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신조어가 있습니다. 킬링타임이라는 단어인데 시간을 죽인다는 뜻입니다. 지루함을 못 견뎌 하는 현대인들이 시간의 공백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다양한 방법을 서로에게 조언하는 글들이 검색되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을 교육할 때마다 강조해서 연습시키는 항목이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이 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배우고 연습해야하는 이 훈련은 시간의 공백을 견디는 훈련입니다. 아주 어렸을적부터 누군가가 계획해준 시간표대로 여유없이 삶을 살다보면 시간의 공백 즉, 여유가 생겼을 때 불안증세를 보입니다. 여백의 미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건강한 성인이라면 더 이상 누군가가 스스로의 삶을 빡빡하게 계획해주지 않더라도 그 삶 속에서 여유와 부지런함의 줄다리기를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시간의 공백을 견디는 훈련부터 시작됩니다. 견디지 못하고 킬링타임을 위해 중독성 있는 이것저것을 쫓아 다니다 보면 건강한 삶이 이루어지 않으니까요.
시간의 공백을 견디는 훈련의 최종 목적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킬링타임을 위해 재미있는 미드를 정주행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대략 12시간 정도의 분량에 푹 빠져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그 순간 우리의 마음은 현실에 있을까요? 아니면 드라마 속에 들어가 여기저기 다니고 있을까요?
만약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지 못하고 여기저기 다니고 있는 상태라면 그것을 보고 얼이 빠졌다고 하는 것입니다. 멍한 표정으로 반수면상태에서 동태눈깔을 해서 시체처럼 존재하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를 계속 연습하는 사람이 과연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무엇인가에 몰입하며 성취할 수 있는 힘이 있을까요?
군대에서는 이렇게 얼이 빠져 있는 병사들에게 얼차려를 선물합니다. 천둥소리가 같은 경책과 육체적 훈련들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정신을 바짝 들고 있지 않으면 결코 군대에서 적응할 수가 없죠. 일상에서는 얼이 빠져도 목숨에 지장이 없지만 군대에서는 얼빠진 병사가 여러 동료의 목숨을 위협하기에 얼차려는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님들도 단체로 대중생활을 할 때 얼이 빠지면 경책을 받고 참회를 합니다. 보통 참회방법으로 절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처님을 향해 끊임없이 절을 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는 훈련을 합니다. 출가하기 전에는 얼이 빠진채 살아가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스님이 되어서도 얼이 빠져서 살아가면 목숨을 걸고 찾고자 했던 진리를 결코 찾을 수 없기에 얼차리는 것 즉, 마음챙김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는 훈련이 되면 킬링타임을 할 필요가 전혀 없어집니다. 하루가 바빠도, 여유로워도 전혀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죠. 인연되는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기뻐집니다. 이것이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는 비결이죠.
법정스님의 책 제목중에 일기일회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한국 불자들이 굉장히 사랑하는 표현인데요.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주어지는 경험은 다시 없을 단 한 번의 기적과도 같은 경험입니다. 결코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기회라는 것을 우리는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소중하게 잡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에 반드시 머물러야 합니다.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낸 <하디스 40선>에는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기를 이렇게 권하고 있습니다.
“아침을 맞이하면 저녁을 기다리지 말고, 저녁을 맞이하면 아침을 기다리지 말 것이며, 이미 이 세상에 와 있는 자신을 위해 영원히 사는 것처럼 열심히 일하고, 질병에 대비해 건강을 관리하며, 내일 이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해 내세를 위해 오늘 준비를 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는 저녁을 기다리고, 저녁에는 아침을 기다리며, 휴가철에는 일하기를 기다리고, 일할 때는 휴가를 기다렸나 봅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로, 미래에 대한 망념으로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지 못하는 삶은 이미 죽은 삶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의 시간은 이미 킬링타임되어 죽어버린 것이니까요.
하지만 자신이 이미 죽어버렸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죽어버린 삶을 다시 되살리는 지금 이 순간에 깨어 있는 호흡명상을 실천해보세요. 심장이 멈춘 사람에게 인공호흡을 하듯 자신의 들숨과 날숨에 숫자를 붙여서 헤아려보세요. 다른 생각으로 숫자를 주의를 놓치지 말고 100번까지 헤아릴 수 있다면 그 다음 명상을 또 알려드릴게요. 스스로의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 빠졌던 얼이 몸과 다시 합쳐져 지금 이 순간으로 살아돌아오는 경험을 할 수 있을거에요. 오늘부터 하루에 한번씩 호흡세기에 도전해보세요. 100번까지 누가 먼저 셀 수 있는지 도전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