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학1
"응. 응. 알았어. 정말? 정말 그랬단 말야?"
"주현아, 네 차례야. 전화 좀 끊고 이제 인터뷰하자."
혜승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질 않는 주현에게 말했다.
"나?"
주현이 혜승 쪽으로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자, 혜승이 고개를 끄떡였다.
"난 별로 할말이 없는데..."
"주현씨, 어서 이리 와주세요."
혜승이 재차 요청하자 주현은 마지못해 통화를 마무리 한 후, 혜승의 앞자리에 와 앉았다.
"난, 유리나 효리언니처럼 해줄만한 이야기가 없는 데..."
"오히려 그게 나아. 유리나 효리 얘기는 양심상 기사화 할 수 없으니까, 주현이가 기사화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
"글세..."
혜승은 세 번째 테이프를 녹음기에 집어넣은 후, [녹음] 버튼을 누르며 질문을시작했다.
"뭐니뭐니 해도 콘서트 때 가장 멋졌던 멤버는 주현이가 분명했어. 그 커다란 무대를 완전히 압도하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었거든."
"옥주현! 옥주현! 하는 외침이 가장 많이 나왔었지."
근호가 카메라에 필름을 갈아 끼우며 한마디 거들었다.
"맞아. 유리가 환상적인 모습을... 그리고 효리가 섹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주현이는 정말 파워 풀한 모습을 보여 주었어. 무대를 완전히 압도했다고 할까!"
"알았어, 언니! 오늘 내가 쏜다! 뭐 먹고 싶어?"
주현이 계속되는 칭찬에 약간 얼굴을 붉히며 농담을 던졌다.
"지금은 여성미가 가미되어 더 환상적이지만, 역시 주현 하면 파워잖아? 자신의파워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해?"
"파워? 난 별로 힘이 쌔지 않은데."
그 순간, 핑클의 나머지 멤버들이 주현의 썰렁한 개그에 처절한 응징을 가했다.
모두, 동시에 박자를 맞추어 입을 모았던 것이다.
"쎄~!"
"알았어! 알았어! 정말, 무슨 말을 못한다니까..."
유리, 지니, 효리의 공격에 주현이 백기를 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주현의 파워는 매사에 당당해하는 그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자신감? 글세...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음... 또..."
혜승의 의견을 들은 후, 주현은 나름대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대답을 하기시작했다. 그러던 중, 말을 하던 주현이 갑자기 머뭇거렸다.
"계속해."
메모를 하고있던 혜승이 주현에게 계속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주현은 대답이 없었다. 그 순간, 혜승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었다. 고개를 들어 주현을 바라보니 역시 자신의 느낌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울보 주현의 눈물을 머금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혜승은 근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근호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근호는 눈으로 혜승에게 말했다. 기사화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선 주현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이 좋겠다고... 근호의 눈빛에 담긴 뜻을 이해한 혜승은 다시 주현에게로고개를 돌렸다.
"주현아..."
그러자, 마치 잠에서 깨어나듯 자신 안을 보고있던 주현의 눈동자가 혜승에게로 향했다.
"응? 뭐라고 했어?"
"얘기해 봐."
"뭘?"
"방금 널 울게 만든 그 이야기."
"울어? 누가? 난 안 울었어."
혜승이 미소를 보였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주현은 도움을 청하려고 핑클 멤버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때, 주현은 알게 되었다. 유리,
효리, 지니도 자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결국, 주현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얘기 해줄게."
"정말 그 선생 웃기지 않니?"
"그래, 생긴 것은 꼭 멸치같이 생겨 가지고... 마치 자기가 최민수 인줄 안다니까."
"맞어! 최민수!"
"시 읽어줄 때 목소리 까는 거 들어봤어? 정말 왕 닭살 아니니?"
주현은 점점 소외되고 있었다. 새로 입학한 고등학교의 생활을 화제로 친구들은
모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러나, 주현은친구들의 대화에 끼여들 수가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가장 친한
친구들이었는데...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만큼 붙어 다녔는데... 겨우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주현은 자신의 주위에 앉아있는 친구들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버린 것만 같았다.
주현은 고등학교에 가지 못했다. 연합고사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성악 공부를
시작한 주현은 이태리로 유학을 가기로 되어 있었다. 레슨 선생님의 권유와 부모님들의 희망으로 인해 어린 주현은 이탈리아로 떠나게 되어 있었고, 따라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연합고사는 주현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중학교 때, 잠시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을 만큼 친했던 친구들은 우연히도 한 명만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워낙 친했던 친구들이라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자주 만나게 되었지만, 주현은 만남을 가지면 가질수록 점점 자신이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우선,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모두 같은 화제로 이야기를 꽃을 피우는데 반해, 주현은 친구들이 재미있어 하는 화제를 전혀 알지 못했다. 설명을 해달라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매번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친구들에게 설명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친구들이 진학한 고등학교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 이후로, 주현은 대화에서 밀려나 버렸다. 친구들이 왜 웃는지도 모르면서 주현은 친구들이 웃을 때 같이 웃어주어야만 했고, 또 친구들의 시선이 자기에게로 향하면 주현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도 지금 재미있어 하고 있다는 표시를 해 주어야만 했다. 이건 일종의 고문이었으며 진부한 표현을 쓰자면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잠깐만, 화장실 좀 갔다올게."
