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경주캠퍼스 정각원장 화랑스님은 학생들이 불교를 쉽고 친근하게 여길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포교하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 핵심은 ‘바르게 살라’는 것”
동국대 정각원은 종립학교의 정신적 구심점이다. 건학이념에 따라 교수, 학생, 교직원들은 정각원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신심을 고양한다. 서울과 경주 두 곳에 정각원을 두고 있다. 서울은 1963년 대학선원에서 출발해 정각원으로 바뀌었으며, 경주는 캠퍼스가 건립된 지 11년 만인 1989년 설립했다. 경주 정각원장 화랑스님을 만났다.
불교는 평등의 종교
“누구나 바르게 믿고 수행하고 실천하면 부처 될 수 있어”
경주 정각원은 바깥에서 보면 3층, 안은 2층인 전통 양식의 절이다. 숲이 우거진 잔디밭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1층은 사무실과 작은 법당, 2층은 대법당이다. 지난 5일 오후 정각원장실에서 화랑스님을 만났다.
화랑스님은 정각원장으로 부임한지 1년 째다. 스님은 그동안 정각원을 학교 구성원들 누구나 편안하게 찾을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갔다. “법회를 하는데 학생은 물론 교수 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이 잘 나오지 않더라. 그래서 관심을 가질 프로그램을 만들고 정각원장실을 개방하고 내가 먼저 다가갔다. 우선 요가 프로그램을 개설했는데 인기가 좋았다. 권위의식을 버리고 정각원장실에 누구나 와서 편안하게 차도 마시고 대화도 나눌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 교수들에게는 ‘찾아가는 법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기숙사가 있는 법당에서 명상 참선 법회를 연 것이다.”
스님이 정각원장으로 부임하고 가장 두드러진 모습은 학생들과 함께 하기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동아리를 만들고 법당일도 맡겼다. “법당 탱화에 불보살 명칭과 해설을 붙였다. 이를 널리 홍보하기위해 우리학교 플래시 동호회에 맡겼다. 플래시를 통한 사찰문화 해설은 범어사에 있을 때 신도들에게 한 포교인데 반응이 좋다. 탱화의 세부적인 내용도 알고 더불어 부처님과 불교에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효과도 있다. 학생들이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스님은 일반 학생들 뿐만 아니라 재학 중인 학인 스님들과 교류도 강화했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스님들도 신세대 기질이 강하다. 가령 개인주의가 강하다든지, 단체 활동보다 홀로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등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런 성향 탓인지 학인 스님들 역시 잘 모이지 않거나 끼리끼리 모임을 즐겨한다. 그래서 같이 모이는 방법을 고민하다 운동을 생각했다.
좋아하는 운동을 통해 교류도 하고 모임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게 된다. 정각원은 이처럼 학교 구성원들의 정신적 구심처이자 학생 교수 교직원 스님들이 서로 어우러지고 대화하는 소통의 장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화랑스님은 포교에 관심이 많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포교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동국대 종비생 출신으로 졸업 후 군법사로 군 포교에 적을 두었다. 전역 후에는 안양 용화사에서 유치원을 개설했다. 범어사 포교국장을 하면서도 어린이 학생법회를 만들었다. 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 교육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스님은 “어린이 학생법회는 불교의 기본”이라며 “세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지 않나. 교회는 아이들 세례를 하며 영아 때부터 신도로 만드는데 불교는 일부 연령대 외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방송에 나와서 당당하게 자신의 종교를 밝히는 연예인들은 모두 기독교인들이다. 어릴 때부터 교육된 결과라고 본다.
내가 힘든 여건 속에서도 가는 곳 마다 어린이.학생 법회를 만들고 유치원을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스님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신도들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범어사에서 금정불교대학을 만들고 수원 용주사에서 총무를 하면서 효원불교대학을 만들었다.
