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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가자 지구까지,
세계 각지의 ‘스마트’를 직접 발로 뛰어 만나다!
저자가 50개국을 돌아다니며 디지털 문명의 선두 주자 수백 명을 인터뷰해
향후 펼쳐질 웹세계와 우리가 살게 될 문명의 지도를 그린 현장 보고서!
이 책은 세상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향해 진화하며, 문화적·언어적 차이도 사라져간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비본능적으로’ 조금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세상은 결코 ‘메인스트림’이라는 하나의 주요 문화로 흐르지 않는다. 인터넷은 차이를 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공고히 하고, 수평적으로 세상을 넓히기도 하지만 세상의 각 부분을 수직적으로 파내려가기도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지표면이 아닌 웹세계라는 아주 널따란 공간을 깊게 파내려간다. 그곳에선 어떤 대화와 맥락을 타고 각각의 지류가 형성되는지, 세계 인터넷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단순한 생중계가 아닌 통찰력 있는 분석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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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뒤흔들어놓는 흥미로운 보고. 앞으로 주요 관건이 될 사안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터넷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기 나름이라는 반가운 사실 또한 알려준다. -『르 푸앵』
이 책은 수백 명의 온라인 주체를 ‘오프라인에서’ 만남으로써 디지털 혁명의 관건들과 현재 진행 중인 변화들을 짚어낸다. 이를 통해 인터넷의 지정학적 지도를 그려내고, 각자가 오늘날 디지털 시대를 어떻게 변화시켜나가는지를 가늠한다. -『레 쟁록큅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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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마디로 ‘전 세계 디지털 보급에 관한 세계 각지의 현장 보고서’다. 저자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징, 텔아비브, 요하네스버그, 가자 지구, 뉴욕, 나이로비 등지를 비롯해 5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현지의 IT 실태를 조사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오늘날 우리는 과연 ‘스마트’ 없이 살 수 있을까? 디지털 문명의 발전 덕분에 우리 생활은 그야말로 스마트해졌다. 메신저 앱을 이용해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자료를 전송한다. 버스·지하철 도착 시간을 실시간으로 아는 것은 기본, 앱으로 택시를 부를 수도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무선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세상이다. ‘스마트’는 단순히 인터넷을 의미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인터넷에 접속된 휴대전화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디지털 기술, IT 기술 등 디지털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용어다. 세계 각지 사람들은 구글에 접속해 정보를 검색하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웨이보 등을 통해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 사람과 자유롭게 소통한다. 2016년 현재 15억 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며 그중 절반은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하고 있다.
언뜻 보면 마치 세계는 모두 같은 ‘스마트 월드’에 살고 있는 듯하다. 이에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이제 지리적 경계의 종언을 논할 차례라 한다. 그들에 의하면 가상공간의 세계화는 모든 세계를 하나의 ‘메인스트림’ 문화로 귀결시킨다.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획일화된 인터넷이 문화적 정체성을 말소시키고 언어적 차이도 없애는 등 각국 고유의 정체성을 해친다는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맞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인터넷과 디지털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세계화된 양상을 띠지 않는다. 인터넷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스마트하며, 그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지털 양상은 각국 고유의 특성, 언어와 문화 등에 걸맞게 차별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의 차별화는 국가나 지역 등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라 인종, 언어, 종교, 취미 등 특정 커뮤니티별로 나뉜 인터넷을 포함한다. 즉 같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콘텐츠에 접근하고 있지만, 콘텐츠까지 세계화되지는 않는다. 이렇듯 인터넷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저자는 지금까지 ‘Internet’이라고 표기하던 것을 소문자 복수로 ‘internets’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중문화의 세계화와 미국화를 집중적으로 다룬 저자의 전작 『메인스트림』은 전 세계 20개 언어로 번역·출간되는 등 크게 주목받았다. 이 책 『스마트』는 『메인스트림』의 후속편으로, 초점을 디지털 분야에 맞췄다. 『메인스트림』 때와 마찬가지로 저자는 전 세계 50개국의 디지털 문명을 조사하러 발 벗고 나섰다. 이 책은 직접 보고 들은 정보를 우선으로 집필됐다. 현장 조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인터뷰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내용들이다. 저자는 인터넷의 참모습을 발견하려면 인터넷 브라우저는 접어두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거리 위에서 웹 세계의 주체들을 ‘실제로’ 만나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으로 본인이 직접 이에 대한 모범을 보인 셈이다. 바로 이 책이 주목되는 지점이다.
