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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텔로 혹은 베니스의 무어인>
대본 아리고 보이토
초연 1887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배경 15세기말 키프러스 섬 해안과 총독의 성
<2001년 12월 라 스칼라 / 140분 / 영어자막>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리카르도 무티 지휘 / 그레이엄 비크 연출
오텔로...........무어인으로 베네치아 공화국의 장군. 신임 키프러스 총독...........요플라시도 도밍고(드라마틱 테너) 데스데모나.....오텔로의 아내....................................................................바르바라 프리톨리(소프라노) 이아고...........베네치아의 장교. 오텔로의 기수............................................레오 누치(바리톤) 카시오...........베네치아의 장교, 오텔로의 부관............................................세자레 카타니(레제로 테너) 로데리고........데스데모나를 사모하여 키프러스 섬까지 온 젋고 부유한 사내.....안토넬로 세론(테너) 에밀리아........이아고의 아내이자 데스데모나의 시녀....................................로싸나 리날디(메조소프라노) 몬타노...........키프러스의 전임 총독..........................................................스세자레 라나(베이스) 로도비코........베네치아에서 온 특사..........................................................조반니 바티스타 파로디(베이스) --------------------------------------------------------------------------------------------------------------------- === 프로덕션 노트 === === 작품 해설 === 출전 : <불멸의 오페라 1, 박종호> 339 ~ 355쪽 오텔로 질투로 파멸해가는 연약한 인간 셰익스피어의 원작만으로도 세계 문학사에 우뚝 선 작품이지만, 오페라 계에서의 위상은 더욱 높다. 면면히 내려오던 이탈리오 오페라의 전통이 베르디란 거인을 만나서 더 위대하고 새로운 금자탑을 이룬 작품이 바로 <오텔로 Otello>다. 이탈리아 오페라 전통의 적자嫡子였던 베르디는 자신과 같은 나이의 또 한 명의 거인 바그너와 오페라에 대한 다른 입장을 보였고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평생 두 사람은 서로 존경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일생 동안 최고의 성공과 모든 영광을 다 누렸던 베르디가 바그너의 악극적인 부분을 받아들여, 그의 나이 73세에 완성한 새로운 작품이 바로 <오텔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기존 이탈리아 오페라에 바그너적 요소를 결합한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오페라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이탈리아 전통 오페라의 완전한 응집이자 결정판을 이룬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베르디는 그동안 위고, 뒤마, 실러 등 당시 유럽 대문호들의 많은 작품들을 오페라화했지만, 평생에 걸쳐 그가 매료되었던 것은 셰익스피어였다. 그는 젊어서부터 셰익스피어의 이탈리아어 번역판을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잠을 잤다고 한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진가를 살릴 만한 좋은 대본을 만나지 못해, 실제로 그가 오페라화할 수 있었던 작품은 초기의 <맥베스> 정도였을 뿐이다. 특히 그는 <리어왕>을 오페라로 만들고 싶어 했지만, 평생 동안 그 숙원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베르디였던 만큼 자신의(그때까지의) 마지막 오페라인 <아이다>를 성공시킨 후, 거의 10년 동안이나 고향 부세토에 칩거하며 지냈다. 사실 그때까지 베르디는 20년 이상 이탈리아의 음악적 경향에서 항상 선두에 서 있었다. 그런데 1874년 <레퀴엠> 이후에 그는 갑자기 눈에 띄게 유행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비판하였으니, 작품 수의 현저한 감소와 칩거 그리고 그에 따른 슬픔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런 베르디가 다시 펜을 들 수 있도록 독려한 공헌자는 출판업자 리코르디였다. 리코르디가 생각한 방안은 당시 이탈리아 아방가르드의 선두에 있던 젊은 작곡가이자 대본가인 아리고 보이토를 그와 접목시키는 것이었다. 보이토는 처음에는 바그너에 심취하여 그의 문하에서 수학했으며 베르디 등 이탈리아 스타일에 대한 냉혹한 비판자였다. 그러나 ‘알프스 이남의 바그너’가 되기 위해서 이탈리아로 귀향한 보이토는 점점 베르디에게 호감을 가졌고 나중에는 진심으로 그의 작품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젊고 혈기왕성한 후배 아리고 보이토가 각색하여 보여준 대본 <오텔로>는 일흔을 바라보는 노인의 마음속에 다시 창작의 불을 지펴주었다. 결국 베르디가 평생을 숨겨 간직해왔던 영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텔로>를 쓰기로 시작한 이후에도 베르디는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신중함을 보여, 그로서는 드물게 무려 6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 작품을 다듬었다. 이 작품을 만드는 동안 베르디는 보이토에게 대본의 구성과 작법에 대해 일일이 간섭했으며, 완성 후 공연 준비 동안에도 자신의 엄격한 감독과 아이디어에 따라 연습하도록 지휘했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은 진정한 베르디의 유산이며, 셰익스피어의 단순한 번안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극으로 보아야 한다. 1887년 베르디의 나이 73세 때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올려진 공연은 단순히 성공이라는 차원을 넘은 것이었다. 그것은 이탈리아 오페라가 큰 걸음을 내딛는 현장이었고, 새로운 오페라 사조에 대해 수십 년 동안 침묵하던 노대가의 답변이었으며, 미래의 오페라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 태두의 계시였다. <오텔로>의 초연날 감격한 관객들은 하늘을 찌를 듯 환호했고, 흥분을 누르지 못했다. 그들은 베르디가 묵고 있던 밀라노 그랜드 호텔까지 찾아가서, 밤늦게까지 창문 앞에서 베르디를 연호했다. 드디어 베르디 방의 창이 열리고 발코니에 노대가가 나타났다. 그날 공연에서 오텔로 역을 맡았던 명테너 프란체스코 타마뇨가 함께 나타나서 관중들을 진정시키고, <오텔로>중 오텔로의 제1성인 <기뻐하라>라는 대목을 열창함으로써 노대가가 이룩한 이탈리아 오페라의 새 영광을 만천하에 공포했다. 복잡하게 복선이 얽힌 질투와 음모의 드라마인 <오텔로>를 오페라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대사의 양을 상당히 줄여야 했기 때문에, 베르디의 오페라에서는 원작의 1막인 베네치아의 장면이 생략되어 있다. 그러므로 감상자는 오페라 <오텔로>를 접하기 전에, 오페라의 막이 오르기 이전의 베네치아에서 있었던 이야기 정도는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즉 원작의 1막인 베네치아의 장면, 다시 말해서 흑인 장군 오텔로가 대귀족의 딸이자 금발의 백인 미녀인 데스데모나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는 대목은 오페라에 나오지 않는다. 보이토와 베르디는 셰익스피어의 복선을 응축시켰고 생략하였다. 그래서 씨줄과 날줄처럼 복선이 복잡하게 얽힌 이 작품이, 오페라에서는 진행이 무척 빨라져 더욱 긴박감과 극적인 맛이 넘쳐난다. 그러므로 질투의 화신이 되어 스스로 무너져가는 오텔로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하며, 이를 조종하는 이아고의 악마성은 더욱 극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베르디는 작곡할 때 이미 당대의 두 명가수, 즉 테너 프란체스코 타마뇨를 오텔로에, 바리톤 빅토르 모렐을 이아고로 점찍고 이 작품을 진행시켰다. 특히 오텔로 역은 테너들에게는 최고의 기량과 힘을 요구하는 역으로서, 명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는 “테너가 넘어야 할 장애물 가운데 가장 높은 고비”라고 이 역을 표현했다. 