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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퍼컷입니다.
소설 본편 들어가기 전에 작가말이 있겠습니다.
제가 소설 연재하면서 편 시작 부분에 작가말을 쓴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겠군요.
일단 소설 시작전에 오래 기다리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소설 빨리 보고싶다는 쪽지도 여러번 왔었는데, 제가 그동안 게으르게 미루고 미루다 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연재없이 마무리를 짓지 못한 듯 싶습니다.
참고로 이번편은 완결인 만큼 분량이 상당히 깁니다.
평소에 올라온 분량의 '최소한' 5배 이상은 족히 될겁니다.
읽기 전에 미리 참고하시는게 좋을거라 생각해서 여기 끄적여 봅니다.
자- 그럼 '보이지 않는 이의 손길'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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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판> 보이지 않는 이의 손길‥ [213] -완결-
"자자-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준비 다 됐으면 이제 그만 올라가자!"
한영의 말을 끝으로 모두 저마다 산 문턱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애초에 이들이 모였던 곳은 산 문턱으로 연결된 숲이 울창한 국립공원이었다.
이제 모두가 진짜 목적지를 향해 산 위를 오르는 것만 남았다.
발랄하게 뛰던 제시카도 동작을 멈추고 산 문턱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는 여운이 담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더니 모두를 따라 산 문턱이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모두가 산으로 올라가면서 몸이 상쾌하고 가뿐해지는 것을 느꼈다.
코끝, 살갗에 와 닿는 공기부터가 인간의 손길에 닳고 닳은 도시와 달랐다.
이곳은 자연이 만들어낸 태고의 신비롭고 위엄한 모습을 그대로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나무와 숲, 그리고 지저귀는 새소리까지 모두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숨 쉬고 있었다.
얼마 전 눈이 와서 그런지 곳곳이 희끗희끗 덮여있었지만, 그 모습조차 솜이불을 덮은 듯 따듯해 보였다.
"와- 상쾌해. 공기가 넘 좋다, 안 그래?"
승희가 연신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을 표했다.
"난 말이야 매년 여기 올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져.
세상에 찌들지 않은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곳에서 대자연과 동화되는 기분이랄까."
"승희, 너만큼이나 순수한 곳이야."
승희의 한쪽 어깨 위에 손을 얹고 그녀와 시선을 맞추는 대섭이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우우- 닭살!"
대섭을 못 말려 하면서도 내심 좋은 듯 해맑게 미소를 띠고 있는 승희였다.
"어머머머-! 유치해. 너희 맨날 그러고 노니? 진짜 못 봐주겠다, 얘."
뒤따라 오는 제시카가 대섭과 승희 커플을 보며 빈정댔다.
그러자 대섭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제시카를 보며 대꾸한다.
"사돈 남 말 하시네. 누나야말로 아까 철수 형한테 '나 잡아봐라!' 하면서 온갖 유치한 장난은 다 쳤으면서."
"맞아, 저 언니가 우리보고 괜히 부러워서 저러는 거야."
대섭의 말에 승희가 흔쾌히 맞장구 쳐주었다.
그러자 제시카가 그들을 향해 능청스레 미소를 띠며 말한다.
"어머! 내가 왜? 나한테는 우리 철수가 있는데. 그치?!"
말을 마침과 동시에 제시카가 곁에 걷고 있는 철수한테 친근하게 팔짱을 끼었다.
"떨어져……."
철수가 미간을 좁히며 자신한테 팔짱 낀 제시카의 팔을 떼어냈다.
"에이- 좋으면서 튕기긴! 너무 수줍어하지 마."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금 철수한테 팔짱 끼며 고개를 더욱 가까이 밀착하는 제시카였다.
"정말인지 환장하겠군……."
자신한테 들러붙은 제시카를 보며 철수가 멋쩍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때 봉칠과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레이나가 그들을 재미있단 듯이 보며 말한다.
"너희 잘 어울리네. 보기 좋다. 혹시 둘 사이에 우리가 모를 썸팅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아닌척하지만 왠지 모를 다정다감함이 느껴지는 게 매우 수상한데……."
봉칠은 철수와 제시카를 보며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 대섭과 승희는 여전히 대자연에 심취해서 감탄하고 있었고 영태를 비롯한 태진과 지만은 산을 오르는 내내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한 번씩 훑어본 인섭이 못마땅하단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린다.
"내 참- 다들 진지함이 없는 게…… 소풍 온 것도 아니고 말이야……."
"뭘 새삼스럽게 그러냐? 원래 반은 소풍 가는 기분으로 온 거잖아."
곁에 걷고 있는 한영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인섭에게 말했다.
레이나의 동생인 한영은 지난 10년 동안 인섭과 각별한 우정을 나누며 절친한 친구로 지내왔다.
"그래도 그렇지. 오늘 같은 날에…… 아직 중요한 첫 자리도 마치지 못했는데 벌써 들떠 있으니……."
"뭐 어쩌겠냐? 10년이나 지났으니 '모임' 분위기가 처음 같지 않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하잖아.
매년 해마다 진행된 이 자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희석될 수밖에…….
모두가 후에 있을 뒤풀이를 기대하는 거 아니겠어?"
그렇게 말하는 한영 역시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산을 올랐을까.
숲길을 벗어나 언덕을 오른 이들은 마침내 전망이 확 트인 곳에 다다르게 되었다.
약 700여 미터 정도의 고도라 그런지 근처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보였다.
비록 산 정상은 아니지만, 이곳이 목적지인 듯 더는 오르지 않고 모두가 가만히 서 있었다.
"도착했군……."
전경을 바라본 철수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묘한 여운이 서려 있었다.
모두가 그와 같은 표정으로 한동안 말없이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했던 거와는 대조적으로 이곳에 온 순간 분위기는 거짓말처럼 180도 달라졌다.
이 순간 모두가 내려다본 전경은 다름이 아닌……, 10년 전 헤르메스와의 사투로 인해 초토화가 되었던 도시다.
현재 건설업을 하는 봉칠과 대섭이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XX시를 복구하는 중이지만,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지라 여전히 그날 흔적은 남아있었다.
파괴될 때는 0.1초도 안 되는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복구되는 데는 10년도 훨씬 넘게 걸린다.
지금 이들이 있는 곳은 이 XX시 부근에 있는 산에서 전경을 바라보기 가장 좋은 곳이다.
"오늘로 정확히 10주년이네……."
평소 늘 발랄했던 제시카조차 이 자리에서는 진지했다.
이 순간 이곳에서만큼은 결코 웃고 떠들 분위기가 아니기에…….
새해 첫날은 보통 사람들에게 축제 분위기지만, 여기 있는 이들에게는 의미가 전혀 다른 날이다.
이곳은 10년 전 그날 희생당한 수많은 사람을 추모하기 위한 자리다.
모두가 매년 이날에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무슨 일이 있어도 1월 1일에는 이 자리에서 만나기로 정했고, 모두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 '모임'에 참석했다.
오늘이 정확히 10주년 되는 날이다.
모두의 얼굴에는 저마다 뭉클함이 감돌았다.
봉칠을 비롯한 레이나와 제시카, 승희는 이미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이들은 10년 전 수많은 희생을 낳은 것에 대한 원인이 조금이나마 자신한테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 토벌군들이 자신을 위해 싸워주지만 않았더라면……,
헤르메스와 전투가 없었더라면……,
이 도시에 오지만 않았다면……,
마음속 한구석에 남은 슬픔과 아쉬움이 이들에게 이러한 의미 없는 가정까지 하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본 철수가 그들에게 다가오더니 말한다.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냐?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했다고 손가락질하거나 원망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지만 우리의 목숨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했어. 매년 이 자리에 올 때마다 그들한테 미안한 감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잖아……."
승희가 고개를 살짝 떨군 채 작게 중얼거렸다.
다소 애절해 보이는 그녀한테는 남다른 풍부한 감성이 있는 듯했다.
