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침5시30분 잠과 현실의 중간지대에서 몸을 굼틀댄다. 최계순회원이 일어나 미역국을 끓인다. 자리를 털고 모두가 일어난다. 황정희 조종임 최계선회원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남성회원 일부는 아침 바다로 나간다.
해가 뜬다. 해돋이는 보려고 하지 않아도 동쪽 창문에 붉은 하늘과 붉은 바다가 가득하다. 붉은 해가 얼굴을 쑥 내민다. 방에 앉아서도 찬란한 하루가 우리들 어깨를 만지고 가슴을 붉게 물들인다.
장기를 두는 회원도, 누워서 쉬고 있는 회원도. 식사준비를 하는 회원에게도 해돋이 주황색 빛이 참 멋진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오늘도 지독히 덮겠다.
7시15분 짐을 꾸려 산행에 나선다. 12명 회원 중 한 명만이 다리가 좋지 않아 남았다. 동네 뒤편 마을 위쪽에 산복도로가 산허리 동서로 뻗었다. 우린 서쪽(왼편)으로 간다. 자갈과 흙길이지만 곳 곳 시멘트 포장을 했다.
도로도 비스듬한 오름길이다. 청석재에 도착했다. 왼편은 전망대로 가는 나무계단길이고 오른편 도로 가장자리에 등산로가 있다. 이정표가 서 있고 계단이다.
전망대로 가 한려수도를 본다. 바로 앞에 욕지도가 안개에 묻혔다. 욕지도 천황산 고스락이 안개 위로 솟았다. 어떤 섬은 안개가 삼켜 일부분만 보이지만 어떤 섬은 바다에 엎드려 있어도 안개와 아랑곳 없는지 그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드러낸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안개를 뚫고 솟아 무척이나 올올하게 보인다. 발아래로 쾌속 어선이 안개를 몰아내기라도 하듯 요란하게 달린다.
계단이 끝나게 바쁘게 등산로는 풀에 묻혔다. 갈수록 기울기가 심해진다. 땀이 흐른다. 두미도 어장 감시시스템이란 간판을 가슴에 걸친 안테나를 만난다. 이곳에서 바라본 두미도 천황봉은 송곳처럼 솟았고 뒤돌아 본 욕지도와 그 일대는 여전히 안개가 하얀 병풍을 둘렀다. 두미도 용머리는 안개를 걷어낸 낮은 바위봉이 바다로 향해 자맥질을 한다.
동쪽전망대로 가는 산길 삼거리. 이곳은 해발380m. 이정표는 천황산까지 64
0m라고 알린다. 이제 위옷은 땀범벅이다.
마침내 두미도 천황산. 북구마을 쪽 바위에는 위험을 알리는 밧줄을 쳐 놓았다. 표석이 두 개다. 한 개가 천황산을 天黃山이라 해 다시 세워 두 개가 된 듯하다.
북구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구 욕지도 등 인근 섬들이 바다에 몸을 담근채 안개와 숨바꼭질을 한다. 사량도 칠현산과 옥녀봉 통영 미륵산도 안개를 뚫고 모습을 보여준다. 이글거리는 태양, 바다를 덮은 안개, 금빛으로 출렁대는 물결이 천황산 조망을 의미심장하게 한다. 멋진 남쪽 바다가 빚은 싱싱한 풍광이 감칠맛을 더한다.
투구봉(333m) 가는 길을 찾지 못해 회원 9명은 올랐던 길을 내려간다. 김사일 김태영 두 회원이 길 없는 길을 뚫고 투구봉쪽으로 사라진다. 큰 고생않고 길 찾아 하산 하길 빈다.
동쪽 전망대 갈림길에서 동쪽 전망대로 간다. 역시 비탈지고 풀이 덮었지만 그런대로 걸을만 하다. 동쪽 전망대는 바위봉이다. 오르지 않고 그냥 내려간다. 산줄기를 타고 가던 길이 오른편으로 꺾여 산자락을 비스듬히 가로지른다. 이렇게 한참을 가다 내려가 마른 개울을 건넌다. 이곳도 여름가뭄이 예사롭지 않다. 개울 건너편에는 남구마을 당산이 있다. 시멘트로 만들어 놓아 당산이라는 글이 없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당산 느낌을 주지 못한다.
곧 도로다. 오른편 학교를 지나 동서를 잇는 큰길에 닿고 다시 경사길을 내려가 민박집에 도착했다.
도착 하자마자 바다로 가서 몸을 담가 더위를 식힌다. 그리고 여성회원들은 다시 점심 준비를 한다. 아카데미 18기 수료생인 김난희씨가 수박반쪽, 생선구은 것. 생선회 한접시를 가지고 왔다. 조금 있으니 바다에서 돌아온 회원들이 고동을 많이 가지고 왔다. 왠 고동이냐고 물었더니 아카데미에서 주더라고 한다.
점심도 호화판이다. 회먹고 생선먹고 맞깔 스런 된장 먹고. 참 깔끔한 점심이다. 고동을 삶았다. 고동과 수박을 곁들인 점심 뒤풀이는 또다른 재미다. 덥다며 일부 회원은 다시 바다로 간다.
오후4시 어제 타고 온 그 객선을 탔다. 북구 마을을 거쳐 통영으로 간다. 통영 터미널 부근에서 졸복 국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했다. 어둠이 내린 통영을 뒤로하고 거제도로 들어간다. 거가대교 거제쪽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부산으로 향한다.
참여한 회원은 물론 운전을 한 세분께 고마움을 전한다. 식사 준비를 완벽하게 해 주신 네분 여성회원이 있어 무척 재미있었고 아카데미 18기의 도움도 우릴 유쾌하게 했다. 성금을 낸 석봉회원이 있어 더 여유로운 여행을 했다.
두미도 1박2일은 산행도 좋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어제 오늘을 점검하고 내일을 그려보는 기회가 돼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
2013년 8월11일 경남 통영시 욕지면 두미도 해돋이
아침부터 왠 장기
솟아오른 해가 아침을 붉게 물들이는 두미도에서 식사를 한다.
남구마을 표석과 두미도 주민 입도 100년을 기념하는 표석
두미도는 어제나 오늘이니 변홤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 건너 안개속으로 욕지도의 천황산을 비롯한 봉우리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청석전망대로 가는 길
청석재에서 멋진 산행을 다짐하며
달팽이의 도킹 사랑인가 다툼인가.
찬황산이 어서오라고 손짓한다.
누가 이 왼딴 섬 산으로 가는 길에 돌탑을 쌓았을까
두미도 용어리 넘어 안개속으로 욕지도가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