많은 부분에서 테너는 상당히 까다로운 고음을 내야하고, 2막과 3막에서 급격하게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대목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집중력과 가창 실력이 요구된다. 베르디가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이미 선배 로시니의 작품 <오텔로>가 있는 상태였고, 이아고가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베르디는 새 오페라의 제목으로 ‘이아고’로 계획했었다. 그러나 결국 ‘이아고’란 제목 뒤에 숨어서 정면 대결을 피하는 것보다는 비록 지더라도 당당히 겨루어보겠다는 생각에 마지막에 제목을 ‘오텔로’로 바꾸었는데, 이는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숨은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오텔로> 공연 역사는 초연 때의 프란체스코 타미뇨(그의 <오텔로>의 한두 대목이 녹음으로 존재한다) 이후 역대 오텔로를 부른 테너들의 역사와 궤적을 함께 한다. 우리가 음반을 통해서나마 감상할 수 있는 테너 중에서는 조반니 마르티넬리나, 라몬 비나이 등이 있다. 하지만 최고의 오텔로라 할 만한 스페셜리스트는 마리오 델 모나코다. 아직도 오텔로에서 모나코의 아성은 절대적이다. 그후의 오텔로 역에는 자신만의 독특하고 그늘진 오텔로를 완성한 존 비커스가 괄목할 만하고, 이어서는 역시 플라시도 도밍고가 오텔로의 산을 정복한 후계자라 할 만하다. 즉 모나코 – 비커스 – 도밍고 세 명이 20세기 최고의 오텔로들이다. 그 외에 주세페 자코미니, 블라디미르 아틀란토프 등이 명연을 남겼다. 지금도 이 역을 잘 소화해내는 테너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21세기 초반인 현재 세계가극장에서는 호세 쿠라, 블라디미르 갈루지네, 블라디미르 보가초프가 최고 수준의 일류 오텔로들이다. 이아고 역 역시 초연 때의 빅토르 모렐부터 이탈리아 오페라의 바리톤들이 항상 부르고 싶어한 역할 중 하나였는데, 베르디적인 가창뿐 아니라 셰익스피어적인 연기마저 요구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 중 하나다. 역대로 레너드 위런, 티토 곱비, 셰릴 밀른스, 루제로 라이몬디(원래 베이스임에도 불구하고) 등이 중요한 이아고들이었다. <오텔로>를 일반적인 이탈리아 오페라를 감상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아리아와 레치타티보의 경계도 불분명하고, 멜로디 라인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내용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더없이 재미있는 명작이다. 그러므로 감상 전에 미리 내용의 디테일을 숙지해야 하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읽는 것이 좋다. 이 오페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오케스트라일지도 모른다. 그 다음은 역시 타이틀 롤인 오텔로다. 다음으로 데스데모나와 이아고도 중요한데, 세 명의 유기적인 균형이 공연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바이에른 국립가극장의 <오텔로>는 그야말로 감전과 같은 감동을 주는 공연이었다. 테너 블라디미르 보가초프와 소프라노 바르바라 프리톨리도 좋았지만, 최고의 예술가는 종횡무진 무대를 휘저은 이아고 역의 루제로 라이몬디였다. 그의 활약은 과연 그 공연이 ‘오텔로’가 아닌 ‘이아고’로 불리게 만들었다. 다음날 낮에 다른 공연을 보기 위해 다른 도시에 도착했다. 그런데 골목을 걸어가다가, 정면에서 그와 마주친 게 아닌가. 엊저녁 뮌헨에서 이아고를 불렀던 그를…….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그를 보자마자 너무나 놀라서 완전히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때까지도 그에게 감전되어 있었던 것이다. [인물 분석] 오텔로 그의 심리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검은 피부색이다. 아프리카 출신으로 전쟁 중에 부모를 잃고 고아로 자랐지만 타고난 힘과 용맹성은 그를 베네치아 군대의 최고 자리에 오르게 한다. 실제로 당시 베네치아에서 아프리카인이 장군이 되는 길은 없었으므로(장교도 베네치아의 시민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그의 존재는 셰익스피어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어쨌든 오텔로는 군인으로 성공했고, 남자로서의 더 큰 성공은 아름다운 백인 귀족 처녀를 부인으로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진 것이 많으면 지켜야할 것도 많고 불안해지는 법. 점차 유아기의 모성 박탈로 인한 안정감의 부족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바로 오페라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그의 단순하고 성급한 성격은 아내의 상실에 대한 과도한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아고의 존재에 의해 그의 의심은 화산처럼 폭발한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모든 상실과 파멸이다. 결과적으로 <오텔로>는 주인공의 취약한 성격 구조가 빚어낸 성격비극이다. 데스데모나 순수하고 정직한 여성으로 우리에게는 주로 아름다운 부인으로만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한편 단순 우직하며, 상황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바꿀 만한 임기응변이나 사회성이나 대인관계에 있어 테크닉이 전혀 없다. 그녀의 그런 성격은 남편의 의심을 부추기는 촉매 역할을 한다. 즉, 이 오페라의 비극은 오텔로의 성격상 결함에 데스데모나의 우유부단함이 더해진 결과다. 이아고 이아고야말로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며 오텔로의 조종자다. 그는 단순한 악한이 아니다. 베네치아 출신의 장교로서 자신의 계략을 결코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지성인이자 머리 좋은 야심가다. 기수旗手란 자리는 원래 사령관을 대신해서 모함母艦의 선두에 서는 자로서, 잘생긴 장교의 몫이다. 그런 그를 리골레토나 토니오류의 얼굴이 일그러진 악한으로 연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그가 흑인으로 벼락출세를 한 오텔로 같은 인물을 상관으로 모시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오텔로가 부당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직접 그를 심판하기로 한다. 제1막 키프러스 섬의 부둣가 합창 ★ 베네치아 공화국의 식민지이자 동방 개척의 전초 기지인 키프러스 섬이다. 부둣가에는 천둥과 번개 속에 악천후가 몰아치고 있다. 멀리서 터키 함대를 물리치고 돌아오는 신임 총독 오텔로의 배가 보이지만, 풍랑 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장대한 오케스트라가 바다의 폭풍을 묘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해안에서 지켜보며 배가 무사하기를 빌고 있다. 사람들은 합창으로 배의 무사를 기원한다. 곧 이어 음악이 가라앉으면서 무대는 정돈된다. 사람들은 “살았다. 배가 무사하다”라고 노래하고, 개선함대를 환영하는 음악으로 바뀐다. 에슐타테(오텔로) ★★ 이윽고 신임 총독 오텔로가 부두에 모습을 드러내며, 비록 1분도 되지 않지만 테너의 중요한 제1성인 에슐타테 <기뻐하라, 적들은 모두 물속에 잠겼다 Esultate! L’orgoglio musulmano>를 부른다. 보통 관객들은 이 대목에서부터 테너의 실력을 가늠하는데, 앞으로 펼쳐질 오텔로의 스타일이 이 어려운 한 소절에서 드러난다. 축배의 노래(이아고) ★ 오텔로가 성으로 들어간 후 광장에는 사람들이 남아 뒤풀이를 하고 있다. 지금부터 악한 이아고의 음흉한 작전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오텔로>의 외적인 폭풍이 이제 심리적인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승리를 축하하는 춤을 춘다. 이아고는 카시오를 취하게 하려고 그에게 억지로 술을 권한다. 이아고는 악마적인 속셈을 깔고 카시오, 로데리고 등과 함께 <축배의 노래>를 부른다. 싸움 장면 술에 약한 카시오는 몸조차 가누지 못한다. 이때 전 총독 몬타노가 나타나 성의 경계를 잘하라고 주의를 주지만 카시오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그걸 놀리는 로데리고와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다. 