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역사문화채널 IPAKYOLI TV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벡어를 배워야 하나 러시아어를 배워야 하나?
한글날을 맞이해(?) 이 문제에 대해서 간단히 제 소견을 말씀드립니다. ...
현재 일정 숫자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우즈벡 관련 유튜버나 소규모 커뮤니티 매니저들
가운데 우즈벡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이는 한명도 없습니다.
우즈벡 가이드라는 분이 그나마 우즈벡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우즈벡어의 가장 기본인 장모음과
단모음을 구별하지 못하고 우즈벡어 라틴문자 o 를 '오'로 발음하는 등 기초가 부족하더군요.
(참고로 우즈벡어의 o 문자는 일반적인 o가 아니라 장모음 ā 입니다.
즉 실제 우리가 '오'라고 발음해야 하는 문자는 o' 입니다.
재미있게도 우즈벡어를 전혀 못하는 우즈벡 유튜버인 우즈벡 라이프라는 채널 사용자는 이건 또
그런대로 실제 발음에 가깝게 표기해 놨더군요. 한국어로는 'ㅓ' 처럼 들립니다) 물론 이 장모음
구별은 국내 대학에서 우즈벡어를 전공한 학생들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처음에는 o를 '오'로 발음하고 요즘에도 종종 그런 실수를 하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우즈벡 관련 유튜브나 채널을 운영하시는 분들 스스로가
우즈벡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니까 우즈벡어의 중요성을 모릅니다.
대부분 타쉬켄트에만 거주하고 지방순회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죠. 우즈베키스탄에서 러시아어만
할줄 알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진정 우즈베키스탄에 뿌리를 내려 성공하고 싶다면 러시아어보다는 우즈벡어를 배우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저는 러시아어를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그간 올린 영상들을 보셨다시피 상대가 러시아어 어휘를 말해도 저는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즈벡 사람들이 사용하는 러시아어 어휘들 자체가 영어와 비슷하거나 1-2년만 거주경험이 있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들이기 때문입니다.
즉 우즈벡어에 러시아어 영향이 있다고 해서 러시아어를 배워야 한다?
그건 틀린 말입니다. 이렇게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제가 우즈베키스탄 우즈벡어, 아프가니스탄 우즈벡어, 그리고 동투르키스탄의 위구르어 이 세 가지를 비교하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이 세 언어의 텍스트를 번역하고 녹취록을 작성하면서 느낀 점은 현대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벡어에 러시아어가 미친 영향이 무시할 정도로 적다는 점입니다. 그 비중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5%가 채 안되는 수준입니다.
이것은 중국어가 위구르어에 미친 영향을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중국어도 함께 배웠기 때문에 위구르어에서 중국어 어휘들이 주로 어떤 부분에서 사용됐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주로 식문화와 행정 관련 용어들이 중국어 어휘들이 많은데, 솔직히 이것들은 그때그떄 배우면 나중에 전혀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간단한 단어들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즈벡어의 러시아어 어휘들 역시 그다지 어려운 단어들을 쓰지 않습니다.
그냥 그런 러시아어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올 때마다 상대에게 묻고 기억해놨다가 사전을 찾아보면 다음에는 잊어버리지 않게 됩니다. (반대로 그런 단어들 외우려고 무작정 책 펴놓고 기초 러시아어부터 공부하면 효율이 엄청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언어는 시각적 컨텐츠와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하물며 제가 타쉬켄트에서 만난 모든 러시아인들은 우즈벡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먹고 살려면 이제 우즈벡어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답했습니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이제 우즈베키스탄에서 갑은 우즈벡인이지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카리모프 시기 25년의 과도기를 거치면서 우즈벡어 공교육을 통한 우즈벡어 사용세대가 대폭 늘어난 결과입니다.
물론 우즈베키스탄에 실제 거주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러시아어 배우면 CIS 국가 다니면서 사업도 할 수 있고 우즈벡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전체를 누비며 활용할 수 있지. 그러니 장래를 봐서 러시아어를 배우는 편이 좋아" ㅎㅎ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우즈벡 주변 중앙아 국가들을 다닐 떄 러시아어를 사용하면 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만 정착해서 성공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즈벡에서 무슨 사업을 하거나 파견근무를 간다면 우즈벡 외의 지역에서 일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파견직으로 나가는 주재원들은 개인통역사가 전부 붙습니다. 현재 우즈벡 한국인 주재원들 대부분이 우즈벡어도 러시아어도 한마디 못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 일하고 월급 받습니다. 개인사업을 한다 해도 여러분이 재벌회장이 아니면 우즈벡에서 아프간이나 카작, 투르크멘 등을 오가면서 크게 사업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미 그런 것은 현지인들이 알아서 다 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는 고대부터 유수의 무역상들을 배출한 지역입니다. 그들은 자기만의 독자적인 무역루트와 상업체계를 통해 움직입니다. 그 자리에 낄 수 있으려면 단순히 러시아어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자꾸 우즈베키스탄에서 러시아어를 배우라고 강조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는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장에서 중국어 배우라고 하면 저는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중국이 위구르어 교육과정을 싹 없애버렸고 이제 자라나는 학교 아이들은 위구르어로 교육을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10년 안에 거리에서조차 위구르어는 중국어에 밀릴 수 있습니다.
아직도 우룸치를 제외한 굴자나 카쉬가르에 가면 중국어 못하는 위구르 사람들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그들을 지배하는 한 위구르어는 언제나 뒷전에 밀리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주인은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그러니 당연히 우즈벡어를 배워야 하는 것이죠. 부차적인 문제로 우즈벡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 러시아어를 배워야 하냐? 의 문제로 돌아가면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배울 필요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제가 일전에 소개한 BBC 우즈벡 채널과 BBC 우즈벡 아프간 채널의 뉴스앵커들이 사용하는 문법과 어휘를 살펴보면 아프간 채널의 앵커들이 보다 많은 페르시아어 어휘와 문법을 사용하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즉 러시아어의 영향이 무시할 정도로 작다는 뜻이지요. 실제로 우즈벡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페르시아어와 아랍어를 배우는 편이 훨씬 유익합니다.
정말 거짓말 하지 않고 대부분의 어휘들이 상기 두 언어에서 유래한 것들입니다. 이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도 공식석상에서 우즈벡어로 연설을 합니다. 일주일 전쯤 있었던 스승의날 행사에서도 1시간 넘도록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줄곧 우즈벡어로만 연설했습니다.
제가 번역한 유엔연설에서도 러시아어 어휘들은 아주 기초적인 것들에 불과했습니다.
다만 '나는 장차 러시아에도 진출할거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러시아어를 배워야 하겠지요.
그러나 러시아어 배우러 우즈베키스탄 가는 것도 좀 이상한 일입니다. 러시아어 배우려면 러시아 가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