"불가항력이라곤 하지만 그날 투쟁의 여파로 인한 결과는 참담했어……. 지금도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 아파."
그렇게 말하는 제시카의 얼굴에서 뭉클함이 묻어나왔다.
과거에 조직에서 '티아마트'라는 코드네임으로 서슴없이 살생을 해왔던 그녀는 철수 일행과 함께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은 지 오래다.
곁에 있는 철수가 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그래, 그날 투쟁이 없었다면 그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몰라.
너희가 그들한테 미안함을 느끼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야.
하지만 그때 우리가 진정 원했던 것은 생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수치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해 본적은…… 적어도 난 없다."
"……."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단 말이야. 매번 여기 올 때마다 그런 얼굴 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철수는 제시카의 얼굴만 봐도 그녀의 심정을 헤아리고 있었다.
그만큼 그는 모두에게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다들 눈 감아. 묵념하자……."
봉칠의 한마디에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숙여 눈을 감았다.
모두 저마다 눈을 감은 채 묵념을 하며 그날 희생당한 수많은 이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헤르메스에게 필사적으로 대항하다가 죽어간 토벌군들……,
전투 시 폭발 여파로 인해 도시와 함께 증발되는 시민들……,
그날 있었던 악몽 같은 시간이 영상을 자아내며 모두의 머릿속에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
"……."
"……."
"……."
"……."
"……."
"……."
"……."
"……."
"……."
"……."
이 순간,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눈을 감은 채 10년 전 그날 희생된 모든 사람을 애도하며 편안히 잠들기를 기원했다.
"네페르툼, 세트, 네메시스, 그리피스, 누트, 나우네트, 네크베트, 사이, 세카트, 세라피스, 루티, 페트베, 프타, 오시리스, 아툼, 토트, 아누비스, 게브, 이시스, 토에리스, 호루스, 네이트, 네프티스……,
그날 희생당한 37만의 영혼들…….
부디 편안히 잠들길……."
레이나의 잔잔한 목소리가 아래 전경을 향해 작게 울려 퍼졌다.
얼마 후 추모를 마친 모두가 전망이 트인 그곳을 벗어나 깊은 산 속에 와있었다.
이미 날은 저물어 주위가 어두워졌고 나무와 숲이 우거진 쾌적한 이곳에서 모두가 뒤풀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무들이 울창한 숲 한가운데 아름다운 밤하늘 풍경이 보이는 이곳은 캠프파이어를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장소다.
대섭을 비롯한 지만과 태진은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 있었다.
이들이 치고 있는 텐트는 이 자리에 모인 모두를 수용하기 충분할 만큼 사이즈가 꽤 컸다.
텐트에서 약 6m쯤 떨어진 곳에서는 한영과 봉칠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주변을 따듯하게 했다.
여기서 뒤풀이로 밤을 보낼 계획으로 왔기에 야영에 필요한 것들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와아-! 드디어 캠프파이어다!"
"신 난다!"
제시카와 승희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까 추모를 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딴판이었다.
캠프파이어를 앞둔 지금 이곳은 이미 축제 분위기로 한껏 들떠 있었다.
모두가 이 순간을 기다려 온 듯했다.
매년 진행되는 이 모임은 원래 뒤풀이 없이 추모만 하고 끝냈다.
고인을 추모한 뒤에 뒤풀이로 파티를 즐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모두가 느꼈던 슬픔은 어느 정도 희석되었다.
급기야 이들은 2년 전부터 추모가 끝난 뒤에는 뒤풀이로 캠프파이어를 하며 파티를 즐겼다.
1월 1일인 오늘은 대참사가 일어난 비극적인 날이지만, 동시에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무사해 생존해서 새 삶을 영위한 첫날이기도 하다.
그날을 계기로 살아 숨 쉰다는 것에 한층 더 소중함을 느끼게 된 매우 의미 있는 날이라 그것을 기념할 파티를 즐긴다.
그때 숲에서 모습을 드러낸 철수와 인섭이 가져온 장작들을 모닥불 앞에 놓으며 모두에게 말한다.
"장작은 이 정도면 되냐?"
"더 필요하면 지금 말해."
모닥불 앞에는 땔감으로 쓸 장작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해. 수고했어."
봉칠이 OK 사인을 보내며 철수와 인섭에게 말했다.
그때 제시카가 활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모두 의욕 탱전이구나!! 다들 수고가 많아!
어이~ 지만이! 힘 좀 팍팍 쓰라구!! 덩치는 산만해서 말이야!
야, 거기 너! 농땡이 피우지 맛!"
텐트 치다가 잠시 쉬고 있는 대섭을 향해 제시카가 소리쳤다.
그러자 대섭이 제시카를 지나치며 대꾸한다.
"잠깐 뭐 좀 챙길 게 있어서 그래. 누나야말로 아까부터 계속 농땡이 피우고 뭐하는 거야?"
"뭐하긴 짜샤! 여기서 너희들 지휘하고 있는 거 아니겠어? 아하하하!"
제시카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며 크게 웃음을 선보였다.
평소 때와 마찬가지로 발랄하고 매우 활기가 넘치는 그녀다.
이윽고 대섭은 캠핑용 가방에서 방석을 꺼내더니 그걸 승희가 앉을 자리에 깔아주었다.
그 모습을 본 제시카가 감탄하며 대섭에게 소리친다.
"어맛! 대섭이 되게 젠틀하고 멋지다! 이런 곳까지 와서 와이프를 위해 방석도 깔아주고~ "
"바닥도 찬데 맨땅에 그냥 앉게 할 순 없잖아. 여자는 아래를 따듯하게 해줘야 하는 말도 있고……."
제시카의 칭찬에 대섭이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봉칠아, 너도 좀 보고 배워."
레이나가 팔꿈치로 봉칠의 옆구리를 살짝 치며 말했다.
"근데 방석은 하나만 챙겨 온 거야? 누나 건 없어? 응?"
"대섭아, 내 것도!"
제시카와 레이나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대섭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대섭이 멋쩍게 웃으며 말한다.
"하하. 그게…… 가방 안에 짐이 많아서 하나 밖에 넣을 공간이 없어서 말이야. 미안."
"치이. 대섭이 나빴어! 젠틀하고 멋지단 말 취소."
제시카가 살짝 삐친 듯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 이내 방석 위에 앉은 승희를 힐끔 보더니 입을 연다.
"아주 고귀한 여인네 납셨네~"
그때 근처에 있던 영태가 다가와서 제시카한테 말한다.
"방석 대신 뭐하지만 내 무릎이라도 빌려줄까? 꽤 단단하긴 하지만 따듯하다구!"
"히잉~ 생각해주는 건 고마운데 그랬다간 우리 철쑤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 같아서 말이야……."
그렇게 말한 제시카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철수를 곁눈질로 힐끔 보더니 이내 영태한테 다시금 작게 속삭인다.
"쟤, 저래 봬도 은근히 질투가 많거든.
이제 곧 자기 마누라 될 나한테 네가 그렇게 신경 썼다간……
꺅!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쫘악! 내가 다 떨린다구!"
"아주 쌩쇼를 하는구나. 누가 누굴 질투해? 그리고 뭐? 마누라? 내 참~ 이건 뭐……."
어느덧 제시카한테 다가선 철수가 몹시 어이없어하며 중얼거렸다.
청각이 매우 뛰어난 그는 멀찍이 떨어진 거리에서도 제시카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었다.
예전에 조직에서 세크메트(레이나)를 통해 익혔던 심안술(心眼術)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몸에서 기억하고 있는 거다.
"어맛! 다 들었어?"
제시카가 철수를 향해 능청스레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당연하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제시카. 너도 가서 텐트 치는 거나 도와 임마. 계속 빈둥거리고 말이야."
철수가 못마땅하다는 식으로 중얼거렸다.