몬타노가 싸움을 말리기 위해 뛰어들지만 도리어 카시오의 칼에 부상을 입는다. 이때다 하고 이아고는 로데리고에게 “어서 성의 종을 울려라”고 말한다. 오텔로의 등장 ★ 종소리에 잠이 깬 오텔로는 소란에 놀라 근엄한 음성으로 칼을 버리라고 외치며 나타난다. 오텔로가 이아고에게 어찌된 영문인지 말하라고 하자, 이아고는 자신은 도저히 말할 수 없다며 교묘하게 카시오의 잘못을 힐책한다. 이에 이아고의 정직함을 믿는 오텔로는 그 자리에서 카시오를 부관에서 해직시킨다. 이아고의 첫 번째 목표가 달성된 것이다. 사랑의 2중창(데스데모나, 오텔로) ★★★ 모두 퇴장하고 오텔로 혼자 남아 있는데 데스데모나가 걱정이 되어 나온다. 두 사람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함께 사랑의 2중창 <밤의 정적 속으로 소란은 사라지고 Gia nella notte densa>를 부른다. 이 아름답고 유명한 사랑의 2중창에서 오텔로는 자신이 어린 시절 전쟁터에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데스데모나는 그런 기구한 운명의 사나이를 가엾게 여겨 사랑하게 되었다고 노래한다. 이 내용은 셰익스피어 원작 가운데 1막의 이야기로 이 2중창에 포함되어 있다. 제2막 총독의 성 안 넓은 홀 2중창 성 안의 넓은 홀. 뒤로 성의 정원이 보인다. 이아고의 2단계 작전이 시작된다. 파직 당해 의기소침해진 카시오를 이아고가 2중창으로 위로한다. 그러면서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있으니, 바로 ‘우리 대장의 대장’인 데스데모나에게 간청하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데스데모나가 산책할 때를 기다리라고 카시오를 정원으로 내보낸다. 아리아(이아고) ★★★ 혼자 남은 이아고는 자신의 악마적인 신앙을 노래하는 아리아 <나는 악의 신을 믿는다 Credo in un Dio crudel>를 부른다. “나는 잔인한 악의 신을 믿는다. 당신처럼 생긴 나를 만들어낸 신…… 모든 비웃음 뒤엔 죽음이 온다. 천국이란 늙은 여자들의 농담 속에서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셰익스피어의 원작보다 훨씬 더 원색적이고 놀랍도록 악마적인 표현의 아리아다. 2중창(오텔로, 이아고)과 합창 ★ 이윽고 정원에서 카시오가 데스데모나를 만나서 사정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때 이아고의 바람대로 오텔로가 들어온다. 두 사람의 2중창이 서창풍으로 진행된다. 이아고는 아주 교묘하게 저 두 남녀가 마치 오텔로가 보아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처럼 분위기를 잡는다. 이때 정원에서는 섬사람들이 꽃다발을 만들어 가져와 합창으로 총독 부인을 찬양하며 그녀에게 바친다. 이 장면은 오텔로의 분노가 폭발하기 전 이완작용의 효과를 주는데, 보는 이를 더욱 긴장시킨다. 4중창(데스데모나, 오텔로, 에밀리아, 이아고) ★★ 드디어 카시오 얘기로 예민해져 있는 오텔로에게 데스데모나가 다가와 카시오를 용서해주라고 부탁하자, 오텔로는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그러자 데스데모나는 손수건을 꺼내 오텔로의 이마에 갖다 대지만, 오텔로는 손수건을 내쳐버린다. 아무것도 모르는 데스데모나가 오텔로를 위로하며 4중창이 시작된다. 무대 앞에서는 오텔로와 데스데모나가 대화하는 장면이 보이고, 뒤에서는 에밀리아가 바닥에 떨어진 손수건을 줍자 이아고가 손수건을 빼앗으며 부르는, 이른바 2중의 2중창이 흐른다. 모놀로그(오텔로) ★★★ 오텔로의 반응에 놀란 두 여자가 퇴장하자, 오텔로는 아내를 의심하면서 이제 마음이 혼란스러워진 자신에게는 신성했던 과거도 영광도 끝이라는 모놀로그 <안녕, 신성한 추억이여 Ora e per sempre addio>를 부른다. 이것은 “안녕, 신성한 추억이여. 오텔로의 명예도 이것으로 이젠 영원히 안녕”이라는 짧고 인상적인 카발레타풍의 아리아이다. 아리아(이아고) ★ 오텔로는 자신을 부추긴 이아고를 나무라며 “네가 말한 증거를 대라”고 그를 다그친다. 그러자 교묘한 이아고는 “정직한 사람은 위험하군요”라고 응수하며, “그럼 두 사람이 껴안고 있는 걸 봐야겠습니까” 그런 증거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정황적 증거’는 있지요“라고 말한다. 이아고는 오텔로를 더욱 부채질하는 <꿈의 노래>인 아리아 <어느 날 밤 카시오가 Era la notte, Cassio dormua>를 속삭이듯 부른다. ”어느 날 잠자는 카시오가 잠꼬대하는 걸 들었지요. 사랑하는 데스데모나, 우리의 비밀 사랑, 당신을 안는 그 검둥이를 저주하오“라고 노래하며, ”하지만 뭐 꿈일 뿐이지요“라고 말하자, 오텔로는 ”꿈은 현실의 반영이다“라고 대답한다. 복수의 2중창(오텔로, 이아고) ★★★ 그리고 이아고는 “그 증거로 카시오가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한다. 이 말에 흥분한 오텔로는 무릎을 꿇고 “그놈에게 피로 복수해주겠다”고 외친다. 그러자 이아고는 “각하, 일어나지 마십시오”라며 그의 옆에 함께 무릎을 꿇고 격정적인 복수의 2중창 <대리석 같은 하늘에 맹세한다 Si, per ciel marmoreo giuro>를 노래한다. “태양과 대지에 맹세하노니, 이 손이 분노의 번개를 내려치리라. 아, 복수의 신이여.” 데스데모나가 오텔로에게 카시오에 대한 용서를 부탁하는 대목부터 여기까지는 순식간에 갈등이 고조되는 명장면으로서 셰익스피어 원작 이상의 긴박감이 압권이다. 이제 누가 보아도 갈등은 돌이킬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제3막 2막과 같은 성 안의 넓은 홀 폭발 직전 오텔로와 이아고가 함께 있다. 누군가 와서 “베네치아 본국에서 온 특사가 막 부두에 도착했다”고 알린다. 이아고는 오텔로에게 “이제 곧 카시오가 올 테니 숨어서 지켜보자”고 한다. 2중창(데스데모나, 오텔로) ★★★ 아내에 대한 의심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오텔로에게 데스데모나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는 미욱하게 또다시 카시오의 얘기를 꺼낸다. 오텔로는 “연애시절 내가 준 손수건을 내놓으라”고 다그치지만, 데스데모나에게 그 손수건은 없다. 데스데모나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오텔로는 이미 질투의 화신이 되어 있다. 두 사람의 2중창은 최고의 장면으로서 이 오페라의 백미 중 하나다. 오텔로는 “나는 당신을 오텔로의 아내인 척하는 창녀로 알고 있었소”라고 말하자, 놀란 데스데모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퇴장한다. 모놀로그(오텔로) ★★★ 홀로 남은 오텔로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인 비통한 <수치의 독백>인 모놀로그 <신이여, 당신은 이 모든 치욕을 내게 안겨주나이까? Dio! mi potevi scagliar tutti I mali>를 너무나 아름다운 관현악과 함께 부르며 비참해진 자신의 운명을 탄식한다. “신이여! 당신은 비참함과 수치의 고통을 저에게 안기셨습니다. 저의 용맹했던 승전의 전리품들은 이제 쓰레기와 거짓이 되어버렸습니다. 내게 용기를 주고 나를 행복하게 했던 그 빛들은 이제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3중창(오텔로, 카시오, 이아고) ★ 이때 이아고가 등장하여 카시오가 온다고 말하자, 오텔로는 이아고가 시킨 대로 문 뒤에 숨는다. 카시오가 들어와 이아고와 얘기하는데, 숨은 오텔로는 잘 들리지 않는 두 사람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 3중창의 대목에서 이아고는 카시오의 애인인 비앙카의 얘기를 꺼내게 하는데, 두 사람이 비앙카를 화제로 담소하는 것을 보는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의 이야기인 줄 알고 치를 떤다. 드디어 카시오의 주머니에서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이 나오는데, 이것은 이아고가 카시오의 주머니에 넣어둔 것이다. 눈으로 그 손수건을 확인한 오텔로는 드디어 확증을 잡았다고 믿는다. 2중창(오텔로, 이아고) 베네치아에서 온 사절이 성에 도착한 것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리고 있다. 카시오가 나가자 오텔로와 이아고는 두 사람을 죽이기로 계획한다. 이아고는 “카시오는 제가 맡을 테니, 데스데모나는 부정을 저지른 그 침대에서 각하가 직접 죽이시라”고 말한다. 특사의 등장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등장하는 스펙터클 신이 펼쳐진다. 베네치아의 특사 로도비코 일행이 등장한다. 오텔로는 로도비코가 건네준 베네치아의 명령서를 읽는데, 자신은 다음날 베네치아로 귀환되고 후임 총독으로 카시오를 임명한다는 내용이다. 피날레 ★★ 이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오른 오텔로는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데스데모나를 능멸한다. 오텔로는 그녀를 땅바닥에 쓰러뜨리고 “엎드려서 울어!”