“바른 불교를 쉽고 친절하게 가르쳐야 한다. 스님들의 눈으로, 스님들만이 아는 용어를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신심은 아는데서 시작한다. 알아야 좋아하고 좋아해야 믿고 따른다. 그런데 법당에 와서 늘 기도하면서도 바로 앞에 보이는 부처님이 어떤 분인지, 뒤에 그려져 있는 탱화는 무엇을 설명하는지 아는 신도가 없다. 스님들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래서야 믿음이 생기겠는가. 그래서 범어사에 있을 때부터 탱화에 불보살 이름을 붙이는 일을 했다. 신도들이 아주 좋아하며 불교와 스님이 더 좋아졌다고 하더라. 이러한 앎을 통해서 서서히 불교의 정신을 가르쳐 주고 인도하면 불교를 더 바르고 굳게 믿는다고 본다.”
불교를 알리고 신도들을 교육하는 목적은 결국 불교가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동업(同業)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포교는 곧 사회화를 말한다. 이는 의무가 아니라 어느 종교든 존재의 근본 목적이다.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 때 종교는 생존할 수 있다.
인도에서 불교가 힌두교에 밀리고 거의 소멸되다시피 한 이유도 알고 보면 당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를 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종교는 권위를 갖고 군림했다. 나눠 주었다. 중세시대 종교는 복지기관 업무를 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역할을 국가가 한다. 권위를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사회와 더불어 사는 것을 고민해야한다. 이는 권위의식을 벗는데서 출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정각원, 학교 구성원들의 정신적 구심처이자 소통의 장으로 새롭게 변신
“사회와 더불어 살아야 종교도 생존…권위의식 벗고 시대문제 경청해야”
스님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탱화에 잘못된 것들이 있다. 가령 관세음보살 이마에는 화불이 있는데, 없는 불상이 있다. 사천왕상 설명이 잘못된 경우도 있다. 이런 것들을 바로 잡기 위해 불교미술과 졸업 작품으로 탱화를 새로 그리도록 했다. 이처럼 불교를 정확하고 쉽고 젊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불교 포교를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교는 어려운 종교가 아니다. 부처님 말씀을 한마디로 하면 ‘바르게 살라’다. 불교는 넘볼 수 없는 절대 타자를 죄 많은 중생들이 일방적으로 믿고 따르는 수직형 종교가 아니다. 누구나 바르게 믿고 수행하고 실천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평등의 종교, 만인 보편형 종교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내용이나 제불조사님들이 수행을 통해 깨달으신 내용이나 과거 7불 부처님들께서 깨달으신 내용이나 같다. 이분들이 공통적으로 가르치시는 바가 무엇이냐. 바로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다.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라. 스스로 그 뜻을 깨끗이 하는 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연기법이나 인과법 등으로 복잡하게 설명하는데 결국은 ‘바르게 살아라’ 이 한 마디로 압축된다. 이를 중국의 임제선사는 ‘참사람(眞人)’이라고 했다.
이는 경전 속에만 있지 않다. 가수들의 노랫말 속에도 있고 삼국시대 이래로 전해오는 우리의 역사와 이야기 속에도 들어있다. 문제는 이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데 있고 어렵게만 여기고 잘 실천하지 않는 우리들의 태도에 있다.”
스님은 교육원에서 불학연구소장으로 재직할 때 바른 삶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간화선>을 최초로 집대성하고 수행법을 책으로 펴낸 바 있다. 소임을 떠난 지금에도 그 책을 갖고 신도들을 지도하고 가르친다. 지금은 군종교구 부교구장을 맡아 군 포교 일선에 서있는 군승들을 후원하고 군 포교 활성화를 위해 고민 중이다.
이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 곳곳을 밝게 비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자 하는 바람에서다. 스님은 고정된 사찰은 두지 않고 어디든 스님의 법문을 청하는 곳이 있으면 마다 않고 달려가며 환한 웃음과 따뜻한 손으로 감싼다.
스님을 친견하고 나오는데 잔디밭에서 도시락을 나눠 먹는 젊은 연인이 눈길을 끈다. 이들의 머리 위로 정각원의 숲이 가을 햇살을 막아 그늘을 드리웠다.
화랑스님은…
1974년 부산 범어사에서 출가해 동국대 승가학과를 졸업하고, 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안양 용화사 유치원장, 범어사 포교.교무국장, 미국 시카고 불타사 주지, 대한불교신문 편집국장,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작년부터 경주 동국대 정각원장을 맡고 있으며 군종교구 육군 부교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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