"아잉~ 나처럼 연약한 여자가 어찌 그런 일을 해~ 살짝만 밀어도 쓰러질 거 같은 이 청순가련한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제시카는 철수의 품에 기대려고 몸을 기울였다.
거기에 반응한 철수는 그녀를 밀치려고 양팔을 뻗었지만 한 박자 늦었다.
이미 제시카의 몸은 철수의 품 안에 와있었고, 철수의 양팔은 허공만을 가른 채 제시카의 몸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타이밍이 절묘하게 어긋나서인지 의도치 않게 철수가 양팔로 그녀를 안아버린 연출이 된 거다.
"!!"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철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제시카는 예상이라도 했단 듯이 능청스레 입을 연다.
"어맛! 이를 어째~ 철수가 나를 안아버렸네~ 아이참~ 이제 보니까 너도 은근히 밝힌다~"
철수의 품에 안긴 제시카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자 철수가 자신의 품에서 제시카를 떼어내며 입을 연다.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네가 무슨 오노냐? 할리우드 액션하게?"
"어머, 나 액션 배우잖아, 잊었어? '브루스 리'나 '우마 서먼' 저리 가라 할 화려한 액션을 보여줄 미모의 액션 여배우!"
과장된 몸짓으로 몸을 한 바퀴 돌며 허공에다가 하이킥을 한 번 날려주는 제시카였다.
뛰어난 무술실력과 연기력을 갖춘 그녀는 이미 할리우드에서도 여러 번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는 액션 여배우다.
'제시카'라는 이름은 흔하지만, 그 호칭만 들으면 누구나 다 그녀를 떠올릴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톱스타다.
배우가 된 경력이 길지 않은 그녀가 이렇게 유명해진 건 외모나 연기력보단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예술의 경지에 이른 무술실력 덕분이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한국에 들어올 시간이 없는 그녀는 모임이나 특별한 날이 아니면 얼굴을 비치는 일이 없었다.
그녀가 이렇게 모두와 함께 보내는 건 거의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다.
"그래, 잘나신 유명인사지. 더럽게 비싼 몸이기도 하고……."
철수가 제시카한테서 시선을 거두며 작게 중얼거렸다.
다소 진지해 보이는 그의 표정에는 묘한 여운이 서려 있었다.
그때 레이나가 다가오며 제시카한테 말을 건넨다.
"제시카! 이제 곧 저녁 먹을 시간인데 나랑 사냥하러 가지 않을래?"
"바라던 바야! 이번엔 내기할까? 누가 먼저 사냥해오는지?"
사냥하러 가자는 레이나의 말에 제시카가 기다렸단 듯이 흔쾌히 받아들이며 내기하자는 제안까지 했다.
그러자 레이나 옆에 있는 봉칠이 나서며 말한다.
"그냥 사냥만 해오면 될 걸 무슨 내기야?
그러다가 2마리 잡게 되면 먹다 남은 건은 어떻게 처리하려고?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사냥해. 멧돼지나 사슴 한 마리면 충분하고도 넘쳐나."
"남으면 배고픈 늑대나 곰한테 나눠주면 되지, 뭐."
봉칠의 말에 제시카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답했다.
"단순한 재미를 위해 동물들을 죽이는 야만적인 짓은 하지 말라구, 제시카.
조직에서 나온 지 10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생명의 가치에 대해 헤아리지 못한 거야?"
"나도 알아, 그냥 해본 소리야. 조크 좀 한 거 가지고 되게 까칠하게 구네. 레이나, 네 남편 넘 진지하다~"
제시카가 봉칠을 턱으로 가리키며 레이나에게 말했다.
"그래도 나랑 단둘이 있을 땐 다정다감해~"
레이나는 제시카 앞에서 봉칠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사이좋은 모습을 뽐냈다.
그러자 봉칠이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연다.
"흠흠……. 아무튼, 사냥은 레이나랑 제시카 둘 중 한 명만 가는 게 좋겠어.
멧돼지 한 마리 잡으러 굳이 둘이서 갈 필요는 없잖아."
"내가 갈게. 계속 둘이 찰싹 붙어있으셔~"
제시카는 그렇게 말을 내던지고는 근처 숲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때 승희가 기다렸단 듯이 자리에 일어서며 그녀를 부른다.
"언니, 나도 같이 가!"
"어머, 승희가 웬일로? 훼방이라도 놓으려는 거니?"
자신한테 다가온 승희를 보며 제시카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훼방은 무슨. 전부터 언니가 사냥하는 거 구경해보고 싶었단 말이야.
나 정말 방해 안 할게. 그러니까 제발~ 응? 언니이~"
승희가 애교를 부리며 제시카한테 같이 데려가 달라고 졸랐다.
"재미있겠다! 나도 구경 갈게!"
"나도!"
"나도!"
영태를 비롯한 지만과 태진도 덩달아 제시카의 사냥을 구경하고 싶어 했다.
갑작스러운 그들의 행동에 제시카는 일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단 듯이 웃으며 말한다.
"너희들 가다가 맹수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그러니? 울고 떼쓰는 니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뭐 어때서? 그래도 이렇게 든든한 언니가 옆에 있으면 안전하잖아."
"좋아, 어차피 멧돼지가 꽤 무거울 텐데.
저기 남정네들한테 잡은 사냥물 옮기는 거 맡기면 딱이겠다~
자, 모두 렛츠고!"
"와아!"
그렇게 제시카는 자신을 따라 사냥 구경을 원하는 이들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승희를 비롯한 영태와 지만, 태민은 제시카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밤이라서 그런지 주변은 몹시 어두웠다.
모두 저마다 손전등의 둥그런 불빛을 앞에 비추며 어두운 숲 속을 걸었다.
얼마 후 나뭇가지를 헤집고 앞으로 걷던 제시카가 멧돼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크기를 봐선 새끼는 아니고 어느 정도 꽤 자란 준성체 멧돼지다.
수풀에 몸을 숨긴 제시카는 검지를 입술에 대며 뒤따라온 이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쉿! 드디어 발견. 들키지 않게 자세 낮추고 조용히 있어."
제시카의 속삭임에 승희를 비롯한 영태와 지만, 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저녁은 저 녀석이다냥~ 이제 곧 사냥개시니까 잘 보라구."
말을 마침과 동시에 제시카는 다리를 한 짝씩 번갈아 가며 쭉 뻗어 스트레칭을 해댔다.
사냥을 앞둔 그녀는 간단한 몸풀기를 한 뒤 수풀 사이로 보이는 멧돼지를 유심히 살폈다.
침착하게 사냥감의 작은 움직임까지 주시하고 있는 그녀의 눈빛은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 같았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숨죽이며 지켜보던 태진이 제시카한테 말한다.
"멧돼지 한 마리 잡는데 왜 이리 신중해? 그냥 냅다 가서 잡으면 되잖아. 누나라면 대충 달려들어도 순식간일 텐데……."
"모르는 소리.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한다구.
표적을 노릴 때는 한 치의 방심도 용서하지 않는 철저함을 갖춰야 해.
북산과의 경기를 앞둔 산왕의 기분으로 말이야."
나름 진지하게 말한 제시카에게 지만이 한마디 내던진다.
"누나, 산왕은 북산한테 졌어."
"아무렴 어때서? 지금 개시다. 잘 보라구."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시카가 몸을 빠르게 이동시켜 표적을 향해 뛰어들었다.
수풀에서 튕겨 나오듯이 모습을 드러낸 그녀가 멧돼지를 향해 쏜살같이 다가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멧돼지는 그녀가 다가온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몸을 공중에 띄운 그녀는 오른발을 하늘로 높이 치켜들더니 이내 아래로 힘껏 내리찍었다.
"타앗!"
기합과 함께 위에서 아래로 쏜살같이 내려오는 제시카의 발뒤꿈치가 멧돼지의 머리를 세게 강타했다.
"꾸이이익!!"
제시카의 일격을 허용한 멧돼지는 괴성을 내지르더니 이내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사냥 완료."