라고 외친다. 사람들은 이성을 잃은 장군의 모습에 경악한다. 바닥에 쓰러진 데스데모나는 짧은 독창으로 <나는 낮은 바닥에 쓰러져 상처 받고 울고 있네 A Terra! si, nel livido fango>를 노래한다. 이에 일곱 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들의 심정을 각각 노래하며 합창을 배경으로 한 대콘체르탄토로 이어진다. 이 와중에 이아고는 로데리고에게 다가가 “카시오가 죽으면 내일 데스데모나가 여길 떠나지 못할 것이니, 오늘 밤 카시오를 살해하라”고 말한다. 이성을 잃은 오텔로가 모두들 물러가라고 외친다. 흥분을 못 이긴 오텔로는 기절해버린다. 이때 이아고가 들어오는데 밖에서는 “베네치아의 사자, 오텔로 만세!”라고 외치는 군중들의 합창이 들려온다. 이아고는 “내가 이자의 이마를 발로 찬들 누가 말릴 수 있으랴! 너희들이 찾는 그 사자는 여기 있다”며 쓰러진 총독을 냉소하는 동안, 막이 내린다. 제4막 성 안, 데스데모나의 침실 아리아(데스데모나) ★★★ 한밤중, 데스데모나의 침실이다. 막이 오르면서 <버들의 노래> 선율이 시작되며 숙연한 분위기가 전개된다. 데스데모나가 잠잘 준비를 하고 있고, 옆에서 에밀리아가 시중을 들고 있다. 오텔로의 일로 크게 침울해진 데스데모나는 “만일 내가 죽으면 결혼 초야에 입었던 흰 신부 가운으로 내 몸을 감싸달라”고 불길한 유언을 한다. 그리고 “어렸을 때 우리 집에 바르바라란 하녀가 있었는데, 남자에게 버림을 받은 후 계속 이 노래만 부르다가 죽었지”라며 아리아 <버들의 노래>를 부른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데스데모나지만, 무언가 큰 불행이 닥칠 것 같은 모호한 비극적 분위기에서 거의 몽환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명장면이다. 그리고 노래 끝에 데스데모나는 격정적으로 “안녕 잘 있어!”라고 외치며, 나가는 에밀리아를 부둥켜안는다. 아베마리아(데스데모나) ★★ 그리고 혼자가 된 그녀는 침대에서 성모에게 기도를 드리는 <아베 마리아>를 노래하고는 침대에 들어가서 잠을 청한다. 살해 장면 스르르 문이 열리며 큰 칼을 든 오텔로가 들어온다. 잠든 부인에게 마지막 키스를 하자 그녀가 눈을 뜬다. 오텔로는 “기도는 했나?”라고 묻고 “만일 죄가 있다면 지금 모두 용서를 빌라”며 카시오와의 부정을 다그친다. 데스데모나는 오텔로의 말을 강력하게 부인하며 카시오에게 직접 확인해보자고 말하는데, 오텔로는 “카시오는 벌써 죽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에 놀란 데스데모나는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외치지만, 오텔로는 그녀의 목을 조른다. 진실의 드러남 이때 에밀리아가 급하게 들어오며, “카시오가 로데리고를 죽였다”고 말한다. 카시오를 죽이려던 로데리고가 오히려 그의 검술에 진 것이다. 그때 “나는 억울하게 죽어가오”라는 데스데모나의 신음이 들리고, 놀란 에밀리아가 큰 소리로 고함을 친다. 이에 로도비코, 몬타노, 카시오, 이아고가 들어온다. 오텔로는 “그녀는 카시오와 불륜을 저질렀으므로 내가 죽였다. 그녀는 내 손수건을 그에게 주었다”고 말한다. 이에 에밀리아는 “손수건은 이아고가 빼앗은 것”이라고 자초지종을 말한다. 그리고 몬타노 역시 로데리고가 죽으며 이아고의 계략을 다 말했다고 하자, 이아고는 도망친다. 최후의 아리아(오텔로) ★★★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오텔로는 최후의 아리아 <내가 칼을 들었다고 두려워 마오 Nium mi tema>를 비장하게 부르며 “이제 내가 걸어온 영광의 여행도 마지막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자신의 단도로 스스로를 찌른다. 바닥에 쓰러진 오텔로는 “내 그대를 죽이기 전에 입 맞추었지. 이제 다시 한 번 더 그대에게 입 맞추고 싶소”라며 데스데모나를 향해 침대로 기어가다가 쓰러져 숨을 거둔다. ---------------------------------------------------------------------------------------------------------------------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진경 글> 오텔로 주세페 베르디 베르디가 작곡한 비극 오페라의 총결산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원작을 오페라에 맞게 각색하여 이아고의 계략에 초점을 맞췄다. 원작보다 전개 속도가 빨라 극적 긴박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한 남자의 계략이 만든 비극 이 극의 배경은 15세기 키프로스 섬이다. 키프로스 섬에 새로운 총독으로 임명된 오텔로는 카시오를 부관으로 임명한다. 부관으로 임명되지 못한 이아고는 불만을 가지고 복수를 하기 위해 계략을 짠다. 오텔로의 부인 데스데모나를 연모하는 로데리고에게 카시오가 연적임을 말하고, 술에 취한 카시오와 싸움을 붙인다. 퇴임한 총독 몬타노가 싸움에 휘말려 카시오에게 상처를 받고 오텔로는 카시오를 파면시킨다. 걱정하는 카시오에게 다가간 이아고는 데스데모나에게 복직을 요청하라고 충고한다. 이아고는 오텔로에게 카시오와 데스데모나가 함께 있는 장면을 보여주어 카시오에 대한 오텔로의 신뢰를 저버리게 한다. 데스데모나는 카시오의 용서를 오텔로에게 청하지만 오텔로는 화를 내며 이를 거부한다. 오텔로의 이마를 닦아 주려다 거부당해 땅에 떨어진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에밀리아가 줍는다. 이아고는 그녀로부터 손수건을 건네받고 오텔로에게 손수건이 카시오에게 있음을 알린다.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에게 손수건을 가져다 달라고 하지만, 잃어버린 그녀는 주지 못한다. 이에 그녀의 부정을 비난하지만, 데스데모나는 결백을 주장한다. 이아고는 오텔로가 보는 가운데 카시오에게 숙소에 떨어져 있는 손수건을 보이도록 유도한다. 손수건의 행방을 알게 된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의 배신을 확신한다. 오텔로가 고위직책을 받아 베네치아로 가게 됨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질투에 눈 먼 오텔로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데스데모나를 모욕한다. 이아고의 부추김에 침실에 홀로 있는 데스데모나의 목을 졸라 죽이러 오텔로가 들어온다. 동시에 이아고는 로데리고에게 카시오를 살해할 때가 되었음을 알린다. 카시오의 죽음을 알리러 침실에 들어온 에밀리아는 데스데모나의 죽음에 사람들의 도움을 청한 후 이아고의 계략을 폭로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오텔로는 스스로 가슴을 찔러 자살한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존경과 사랑 베르디의 20여 년 동안의 활발한 작곡 활동은 1874년 〈레퀴엠〉 작곡 이후 점차적으로 감소한다. 그리고 베르디는 오페라 〈아이다〉의 성공을 끝으로 작곡활동을 접고 10여 년 동안 고향 부세토에서 지냈다. 그러한 베르디에게 다시 작곡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이가 출판업자 리코르디였다. 리코르디는 아리고 보이토라는 대본가를 베르디에게 소개해 주었다. 베르디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보이토는 자신이 각색한 《오텔로》 대본을 베르디에게 보여주었다. 이 대본을 접한 베르디는 새로운 영감을 받고 다시 작곡활동을 하게 된다. 아리고 보이토의 대본이 베르디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그 대본이 《오텔로》라는 것도 중요하다. 베르디가 평생 동안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던 작가가 셰익스피어였다. 그렇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오페라로 작곡하는 것은 베르디에게 중요한 문제였다. 〈오텔로〉를 작곡하기 전까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는 〈맥베스〉 밖에 없을 정도로 신중을 가했다. 이러한 중에 보이토의 대본은 베르디에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오페라화 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였다. 작품에 대한 베르디의 정열은 대단했다. 작곡가는 수정의 수정을 거침으로써 작품에 대한 신중함을 보였다. 보이토의 대본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하였다. 이렇게 대본과 작곡 모두에 열의를 보이며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6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한 노력으로 베르디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자신의 오페라로 보여준 것이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미래를 담은 작품 〈오텔로〉는 이전의 베르디의 오페라와는 차이가 있다. 