
기훈이 매제는 나랑 동갑이어 서 내가 억울하지만 매제 친구를 하자고 한다.
현숙이 시어머니께도 술을 드리고 인사한다.
매제의 매제라는 사과박사는 술에 취해있다가 다시 온다.
사과작목반 회장과 그 부인 그리고 친구들은 그 사과박사 매제가족을 잘 대접한다.
얼마 후 주인이라는 남자가 트럭을 타고 부인과 온다.
그도 나와 갑이다.
어느새 소주가 모자라다고 하니 박스채 가져온다.
기훈이네 누나들과 자형 기훈처 등은 내가 늦게와 새로 시작한
술자리가 불만이다. 바보도 편치 않다.
난 술에 점점 취해 더 마신다. 바보가 가끔 안주를 싸 준다.
몇은 먼저 가고 어둑해지자 별채의 노래방 기기가 있는 곳으로 간다.
나중에 커다란 쟁반에 안주를 가득 가져 온 듯도 하다.
바보도 조금 어울리며 노래 곡목을 찾아준다.
난 무슨 노래르 했는지도 모르지만 오랜만에 서서 같이 춤도 춘 듯하다.
노래는 기훈이가 잘 하고 새로 만난 친구들하고 난 얼굴도 부빈다.
잠자고 여기서 오르는 태박산행길이 있다고 잡는다.
빗방울이 몇 떨어지는 어둠 속에 헤어져 바보에게 운전을 하게 한다.
태백시 어느 여관에 3만5천원을 바보가 계산하고 들어간 것이 아슴프레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