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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완서 씨 선종, 못 가 본 길을 아름답게 떠나다 | ||||||
-빈소는 삼성 서울병원 장례식장 16호실.. 25일 오전 발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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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몇 년이나 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작가로서의 나의 새로운 다짐이 있다면 남의 책에 밑줄을 절대로 안 치는 버릇부터 고쳐볼 생각이다. 내 정신상태 내지는 지적 수준을 남이 넘겨짚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일종의 잘난 척, 치사한 허영심,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폐증이라고 생각되자, 그런 내가 정떨어진다. 자신이 싫어하는 나를 누가 좋아해주겠는가. 나를 스쳐 간 시간 속에 치유의 효능도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 그나저나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지. 고통의 기억뿐 아니라 기쁨의 기억까지 신속하게 지우면서. 나 좀 살려줘, 비명을 지르며 뛰어내리고 싶게 시간은 잘도 가는구나."
박완서 씨는 1970년 40세에 <여성동아>에서 '나목(裸木)'으로 등단해 한국전쟁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 속에서 생긴 자신의 깊은 상처를 다독거리며 글을 써왔으며, 서민들의 삶의 애환과 시대의 황폐한 인간성을 글로 비판해 왔다. 장편소설로 유명한 것은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이 있으며, 소설집으로는 <엄마의 말뚝>, <친절한'복희씨> 등이 있다. 동화집으로 <나 어릴 적에>, <보시기 참 좋았다> 등이 있으며,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호미> 등이 유명하다. 2010년에는 마지막 책이 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가 있는데, 이미 그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필요한 사람이었고, 좋은 글을 남겼으니 여한이 없을 것이다. 박완서 씨는 50대 중반에 영세를 받고 천주교에 입교했으며, 1996년부터 98년 말까지 천주교 서울주보에 기고했다. 이 글은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시냇가에 심은 나무)'이란 묵상집으로 출간되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