베르디는 원래 바그너와는 다른 음악적 노선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 시간의 칩거 생활에도 음악적 흐름을 잊지 않고 있었던 베르디는 〈오텔로〉에 바그너의 새로운 시도들을 담아냈다. 작품은 관현악 확대, 아리아와 레치타티보 경계의 불분명함, 바그너의 라이트모티브의 흔적 등의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베르디는 바그너의 음악 특징을 단순히 결합시키지는 않았다. 〈오텔로〉에는 여전히 전통 이탈리아 오페라의 2중창, 아름다운 선율의 아리아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렇게 베르디는 과거의 이탈리아 오페라의 특징과 새로운 바그너적 요소를 결합시켜 이탈리아 오페라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테너가 평생 올라야 할 가장 높은 산 〈오텔로〉에서 테너는 아주 돋보이는 역할이다. 이 역할은 드라마틱 테너로 강함과 동시에 극적인 목소리를 요구한다. 플리시도 도밍고는 “세상의 테너는 오텔로를 부를 수 있는 테너와 그렇지 않은 테너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라고 하며 이 역할의 특별함을 이야기한 바 있다. 오텔로 역에 적합한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는 대가 마리오 델 모나코는 오텔로 역을 “테너가 넘어야 할 장애물 가운데 가장 높은 고비”라고 말할 정도로 역할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확실히 오텔로 역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고음을 노래할 수 있는 가창 실력과 2막과 3막의 오텔로의 급격한 심리를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오페라의 마지막까지 끌고 나가는 집중력까지 요구되는 어려운 역이다. 1막,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의 사랑의 2중창 ‘밤의 정적 속으로 소란은 사라지고(Già nella notte densa s'estingue ogni clamor)’ 이아고의 중상모략에 카시오를 해임시킨 오텔로가 모두를 물리고 홀로 있다. 데스데모나는 오텔로가 걱정되어 나오며, 두 사람은 사랑의 2중창을 부른다. 내용은 어린 시절 전쟁터에서 고생했던 오텔로의 이야기와 이러한 기구한 인생을 가진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데스데모나의 고백이다. 베르디의 2중창 중에서도 아름다운 곡으로 꼽힌다. 2막, 이아고의 아리아 ‘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Credo in un Dio crudel)’ 부관자리에서 해임된 카시오를 위로하며 데스데모나에게 복직을 청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다. 홀로 남은 이아고는 자신의 악마적인 신앙을 노래하는데, 이 노래가 바로 ‘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이다. 내용은 이아고 자신을 만들어낸, 자신의 신을 믿는다는 내용으로 천국을 부정하며 냉소한다. 셰익스피어의 원작보다 대담한 표현으로 이아고의 원색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2막, 오텔로와 이아고의 2중창 ‘대리석 같은 하늘에 맹세한다(Sì, pel ciel marmoreo giuro)’ 카시오에게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이 있다고 말하는 이아고의 달콤한 속삭임에 분노에 빠진 오텔로가 이아고와 함께 부르는 복수의 2중창이다. 데스데모나가 오텔로에게 카시오의 용서를 청하는 장면에서부터 이어지는 긴장과 갈등이 이 2중창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이 2중창 역시 이아고의 아리아 ‘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 만큼 셰익스피어 원작 이상의 긴장감을 보인다. 4막, 데스데모나의 아리아 〈버들의 노래〉 ‘쓸쓸한 들판에서 노래하며 우는... 아베 마리아(Piangea cantando nell’erma landa... Ave Maria)’ 오텔로의 의심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데스데모나는 취침 전에 불길함에 사로잡힌다. 데스데모나는 에밀리아에게 그녀 어머니의 시녀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은 후에 읊조리던 민요 ‘버들의 노래’를 회상하며 들려준다. 영국 민요풍의 ‘버들의 노래’는 아름다운 선율로 데스데모나의 쓸쓸하고 슬픈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버들의 노래’가 끝난 후, 에밀리아는 침실에서 나간다. 홀로 남은 데스데모나는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드리는데, 아름다운 낭송풍의 선율이 특징인 ‘아베 마리아’를 이어 부른다. 4막, 오텔로의 아리아 〈오텔로의 죽음〉 ‘나를 두려워 마라(Niun mi tema)’ 오텔로는 잠든 데스데모나의 침실에 찾아와 그녀에게 마지막 키스를 한다. 그리고는 데스데모나의 애원에도 그녀의 목을 조른다. 곧 이어 들어온 에밀리아에게 자신이 그녀를 죽였음을 말하지만, 로데리고가 죽기 직전 이아고의 계략을 고백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이아고의 모든 계략을 알게 된 오텔로가 숨겨 두었던 단검으로 가슴을 찌르며 부르는 최후의 아리아이다. 마지막 힘을 다해 죽은 데스데모나에게 다가가며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입맞추고 싶소”라고 노래하는 장면에서 오텔로의 처절한 슬픔을 느낄 수 있다. --------------------------------------------------------------------------------------------------------------------- === 작품 해설 === <2010년 12월 14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베르디, 오텔로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를 각색한 4막 오페라 1887년 작곡, 초연. 불협화음, 현대적 화성 등을 사용한 베르디의 현대적 오페라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늙고 검은 숫양 하나가 어르신의 하얀 암양을 올라타고 있답니다. 일어나세요, 어서요!” 셰익스피어의 비극 [베네치아의 무어인 오셀로Othello, The Moor of Venice]의 1막에서 이아고가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브러밴쇼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 문장은 당시 흑인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종적 편견을 잘 드러내줍니다. 인간으로 취급 받지 못했던 흑인이면서도 뛰어난 지략과 무예로 키프러스 총독의 자리에 오른 주인공 오셀로는 결국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백인들의 증오와 자기자신의 열등감 때문에 파멸에 이르게 되지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랑하는 아내의 정절을 의심해 자기 손으로 죽여버렸던 것입니다. 희귀한 사랑, 절망의 사랑 17세기 비평가 토머스 라이머(Thomas Rymer)는 [오셀로]을 혹평하며 “전혀 개연성이 없는 허구”라고 말했답니다. 15세기 베네치아에서 흑인이 장군이나 총사령관의 지위에 오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여주인공 데스데모나 같은 대(大)귀족 집안의 처녀가 흑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셰익스피어의 이 작품이 백인과 흑인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옳지 못한 풍속을 부추길까봐 두렵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어렵고 희귀한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 사랑을 잃게 되었을 때의 절망이 그토록 큰 것’이라는 점에서 [오셀로]의 줄거리가 설득력을 갖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4대비극의 공통적인 특징은, 고귀한 인물이 ‘성격적 결함’에 의해 영광과 행복의 절정에서 불행의 나락으로 추락해,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다가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는 공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셀로의 결함은 흑인이라는 열등의식 때문에 자신의 지위와 행복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전쟁터에서 살아온 군인답게 단순하고 용감하며, 사람이나 사실을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어버리는 성격도 비극을 초래하는 데 일조합니다. 