저자가 인터뷰한 세계 각지 사람들에게서는 각 지역의 특징이 묻어났다. 팰로앨토 AOL에서 일하는 클래비어는 컴퓨터가 연결된 러닝머신으로 운동하면서 엑셀 시트를 확인하고 이메일을 보내는 등 누가 봐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바이두 대변인 카이저 쿼는 검은 안경, 찢어진 청바지, 묶은 긴 머리로 로커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었는데, 팔에 낀 맥북에어를 한시도 내려놓지 않았다. 인터넷 인권 수호를 위해 힘쓰는 완옌하이는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와 암호 코드, 비밀 자료가 유출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알아듣기 힘든 말투로 후다닥 말을 끝낸 그에게서는 불안이 엿보였다. 인도 야후에서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일하는 사후는 검소한 사람답게 유행이 꽤 지난 격자무늬 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콘텐츠 패러다임의 변화다. 오늘날 네티즌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수준에서 나아가 콘텐츠 생산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또한 과거 콘텐츠가 소유의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서비스로서 기능하게 되었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의 음악 서비스는 ‘온라인 음악 보관함’에서 ‘온라인 음악 데이터베이스’로 이행할 것이다. 소유할 수는 없되 언제든 들을 수 있는 음원들의 집합 데이터베이스 모델로 콘텐츠의 패러다임이 변해갈 것이라는 말이다. 이미 이러한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 모델은 세계 각지에서 실현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은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했음을 증명한다.
최종적으로 이 책에서 추구하는 바는 디지털 세계의 주체적 권리에 대한 저마다의 각성이다. 즉 인터넷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디지털 세계, 나아가 우리 삶에 대해 다시금 주도권을 쥘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는 문을 열고 나가 스스로 인터넷의 주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밸리’라 불리는 지역, 샌프란시스코
통상 ‘밸리’라 불리는 베이 에어리어 구역 실리콘밸리는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첨단기술단지다. ‘바르트’라는 이름의 한 청년은 자신이 창업한 애플리케이션 앱 ‘피클’을 홍보하기 위해 오이 분장을 하고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그가 여기에 자리 잡은 이유는 벤처기업에 대한 개방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팰로앨토 AOL 본사 건물에서 일하는 제프 클래비어는 실리콘밸리의 특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끊임없이 발명에 발명을 거듭하려는 속성이 아닐까? 우리는 늘 혁신하고 또 혁신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마이스페이스를 예로 들었다. 사람들은 마이스페이스가 페이스북보다 크게 될 거라고 장담했지만, 결국 무너진 건 마이스페이스였다. 그는 캘리포니아 북부만의 또 다른 풍토가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곳에도 실패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다시 새로운 벤처기업을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 같은 기업뿐만 아니라 링크드인,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역시 샌프란시스코나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구글 직원들은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 ‘구글플렉스’에 가기 위해 카스트로 거리에서 G-Bus를 탄다. 교통 체증도 문제될 건 없다. 고급 시설에 와이파이도 잘되고 요금도 무료인 버스에서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멘로 파크에 위치한 페이스북 캠퍼스의 분위기는 구글 캠퍼스와 비슷했다. 대개 청바지를 입고 티셔츠와 야구 모자를 걸치고 있었으며, 수천 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7세밖에 되지 않았다. 손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을 들고 있었고, PC는 죄다 맥북이었다.
실리콘밸리의 비밀 중 하나는 초대형 넷 기업과 신생 벤처기업들이 서로 긴밀하게 유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IT 대기업들은 내부적 발전을 도모하면서 외부로는 벤처기업들을 인수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혁신 역량을 입증해 보인 스타트업을 인수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인스타그램 부사장 에이미 콜은 이렇게 요약했다. “페이스북은 우리의 혁신 역량을 소유하기 위해, 또한 자신들의 경쟁 상대를 없애기 위해 우리를 사들였다.”
개발자, 투자자, 기업주들은 모두 장소, 지역, 커뮤니티 등의 개념이 신생 벤처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적인 IT 분야의 수도이지만 실제로 오늘날 기술 혁신은 실리콘밸리보다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 사람들도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싶어한다. 세계화를 주도하는 IT 업계 최고 지역인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안에서도 사람들이 있는 장소, 사는 지역, 만나는 곳은 여전히 중요한 것이다. 한마디로 ‘페이스북상에서는 커피를 같이 마시지 못하는’ 것이다. 물리적 경계와 언어적 차이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교류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겠다는 IT 업계들의 다짐은 샌프란시스코에서조차 실현되지 않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특성은 인터넷과 과학기술이 실생활과 관련 있는, 실재하는 ‘지역’을 기반으로 할 것임을 방증한다.
