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산에도 흰구름(白雲)이 산정(山頂)에 걸리지 말란 법 없다.
500m대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름이 백운산(白雲山 516m)이라 해보는 말이다.
전국에 백운산이 많지만 산청 백운산은 높이로만 따진다면 제일 낮은 산일 것.
그러나 어디 산을 높이로만 따질 것인가?
우선 조선 중기 성리학자이자 영남 사림의 거두였던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이 가장 즐겨 찾았던 백운계곡이 발아래 누워있다.
북으로는 달뜨기능선을 따라 웅석봉이 솟아있고, 그 맥은 지리산을 향하고 있다.
그러니까 백운산의 줄기는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에 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백운산은 딱바실골을 들기 위한 예비단계.
딱바실(닥밭)골은 창호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가 밭을 이루고 있는 골짜기라고 붙은 이름.
지리산의 동쪽 끝자락 웅석봉(1099.5m)과 남릉으로 뻗어내린 달뜨기능선의 왼쪽(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까 웅석봉을 향하여 능선을 고수하다 달뜨기능선 좌측 자락으로 빠져드는 셈이다.
웅석봉은 지리산 태극종주와 백두대간 늘여달리기의 시·종점이고, 낭만적인 이름인 달뜨기능선은 우리 현대사의 아픔이 스며있는 곳으로
이병주의 소설 '지리산'에 그 이름이 나와 알려진 능선이다.
그에 비하면 딱바실골은 무명에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곳곳에서 만나는 작은 폭포와 아기자기한 소(沼)는 화려하지 않지만 청량하기 이를 데 없다.
무엇보다도 숲이 짙고 때묻지 않은 산길이 매력이다.
딱바실골은 물길을 10여차례나 건너며 계곡을 끼고 내려오지만 마지막 잠수교에서부터 아스팔트도로를 10여분 걸어야 하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산행 날머리는 홍계리 계림정숲이다.
산행코스: 포밭재-임도-절개지-백운산-지리산둘레길-웅석봉갈림길-딱바실골-사방댐-포장도로-동촌마을-계림정숲(12.64km,6시간)
짜깁기한 개념도
GPX
12.64km로 알탕포함 6시간 20분
고도표
시간이 에러가 났다. 정확한 시간은 <2016.08.09 10:20>
네비에 '산청군 단성면 백운리 산68-4'를 입력하여 단성Ic에서 백운계곡으로 들어서다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고갯마루(포밭재,150m)에 차를 멈춘다.
좌측 임도급 산길이 백운산 가는 길이고, 우측 철문이 달린 길은 석당산 방향.
산행채비를 갖추고...
차량휀스를 넘어 묵은 임도를 오른다.
편백숲을 지나고...
<10:33> 10여분 만에 임도를 버리고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제법 가파른 산길에...
다습과 고온에다 바람 한 점 없으니 죽을 맛.
국제신문에서 최근 백운산-백운계곡 원점회귀 가이드가 올려져 있다.
<11:00> 백운산 삼각점.
백운산 정상의 표지판.
이렇다할 조망도 없음.
고온다습하고 무풍(無風)지대인 백운산을 빨리 벗어나려...
내려서면서 진행할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사 답답 갑갑하던 기분이 조금씩 나아진다.
우측으로 구름모자를 쓴 웅석봉이 보이고...
왼쪽 아래론 백운계곡이 깊은 골짜기를 이루고 있다. 계곡이 닿은 봉우리는 마근담봉인감?
임도에 내려서서...
<11:26> 지리산둘레길을 만난다. 둘레길은 사람들만 다니는 길이 아니고 바람의 길이기도 하다.
우리가 진행할 백운산능선 진입은 이곳에서 좌측 오르막 50여m지점.
지리산둘레길 이정표
아까 그 지점(둘레길 이정표)에서 좌측 백운계곡 방향 오르막으로 조금 올라서면 둘레길 이정표가 세워진 갈림길이 있다.
우리 일행들은 의도적으로 둘레길을 타고 백운계곡을 지나 수양산과 벌목봉에서 오는 능선을 타고 마근담봉으로 올라 딱바실골로 내려 가기도 하였지만
일부 회원들은 이 지점을 무심코 통과(알바)하는 바람에 백운산능선으로 오르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정표 뒤로 백운산능선.
초입엔 묵은 임도로...
능선을 바로 오르지 않고 산사면을 비스듬히 빗겨 올라...
임도가 개설된 고령토채취장에 닿는다. 황토색 채취장 좌측으로(파란색 화살표 방향) 바로 올라도 되었지만...
우리는 선답자들의 흔적을 좇아 좌측 임도의 휀스를 지나...
50여m 임도를 따르다 우측 산자락으로 붙기로 하였다.
<11:44> 산자락으로 올라서서 돌아본 채취장의 모습. 흰색 화살표는 아까 파란색 화살표길로 올라오는 길.
고령토채취장을 올라서서...
다소 힘들고 지루한 오름길을 걷다가 5분간 휴식~ 고온다습의 찜통더위는 산에서도 예외일 수 없어 모두 힘든 기색이 역역.
그런 와중에도 우리의 심마니는 영지버섯 채취를 계속하고...
폐헬기장을 지나 점심보따리를 풀었다. 무엇보다도 살얼음이 살짝 얼어있는 냉막걸리의 청량감.
