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식
노병철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만들고 국민일보를 창간한 조용기 목사가 소천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듣는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조용기 목사의 소천 소식에 또 다른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른다. 차영이란 전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순복음 교회 조용기 목사의 아들인 전 국민일보 회장 조희준을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조 회장은 유부녀인 차영에게 이혼하라면서 결혼을 약속했고, 그 사이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이 와중에 큰딸은 황망해서 자살까지 하고 만다.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 혼외자식은 지금 잘 크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해 권력자들의 혼외자식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재벌의 구성요건을 보면 재벌은 자기 재산이 얼마인지 몰라야 하고 자식이 몇인지 알 수 없어야 재벌이란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단다. 지금도 재벌들의 혼외자식은 엄청나리라 예상된다. 언론에 공개된 자식들도 꽤 있지 않은가. 멀쩡하게 본처 있으면서도 떳떳하게 애 낳고 잘 산다. 그게 재벌들의 삶이다. 그리고 일반 소시민들은 부러워한다. 재벌의 혼외자식은 이런바 태어나면서부터 로또 당첨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면서 말이다. 가난한 부모에게 태어나 돈 없어 집을 못 구해 결혼도 미루는 젊은 세대들에겐 갑부 아버지는 엄청난 혜택이다. 겨우 아비 빽으로 받는 퇴직금 50억 정도는 웃기는 액수니깐.
옛날에 이만의 환경부 장관의 혼외자식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조선일보는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는 칼럼을 통해 이만희 장관을 도왔고 친자확인도 거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친자확인 검사를 거부하는 것이 더 수상하다면서 친자임을 판결하였다. 정확히 4년 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이 논란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조선일보에서 가족관계등록부까지 까발렸다. 본인이 아니면 전혀 알 수 없는 것까지 신문은 알 수가 있었다. 그것도 현직 검찰총장의 개인 비밀을 말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허파가 뒤집혔다. 참으로 권력 싸움은 묘하게 돌아간다.
세간에서는 검찰과 국정원 싸움이라고 했다. 검찰이 원세훈 국정원장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채동욱이 발끈해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면 대결을 선포하자 이상하게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밟아버렸다. 당시 검찰이 엄청나게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칼을 내민 것이 바로 채 총장의 호위무사였던 윤석열이다. 국정원 직원들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했다. 깜짝 놀란 대검·법무부는 윤석열의 상관인 채 총장의 옷을 벗긴 것이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개입된 작품이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윤석열은 울분을 토했다고 전해진다.
같은 혼외자식 문제가 터졌지만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3년 2개월간 장관직 잘해 먹으면서 4대강 사업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 반면에 채 총장은 검찰총장 맡은 지 5개월 만에 잘렸다.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채 총장을 못 마땅해했고 그래서 청와대 개입설이 나온 것이다. 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엄청난 교훈을 여기서 확인하게 된다.
“그 애는 내 자식이 아니다.”
그 뒤 채 총장의 반응은 참으로 이상했다. 진짜 결백했는지 친자확인까지 공개적으로 해보자고 했다. 본처가 나서서 결백을 호소했고 심지어 임모라는 채모 군의 엄마도 나서 채 총장과는 전혀 무관한 아이라는 정황증거까지 들이밀며 해명했으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바로 감찰 지시를 내려 모욕적 압박을 가했고 채동욱은 자신이 버티면 자기를 따르는 많은 검사가 다칠 것을 우려해 결국 사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한다.
조선일보 전 회장인 방일영은 많은 첩을 거느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첫 번째 첩은 아들 셋을 낳았고 두 번째 첩은 아들 하나에 딸 하나를 낳았다. 방일영 회장이 죽고 본처 소생인 방상훈 사장은 이들과 친자확인 소송과 상속재산 분할청구 소송을 일으켰다는 것은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 회장 이야기를 철저히 덮었던 조선일보가 검찰총장은 우습게 본 것이다. 채 총장의 혼외자식 이야기를 마구잡이 뿌려댔다. 윗선에서 지시가 떨어졌겠지만 후벼파도 너무 후벼팠다.
시간은 흘렀다. 권력은 언젠가는 지는 모양이다. 유식한 말로 權不十年 花無十日紅(권불십년 화무십일홍)라고 했던가. 그렇게 잘나가던 사람들이 감옥에도 가고 자식 때문에 곤궁에 처하는 것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당시 권력자들의 혼외자식은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게 왜 궁금한지 묻는다면 나도 별 답이 없다. 그냥 어느 날 알게 된 임택근의 두 아들 임재범과 손지창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가십거리로 회자 되었을 때 그들의 전혀 원하지 않은 인생에 많이 짜증이 났지 싶다. 저잣거리에서 손금 좀 본다는 웬 여자분이 내 손을 보더니, 아들이 있단다. 딸만 둘 있는 나에게 뭔 개소리냐고 웃고 말았지만 뒤늦게 “내가 당신 자식이요”라고 멀대같은 아들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진다.
첫댓글 사무국장님!
재미있는 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이 많은 스토리를 정리하신 능력이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풍자수필 장르를 새로이 한번 개척 해 보심도 문학의 발전을 위해서 의미가 있을 듯^^
아이고 과찬의 말씀입니다. 홈플러스 할인권 가슴에 품고, 담는 물건이 총 얼마나 될지 걱정하면서 사는 인생과는 또 다른 별천지 환경에서 사는 권력자와 위정자들의 삶에 기가 찰 뿐이라 그냥 한번 끍적거려 보았습니다. 그들의 만의 리그에 포함되지 못하여 고위 공직자에게 개.돼지로 분류되는 한 서민의 넉두리일뿐입니다.ㅎ
역시 우리 국장님. 속이 시원해지는 글입니다.
“내가 당신 자식이요”
우리 국장님이 이렇게 원대한 꿈을 갖고 있을 줄이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