열정적이고 순수한 아내 데스데모나의 결함은, 고결한 품성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남들이 자신과 같다고 믿고 남을 무조건 신뢰하는 점입니다. 이아고는 스스로 ‘악의 원자’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할 정도로 악을 사랑합니다. 냉혹하고 교활하며 이기적인 성격이어서 타인의 고통에 쾌감을 느끼는 독특한 캐릭터죠. 셰익스피어는 1566년 이탈리아 작가 지랄디 친티오가 발표한 [오텔로]를 토대로 했습니다. 친티오의 원작에서는 오셀로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물증이 고전적인 ‘편지’였지만, 셰익스피어는 이를 좀더 감각적인 증거인 ‘손수건’으로 바꾸어놓는 재치를 발휘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Otello]('오셀로'의 이탈리아어 이름)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토대로 했지만, 이보다 좀 덜 알려진 로시니의 오페라 [오텔로]는 친티오의 원작을 따른 작품입니다. 베르디는 셰익스피어 원작 5막 중 1막을 생략하고 4막 오페라로 만들었습니다. 열등감과 질투심으로 파멸하는 영웅 1막. 15세기 키프러스 섬. 오텔로는 키프러스 앞바다에서 베네치아 해군을 지휘하여 터키 함대를 물속에 가라앉히고 돌아옵니다. 귀족 로드리고는 베네치아 최고의 미인이자 대귀족의 딸인 데스데모나를 숭배했지만 오텔로에게 빼앗겼고, 이아고는 오텔로가 자신이 아닌 카시오를 부관으로 임명한 것에 자존심이 상해 복수의 뜻을 품게 됩니다. 이 두 사람은 부관 카시오에게 술을 많이 먹여 취하게 만든 뒤 일부러 소란을 일으켜, 오텔로로 하여금 카시오를 해임하게 만듭니다. 이 소란에 데스데모나가 밖으로 나오자 오텔로는 모두가 떠난 고요한 바닷가에서 데스데모나와 사랑의 이중창 ‘Gia nella notte densa’(밤의 어둠 속에 모든 소음은 사라지고)를 노래합니다. 오페라의 2막. 이아고는 부관 자리에서 해임되어 절망하고 있는 카시오에게 오텔로의 아내 데스데모나를 찾아가 복직을 부탁해보라고 꼬드긴 뒤 ‘이아고의 신조 Credo in un Dio crudel'(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를 노래하지요. 카시오는 이아고의 충고대로 데스데모나에게 복직을 사정하고, 이아고는 이 둘의 모습을 얼핏 본 오텔로에게 교묘하게 말을 꾸며 아내와 카시오의 사이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데스데모나가 카시오를 용서해달라고 간청하자 오텔로의 의심은 점점 커집니다. 땀이 난 이마를 닦아주려던 데스데모나의 손을 오텔로가 뿌리치는 바람에 바닥에 손수건이 떨어지자, 데스데모나의 시녀 에밀리아가 그 손수건을 주웠습니다. 에밀리아의 남편인 이아고는 이 손수건을 가로채갑니다. 이아고는 오텔로에게 카시오의 꿈 얘기까지 지어내 들려주며,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이 카시오에게 있다고 말하지요. 오텔로는 분노와 절망 속에서 이아고와 함께 ‘Si, pel ciel marmoreo giuro’(대리석 같은 저 하늘에 맹세한다)라며 복수의 이중창을 부릅니다. 3막. 다시금 카시오의 복직을 간청하는 데스데모나에게 오텔로는 자신이 준 손수건의 행방을 추궁합니다. 손수건을 잃어버린 데스데모나가 당황하자 이를 결정적인 증거로 믿게 된 오텔로는 데스데모나를 모욕하고, 혼자 남아 끔찍한 절망 속에서 ‘Dio! mi potevi scagliar’(주여! 제게 온갖 치욕을 주시는군요)를 노래합니다. 이때 이아고는 오텔로가 숨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카시오를 데리고 나와 카시오에게 애인 비앙카와의 연애 얘기를 물어보지요. 숨어 엿듣던 오텔로는 비앙카 이야기를 데스데모나 이야기로 오해합니다. 이때 카시오는 자기 집에 떨어져 있던 손수건의 주인을 모르겠다며 이아고에게 꺼내 보여줍니다. 오텔로는 여기서 확증을 얻게 되지요. 베네치아 본국의 대사 일행이 키프러스 섬에 도착해 오텔로에게 귀환을 명하고, 키프러스의 후임자로는 카시오를 임명한다는 명령서를 낭독합니다. 오텔로는 군중 앞에서 데스데모나를 밀쳐 쓰러뜨리고, 모든 사람들은 경악합니다. 4막은 데스데모나의 침실입니다. 서글프고 참담한 심경으로 ‘버들의 노래’ ‘Mia madre aveva una povera ancella’(내 어머니께는 사랑에 빠진 가련한 하녀가 있었지)를 부르는 데스데모나는 잠자리에 들면서 ‘Ave Maria’(아베 마리아)를 기도합니다. 이때 오텔로가 방에 들어와 데스데모나의 부정을 비난하며 죽이려 합니다. 데스데모나는 결백을 주장하며 죽이지 말아달라고 애원하지만 오텔로는 사정없이 목을 조릅니다. 마침 방에 들어온 에밀리아는 데스데모나의 모습을 보고 달려나가 ‘오텔로가 데스데모나를 죽였다!’고 외칩니다. 사람들이 모여든 가운데 에밀리아는 손수건에 얽힌 이아고의 흉계를 폭로하지요. 마지막 아리아 ‘Nium mi tema’(칼을 들었다고 두려워하지 말라)를 부른 뒤 오텔로는 단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는 데스데모나에게 기어가 마지막 키스를 한 뒤 숨을 거둡니다. 이탈리아를 환호하게 한 현대적 베르디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가 세상에 나온 1887년은 바그너의 음악극이 유럽 오페라계를 지배하게 된 시기였습니다. 아름답고 극적인 선율로 관객을 사로잡던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추상적이고 현대적인 독일 음악극이 더 큰 주목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본작가이자 오페라 [메피스토펠레]의 작곡자이기도 한 친구 아리고 보이토는 현역에서 물러나 자연과 더불어 조용히 살고 있던 베르디를 끈질기게 설득해 다시 한 번 펜을 쥐게 합니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텔로]가 초연되자 이탈리아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오페라로 독일을 제압했다며 환호했고, 이 작품은 즉시 이탈리아의 15개 극장에서 상연되어 대단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베르디가 지나치게 바그너를 의식해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오텔로]의 음악은 과연 베르디의 도약일까요, 바그너의 모방일까요? 불협화음의 증가와 현대적 화성, 그리고 현대음악에 근접한 음악적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오텔로]는 역시 베르디의 개성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걸작입니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이아고는 비열하고 치졸한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었지만, 베르디의 오페라에서는 훨씬 복합적이고 매력 있는 주인공으로 그려졌습니다. 오페라에서는 비록 악역이라 하더라도 관객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평가 라이머는 [오셀로]의 세 가지 교훈을 다음과 같이 유머러스하게 정리했군요. a. 신분을 뛰어넘는 축복 받지 못한 결혼은 비극으로 끝난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오텔로-데스데모나-이아고 순) [음반] 존 비커스, 레오니 리자넥, 티토 고비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로마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60년 녹음(BMG) [음반] 플라시도 도밍고, 레나타 스코토, 셰릴 밀른스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내셔널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암브로시언 합창단, 1978년 녹음(BMG) [DVD] 플라시도 도밍고, 르네 플레밍, 제임스 모리스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엘리야 모신스키 연출, 1995년 메트로폴리탄 실황(한글자막)(DG) [DVD] 알렉산드르 안토넨코, 마리나 포플라프스카야, 마르셀로 알바레스 등, 리카르도 무티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스티븐 랭그리지 연출, 2008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C-Major) --------------------------------------------------------------------------------------------------------------------- === 작품 해설 === <2010년 12월 29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오텔로의 죽음 베르디 <오텔로>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에 대한 베르디의 흥미는 초기 무렵의 [맥베스] (1847)의 오페라로 시작하여 늙은 뒤의 2대 걸작이라고 하는 [오텔로]와[활슈타후(팔스타프, Falstaff)] 로 계승된다. 