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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 전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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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국의 동행
■ 줄거리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 키 큰 사내와 키 작은 사내 ‘억구’, 낯선 두 사람이 동행이 되어 강원도 산골의 눈 덮인 밤길을 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춘천 근화동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두던 둘은 어릴 적의 일을 말하게 된다.
키 큰 사내의 회고담은 토끼 사냥에 얽힌 이야기이다. 해부용으로 쓰일 토끼를 잡으러 갔다가 새끼 토끼를 잡고 어미 토끼는 놓치고 만다. 그때 어미 토끼의 ‘살기 차고 공포에 질린’ 모성을 보게 된 그는 생물 시간에 해부되었다가 수업이 끝난 후 술안주가 될 새끼 토끼를 구하려 했지만 도덕적 규범 때문에 결국 생물 선생님 집의 얕은 담을 넘지 못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억구가 자신의 일을 말한다. 아홉 살 때였다. 억구는 자신을 무시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득수의 장갑 낀 손을 물어 뜯어 살점이 드러나게 했고 그 벌로 계모한테 붙들려 광 속에 갇혀 있어야 했다. 그 후로 억구는 추위와 어둠의 공포를 강박 관념처럼 갖고 살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동네의 천덕꾸러기로 따돌림 당하던 그는 6·25 때 빨갱이로부터 감투를 얻어 쓰고 득수를 죽였다. 그런데 북한군이 물러가고 국군이 들어오자 이 일이 원인이 되어 득수의 동생 득칠이가 억구의 아버지를 죽여 버린다. 억구는 간신히 도망쳐 지금까지 힘들게 서른여섯 해를 살아야 했다. 그리고 부친을 죽인 득칠을 죽이고 자신은 부친의 무덤에서 죽으려고 지금 구듬치 고개를 오르고 있는 것이다.
억구는 부친의 무덤이 있는 산에 이르자 스스로 득칠이를 죽인 사실을 실토한다. 그를 놓칠까 경계하던 키 큰 사내(형사)는 토끼 새끼를 구하기 위해 넘으려다 사회 규범이 무서워 넘지 못한 담을 회상하며, 이제야 그 담을 넘을 결심을 하게 된다. 형사는 권총이나 수갑 대신 열여덟 개비 남은 담배갑을 건네며 하루에 한 개비씩만 피우라고 웃어 보인다. 담배를 받은 억구는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 19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작
■ 핵심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 배경 : 시간 - 1960년대 어느 해 정월, 공간 - 눈 내린 강원도 산골의 밤길
• 성격 : 사실주의, 여로형(旅路型) 소설.
• 시점 :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
• 표현 : 두 사람의 관계를 비밀스럽게 유지하는, 감추는 듯한 객관적 시점과 간결한 문체는 극적 효과를 높인다.
• 주제 : 6·25가 남긴 깊은 상처와 그에 대한 연민.
■ 구성
• 발단 : 서로 신분을 감춘 두 사내가 눈 덮힌 산길을 걷는다.
• 전개 : 키 큰 사내의 소년 시절 토끼 사냥 이야기가 소개되고, '억구'의 지울 수 없는 공포의 기억이 소개됨.
• 위기 : '억구'의 기구한 운명과 고난의 역정이 밝혀짐.
• 절정 : '억구'는 자신이 살인자임을 말하고 가친(家親)의 무덤에서 죽으려 함.
• 결말 : 연민의 정을 느낀 형사는 그를 놓아 준다.
■ 등장 인물
• 억구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6.25 전쟁 때 빨갱이가 되어 '득수'를 죽임. 이일로 인해 득수의 동생 '득칠'이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자, 얼마 전에 그 복수로 득칠이를 죽이고 아버지 무덤에서 자살하려고 귀향하고 있는 인물
• 형사 : 나중에 '억구'의 정체를 알고 갈등을 겪는 형사. 그러나 토끼를 살리지 못했던 자신의 안타까운 과거를 회상하며 억구에게 인간적 연민을 느끼며 그를 체포하지 않는 인물
■ 이해와 감상
전쟁의 혼란 속에서 살인을 하고 36년을 쫓겨 다니는 억구가 지닌 삶의 상처와 이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을 보여주고 있는 여로형 소설이다. 대립적인 인물이 동행이 되어 구듬치 고개를 오르고 있는 설정은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다. 뿐만 아니라 외모, 옷차림, 행동 등이 대립적으로 설정된 쫓기는 자와 쫓는 자가 동행한다는 설정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도 안정감을 준다. 와야리로 향하는 두 사람의 여로 중앙에는 구듬치 고개가 놓여 있다. 둘의 갈등은 고개를 오르는 과정을 따라 점차 상승하다가 고개를 내려오면서 서서히 풀리게 된다. 이와 같은 내용과 형식의 일치도 구성의 안정성을 느끼게 한다.