바닥에 착지함과 동시에 내뱉은 제시카의 한마디였다.
"굉장해, 멋졌어!"
영태가 환호성을 내지르며 제시카한테 다가왔다.
그 뒤로 태진이 다가오며 입을 연다.
"사냥할 때 총이 따로 필요 없네."
"뭐야, 이렇게 간단히 끝낼 거면서? 사냥하는 시간보다 몸 푸는 시간이 더 길잖아."
승희가 살짝 어이없어하며 투덜댔다.
"영상 담아서 카페에 올리려고 했는데. 어두운 배경에 워낙 순식간이라 뭐가 뭔지 제대로 찍히지도 않았네……."
다소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지만이 중얼거렸다.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시카가 태연스레 미소를 띠며 말한다.
"자자~ 사냥 끝났으니까 이제 돌아가자. 다들 옮기는 것 좀 도와. 어서!"
그 말을 끝으로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사냥물을 가지고 숲에서 빠져나와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텐트 설치와 모닥불 피우는 작업이 모두 끝나 있었다.
제시카는 잡아온 멧돼지의 가죽을 벗겨서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인섭은 아이스박스에서 꺼낸 맥주 캔을 모두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어느덧 가죽이 다 벗겨진 멧돼지는 막대기에 꽂힌 채 모닥불에 구워졌고……, 모두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앉아 식사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맥주와 같이 먹는 멧돼지고기는 모두에게 있어서 별미다.
"음음. 역시 여기서 먹는 멧돼지가 술안주로 제격이군."
맥주와 함께 입안으로 술술 넘어가는 고기 맛에 인섭이 몹시 흡족해했다.
그러자 곁에 앉아있는 한영이 재미있단 듯이 웃으며 말한다.
"킥킥. 자식, 아까는 소풍 온 거냐면서 못마땅해하더니 막상 이 자리에 오니까 좋아 죽는구나!"
"그거야 그때는 추모하기 전이라서 그런거고……, 그때랑 지금은 별개지.
나 역시 이 순간을 기다려 왔었거든…….
아무튼, 이 자리를 위해 그동안 기타 연습도 많이 했으니까 기대하라구."
"호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인데? 간만에 우리 인섭이의 근사한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겠군."
그렇게 말한 한영은 캔에 꽂힌 빨대를 입에 물고 맥주를 빨아 마셨다.
지만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고기를 꾸역꾸역 씹어먹으며 감탄을 표한다.
"오오- 정말 놀라워! 저번에 레이나 누나가 잡은 사슴 고기보다 훨씬 맛있어!"
"사슴과 다르게 멧돼지에는 기름기가 있으니까 그런 거 같아. 음음. 하여간에 맛있긴 진짜 맛있네."
곁에 있는 태진도 감탄을 표하며 뼈에 붙어있는 마지막 고기까지 맛있게 씹어 먹었다.
영태는 식사하는 지만을 보며 재미있단 듯이 웃으며 중얼거린다.
"크큭. 돼지가 돼지를 먹네."
현재 캠프파이어가 진행되는 이곳 분위기는 몹시 화기애애했다.
같이 나란히 앉아서 식사하는 대섭과 승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몹시 사이가 좋아 보였다.
바로 그 옆에 봉칠과 레이나 커플도 식사 중에 다정다감하게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제시카는 식사하는 철수 옆에 찰싹 붙어 앉아 있었다.
아까부터 그녀는 철수 곁에서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몰랐다.
"어때? 맛있지? 맛있지?"
"……."
"많이 먹어. 내가 우리 철쑤 생각하면서 잡아온 거야~"
"……."
"어머! 어쩜 식사하는 모습도…… 야성미가 넘치는 게 멋지다~"
"……."
몹시 신이 나서 떠드는 제시카의 말에도 아무런 대꾸 없이 묵묵히 고기를 씹어 먹는 철수였다.
철수 성격상 자신한테 계속 말 시켜대는 제시카한테 조용히 하라며 짜증 낼 법했지만, 그래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미 단념하고 포기한 듯했다.
이윽고 제시카는 고기가 붙은 뼈다귀 하나를 집어들더니 철수의 입 쪽으로 들이대며 말한다.
"자, 아~ 해 봣!"
"아, 진짜! 내가 알아서 먹는다고!"
짜증이 섞인 말투로 중얼거린 철수는 제시카가 들고 있는 고기를 홱- 낚아챘다.
어느덧 인섭은 식사를 하다말고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곳 풍경과 걸맞게 잔잔한 기타의 멜로디가 밤하늘에 흐르는 은하수같이 흘러나왔다.
그와 더불어 캠프파이어는 축제 분위기로 한층 더 달아올랐다.
문뜩 승희는 고개를 든 순간 밤하늘을 가르는 별똥별을 보게 되었다.
도시와 달리 불빛이 없고 공기가 좋은 이곳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뿐만 아니라 별똥별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순간 승희는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행복하기를……
언제나 지금같이 웃을 수 있기를……
그렇게 승희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밤이 깊어갔고 캠프파이어는 본격적인 축제 분위기로 무르익었다.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곳은 캠프파이어의 열기로 뜨거웠다.
커다란 캠프파이어는 아름다운 밤하늘 풍경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어느덧 축제 분위기에 취한 승희는 모닥불을 등진 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신 나게 춤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와아아아아아!!"
"워워워워워워!!"
승희가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모두 저마다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와중에 인섭은 승희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즉흥적으로 치는 것이지만, 인섭의 기타 연주는 더없이 훌륭했다.
어느덧 노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간 승희는 모두에게 박수갈채를 받고 있었다.
"와우~ 멋졌어!"
한영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승희한테 외쳤다.
이윽고 제시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큰소리로 레이나를 부른다.
"레이나! 우리도 나가서 몸 좀 풀어볼까?"
"좋아!"
레이나가 흔쾌히 대답하며 제시카와 함께 무대 앞으로 나왔다.
모두가 둘러싸고 있는 모닥불 바로 앞쪽 공간이 여기서 임의로 지정된 무대다.
이윽고 인섭의 기타 연주와 동시에 제시카와 레이나의 연무가 시작되었다.
"와아아아아아!!"
모두의 환호성이 울리는 가운데 제시카와 레이나는 양손에 각각 부채를 손에 쥔 채 현란한 몸짓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화려한 동작으로 부채춤을 추고 있는 이들은 이 자리를 위해 미리 준비해놨는지 서로 호흡이 착착 맞아떨어졌다.
"와아~ 부채는 또 언제 준비한 거야?"
"작년에는 칼춤이더니 이번에는 부채춤이네."
태진과 지만이 몹시 흥미로운 눈초리로 말했다.
"저 누나들 부채 들고 춤추는 게 꼭 예전에 '와' 불렀을 때 '이정현'을 보는 기분이군.
아니 '이정현'보단 '시라누이 마이'에 더 가까운가?
춤이라기에는 뭔가 강렬해 보이는 게……."
그렇게 말한 영태는 제시카와 레이나의 춤에 몰입하고 있었다.
곁에 있는 철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작게 중얼거린다.
"쟤네들은 춤을 추는 거야? 무술을 하는 거야?"
레이나와 제시카의 몸짓에는 춤을 추면서도 무술을 하는 듯 다른 어떤 힘이 실려 있었다.
이들이 지금 시전하는 동작들은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
팔꿈치, 손목, 무릎, 발목, 심지어는 손가락 마디마디, 관절이 꺾일 때마다 공기와의 마찰을 내며 짧게 짧게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춤이라기에는 너무 강했고 무술이라기에는 매우 아름다웠다.
어느덧 춤을 추던 제시카가 철수 쪽으로 가까이 와서 허리를 흔들며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철수의 어깨 위에 살짝 손을 얹은 채 유혹하는 몸짓으로 섹시하게 몸을 흔드는 제시카였다.
"별……."
