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6일 대둔산 산행후기

[주민지]

각 잡고 읽어주세요. 1박2일 이었던 만큼 많은 일이 있어서 글이 길어요.

5월 5일 일요일
오전4시에 기상을 하고 5시에 선이를 만나서 숙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한 시간이 오전7시 15분쯤. 숙소앞을 기웃대며 사람들이 대둔산 가려고 곧 나올텐데 그러면사 마냥 기다림. 사실 어느 방인지도 모름..
그런데 오느분도 준비하고 나오지 않으심.
방을 찾아가니 비가 와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셨다.
곧 유쌤이 회의하자고 다들 부르셨으나 선택권보다는 시스템을 하고 외벽으로 가자는 결론을 내려주심.

대전 외벽을 가서 선배님들이 줄을 다 걸어주심
외벽도 오랫만이라 높이가 살짝 무서웠다.
10a를 끝내고 탑로핑이니 10b도 해보고 싶어서 갔는데 탑로핑인데 이게 왠........
10분을 벽에 매달려 있던것 같다. 중간지점부터는 거의 조금가고 텐션받고를 반복했던것 같다
그래도 올라갔으니 끝까지 가보고는 싶어서 벽위에서 벽과 싸우며 고집을 부린것 같다

그러나 10b에 오래있던 나로써는 그다음에 힘이 끝나버린듯 했다 솔직히 내 힘이 이거밖에 안되는게 너무 아쉬웠다

숙소에 돌아와서 방에서 선배님들과 이야기하면서 이것저것 까먹은게 너무 재미있었다. 한 주량 하는 내 동기 선이가 양태고량주를 혼자 먹더니 남자숙소에 더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지러 간 선이가 곧 오더니 남자숙소에 와야 술을 준다며 자기 혼자 뻘쭘하니 같이 가자 했다.
나도 같이 0.5프로의 맥주를 들고 놀러를 갔는데 가길 잘 한 것 같다.

은지언니도 불러서 동기들끼리 모였다. 1박2일이 아닌 당일로만 활동을 했으면 이렇게까지 친해지지는 못했을 것 같다. 동기들과 정말 너무 즐거웠고 이렇게 친해질 기회가 있어서 더 좋았던 날인 것 같다
37기 동기님들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친하게 지내요~♡


5월 6일 월요일
그날도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근데 어제 동기들과 뒹굴 거렸던게 너무 좋았나보다. 그날도 솔직히 선배들과 따뜻한 방에서 뒹굴거리며 그냥 놀고 싶었다. 몇몇 남자 선배님들이 아직 상황을 모른다며 왔다 갔다 하셨다. 나는 "에이 절대 못 가~ 저렇게 비가 계속 오는데 어떻게 가~"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냥 맨바닥에서 잠이 들었다.

그건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깨워서 나가자했다. 설마 설마 했다. 대둔산을 가서 상황판단을 해보자는 말이 들렸다.

대둔산에 도착했고 어프로치가 힘들었던 나는..
케이블카를 선택했다. 분명 케이블카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우정길로 향하는 그 길이 험난하고 힘들었다. 우정길에 우린 도착했다.
그러나 선등을 서는 지웅선배님께서 아니라는 판단이 드셨는지 그리움길로 향했다.
도착한 후 먼저 선등으로 가시고 내 동기인 제선이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 중 에이스인 제선이도 긴장을 했는지 제선이가 팔자 매듭에서 헤맸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긴장이 많이 됐다.

내 차례때 유쌤과 그리움길로 향하는 선배님들이 오셨고 올라가는데 이미 도입부분부터 튕겨 나가고 벽에 다시 붙고를 반복했다.. 1피치에서는 대희 선배님과 제선이가 나를 끌어 올려줘서 갔던 것 같다. 1피치가 끝나고 나도 버벅대기 시작했다. 전날 시스템을 그렇게 많이 봐주셨었는데도 확보줄을 먼저 걸고 자일을 사리고 후등빌레이 순으로 차분하게 했어야 하는데 손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상황 판단이 빠르던 제선이가 대희 선배님께 저희가 초보이니 선배님 먼저 올라가지 마시고 한번만 봐주고 가시면 안되냐고 하였고 대희 선배님이 그렇게 해주셨다. 그 부분이 정말 좋은 판단이었던 것 같다.

모든것을 끝내고 후등빌레이 볼 준비를 했는데 자일이 너무 두꺼워서 하강기에 끼어 꼼짝을 하지 않았고 대희 선배님이 힘으로 잡아당겨도 꼼짝하지 않았다. 아직 완전히 끌어올리지 못했는데 밑에서 승환선배님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아래에서 소리들이 막 들려왔다. 그 순간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크게 다치면 어쩌나란 생각이 들며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일단 임시조치로 대희 선배님의 하강기로 겨우 갈아껴서 빌레이를 볼 준비를 끝냈다.


승환선배님의 조치가 끝나고 올라오신분이 현정 선배님이었다. 현정선배님 뒤로 다른 분이 오셨는데 유쌤같았다. 사실 유쌤이 올라오실때 많이 쫄아 있었다. 유쌤이 올라오신 이유는 내 뒤에 바짝 붙어 나를 케어하는 거였다. 2피치로 올라갈때 유쌤이 바짝 쫓아오시며 내가 손과 발을 못찾고 쩔쩔멜때 퀵도르를 주시며 볼트에 걸어서 잡아당겨서라도 가라 말씀하셨다. 2피치로 다 왔는데 올라서기만 하면 끝나는데 못올라서는 나에게 제선이가 발목을 내어주었다. 엉엉 ㅠㅠㅠㅠ제선아 고마워 ㅠ 전날 밤에 구박해서 미안해 ㅠㅠ

어영부영 2피치도 끝났다. 사실 어떻게 올라왔는지도 모르겠다. 1피치까지 갈때보다는 몸이 풀린것 같았다.