가끔 오페라 비극의 최고 걸작이라고 칭송되는 이 [오텔로]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착잡(錯雜)한 줄거리를, 시인이며 작곡가였던 보이토(Arrigo Boito)가 대본을 써서 간결하게 만든 것이다. 오페라 비극의 최고 걸작으로 칭송 받는 <오텔로> 그의 뛰어난 대본에 베르디가 최고 걸작으로 평가 받는 음악을 붙였다. 이 오페라는 베르디적인 규범(規範)에서는 벗어난 작품이다. 그것은 베르디가 번호 붙은 오페라 형식(번호 오페라)을 채용하기로 유명했으나 이 오페라에는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 오페라에는 보다 극성(劇性)이 높고 매우 참신한 작품이 되었다. 당시 이 작품은 바그너 적이라는 비판이 있었으나 어떤 면에서는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오페라는 극성이 풍부한 종합적 작품을 목표로 삼은 이탈리아 오페라이다. 이 오페라에서 베르디는 힘차게 퍼져나가는 음악을 배치하여 오텔로의 높은 기상(氣象)과 군인으로서의 기개(氣槪), 또는 그의 신경병적인 질투심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부드럽고 순수한 데스데모나에게는 거기 알맞은 우아한 음악을, 간교(奸巧)한 이아고는 뱀처럼 냉혹하고 비뚫어진 음악을 부쳤다. 무대 위에 전개되는 드라마는 제1막의 태풍 장면에서 마지막 막에 데스데모나가 살해되고 이어 오텔로가 자살하기 까지 차츰 더 격렬함이 증가된다. 이 음악과 드라마가 철저히 융합된 작품 속에서 생기(生氣)가 점점 더 불어나는 것이다. 또 베르디의 오케스트라는 막이 오르자 몰아치는 폭풍 장면에서 마지막에 주역이 자살하는 장면에 감도는 암울(暗鬱)한 음향까지 일종 독특한 섬세함과 치밀함을 반영하고 있다. 베르디는 오텔로 역에 특정한 가수에 맞추어 작곡하지 않았다. 애초 [오텔로]는 극장과 계약하지 않고 순수한 예술적 욕구에 따라 작곡했다. 그리고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이 정해져서야 그 역에 알맞은 가수를 찾게 되었다. 타마뇨(Francesco Tamagno, 1850-1905)가 발탁되어 초연을 장식하고 역사에 그 이름을 남겼지만, 강인(强靭)한 그 목소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섬세한 심리묘사는 별로 시원치 않아 베르디의 마음을 100% 만족시키지는 못했다고 한다. 근년에는 모나코(Mario Del Monaco, 1915-1982)와 도밍고(Placido Domingo, 1941-)가 각기 영웅적인 면과 히스테릭한 면을 교묘하게 표현하여 역사에 남는 오텔로 상(像)을 창조했다. 베르디 <오텔로>, '오텔로의 죽음' 나를 두려워할 건 없다, 오텔로가 죽어가는 마지막 장면 이 아리아는 오텔로가 죽어가는 마지막 장면이다. 음악은 제1막 끝의 “사랑의 2중창”의 동기를 회상(回想)하고, “사랑의 2중창”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을 모두 말하는 동안에 “죽음이여 어서 오라”고 하는 죽음에 대한 갈망(渴望)이 이미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말하자면 이 ‘죽음’이 ‘사랑의 성취(成就)’임을 간단히 말하고 있다. 그에게는 이 이상 사랑을 성취할 방법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는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사랑의 2중창 속에 죽음에 대한 바람이 나타나고 죽음의 장면에서 사랑의 2중창의 동기가 다시 나타난다는 구조(構造)이니까 말하자면 “오텔로의 사랑의 2중창”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추천 음반 [CD]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76) 도밍고(T) Bruno Walter Society, Music & Arts 수입반 [CD] 숄티 지휘, 빈 휠하모니 관현악단/빈 국립가극장 합창단(1977) 코수따(T) Decca [CD] 레바인 지휘, 내셔널 휠하모니 관현악단/앰브로지안 오페라 합창단(1978) RCA [CD] 마젤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5) 도밍고(T) EMI --------------------------------------------------------------------------------------------------------------------- === 작품 해설 === <2010년 6월 2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버들의 노래 베르디 <오텔로> 72세의 베르디가 평생 두고 애독했다는 쉐익스피어(셰익스피어, Shakespeare) 전집 중에서 [오셀로Othello]를 보이토(Arrigo Boito)가 전4막 극으로 각색한 것을 작곡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넘치며 드라마와 음악이 완전히 융합된 이탈리아 오페라의 최고 걸작이다. <오텔로>, 이탈리아 오페라의 최고 걸작 15세기 말 베네찌아(베네치아) 공화국 통치 하의 키프로스 섬이다. 무어 흑인의 장군이며 섬의 총독인 오텔로는 터키 군을 격퇴하고 사나운 태풍 속을 무사히 귀환한다. 카시오가 부관으로 승진한 것을 시기하는 기수(旗手) 이아고는 음모를 꾸민다. 카시오를 흠뻑 취하게 해서 분란(紛亂)을 일으켜 그 자리에있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아고는 낙심하는 카시오를 부추겨 오텔로의 백인 아내 데스데모나에게 찾아가 남편에게 선처를 부탁하라고 시킨다. 그리고, 그 뒤에서 둘이 만나는 장면을 슬쩍 보게 한다든지, 지난 날 오텔로가 아내에게 준 손수건을 카시오가 가진 양 꾸미든가 하여 오텔로의 질투심을 북돋운다. 교묘한 이아고의 술책에 걸려든 오텔로는 그만 착란상태에 빠져 죄 없는 데스데모나를 침실에서 죽이고 만다. 그러나 이아고의 아내이며 그녀의 시녀인 에밀리아의 고발로 모든 일은 이아고가 꾸민 흉계임이 밝혀지고 오텔로는 비탄과 후회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베르디 <오텔로> '버들의 노래' “노래하며 울고 있었다, 남편의 의심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데스데모나가 취침 전에 시녀 에밀리아에게 머리를 빗기면서 지난날 어머니의 시녀가 노래하던 슬픈 [버들의 노래]를 회상하며 들려준다. 도중에 차츰 죽음의 예감이 짙어진다. 에밀리아가 중간에 말을 걸어 노래는 중단되지만 그것이 불안감을 더한다. 오페라 장면에서는 “조용히 저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누구일까?”의 물음에 에밀리아의 대답은 “바람 소리에요”라는 목소리가 끼어들고 마지막 “안녕”에서는 슬픔을 나누는 에밀리아의 연기가 큰 몫을 한다. 이 장면은 곧 다음의 가톨릭 전례문(典禮文)인 아일랜드 민요 투의 [아베 마리아]로 유려(流麗)하게 이어진다. 추천할 만한 음반과 DVD [CD] 토스카니니 지휘, NBC교향악단/합창단(1951) 헤르바 넬리(S) RCA
우리 시대 최고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마지막 <오텔로>
플라시도 도밍고는 25년 이상 최고의 오텔로로 무대를 누벼왔고 목소리의 질감도 여전하지만 환갑을 맞이한 2001년부터는 더 이상 이 어려운 역을 부르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2월의 라 스칼라 공연을 마지막 <오텔로> 무대로 삼기로 한다. 이날 공연은 베르디 서거 100주년을 마무리하는 공연이자 라 스칼라 극장이 3년간의 대대적 보수를 위한 휴관에 들어가는 고별 공연도 겸했다. 거장 그레이엄 빅의 연출은 센세이셔널하지 않지만 극적으로 민감하며 통일감 있는 무대와 함께 이런 느낌을 강화한다. 도밍고는 물론이거니와 바르바라 프리톨리는 근래 가장 훌륭한 데스메모나를 들려준다. 레오 누치는 인간에 대한 저주로 이유 없이 악을 행하는 천재적인 악역 이아고를 냉정한 연기력과 성격적인 가창으로 완벽하게 살렸다. 게다가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리드하는 오케스트라의 울림은 이 오페라의 어두운 면을 남김없이 포착하면서도 매우 풍요로운 사운드를 과시하고 있어 가장 설득력 있는 <오텔로>라고 할 수 있다.
b. 여자들은 손수건을 잘 관리해야 한다.
c. 남편들은 질투를 하기 전에 과학적인 증거부터 잡아라.