철수는 콧방귀를 뀌며 심드렁히 맥주를 들이켰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의식하고 있는지 곁눈질로 힐끔 제시카를 보았다.
그때 제시카는 철수한테 윙크하면서 깜찍한 미소를 띠었다.
"잇힝~"
"내 참."
철수는 제시카의 시선을 피하고는 들고 있는 고기를 씹어먹었다.
어느덧 연무가 끝났고 제시카는 기다렸단 듯이 자리로 돌아와 앉더니 철수에게 친근하게 어깨동무하며 입을 연다.
"나 춤출 때 어땠어? 관능미 넘치는 게 백조같이 아름다웠지? 그치?"
"……."
"그래, 나도 알아. 우리 철쑤 생각하면서 연습 많이 했거든~"
혼자 묻고 혼자 답하는 제시카였다.
"……."
"어맛, 우리 철수 표정이 굳었네?
어쩜~ 좀 전에 나의 그 아름다운 몸짓에 매료되었구나!
그럼 그렇지! 막~ 설레고 가슴이 막~ 두근거리고~ 심장이 콩닥콩닥~!"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시카는 철수한테 찰싹 달라붙어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철수의 왼쪽 가슴에 고개를 가까이한 제시카가 몹시 감탄하며 말한다.
"어머낫~! 우리 철수 심장박동이 빨라졌넹~ 콩닥콩닥~!
하긴 나같이 사랑스러운 미모의 여인이 옆에 있는데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지~ 콩닥콩닥~!"
"헛소리 그만하고 떨어져."
철수가 손바닥으로 제시카의 볼을 밀어서 그녀를 자신의 품에서 떼어냈다.
그때 가까이 있는 레이나가 철수에게 손짓하며 말한다.
"어이! 너도 나가서 한 곡 불러보지그래?"
"뭐?"
레이나의 말에 철수가 살짝 어이없어함과 동시에 당황했다.
"맞아! 이런 자리에 철수가 빠질 순 없징~!"
제시카가 흔쾌히 미소를 띠며 철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됐어, 노래는 무슨……. 니들끼리나 실컷 하셔."
철수는 영 내키지 않은지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제시카는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한술 더 뜨며 모두에게 큰소리로 철수가 노래 부를 것을 예고한다.
"얘들아~! 지금 철수가 나가서 노래 부른대! 모두 박수~!!"
"와아아아아!!"
모두가 환호성을 내지르며 철수에게 박수갈채를 해줬다.
"와~ 철수 오빠 노래 넘 기대된다~"
승희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철수를 보았다.
"이야~ 우리 사장님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줄이야.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재미있겠다. 동영상 찍어야겠어. 크큭."
영태와 태진이 재미있단 듯이 웃으며 철수의 무대를 기대했다.
"철수 형, 화이팅~!"
"나가서 떨지 말고 잘해봐!"
대섭과 한영이 주먹을 쥐어 파이팅 포즈를 선보이며 철수를 향해 외쳤다,
"이… 이것들이……"
철수는 몹시 난처한 듯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가까이 앉아있는 레이나가 실소를 터뜨리며 철수에게 말한다.
"쿡. 이번에도 '학교종' 노래 부르려고? 아님 '산토끼'?"
"뭐, 뭐야?"
문뜩 철수는 잊고 싶은 예전의 민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11년 전, 조직의 연구소에서 '세크메트'라는 코드네임을 쓰던 레이나 앞에서 '학교종'과 '산토끼'를 불렀던 자신의 흑역사를…….
잠시 그때 일을 회상한 철수는 다소 무안했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인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저 재미있는 추억거리 중 하나이기에…….
※17편 참조※
"뭐 하고 있어? 철쑤우~ 빨리 나가서 노래 불러줘~"
"맞아, 다들 기다리잖아."
"알았다. 알았어. 그 자식들 되게 보채네……."
제시카와 레이나의 다그침에 철수가 마지못해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나 모닥불 앞에 섰다.
그렇게 무대에 선 철수는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되었다.
철수는 인섭에게 자신이 부를 노래명을 알려주며 반주를 부탁했다.
이윽고 인섭의 기타 연주와 동시에 모두가 환호성을 내지른다.
"와아아아아아!!"
모두의 환호성이 울리는 가운데 철수가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이내 모두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거리 위에 지쳐버린 사람들의 한숨 속에 잃어버린 나를 보았지~"
"와아아!!"
초반에 다소 어색해했지만, 모두의 열광에 힘입은 철수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노래를 부른다.
"언제까지나 어린 날의 나의 꿈을 찾아가는 거야~ 또 다른 나의 세상을 위해서~"
노래를 부르던 철수는 열광하는 분위기에 취한 나머지 급기야 춤까지 추었다.
춤이래 봤자 일정한 형식이 있는 것이 아닌 제멋대로 추는 막춤이었다.
몸치인 그가 할 수 있는 건 어깨를 들썩거리거나 몸을 막 흔드는 것이 고작이다.
몹시 서투른 노래와 춤솜씨지만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즐겁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모두의 웃음소리가 음악과 함께 숲 속에 울려 퍼졌다.
모두가 이런 신 나는 분위기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문뜩 인섭이 춤추고 있는 철수를 보고 입꼬리를 지어 올리며 중얼거린다.
"녀석, 안 한다고 빼더니 훨훨 나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인섭은 열심히 기타를 치고 있었다.
오늘 밤의 열정을 녹여낸 것만 같은 힘찬, 그러나 묵직하지 않고 경쾌한 선율이 흘렀다.
캠프파이어의 커다란 불길은 일렁이며 휘황찬란한 빛의 향연을 만들어냈고 축제의 분위기는 한층 더 무르익어 갔다.
"하하하하하하!!"
철수의 어색한 노래와 춤이 모두를 웃게 하였다.
모두가 박장대소하는 가운데 철수의 노래와 춤은 멈출 줄을 모르고 계속 이어졌다.
"아하하하하하하!!"
승희의 웃음은 언제봐도 해맑고 순수해 보였다.
종규를 만났을 때의 속물적인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세상에 찌들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앞으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거다.
레이나가 웃었다. 웃음을 보이지 않을 거 같은 그녀가 모두와 함께 웃고 있었다.
웃는 그녀의 모습은 평소보다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10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모습……, 언제나 냉정하게 무표정으로만 일관하던 예전의 모습은 이제 추억 속에서만 존재한다.
모두와 함께 어울리면서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변한 그녀한테 예전의 어두운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세크메트'가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받는 평범한 여자이며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친구이다.
철수는 자신을 둘러싼 모두의 모습을 각각 한 번씩 쳐다봤다.
모두가 자신을 향해 열광하며 웃고 있었다.
이 자리에 주인공이라고 느껴질 만큼 그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눈가로 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싸움할 때 옷을 적셔오던 끈적끈적하고 기분 나쁜 땀이 아니라 상쾌함마저 느껴지는 기분 좋은 열정의 산물이었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춤을 추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으로 인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이 상황이 싫지 않았다.
모두를 기쁘게 해주며 관심받는다는 것이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모두와 함께하면서 평화로운 환경에 서서히 동화되어갔다.
문뜩 그는 예전에 아무 거리낌 없이 막 나가고 삐뚤어진 자신을 떠올렸다.
살면서 해온 수많은 싸움을 돌이켜 본 순간 잔인하고 냉혹했던 과거의 자신을 발견했다.
잘못된 가르침으로 인해 삐뚤어진 그는 하루가 멀다고 싸움을 하면서 자랐다.
어린 시절 언제나 친구 없이 외롭고 쓸쓸했던 그……, 어쩌면 그동안 자신의 외로움을 싸움을 통해 풀어왔던 건지 모른다.
그때 싸움이 좋았고 누군가를 때리는 것이 즐거웠지만, 인제 와서 돌이켜 보면 아프고 힘든 기억들밖에 없었다.
싸움을 통해 수많은 위기에 직면한 그의 일상은 파란만장한 삶의 연속이었다.
