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덕이 컸다"
중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상품은? 한국 제품 중에서 단일 개수로 볼 때 제일 많이 팔리는 것은 바로 동양제과의 오리온 초코파이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2001년]에만 2억3천만여개(3천만달러)나 팔렸다. 한국산 제품으로 유일하게 중국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오리온 초코파이다.
중국의 중앙텔레비전 방송국[CCTV]과 인민일보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톈진 등 35개 도시에서 실시한 소비자조사에 따르면, 오리온 초코파이의 지난해[2001년] 중국시장 점유율은 63.0%나 되었다고 한다. 전년보다 무려 25.2%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로서 중국의 초코파이류 시장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이다. 2위는 4.8%의 롯데[樂天], 3위는 3.8%의 홍콩 미치[米旗], 4위는 2.9%의 대만 프레지던트[統泰]였다.[한국경제 2002-03-27]
오리온 초코파이의 중국어 이름은 하오리여우[好麗友]이다. 아름다운 좋은 친구라는 뜻이다. 중국어 발음이 실제 브랜드인 ORION과 유사하면서 한자 이름이 갖는 뜻도 제품 컨셉과 이미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이처럼 중국의 파이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충성도, 구매율에서 공히 1위를 차지하는 데는 그것의 중국어 이름이 톡톡히 역할을 했다고 한다. 후발주자로 중국에 진입한 동양제과의 오리온 초코파이가 하오리여우(好麗友)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소비자들에게 그렇게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얘기한다.
■ 好麗友ㆍ派 탄생기
이 회사가 처음 북경사무소를 연 것은 93년 2월의 일이다. 회사의 상호는 동양제과 그대로였다. 그런데 동양[東洋]이라는 말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일본 회사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역사적인 사건들로 인하여 중국사람들은 일본을 대단히 미워하고 경계한다. 따라서 이 이름으로는 중국시장에서 성공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東洋]을 버리고 ORION을 활용하기로 방향을 정하면서 ORION의 중국어 이름을 개발하게 되는데 당시에는 브랜딩 전문업체가 있던 시대도 아니었으므로 한국인 직원들이 직접 주변의 거래처와 중국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대안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우선 ORION은 중국어로 奧利安(Aolian 아오리안)으로 음역되어 쓰이고 있었지만 주력 상품인 초코파이와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었다. 새로 好麗友[하오리요우], 好利友[하오리요우] 등 10여 개가 제안되었다. 처음에는 好利友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이 이름이 다소 '이익을 챙기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好麗友를 선택하게 된다. 당시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던 '오리온은 내 친구'라는 캠페인, 그리고 초코파이 '情'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적합한 이미지의 브랜드로 생각되었다.
이때 또다시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한다. 롯데가 영문 'Chocopie'를 먼저 상표등록해 버린 것이다. 당시 오리온 측에서는 천안문 인근 지하철 역사 위에 ORION CHOCOPIE 제품광고를 세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영문명을 그대로 올릴 생각이었는데 그것을 쓸 수 없게 되버린 초비상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부랴부랴 광고집행을 연기하고 새로운 브랜드명을 찾아 나서게 된다. 이때가 바로 '好麗友'의 운명이 바뀌는 결정적인 시점이 된다. 실무자가 새로 브랜드 네임을 찾기보다는 회사의 상호로 등록된 ORION 즉, 好麗友를 초코파이의 제품 이름으로 쓰자고 제안하였다. 마땅히 대안이 없었으므로 그 안이 채택되었고 ORION XXX PIE라고 해야 되는 것이 ORION PIE 즉, 好麗友ㆍ派로 바뀌었다.
그런데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이를 두고 한 말이던가. 우여곡절 끝에 최종 낙점된 이 이름이 시장에서 대환영을 받게 되며 급기야 시장 점유율 63%를 넘어서서 파이류 과자를 지칭하는 대표명사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 好麗友의 진면목
오리온 초코파이의 중국어 이름인 好麗友[하오리여우]는 단독으로 사용될 때보다 아래와 같이 다른 말과 함께 슬로건으로 쓰일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하오리여우 하오펑여우 오리온은 좋은 친구
발음은 '하오리여우 하오펑여우'이다. 동일한 소리가 반복됨으로써 리듬감과 운율미를 느끼게 한다. '오리온은 좋은 친구'라는 뜻으로 '好朋友'가 중국어로 '친한 친구'를 의미한다고 할 때, 이 말을 '오리온은 내 친구'라고 옮겨도 무방하다.
브랜드 네임의 가운데 글자인 고울 려[麗]자를 간략하게 만든 글자가 친구 붕[朋]자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 슬로건을 멀리서 보면 마치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는 특이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중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빨간 색을 선택하여 한층 친숙감을 더해주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의 모든 광고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 캠페인이야말로 好麗友[하오리여우]라는 중국어 브랜드 네임이 뜨는 데 날개를 달아주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롯데'는 비록 Chocopie라는 이름은 등록했으나 중국어 巧克力ㆍ派[차오커리 파이]는 보통명사이므로 등록할 수 없는 상태이다. 또한 '롯데'는 브랜드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으며 지역에 따라 커피껌, 파이, 롯데리아 등 여러 가지 이미지가 혼재되어 있는 문제점이 있다.
■ 에필로그
발음하기 좋고 기억이 용이하며 의미상으로도 어린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브랜드 네임! 오리온 초코파이의 중국에서의 성공 이면에는 문화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아울러 고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는 브랜드 네임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할까? 이렇게 멋진 이름에도 어떻게 보면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원래 여러 개의 개별 제품 브랜드를 아우르는 상위 브랜드 네임(패밀리 브랜드)이었던 오리온이 단지 초코파이 하나만을 지칭하는 개별브랜드[Individual Brand]로 고정됨으로써 일단 브랜드 이미지를 명확하고 일관되게 구축하는데 성공했지만, 장차 제품과 브랜드를 확장해 나갈 때에는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파이류 이외에 치토스나 오징어 땅콩과 같은 스낵류와 고래밥이나 와플 같은 다른 종류의 제품이 중국 시장에 들어갈 때에는 오리온[好麗友]이 초코파이로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어 브랜드 확장시 이미지 전이가 어려워 브랜드 파워를 이용하기가 어렵다.
오리온[好麗友]에게 이것은 또 다른 중국에서의 도전이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을 통해 발전하는 법. 문제의 해결 과정을 통해 중국의 오리온이 더욱 더 강해진 모습으로 중국 시장에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박종한(메타브랜딩 고문/가톨릭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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