대화에서 완전히 소외돼 버린 주현이 일어섰다.
"같이 가줄까?"
남자들은 절대 이해가 안돼는 제안이지만, 여자들 사이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명 <화장실 떼지어 몰려가기>를 친구 중 한 명이 일어선 주현에게 제안했다.
"아냐, 괜찮아."
건성으로 물어본 친구는 주현이 사양을 하자, 다시 이야기 속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런 친구의 행동에서 섭섭함을 느낀 주현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깔깔대며 웃고 있는 친구들에게서 벗어나 패스트푸드점의 화장실로 향했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온 주현은 친구들과 함께 앉아있던 자리를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발걸음을 떼었던 주현은 얼마 걷지도 않아 멈추어 서고 말았다. 주현은
보았던 것이다. 자신이 설자리가 없음을... 친구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어울려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주현이 없음에도 친구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아예 주현이란 존재를 잊은 것처럼 보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현은 분명 친구들 사이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 주현은 자신이 어느새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주현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친구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것이 주현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자신이 돌아갈 자리가 없음을 깨달은 주현은 친구들에게 아무말도 하지 안은 채, 패스트푸드점을 나왔다. 패스트푸드점을 나와 밖에서 바라보니 친구들은 자신이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주현은 더욱 섭섭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주현은 걷기 시작했다. 특별히 갈 데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주현은 무작정 걸었다.
'뭐! 우리들의 우정, 영원히 변치 말자고? 뭐가 우정이야! 뭐가 영원히냐고!'
3월말이었지만, 날씨는 아직 꽤 쌀쌀했다. 작년 겨울동안 겨울날씨 답지 않게포근했던 것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이 올해는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벙어리 장갑을 양손에 낀 주현은 장갑 낀 손을 들어올려 눈 밑으로 가져 갔다. 패스트푸드점을 나올 때부터 밀려온 서러움이 주현의 눈가를 젖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무작정 걷고 있던 발걸음이 자신을 어떤 공원 안으로 안내했다는 것을 주현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주현의 머리 속에는 온통 친구들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만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치, 나도 이탈리아에만 가면 너희들 생각 따위는 절대 하지 않을 거야. 거기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그 순간, 참을 수 없는 슬픔이 주현의 가슴을 채웠다.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외국으로 유학을 간다는 사실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인해 기쁘기만 했었다. 그러나, 점점 유학이 구체적으로 진행될수록 엄마, 아빠와
떨어져... 그리고 지금까지 모든 것을 같이했던 친구들 없이 혼자 지낼 생각을 하니 주현은 무섭기까지 했다. 주현은 이제 겨우 16살이 된 어린 소녀였기에
아직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친구들이 필요한 나이였다.말도 안 통하는 이탈리아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만약 사귄다하더라도 지금의 친구들처럼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큼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주현은 아직 친구들이 필요했고, 따라서 더욱 친구들이 보여주는지금의 태도가 섭섭했던 것이다. 그 순간, 주현의 발에 무언가 닿는 것이 있었다. 고개를 내려보니 발에 닿은 것은 음료수 캔이었다. 잠시동안 그 음료수 캔을 바라보던 주현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곧, 물러났던 주현이 이동국의 슈팅 폼과 어떤 공통점을 찾으려 해도 결코 쉽게 찾을 수 없는 폼으로 음료수 캔을 향해 발을 날렸다. 발을 날린 주현의 예상에 따르면 음료수 캔은 청명한 소리를 내며 저 멀리 아름다운 포물선 그리면서 날아가야만 했다. 주현은 날아가는 캔을 보게 되면 자신의 서운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갈거라 예상했던 음료수 캔은 앞도 아닌 옆으로 약간 밀려났을 뿐이었다. 사태가 그렇게 전개된 이유는 두 가지 원인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첫째, 주현은 음료수 캔을 정통으로 걷어차지 못하고 옆으로 빗맞추고 말았던 것이다. 둘째, 길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캔의 실존적 가치가
그렇듯이, 분명 빈 캔이라고 예상했던 그 캔이 사실은 뚜껑조차 따지 않은 음료수가 꽉 찬 캔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캔이 멀리 날아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음료수가 꽉 찬 캔을 빗겨 걷어찬 주현은 새끼발가락에 커다란 고통만 을 얻게 되었다.
"아~얏!"
오늘은 확실히 안돼는 날이었다. 기분을 풀기는커녕 새끼발가락의 고통 때문에
주현은 깡총 거리며 옆에 놓여 있는 공원 벤치로 다가가 앉았다.