2피치에서 쉬면서 유쌤이 내게 고구마 말랭이를 주셨다. 속으로 여기에서 그걸 어떻게 먹어요?! 였는데 내 입은 이미 고구마 말랭이를 씹고 있었다. 3피치로 가면서 퀵도르로 더 안되는 구간에서 계속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유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시는 분이었다. 볼트에 퀵도르를 매달고 거기에 실링(?) 그것을 돌돌말아 홀드를 만들어 주셨다.

2피치에서 3피치를 올라가면서도 생각이 없는 난데 여러가지 생각이 났던 것 같고 올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 엄마 보고 싶다 였다

그렇게 3피치도 끝났다. 3피치에서도 먹은 소세지는 정말 꿀맛이었다. 그런데 3피치까지 오고 나서 이래서 동기애가 생긴다는 말이었구나 하며 수긍했다. 선배님 선생님도 너무 감사했지만 본인도 처음이고 본인도 익숙치 않은 상황에서 나를 케어해주려고 줄도 올려주고 발목도 내어주고 본인 손도 내어준 동기 제선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런데 또 3피치에서 4피치까진 어떻게 가지? 구조대를 물어봤지만 어차피 못올거라 하셔서 어쩔수 없이 등반을 다시 시작했다.

4피치가 끝났다. 유쌤은 바위 위로 먼저 올라가시고 나에게 주마링을 쥐어주셨다. 처음에 요령이 없어서 뭔가 혼자 엄청 힘들게 올라간것 같다. 거의 주마링에 익숙해질때쯤 다 올라왔다.

난 이제 눈앞에 케이블이 금방 있을 줄 알았다. 하산이 남았다.. 역시나 그 커다란 바위와 자일의 줄을 꽉 부였잡기를 반복하며 하산을 할때도 난 지웅선배와 유쌤의 케어를 받았다. 유쌤이 두발로 가라 하셨지만 등반할때에는 6족 보행(무릎포함), 다 올라간 다음에도 4족 보행을 멈출수 없었다. 하산이 더 무서웠다.

유쌤이 나에게 폭탄이라 하셨다 ㅠㅠ 폭탄이란 말만 세번하셨다 ㅠㅠ 지웅 선배님은 바위를 다 내려오고 내 꼴을 보시더니 나를 보며 시크하게 한마디 하고 돌아섰다. "거지네?" 그렇게 난 대둔산 거지가 되었다.



곧 등산로가 나왔고 케이블 왕복을 끊은 나는 마지막 손님이 되어 나만 케이블을 타고 하산했다. 전 단순해서 "무섭다. ", "힘들지만 재미있었다." 그렇게 밖에 느끼지 못하는 나 또한 이번에 많은 것을 느꼈다.


멋지고 든든한 선등자 지웅 선배님,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옆에 있어주신 대희 선배님, 든든하게 내 뒤를 지켜주신 현정 선배님,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신 유쌤, 그리고 동기라고 챙겨준 제선이까지 모두가 너무 감사했다.

솔직히 아직 얼떨떨하고 4피치까지 해낸 내가 대견하면서도 다음 등반때 대둔산에서 보다 잘할지 확신할 수 없어서 두렵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 너무 재미있었는지 집에 돌아와서 그 날 하루는 대둔산 이야기만 했다.

[파란-바람(김현정)]

대둔산 날씨만 좋았다면 경치도 보고 여유있게 했을텐데 좀 아쉽네요.
하다 보면 겁나는 것도 조금씩 나아질겁니다.
졸등 끝나고 나면 오랫동안 재미있게 등반 할수 있을겁니다.
첫 멀티등반 축하해요

[mOng(김명숙)]

첫 멀티가 빗길이라 쉽지 않았을 텐데 완등 축하해요~

[톱쟁이]

비가와 미끄럽고 무서운데도 끝까지 올라가 다행입니다. 이런게 쌓이다보면 어느순간 잘하고있는 자신을 발견할겁니다. 그날이 올때까지 쭉 가봅시다!

[원정옥]

그날을 만나보고 싶네요!! ㅋ

[톱쟁이]

그날이 올때까지 쭈~~ 욱 가면 만날수 있어.

[원정옥]

좋은 경험하고 중요한걸 느꼈네요~~

[임정문]

고생스러울수록 더 뇌리에 오래 남는 법이죠~ 글만 봐도 그 날 현장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네요 다음에는 동기애 다지는데 저도 함께 해요!! 고생 많았아요 민지씨!!

[류제선]

앞으로도 발목 뿐만 아니라 내어줄수 있는 것은 모두 내어드릴테니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며 저 멀리(끄라비) 가보자!!! 케케

[김성진.]

첫 멀티를 빗길에! 완등까지👍🏼
언제나 떨리고 무서운 걸요😭
“살아가면서 더 이상 꿈이 없으면 갈때가 된거고, 등반하면서 무섭지 않으면 다른 것를 찾아야지.”
라는 명언을 남긴 분을 소유한 더탑입니다😆 (누군지 맞추는 사람 맛있는 간식을 드릴게요)
더더더 오조오억만배 재미지게 될 거예요. 축하해요🎉

[Anicca]

작년에 하려다 못 하고 올 해 한만큼 2년짜리 에너지로 g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