실전문제
[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 부분의 줄거리:낯선 두 사람이 동행이 되어 눈 덮인 강원도 산길을 걸어가며 춘천 근화동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키 큰 사내는 형사인데 자신의 신분을 감추며 어릴 적 토끼 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키 작은 사내(‘억구’)는 6·25 전쟁 때의 이야기를 하며 그때 자신의 아버지가 ‘득칠’에게 죽게 되고, 이제 그 ‘득칠’이를 춘천에서 만나 죽였다고 고백한다.
큰 키의 사내는 후딱 몇 걸음 물러서며 오버 주머니에 오른손을 잽싸게 넣었다.
그의 시선은 억구가 양복 윗주머니의 불룩한 것을 움켜쥐고 있는 것에 머물러 있었다.
“아까두 말했지만, 그 술집에서 난 놈에게 ⓐ이죽댔죠. 그래 자넨 분명 우리 아버질 잡았것다? 그래 벌초를 매년 해 왔다구? 아 고마워, 고마워……하고 말입네다. 헌데 그 득칠일 난 그날 밤 죽이고야 만 것입니다. 글쎄, 나두 그걸 모르겠수다. 왜 내가 그 득칠일 죽였는지…….”
여직 들어 보지 못한 맥빠진, 그렇게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큰 키의 사내는 묵묵히 억구의 얼굴을 뜯어보고만 있었다.
이윽고 억구가 큰 키의 사내 앞에서 몸을 돌리며 저쪽 산등성이를 가리켜 보였다.
“바루 저 산에 가친 산소가 있답니다. 우리 조부님 산소 옆이라는군요. 난 지금 거길 가는 겁니다. 가서 우선 무덤의 눈을 쳐 드려야죠. 그리구 ㉠술을 한 잔 올릴랍니다. 술을 올리면서 가친의 음성을 들을 겁니다. 올해두 눈이 퍽 내렸구나. 눈 온 짐작으루 봐선 내년두 분명 풍년이겠다만…하실 겁니다. 그리고 푹 한숨을 몰아쉬시겠죠. 그 한숨 소리 들으면서 가친 옆에 누워야죠. 이젠 가친을 혼자 버려 두고 달아나진 않을 겁니다.”
(중략)
어깨를 잔뜩 구부리고 흡사 한 마리 흰 곰처럼 산을 향해 걷는 억구의 ⓑ을씨년스러운 뒷모습에 눈을 주고 선 큰 키의 사내는 한참이나 그렇게 묵묵히 섰다가 문득 큰길 아래로 내려서서 억구 쪽으로 따라가며,
“노―형, 잠깐!”
말소리 속에 강인한 무엇인가가 깔려 있는 듯싶었다.
언 바짓가랑이를 데걱거리며 걸어가던 억구가 주춤 멈춰서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큰 키의 사내가 성큼성큼 다가갔다. 오버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엇인가 움켜쥔 그런 자세였다.
억구가 짐짓 몸을 ⓒ추스르며 자기에게로 다가서는 큰 키의 사내 거동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억구 앞에 멈춰 선 큰 키의 사내가 할 말을 잊은 듯 멍청하니 고개를 위로 향했다. 고개를 약간 젖히고 입을 헤―벌린 채, 그의 이러한 생각하는 표정 위에 눈이 내려앉고 있었다.
