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웹 표’ 거미인간의 재탄생,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각 캐릭터의 감정선 절묘하게 살려내, 현실성 사회성 반영으로 공감대 ‘업’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돌아왔다. 왜 스파이더맨이라는 단어 앞에 굳이 ‘어메이징’이라는 단어를 붙였나 싶었다. 영화 속에서 곤란에 처한 이웃들은 희망을 준다는 의미에서 ‘어메이징’을 붙였다. 하지만 영화 자체만 봤을 때 스파이더맨이 ‘어메이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각 주인공의 감정선을 매우 섬세하게 도려내 수려하게 펼쳐냈다는 이유에서다.
2014년 돌아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진정한 ‘마크웹 표’ 스파이더맨을 구현해 냈다. 영화 ‘500일의 썸머’을 통해서 남녀 간의 섬세한 감정선을 표표히 구현했던 실력을 스파이더맨에서도 여지없이 발휘했다.
이런 식이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을 때 예쁜 장면을 모두 한 장면에 넣고 싶어서 욕심을 부린다. 하지만 이것저것 구겨 넣은 장면들은 오히려 뒤범벅된 죽과도 같아서 무엇을 의미하는 사진인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아름다운 장면을 하나씩 펼쳐내며 전체적인 풍경의 수려함을 설명해주는 사진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각 사진들은 버릴 게 없으며 그 사진들이 모여서 전체적인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수긍하게 된다. 마크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그런 식이다.
마크 웹 스타일의 서정적인 액션블록버스터 완성
여유 있고 쾌활해진 하이틴 피터 파커
잘 드러나지 않았던 스파이더맨과 그웬 로맨스 부활
마크 웹이 대표적으로 도려낸 감정선은 스파이더맨, 그웬, 전기맨 일렉트로(맥스 딜런) 정도로 요약된다. 이들의 느끼는 감정은 사연이 다르고 제각각이다. 스파이더맨은 연애랑 아버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그웬은 유학을 고려 중이다. 일렉트로는 세상의 관심사가 고민이다. 각기 다른 고민들이지만 이들의 감정은 거미줄처럼 뒤엉켜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감정선이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연상시키면서 조화롭게 영화 스크린을 물들인다는 점이다.
우선 피터 파커가 변화가 눈길을 끈다. 마크 웹 감독은 코믹 북,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다른 스파이더맨을 탄생시켰다.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스파이더맨 보다 좀 더 하이틴스러워졌다. 10대들이 고민할 만한 점들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그래서 호소력도 더 짙다. 졸업을 하고, 여자 친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 쑥맥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버지의 과거에 대해 괴로워하고 파헤치려는 면모는 이를 방증한다. 특히 10대만의 장난기와 유머러스한 점은 시종일관 웃음을 멈추지 않게 한다. 놀라운 점은 뉴욕식 유머가 관객에게도 통한다는 점인데 마크 웹이 가진 보편적인 정서가 기지를 발휘하는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래서 마크 웹 손에서 탄생한 스파이더맨은 귀엽다 못해 사랑스럽다. 토비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이 보여준 묵직한 유머보다는 공감과 웃음의 폭이 더 크다.
영화 ‘500일의 썸머’의 감독답게 마크 웹은 이번 작품에서도 로맨스를 빼놓지 않았다. 피터와 그웬의 러브 스토리에 관심이 많았던 마크 웹의 성향이 반영된 에다. 이번 작품에는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깊어진 만큼 로맨스도 깊고 진지해졌다.
특히 이제 막 십대를 벗어난 두 남녀의 로맨스를 섬세하게 잘 그려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영화 ‘500일의 썸머’와 다른 액션 장르의 영화지만 감정선을 섬세하고 절묘하게 그려낸다는 점은 맥을 함께 한다. 이런 식이다.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피터와 그웬이 친구로 지내기로 한다. 친구로 지내기로 한 이상 연인다운 행동은 자제해야 할 터다. 그래서 두 사람은 ‘앞으로 행동해서는 안 될 룰’을 정한다. 피터는 “그렇게 귀엽게 웃지 마. 사랑스러우니까”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웬은 “그 크고 깊은 갈색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고 하는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녀가 모두 공감할 만한 대사를 펼쳐 놓는다.
사회성을 잘 반영.
사회와 직업으로부터 배신당한 악당, 일렉트로...소외된 현대인의 모습
여성의 지위 상승 잘 반영한 그웬, 영웅적 면모 보여줘
이번 작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캐릭터는 바로 일렉트로다. 전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일렉트로는 가장 매력적인 악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파이더맨의 열혈 팬이었던 맥스 딜런(일렉트로)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괴물로 변하고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스파이더맨에게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뉴욕시의 전기를 자유자자재로 다루며 스파이더맨과 활강 액션을 펼치는 것은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마크 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정적 블록버스터답게 악당의 정서까지 담아낸다. 맥스 딜런이라는 인물은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된 인물이다. 어떤 사람도 그에게 관심을 쏟아주지 않는다. 직장과 사회로부터 배신당한 인물로 상처받은 영혼이다. 외톨이로 살아가며 생일조차 스스로 챙겨야 하는 맥스 딜런의 모습은 뉴욕을 넘어서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작에서 여자 주인공들의 역할이 일정 부분에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더 확장된 여자 주인공 ‘그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웬은 스파이더맨의 고뇌와 성장에 누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꿋꿋하게 구현해 낸다. 연약하고 의존적인 그웬이 아닌 스파이더맨을 도와주려고 하는 또 다른 영웅으로서의 입지를 보여준다. 여성의 사회적인 위치가 높아져가는 현재 상황과 맞물려 봤을 때 또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뉴욕시 전체가 암흑에 잠기는 ‘블랙아웃’현상은 지난해 ‘블랙아웃’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인들에게 폭 넓은 공감대를 선사한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그웬이 좋아하는 식당이 한국 음식점이라는 점도 웃음을 선사한다.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이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이었다면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은 ‘친한 옆집 형’같은 느낌이다. 이웃보다 좀 더 가까워진 셈이다. 공감과 정서적인 면에서도 한 발자국 다가왔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도 자신만의 색채를 발휘,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그런 점에서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비빔밥이라기보다는 잘 차려놓은 초밥이다. 각양각색의 초밥들이 촘촘하게 어우러져 눈을 즐겁게 한다. 입맛을 자극한다. 영화는 4월 2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