"아~ 너무 아파~"
벤치에 앉은 주현은 신발을 벗어 보았다. 신발을 벗어보니 하얀 양말의 새끼발가락
부분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양말을 물들인 피를 보자 주현은 눈물이 핑 돌았다.
아주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양말마저 벗겨보니 상처가 생각보다 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친구들과 거리가 생겨 속상한 데다가 기분을 풀려고 걷어찬 음료수 캔
때문에 발가락에 상처를 입자 주현은 지금까지 꾹 참았던 설움들이 한꺼번에 밀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 곧, 새끼발가락을 살펴보던 주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물이 허공을 가르자 주현은 무릎을 끓어 올려 얼굴을 묻었다.
"이거, 마실래?"
무릎을 눈물로 적시고 있던 주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아직 눈물을 매달고 있는 주현의 눈에 자신 앞에 서있는 자기또래의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파란
야구모자를 쓰고 있는 남자아이는 주현 앞으로 음료수 캔을 내밀은 채 서 있었다.
주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남자아이가 내밀은 음료수 캔으로 향했다.
곧, 주현의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남자아이가 내민 음료수 캔이 바로 주현이 걷어찬, 그래서 새끼발가락을 피로 물들게 만든 그 문제의 음료수 캔이었던 것이다.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내가? 널? 아닌데..."
사내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이거, 마실래?"
사내아이는 주현이가 자신을 노려보든 말든 재차 물어왔다. 그러자, 주현이 고개를 돌려 버렸다. 주현의 거부반응이 확실한데도 사내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거, 싫어해?"
"야!"
주현이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발가락을 다친 것도 속이 상하는데, 어디서 갑자기 개뼉따귀 같은 게 나타나서 슬슬 약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주현이 화를
내자 사내아이는 음료수 캔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음료수를 조금 마셨다.
"이상하다? 맛있기만 한데."
"용건이 뭐야?"
"용건? 용건은 이미 말했잖아."
주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정말 피곤한 토요일 오후인 것이 분명했다.친구들에게서 소외 받고, 캔을 잘못 걷어차 발가락이 다친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녀석에게서 놀림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주현은 만사가 다 귀찮았다. 그래서, 주현은 자신 앞에 멀뚱히 서있는 개뼉따귀를 보내기 위해 다른 방법을 택했다. 사내아이의 손에서 음료수 캔을 낚아채 한 모금 들이킨 것이다.한 모금 마신 주현이 음료수 캔을 다시 사내아이에게 내밀며 말했다.
"자, 마셨으니까 이제 그만 가!"
주현이 음료수 캔을 내밀었으나 사내아이는 그 음료수 캔을 받지 않았다. 받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아예 음료수 캔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사내아이의 시선은 음료수 캔이 아닌 주현의 피로 물들은 새끼발가락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 피가 나네..."
사내아이는 곧 주현이 앉아있는 벤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는 빤히 주현의 발가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야, 뭐 하는 거야?"
주현은 사내아이가 자신의 발가락을 빤히 쳐다보자 황당하기도 하고 약간 부끄럽기도 했다.
"잠깐만..."
사내아이는 팔 소매를 길게 빼내어 입으로 가져가 침을 묻혔다. 그리곤, 침을 묻힌 팔 소매로 주현의 새끼발가락에 묻어있는 피를 조심스럽게 닦아내기 시작했다.그러자, 주현이 당황하여 발을 뒤로 빼려고 했다. 하지만, 주현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내아이가 다른 손으로 주현의 발을 감싸 쥐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움직이지마. 움직이면 더 아파."
쌀쌀한 날씨 속에서 양말을 벗고 있었기 때문에 주현의 발은 상당히 차가워져 있었다. 그렇게 차가워진 발을 사내아이의 따뜻한 손이 감싸쥐자, 주현은 그 발을
통해 사내아이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내아이의 체온을 느끼게 되자 주현은 멍하니 사내아이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만 있게 되고 말았다.
사내아이는 자신의 팔 소매가 더러워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으며 주현의 새끼발가락에 난 상처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피를 닦아내었다. 사내아이는
피를 닦아내면서 연신 입으로 호호 불었다. 마치, 오빠가 어린 동생의 상처를 보살펴 주는 듯이...
피를 다 닦아낸 사내아이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주현의 새끼발가락의 상처를 싸매기 시작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손수건을 싸매기 좋게 접은
사내아이는 주현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주현의 새끼발가락을 싸매어 주었다.
"됐다! 상처는 우선 이렇게 해두고... 아무래도, 그냥 놔두면 동상 걸리지도
모르니까 양말부터 신는 게 좋겠다. 이거 네 양말이지?"
주현은 멍하니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사내아이가 양말을 집어들어 조심스럽게 주현의 발에 신기기 시작했다. 사내아이는 주현의 상처 난 발가락을 건드리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마침내, 주현의 발에 양말을 무사히 신기자 사내아이가 주현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내아이의 미소는 해맑았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이가 보이는 순수한 미소처럼 보였다. 그런 해맑은 미소를 보자 주현의 얼굴에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오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