그때 끔찍했던 기억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세크메트에게 덤볐다가 안구를 뽑혔던 일…….
우대혁 일당과 싸우다가 산장에 끌려가서 불구가 될 뻔했던 일…….
투명인간 김종규와의 피 튀기는 사투…….
공포조차 초월해 버릴 정도로 극도의 절망감을 선사해준 헤르메스의 존재…….
무수한 기억 가운데 가장 강하게 남는 건 '공포'와 '절망감'이다.
살면서 해왔던 그 모든 사투……,
닥쳐왔던 수많은 위기……,
이젠 그 모든 것들이 꿈같이 느껴진다.
오랜 시간 동안 평화로운 삶에서 익숙해졌기에…….
철수는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보며 생각했다.
이들과 함께라면 적어도 예전같이 외로울 일은 없을 거라고……,
어두웠던 자신의 모습을 잊고 이대로 계속 평화로운 삶을 누릴 거 같다고…….
어느 순간 알게 모르게 이 자리에 함께하는 모두가 그한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어느덧 노래를 마친 철수는 모두에게 박수갈채를 받으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런 그를 제시카가 기다렸단 듯이 환호하며 반겨준다.
"멋져~ 역시 우리 철수가 짱이야~! 여심을 뒤흔드는 최고의 무대였어!"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해라."
제시카의 과장된 칭찬에 철수가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
"정말이야~! 아이돌 뺨칠 정도로 멋졌다구! 아무튼, 기분이닷! 이 내가 상으로 특별히 뽀뽀해줄게~ 자~"
제시카가 입술을 쭉 내밀어 철수 쪽으로 가까이했다.
하지만 철수는 그걸 거부하며 가까이 오는 제시카의 입술을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치워. 입에 발린 소리나 하고 말이야."
"어머! 너 방금 내 백만불짜리 입술을 거부한 거니? 어쩜 이런 일이…… 남자가 맞다면 절대 이럴 리가 없는데……."
"백만불은 무슨…… 그런 건 줘도 이쪽에서 사양이야."
철수는 제시카한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심드렁히 대꾸했다.
의도적인지 몰라도 그는 반나절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함께하면서 그녀와 눈을 마주친 적이 거의 없었다.
"배부른 소리 하긴……. 나 제시카야.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굉~ 장히 핫한 여배우."
"……."
"내 입술을 훔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잘나가는 남배우들도 나랑 키스신 찍고 싶어서 안달한단 말이야.
그런 나한테 특별히 선택받은 넌 세상에서 둘도 없는 행운아라구!"
"알게 뭐야. 나 말고 잘난 남배우들이랑 실컷 하든가."
"치이- 너무 해. 넌 어쩜 내 맘도 몰라주고……. 철수 미워."
매정한 철수의 말에 제시카는 삐친 듯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렇게 그와 그녀 사이에서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철수의 옆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제시카가 정적을 깨며 그에게 말을 건넨다.
"저기 있잖아……. 사실 그동안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말해."
철수는 여전히 제시카한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대꾸했다.
"나 말이야. 앞으로 1달만 있으면 고향(캐나다)에 있는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
아마 그때가 되면 소속사에서 다시 계약을 체결해달라고 하겠지."
제시카가 나름 진지하게 말을 이어가고 있었고 철수는 별로 관심 없어 하는 듯하면서도 그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난 거절할 생각이야. 이제 한국에 와서 활동하려고……."
"정말이냐?"
제시카의 한마디에 철수는 일순간 놀람을 담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딴 곳을 바라보던 그가 그제야 그녀에게 시선을 준 거다.
"이미 고향에 있는 부모님한테도 말해놓은 상태야. 앞으로는 계속 한국에서 지낼 거라고…….
물론 종종 고향에 놀러 가야겠지만……. 그때 너도 인사하러 같이 갈 거지?"
제시카가 철수를 향해 생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한 거야?"
"갑자기 한 결정 아니야. 그동안 늘 생각하고 있었어.
고향에서 지내는 동안 모두와 너무 오래 떨어져 있는 게 마음에 걸렸거든.
부모님도 내가 살고 싶은 곳에 가서 편하게 살라고 하시고……."
"훗. 여기 와서 살고 싶긴 했던 거냐?"
철수는 다소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제시카를 바라보았다.
제시카는 친근하게 철수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말한다.
"나 여기 와서 살면 우리 앞으로 맨날 맨날 볼 수 있어. 어때, 좋아 죽겠지?"
"좋아 죽긴 무슨……. 그런 얘기라면 미리 하든가. 왜 이제 말하는 거야?"
겉으로 내색하지 하지 않았지만, 철수는 아까와 달리 표정이 한층 밝아 보였다.
"에이~ 좋으면서 튕기긴. 쪼옥~"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시카가 철수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볼에 키스했다.
순간 당황한 철수가 제시카를 떼어내며 소리친다.
"무… 무슨 짓이야?!"
"히잉~ 다 알면서…….'
당황하는 철수에게 제시카가 능청스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철수의 볼에 뽀뽀하고 난 그녀는 기분이 몹시 상쾌해 보였다.
"아~ 기분 좋다. 우후후. 이제야 철수의 볼에 뽀뽀해버렸네~ 이젠 입술에다가 할 차례인가~"
"뭐… 뭐?"
철수는 몹시 당황함과 동시에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그런 그의 표정을 살핀 제시카는 그만 크게 웃음을 터트린다.
"아하하하하하하하!! 얼굴 빨개진 것 좀 봐!! 철쑤~ 표정 넘 귀여워~ 아하하하하하하하하!!"
환하게 웃는 제시카의 모습은 누가 봐도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천연덕스럽고 때 타지 않은 한없이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이다.
조직에서 '티아마트'라는 암살자였던 그녀는 이미 1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검은 피가 다 씻기고 순수함만이 남아있었다.
철수는 말없이 제시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맑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청순하고 아름다웠다.
이 순간 그는 자신이 그녀를 계속 웃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의 웃음을 앞으로 계속 보고 싶었다.
이런 그녀와 함께라면 자신도 웃으며 지낼 수 있을 거 같았기에…….
제시카를 바라보던 철수는 끝내 미소를 짓게 되었다.
표정에 큰 변화 없이 옅게 지은 미소지만, 거기에는 어떠한 가식도 섞이지 않은 순수함이 깃들여 있었다.
이것은 오랜 시간 동안 어두운 삶을 살아왔던 그한테 몇 안 되는 진심이 담긴 미소였다.
30년 동안 살면서 그가 이렇게 진심으로 밝게 미소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시카와 철수 사이에서 진실된 웃음과 미소가 공존한 채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 모습은 어느 때보다 훈훈해 보였다.
인섭이 치는 기타의 멜로디가 왠지 모르게 낭만적이고 로맨틱하게 들렸다.
"보기 좋네……."
철수와 제시카를 잠시 바라본 레이나가 흐뭇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자자~ 무료하게 있지 말고 누가 나와서 한 곡 불러 봐!"
한영이 손뼉을 치며 모두에게 외쳤다.
그러자 철수가 자신의 옆쪽에 나란히 앉은 영태를 비롯한 태진과 지만을 향해 지시하듯이 말한다.
"영태랑 태진이 지만이……, 분위기도 띄울 겸 나가서 춤이나 춰라. 명령이다. 안 그러면 월급을 반으로 줄여버릴 거야."
"엑?! 너무해요!"
갑작스러운 철수의 지시에 영태를 비롯한 지만과 태진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모습을 본 대섭과 승희가 실소를 터트리며 중얼거린다.
"여전하네……."
"그러게 말이야."
제시카는 이 자리에 둘러앉은 모두를 한 번씩 훑어보더니 철수에게 말한다.
"새삼 느끼는 건데 너도 그렇고 모두 많이 변한 거 같아……. 다들 저렇게 밝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게 말이야."
"그런가? 뭐 하긴 우리가 좀 많은 경험을 했어야지.