<13:11> 그리고 다시 출발하여 808.7봉을 지난다. 누군가 코팅지에 '선인봉'이라 이름붙였다..
<13:21> 다소 무미건조하며 답답하던 산길에서 바위전망대를 만난다.
조망이야 흐린 날씨로 기대이하이지만...
산중에서 이만한 호사가 그리 쉬운 법인가?
그녀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몇 해 전에 한마음이 다녀간 석대산(石垈山).
뒤로는 우리가 지나온 백운산과 고령토채취장 능선.
<13:42> 아무런 표식없는 838.7봉에서도 잠시 숨을 고른다.
또다시 만난 바위전망대에서 석대산능선을 바라본다.
진행방향으로 이젠 유순한 능선이 펼쳐지고...
<13:49> 등네미님의 산행유희는 쉼이 없다.
전망대에서 합류한 여성회원들.
백운계곡 갈림길에 닿았다. 머리에 두건을 쓴 이분은 다른 산악회 회원으로 백운계곡으로 내려갈 모양. 등네미님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듯.
그래서 산꾼들은 산 중에서 만나는 게 자연스러운 법.
<14:03> 백운계곡으로 내려가는 입구엔 숱한 시그널이 걸려있다.
<14:08> 다시 운리 갈림길에 닿았다. 예전에 이방산 감투봉을 타고 백운계곡으로 내려서려다 폭우로 인하여 운리로 내려간 적이 있다.
운리(다물평생교육원 3.5km) 방향의 이정표.
<14:09> 다른 방향으로 잡은 모습.
<14:18> 910.6m봉의 삼각점
좌로 방향을 바꾸는 지점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다. 직진을 하면 달뜨기능선을 지나 웅석봉 방향. (조금 더 진행하다 좌로 돌아 내려올 수도 있다.)
5분 만에 삼거리에 닿는다. 빨간 화살표는 웅석봉 방향. 우리는 파란색 화살표 방향(마근담봉,감투봉,이방산)으로 진행한다.
돌아본 모습. (좌측 길은 웅석봉)
<14:31> 이정표가 있는 이 지점에서 우측으로 딱바실골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부산일보에선 험로라 표시되어 있지만...
이 지점의 이정표.
<14:44> 고도를 높히며 능선을 이어가다 이윽고 만난 우리가 계획한 딱바실골 갈림길.
이 지점의 이정표
가파른 내림길을 쓸며 내려가다...
돌덩이가 있는 지점도 지나면...
<15:16> 30여분 만에 딱바실골 상류지점에 내려선다. 더위에 지친 한덤님은 아예 벗고 들어갔고...
오랜 가뭄으로 수량은 그리 풍부하진 않았으나 맑은 계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물길이 끊어져 건계곡이 되다시피한 계곡을 건너서...
선녀가 다냐갔음직한 소(沼)를 지나고...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를 올려다 보며...
계곡 즐기기는 계속된다.
제법 큰 소(沼)에선 龍이라도 승천할 것 같아...
바위를 좌로 에돌면...
여기에는 나무꾼탕이 있고...
수심이 알탕하기 딱이지만...
<15:54> 사방댐이 보이는 이 지점이야말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훌러덩 벗고 들어가고야 말았다.
(16:26> 그리곤 사방댐 우측길을 따라 내려오니 '큰들날봉' 산길이 안내되어 있다.
사방댐에서 큰들날봉 등로는 달뜨기능선으로 바로 붙는 길이다.
안내도와 등로.
달뜨기능선의 '큰들날봉'까진 약 2km의 거리.
사방댐을 벗어나며 뒤돌아본 모습.
사방댐 곡각지점의 '곰바우산약초농장'
사방댐.
<16:27>잠수교를 건너면...
아스팔트도로가 이어져서 대형버스 진입이 가능해 보이지만 회차지점이 용이하지 않고, 또한 동촌마을 입구의 과수나무 가지가 내려앉은 게 탈.
<16:50> 넓은 도로에 닿으니...
우측으로 호불사와 등산안내판과 동촌마을 표석이...
좌측으론 서촌마을 표석이 동 서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서촌마을 표석 뒤로 150여m 전방 계림정숲에 우리 버스가 보인다.
<16:42> 계림정숲은 유원지화 되어있어 캠핑객 등 피서객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매점 등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네비엔 '계림정숲'이나 '홍계교'를 입력.
산행을 마친 일행들의 질펀한 산행후담이 이어진다.
귀로에 오르기전 다시 돌아본 구름 덮힌 산.
산 너머 백운산엔 구름모자를 쓴 산할아버지가 산정을 지키고 섰다.
- 산할아버지 -
<김 창 완>
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나비같이 훨훨 날아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구름모자 벗겨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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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자 어디로 갔나요
바람결에 날려 갔나요
뒷춤에 감추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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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ㄱ 카메라 시간 설정 다시 하셔야겠네요..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드리며....
카메라 시간이 에러가 난 줄도 몰랐으니 덥긴 더웠던 모양.
가만히 생각하니 업다운이 그리 심한 것도 아니었는데, 12km의 거리를 6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알 만하지요.
딱바실골의 간이 딱 맞은 계곡물에 풍덩~ 6시간의 산행 휘나레는 결국 그 맛이였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