[가] 그 날 밤 난 생물 선생네 담을 빙빙 돌고만 있었지. 내 키보다두 낮은 담이었어. 난 거푸 담을 돌고만 있었지. 만약 내가 담을 넘어 들어간다면……. 그러나 난 담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담이란 남이 들어오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거니까. 들어오지 말라는 걸 들어가면 그건 나쁜 짓이니까, 그건 도둑놈이지. 난 나쁜 놈이 되는 건 싫었으니까. 무서웠던 거야. 나는 담만 돌며 생각했지. 오늘 갑자기 생물 선생넨 무서운 개를 얻어다 놓았을지도 모른다고. 또 어쩌면 선생이 설사 나서 변소에 웅크려 앉았을지도 모른다는 지레 경계를…… 그리고 남의 담을 넘는다는 건 분명 나쁜 짓이라고…… 무서웠던 거야. 결국, 난 새끼 토낄 구할 생각을 거두고 담만 돌다 돌아오고 말았지.
“아니 선생, 남을 불러 놓군 왜 그렇게 하늘만 쳐다보슈?”
억구가 말했다.
-나쁜 놈이 되기 싫었던 거야. 담을 넘는다는 건…….
큰 키의 사내가 한걸음 물러섰다. 생각하는 표정을 거두지 못한 채.
산 속의 ㉡소나무 위에서 다시 눈무더기가 쏴르르 쏟아져 내렸다. 마치 그 연약한 나뭇가지 위에선, 그리고 거푸 쌓이고 있는 ㉢눈의 무게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듯.
억구가 다시 다그쳤다.
“선생, 발이 시립니다. 내가 여기 얼어붙어야 좋겠소? 원 별 양반도…… 자, 그럼…….”
억구가 다시 몸을 돌려 산을 향했다.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그의 ⓓ깡똥한 양복 윗주머니에 삐죽하니 이 홉들이 ㉣소주병 노란 덮개가 드러나 보였다.
순간 망설이던 큰 키의 사내 얼굴에 어떤 결의의 빛이 스쳤다.
“아, 노형, 잠깐!”
억구가 바짓가랑이를 ⓔ데걱거리며 다시 몸을 돌렸다. 순간 큰 키의 사내는 오른쪽 오버 주머니에서 서서히 손을 뺐다. 그리고 무엇인가 불쑥 억구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담만 돌았지. 무서웠던 거야.
“이걸 나한테 주시는 겁니까?”
억구가 물었다.
“예, 드리는 겁니다. 아까 두 개비를 피웠으니까 꼭 열여덟 개비가 남아 있을 겁니다. 눈이 이렇게 많이 왔으니 올핸 담배도 풍년이겠죠. 그러나 제가 지금 드린 ㉤담배는 하루에 꼭 한 개씩만 피우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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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상국,「동행」- <정답은 정답게시판에 있습니다.>
1.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은 것은?
① 비속어를 사용하여 현실에 대한 저항감을 표출하고 있다.
②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일상 생활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③ 낭만적 분위기의 배경과 감각에 호소하는 문체가 잘 어우러지고 있다.
④ 주로 인물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지만 서술자의 관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⑤ 권위에 호소하는 말하기 방식을 통해서 인물 간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2. [가]가 인물 간의 심리적 거리에 미치는 영향을 바르게 설명한 것은?
① 변함이 없다.
② 점점 멀어지게 한다.
③ 점점 가까워지게 한다.
④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게 한다.
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게 한다.
3. <보기>는 [가]에 대한 해설이다. 밑줄 친 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바르게 묶은 것은?
<보 기>
키 큰 사내는 어릴 적에 도덕적인 규범에 묶여 생명을 살리지 못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규범의 틀을 넘어 인간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결단을 하려 한다.
도덕적인 규범 생명
① 담 새끼 토끼
② 담 생물 선생
③ 새끼 토끼 생물 선생
④ 새끼 토끼 무서운 개
⑤ 도둑놈 무서운 개
4.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작품의 분위기에 생동감을 준다.
② ㉡:시대적인 배경을 드러낸다.
③ ㉢:순수하고 희망찬 세계를 의미한다.
④ ㉣:상대방과의 적대감과 오해를 풀게 한다.
⑤ ㉤:인물 간에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5. ⓐ~ⓔ의 사전적 의미로 바른 것은?
①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눔
② ⓑ:보기에 쓸쓸함
③ ⓒ:힘없이 한쪽으로 기움
④ ⓓ:보기에 넉넉함
⑤ ⓔ:조용하면서도 재빠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