죽을 뻔하기도 하고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다 보면 내성이 생긴다고…….
이제 더는 파란만장해질 것도 없으니까 말이야."
"그럼~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할 거야~
나도 곧 있으면 여기 한국에서 살게 될 테니……
후훗. 그럼 둘만의 좋은 시간도 많이 생길 거야……."
제시카가 들뜬 표정으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철수는 멋쩍은 미소를 띠더니 밤하늘 풍경을 바라보며 말한다.
"훗. 좋은 시간이라…….
난 말이야, 뭘 해도 나쁜 일만 일어나지 않으면 세상에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해왔어.
그게 나한테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10년 가까이 별일 없이 지내오니 이것도 내성이 생긴 거 같아.
옆에서 자꾸 신경 쓰게 하는 너 때문에 더더욱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철수는 말끝을 흐렸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밤하늘 풍경은 이 순간 너무나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보였다.
제시카는 그런 철수의 시선을 따라 밤하늘 풍경을 보더니 그에게 말을 건넨다.
"이제 새해도 됐는데 우리 올해에 뭐할까?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어?"
"계획은 무슨……. 그냥 좋게 재미있게 즐기면 되지 뭐 특별한 게 있겠어?"
"무슨 대답이 그래? 너무 성의가 없잖아. 넌 어쩜~ 뭐든지 대충대충이야."
"그래, 대충이다.
뭘 하더라도 좋은 시간이라면……
대충 내키는 대로 살면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거든……."
"하하! 그것도 그래! 역시 철수다운 말이야~"
"후훗."
말은 대충이라고 했지만, 모두가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10년 전 죽다 살아난 이들은 일분일초도 헛되이 쓰지 않는다.
그날 잃어버린 무수한 생명과 더불어……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보람차게 보내며 새 삶을 영위해나간다.
때때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수 있지만,
여느 때 같이 어떻게든 극복해 나갈 거다.
모두가 함께라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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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리플 수고하셨습니다.
중간중간 end 나와서 끝이구나 햇는데 역시나 추가 내용이 더러 있군요 마지막다운 분량 갑입니다. 그리고 뭔가 반전 있을줄 알앗는데.... 반전없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네요.
마지막 편은 철수제시카가 주인공!ㅎㅎ
얼마전에 한번에 몰아봤는데 진짜 잼있게 읽었네요.. 다음편 언제나오나 매일기다렸는데 뉴뜬거 보고 바로 읽고 댓글남겨요!!
소설완결낸거 축하하고요. 근데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넘아쉬워요.ㅜ.ㅜ 솔직히 거짓말 1%안보태고 이소설이 짱보다 더 재미있었네요..
글인데도 매번 박진감넘치고 흥미진진한 진행때문에 지루할새없어서요. 초반에 장르가 제취향이 아니라서 별로일줄알았는데 진짜 넘 재미있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네요. 제시카랑 철수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최종몹 헤르메스는 마지막까지 공포스럽네요. 성인인데도 읽으면서 지릴정도니..
저도 글읽는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소설은 짱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네요.
@gksthf2 이런식으로 짱을 까는건가.ㅋㅋ 읽진 않았지만 아니 어케 소설이 짱보다 재미있다니... ;;
@빨대문영 짱깐적 없는데요? 소설을 짱보다 더 재미있게 읽은게 짱을 까는게 되나요? 개인이 흥미를 느끼는걸가지고 이런말들으니 좀 어이없네요....ㅡㅡ
@김민석 짱보다 재미있다니 신기해서요..ㅋ 짱이 많이 까이는데 이런식으로 소설과 비교해서 까는게 아닌가 생각들기도 해서......
아니 아무리 재미있어봐야 짱팬소설인데 원작보다 더 재미있다니....@ @ 짱카페에서 이런소리들으니까 어이없네요.ㅋ
@빨대문영 개인이 느끼는 재미를 가지고 어이없단 소리까지 듣는 경우는 첨이네요. 내가 재미있게 읽어서 그걸 표현한거가지고도 그런소릴듣다니.. 짱팬소설을 원작보다 재미있게 읽은게 그렇게 신기하나....-_-;
@김민석 짱팬카페고 여기 소설은 그냥 팬픽일뿐인데.. 살다살다 팬픽이 원작보다 재미있다고 말하는건 첨봐서요.ㅋㅋ 얼마나 잼있길래 그런지 모르지만 솔까 신기하긴하죠.ㅋ 만화도 아니고 소설인데..
@빨대문영 남이 재미있네 재미없네 하는거 가지고 어이없어하는건 뭔논리인지요? 님은 이분 소설 읽지도 않았다면서 뭘 어이없어하시는지요? 진짜 님이 더 어이없는거 압니까? 남이 느끼는 재미를가지고 이렇네저렇네하는거... 짱팬카페면 무조건적으로 짱이 최고로 재미있다고 말해야하는건지...ㅡㅡ
@빨대문영 재미는 그냥 취향차로 넘길문제지 자신이랑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고 어이없어하는 태도보니까 이쪽에서 더어이없음...- -; 그렇다고 두작품 다보고 비교한것도 아니고
@김민석 저도 어이없어서 어이없다고 한거예요. 가입하고 얼마안되어서 우연히 게시판클릭했는데 팬픽소설이 더잼있다고 하니 황당해서요..ㅋㅋ 팬픽이 아무리 재미있어봤자 저기서거기일텐데... 그래도 잼있긴 잼있나보네요...ㅋㅋ
@빨대문영 어이없으면 그냥 속으로 생각할것이지 왜굳이 댓글달아서 기분상하게 합니까.-_-; 팬픽이 아무리 재미있어봐야 거기서거긴 님생각이고요 어떻게 보지도 않고 그렇게 쉽게 말이 나옵니까? 글쓴분 기분상하게.. 팬픽이 원작보다 재미있을수도 있죠 나충기팬픽도 그렇고... 애초에 이건 님이 느끼는 재미랑 제가 느끼는 재미랑 개인 취향차로 생각할 문제임.
@빨대문영 보니까 짱에 대한 열정이 좋은건 알겠는데 개인 취향문제가지고 걸고넘어지진 말죠? 짱이 재미있게 볼수도 이소설을 재미있게 볼수도 있죠. 짱팬인건 알겠는데 남이 느끼는 재미가지고 이러는면 이상해보입니다
@김민석 네네 취향문제 안걸게요.^^ 근데 전 짱뿐만아니라 팬픽재미있게 읽은적없거든요. 설령잼있다해도 원작이상일순 없다고 봐서요.. 짱이 최근 싸움에 욕먹고 까이고 그래서 가입했는데 가입하자마자 이런댓글보니까 순간 욱컷하네요. 이런식으로 짱이 까인다는 생각이 드니까 서글픈생각이 들어서 그랬습니다. 짱팬카페가 맞나 싶기도 하고...
@빨대문영 뭔가 오해했나본데 전 짱깐거 아닙니다.-_-; 저도 짱에 대해 실망한적은 있지만 거의 항상 재미있게 읽었고 5대5매치도 박진감있게 읽었습니다. 읽고있는 만화중에서 짱보다 재미있게 읽은 만화는 원피스외 몇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글읽는거 싫어하는데 이분작품에서 짱이상의 스릴과 긴장감을 느껴서 그리 말한거. 절대 짱깐거 아님.. 그냥 님이 예민하게 반응했을뿐이죠.
@빨대문영 이건 무슨 논리죠? 소설이 짱보다 재미있다고 말한게 짱깐건가요? 황당하네요.
그만큼 재미있으니까 재밌다고 한거죠.
보니까 짱이 최고로 재미있어야한다는 무슨 강박관념이 있으신듯합니다...
뭔가 대단한 편견을 가진분인듯한데 남들이 재미있다고 말하면 그럴만한 하니까 그런거죠.
자기생각과 다르면 남의 취향도 묵살하는게 뭔가 황당하면서 언짢네요...