내가 무기를 지녔다고 해도,
이것이 내 인생이 도달한 끝이다...
오! 영광이여! 오텔로를 떠났다.
그리고 너는... 이렇게 창백하게
힘없이, 말도 없이, 아름답고
경건한 여자인데 사악(邪惡)한 별 아래 태어나,
그 절개(節槪)있는 삶을 살다가 차갑게 식어,
하늘로 불려갔다.
데스데모나! 데스데모나! 아! 죽었다! 죽었다!
죽어 버렸다!
아직 무기가 하나 있다!
너를 죽이기 전에, 아내여, 네게 입맞춤을 했건만
지금은 죽어가며
누어있는 어둠 속에 있으며...
입맞춤을... 다시 한 번 입맞춤을...
아, 또 다른 입맞춤을...
클라이버의 스칼라 극장 등장은 그의 경력에 새로운 눈부신 색채를 더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탈리아의 명연출가 제휘렐리와의 관계가 깊어진 데에 큰 뜻이 있다. 1975년 제휘렐리의 참신한 연출 아래 [장미의 기사](R. 슈튜라우스)로 스칼라 극장 무대에 데뷔한 클라이버는 압도적인 절찬 속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어 1976년 겨울이 다 저문 12월 7일 역시 제휘렐리의 신연출로 막을 올린 [오텔로]를 지휘하면서 그의 명성울 확고부동하게 다져 놓았다. 부르노 발터 협회의 이 음반은 그 연주의 웅장한 스케일과 클라이버로서는 극히 드문, 생동감 넘치는 녹음이라는 점에서 귀중하다. 아직 36세의 풋풋한 나이었던 도밍고 그리고 전성기의 후레니(프레니, Mirella Freni), 카푸찔리(Piero Cappuccilli) 등의 명창과 함께 그지없이 유려한 선율의 소용돌이를 꿰뚫고 음악을 뜨겁게 절정으로 휘몰고 올라가는, 넘치는 고양감(高揚感)과 아찔한 쾌감은 길이 잊을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이탈리아 태생이며 아르헨티나에서 자란 코쑤따(Carlo Cossutta)는 1974년 [오텔로]를 노래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단숨에 얻었다. 그 후 19년간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리고 프라이스(Margaret Price)의 데스데모나, 바퀴에(Gabriel Bacquier)의 이아고의 트리오도 전성기였다. 특히 바퀴에의 이아고 역은 기막힌 명 바리톤으로 오텔로와 그 밖의 인물들을 농락했다. 웅장한 빈 휠하모니의 음향을 타고 숄티(솔티, Georg Solti)도 한껏 불타고 있다.
당대 최고의 오텔로 역인 도밍고, 그리고 스코토(Renata Scotto)의 데스데모나, 밀른즈(Sherrill Milnes)의 이아고 등 각기 절정기의 목소리와 역할을 기록한 것이며 레바인의 다이내믹하고 명쾌한 음악은 오페라의 참맛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마젤이 지휘하는 스칼라 극장 연주는 산뜻하고 힘 찬 터치로 명쾌하게 드라마를 끌고 나가며 가수진도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역할 중에서도 오텔로가 가장 어울린다고 인정 받는 도밍고는 무어인 장군의 비극을 절묘한 노래와 연기로 표현하고 있고 리치아렐리(Katia Ricciarelli)의 데스데모나도 청초하고 약간 어두운 아름다운 노래와 고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디아스(Justino Dias)의 이아고도 그 교묘한 연기로 비뚤어진 악역을 훌륭히 연기하여 드라마에 진실감을 더해 주고 있다.
황량한 들판에서,
불쌍한 여인.
오 버드나무! 버드나무! 버드나무여!
깊숙이 고개 숙인 채 웅크리고 있었다.
오 버드나무! 버드나무! 버드나무여!
노래합시다, 장례용 버드나무는
언젠가는 내 상여(喪輿)의 꽃 장식”
서둘러요, 곧 오텔로가 올 테니까.
“꽃밭에는 냇물이 흐르고
찢어진 가슴은 신음하고 있었다.
눈썹에서는 끊임없이
쓰디 쓴 눈물이 흘러 나왔다.
오 버드나무! 버드나무! 버드나무여!
노래합시다, 장례용 버드나무는
언젠가는 내 상여의 꽃 장식.
새도 숲 속의 나무 가지에서
부드러운 노래를 향해 내려 왔다.
눈은 울고 또 울어서
바위라도 가엽게 여길 정도로…”
이 반지를 거두어 줘
가여운 바르바라! 이 이야기는 언제나
뻔한 말로 끝나기 마련.
“태어나면서부터 그는 영광을 위해
나는 사랑을 위해…”
들어 봐. 누군가가 울고 있다.
조용히 저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그를 사랑하다 죽으려고요. 노래합시다.
버드나무! 버드나무! 버드나무여!”
에밀리아, 안녕. 눈썹이 뜨거워지고 있다.
눈물이 나옴을 알리는 것이지. 잘 자요.
오, 에밀리아, 에밀리아, 안녕.
에밀리아, 잘 있어요.
베르디 후기 오페라의 의미를 밖으로부터가 아니라 내부의 필연성에서 찾으려고 한 토스카니니의 기백 넘치는 연주이다. 비나이(Ramon Vinay)의 오텔로도 토스카니니의 기백에 조금도 눌리지 않고 당당하게 인간적인 고뇌로 노래하고 있다. 발뎅고(Giuseppe Valdengo)의 노래 역시 비나이에 뒤지지 않고 빼어난 목소리와 힘 있는 높은 음 속에 이아고의 표정을 살려내어 비나이와 절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CD] 카라얀 지휘, 빈 휠하모니 관현악단/빈 국립 가극장 합창단(1961) 테발디(S) DECCA
이 오페라의 가장 이상적인 연주가 카라얀의 음반이다. 현대 최고의 오텔로 가수로 꼽히는 델 모나코와 리리코 스핀토(lirico spinto=스핀토는 ‘남다른’‘짓눌린’이란 뜻의 형용사. 성악에서는 ‘리리코 스핀토 소프라노’, ‘리리코 스핀토 테노레’와 같이 서정성[리리코]과 극성[드라마틱]의 양쪽 성격을 아울러 갖춘 목소리의 형용사로 쓰임)의 테발디(Renata Tebaldi)가 더할 나위 없는 배역이다. 오텔로 역이 보통 이상으로 극적인 박력과 호소력 있는 표현을 요구하기 때문에 델 모나코의 긴장된 노래가 제일 알맞는다. 여기에 카라얀의 강력하고 철저한 철저한 통솔이 사람의 목소리와 관현악을 동질의 것으로 일체화시켜, 베르디 음악에서 풍성하고 화려한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격렬한 질투로 몸부림치고, 델 모나코는 트럼페트처럼 포효하며 바이올린은 데스데모나의 슬픔에 흐느낀다. 이만큼 스케일이 크고 극적이며 기픈 감동을 안겨주는 연주는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것이다.
[DVD] 카라얀 지휘, 베를린 휠하모니 관현악단/ 베를린 독일 오페라단 합창단(1974) 후레니(S) 카라얀 연출 DG
공연 실황이 아닌 스투디오(스튜디오)에서 영화로 제작한 오페라이다. 무대의 제약된 고간을 뛰어넘어 드라마의 현장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항구에 나와 개선하는 오텔로에게 열기에 찬 환호를 보내는 군중의 첫 장면을 비롯하여 실제 공연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리얼하고 세련된 여러 화면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카라얀 특유의 미학이 그려내는 화려하고 극적인 화면 구성은 누구나 쉽게 이 오페라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비커즈(Jon Vickers), 후레니(Mirella Freni)는 이미 LP나 CD에서 [오텔로]의 주역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명가수임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나머지 배역들도 노래와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출중하다.
첫댓글 한글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공연이어서, 아쉬운대로 <영어자막>으로 감상해야 합니다.
사전에 <작품해설>을 정독하고 오시면 감상에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8.14 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