@김민석 네네.. 오해했다면 죄송요.(__;) 제가 예민했었나봐요..ㅋㅋ 그렇게까지 말하시니 정말 이소설이 재미있긴한가봐요.ㅋㅋ
어쩌나 궁금해서 한번 읽어볼까하는데 글읽는거 싫어하는편이라 볼엄두가 안나네요..
@김민석 흠.. 5편까지 읽어봤는데 뭔가 짱과는 배경이 다른게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지네요.;;
확실히 재미있긴한데 기대를 너무하고 봐서 그런지 말한거만큼의 흥미는 아직 모르겠네요...
@빨대문영 저도 솔직히 초반에는 이질감 때문에 별로 흥미못느꼈네요. 소설분위기 좀 어둡다랄까.-_-; 한 10편넘어가서부터 흥미느끼고 급몰입.
장르도 그렇고 분위기가 짱과 달라서 별기대안했는데 어느샌가 밤새어가면서 미친듯이 읽었음
@김민석 이거 갈수록 재미있어지네요.ㅋㅋㅋ 벌써 70편까지 봄.ㅋㅋㅋㅋ
@빨대문영 단순팬픽이라기엔 퀄러티가... 저도 짱이상으로 흥미있게 봤네요..
솔까 왠만해서 취향차로 넘어가는데 적어도 2부짱보단 이소설이 100배 잼있음...
@최창훈 22222222222222222222
어릴때부터 봤던 수많은 만화나 작품들 악역중에서 최고로 지리고 포스있는 악역이었음.. 읽을때마다 쟬 어케죽이나 이생각만 하면서 살떨리면서 봤네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게 신기할정도네요...암튼 그동안 쓰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에휴~ 드디어 완결이로군여.. ㅠㅠ 아무튼 마지막까지 아니나 다르게 어김없이 매우 잘 보고갑니다.
와~~ 진짜 많이 기다렸어요. 소설빨리올려달라고 쪽지도 보냈었는데.. 보셨군요.^^ 그동안 너무 잼있게 봤습니다.
짱이랑 이소설보는 재미로 카페들어오는데.. 정작 짱보다 이 소설을 더 흥미있게 읽은듯하네요
마지막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번편에 철수 미소지을때 넘 감동받았네요.. 분위기도 훈훈해서 읽는 제가 기분이 다좋아짐..
모쪼록 완결내신거 축하해요~!!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편이라 그런지 분량이 엄청나군요
중간에 구종성의 대사도 볼수 있었고 분위기보니 티아마트와 철수가 이어질것같네요
이제 짱도 거의 완결이고 어퍼컷님 소설도 완결을 맞이해서
당분간 매우 단조로운 일상이 될것같다라는 생각이 문득듭니다
마지막이다보니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매우 훈훈하군요
암튼 소설 또 쓰시면 연락주세요 보러오겠습니다 ㅎ
お疲れ様でした。
毎週楽しみながらこの小説を見てからもう何年も過ぎましたね。
このようなハッピ?アンドも悪くはないと思います。
また新しい小説を楽しみにしてます。
今まで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日本静岡県浜松市から、、
이제 드디어 완결이 결말을 알렸군요 ㅠㅠ 아무튼 다음소설 기다릴게요!
진짜 잼있게 읽었습니다. 진짜 대박!!
스토리진행도 그렇고 왠만한 만화보다 훨 잼있네요.
무엇보다 스펙터클한 진행이 넘 맘에 들었어요. 그래도 엔딩은 훈훈한 마무리가 좋은데 끝이라니 아쉬운맘은 어쩔수없네요..ㅜ.ㅜ 소설 수정다하면 또한번 몰아봐야겠어요. 끝나서 후유증이 너무 크네요..ㅠ
글이나 그림이로 된 소설이지만 다본다음에 느낀 생각은 영화를 본거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소설 영화로 한번 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거같아요.
조아라나 네이버 웹소설이나 그런데 한번 올려보세요. 반응 상당히 좋을텐데...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이런 장기간동안 글 쓰시는 것도 쉽지 않으실텐데 매번 재미있게 봤고요, 5년이라는 기간동안 수고도 많이 하셨고 정말 잘 하셨습니다. 웹툰 꼭 시작하셔서 대박 이루세요!
완결 축하드립니다. 역시 저 둘이 이어졌군요. 후후
완결 축하드립니다
세트메트 << 오타있습니다. ㅎㅎ
우와~~ 이거 잠깐봐도 기대되네요. 언제 시간나면 1편부터 봐야지..
무심코 1편읽었는데 몰입하는 바람에 새벽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50편까지 읽고 왔네요.ㄷㄷ 진짜 잼있게 읽고있어요!
1주일만에 다봤네요. 감동적이고 평화로운 마무리가 넘 맘에 듭니다. 철수가 춤추는것도 인상적이었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넘 재미있게 잘읽고 갑니다. 다음소설도 많이 기대할게요!!
대작이네요 왜 이런 작품을 여기서 팬픽으로 연재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훌륭하다는 말밖에는 할말이 없어요. 암튼 재미있게 잘봤어요
잘봤습니다. 마지막 엔딩이 길어서 읽는 데 한참 걸렸네요.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어 보기 좋습니다. 특히 한영의 등장이 반갑네요. 정말 오랜 시간동안 소설 쓰느라 수고하셨고 그동안 잘 봤습니다
완결 축하드립니다! 가벼운 맘에 정주행을 시작했는데 정말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마지막에 한영등장 반갑고 전체적으로 해피엔딩이라 넘 기쁘네요. 요새 안그래도 안좋은일이있었는데 이작품보면서 일상에 스트레스도 잊게 해줘서 한편으로는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싶어요.
암튼 그동안 잘봤어요!
아 읽다보니 마지막이었군... 수고했습니다 늦었지만 완결 축하요 ㅎ
우리 승희가 참 맛있 아니... 멋있게 잘 컸네요...
그나저나 엔딩멘트에서 드래곤볼이 보이는군요 후후
승희나 세크메트 티아마트가 웃는게 참 아름답네요. 뭐보다 철수 미소보고 전율이 돋았음..ㄷ 200편넘게 올라온거보고 언제다보나했는데 벌써 완결이네요. 치밀하게 잘짜인 스토리와 거듭되는 긴장감에 한순간도 지루할새없었습니다. 어릴때 재미있게 봤던 만화가 끝냈을때 느꼈던감정은 10몇년만에 느낀거같아요. 정말 최고였습니다! 요 며칠동안은 거의 님소설생각만 들정도 진짜 재미있게 읽었네요.^^ 나중에 기회되면 후속작도 연재부탁드립니다!!
내가 이걸 왜 이제다봤지..ㅠ.ㅠ 몇년전에 몇편보고 재미없는거 같아서 안봤었는데..다들 재미있다길래 정주행했는데 진짜 대박이네....
완결이 되게 훈훈하고 해피하게 끝나서 너무 보기좋아요. 최종전에서 절망적인 진행땜시 해피엔딩으로 끝날거 상상도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이런 해피엔딩이 더욱 값진게 아닌가 생각이듬.
다소단조로워보일수도 있지만 마지막에 모두 행복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는것이 묘하게 굉장히 감동적임. 완결까지 넘 재미있게 봤어요.ㅎㅎ
와아 그동안 너무 잘봤어요.ㅠㅠ 철수나 제시카 행복해보여서 넘좋네요. 전체적으로 어두운분위기라그런가 마지막에 다들 밝은모습보이니까 더욱 기쁘네요. 그동안 소설읽으면서 가슴졸이고 웃으면서 보냈던거같아요. 몰입하고 읽다보니 벌써완결이나 아쉽기도하네여.ㅠㅠ
처음부터 끝까지 다왔는데... 진짜 미친듯이 잼이나네요.
솔직히 그냥 일반인이 쓰신거라면 재능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이들 정도네요. 진심 프로로 데뷔하셨으면하는 바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