모방·검열로 우뚝 선 중국의 인터넷, “검열 당국은 잠도 한 눈으로 잔다”
1999년에 마윈이 세운 기업 알리바바는 중국 웹의 상징이다. 알리바바의 오픈 마켓 타오바오는 이베이를 따라 했으며, B2C 사이트인 티몰은 아마존을, 온라인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는 페이팔 방식을 벤치마킹했다. 어떻게 하면 미국의 지배를 받지 않고 강력한 인터넷을 구축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아이디어 부족 상태에서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모방’이라는 답을 찾아낸 것이다. 런런(페이스북)을 비롯하여 유쿠(유튜브), QQ(MSN), 웨이보(트위터), 웨이신(WhatsApp), 바이두(구글)에 이르기까지 미국식 웹 서비스를 모방한 사례는 끝이 없다. 중국이 벤치마킹한 미국 사이트들은 아예 중국에 인수되거나 중국 땅에서 접근이 차단되든가 검열을 당한다. 중국인들은 미국인과 동일한 웹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하면서도 미국에 의존적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베이징 서북부 첨단 신도시에 위치한 바이두 본사 캠퍼스는 ‘중국판 실리콘밸리’다. 대변인 카이저 쿼는 “바이두는 구글 복제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을 상징하는 판다 발자국으로 만든 브랜드 로고만 하더라도 구글과 차별되어 있고, ‘바이두百度’라는 이름 역시 중국 고대 시에서 가져온 거라며 복제 사실을 부정했다. 검열 문제에 대해서는 웹상에서 ‘필터링’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고 인정했는데,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점이 바이두가 구글의 단순 복제판이 아님을 증명한다. 중국판 위키피디아인 바이두 바이커에서는 웹상의 활동과 경력에 따라 활동 권한이 달라진다. 이는 중국 인민군과 같은 방식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청년 위는 당국의 검열을 피해 심심풀이로 트위터 베스트 트윗 내용을 번역해 웨이보에 올린다고 했다. 대개 자동화되어 있는 당국의 인터넷 감시는 특정 단어나 요주의 인물을 대상으로 시스템이 작동된다. 트윗이나 블로그 포스트가 통째로 삭제되기도 한다. 공식 검열 인력은 최저 4만에서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반체제 성향의 블로거 창핑에 따르면, 당국은 자신들의 행위를 검열이 아닌 ‘조화’라고 일컫는다. SNS에 ‘톈안먼 사건’, ‘6월 4일’에 대해 언급하면 자동으로 검열된다. “웃기는 일이지만 그래서 5월 31일에 나흘을 더해 ‘5월 35일’이라 쓴다. 검열 당국이 이런 수법을 알게 되자 요즘은 ‘4월 65일’이나 ‘3월 96일’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트위터 같은 SNS가 보편화되면서 검열 당국의 일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SNS상에서 수억 명이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수십억 개의 메시지를 관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오늘날 중국의 웨이보 계정은 3억~5억 개로 추정된다. 중국 인터넷 역사의 새 페이지가 쓰이고 있다. “2009년 웨이보를 중국에 처음 선보였을 때 다들 회의적인 눈으로 바라봤다. 정부는 물론 네티즌도 미심쩍어했다. 하지만 2011년 고속철도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 영향력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웨이보는 하나의 새로운 매체가 되었으며, 그 후로 세상은 한편으로는 우리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넓은 중국 땅에 이처럼 특징적인 인터넷이 존재할 수 있는 데는 ‘가상의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중국 당국의 검열과 감시가 한몫했겠지만, 더 중요한 건 중국의 특수한 지역화다. 인구가 많은 중국인들은 굳이 중국을 벗어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에 중국 인터넷은 검열된 것일지언정 그들에게 정보와 오락거리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지역적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어떻게 세계 최대의 창업 국가가 되었나
인구가 겨우 800만에 불과한 이스라엘의 신생 기업 수는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인도, 일본 등 IT 선진국보다 많다. 이 같은 ‘기적’의 이유는 이스라엘의 해커와 기크(IT 전문가), 신생 벤처 창업가 대부분이 차할(이스라엘 방위군)의 정보부대에서 일하면서 기술 역량을 향상시킨 사람들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차할 정예부대는 미국으로 치면 하버드나 스탠퍼드를 나온 것과 비슷하다. 제대 후 그들은 회사를 창업하고, 동시에 IT 교육을 실시한다. 그들은 조국을 위해 혁신을 위한 실험을 하며, 회사를 위해서는 투자를 하고 성공을 꿈꾼다. 이러한 ‘국민 군대’ 방식과 ‘기업 정신’이 이스라엘이 창업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다. 멀리서 지켜본 이스라엘은 세계화된 기업, 정부의 R&D 보조를 받는 신생 벤처기업, 그리고 뛰어난 연구 중심 대학이 있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는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이다. 대담함·용기, 때론 뻔뻔함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이 말은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것, ‘Thinking outside the box’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참신한 아이디어나 독창성, 실험 정신 등이 장려되는 것이다. 더불어 이스라엘 정부와 군대는 북부 도시 하이파에 상당 수준의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테크니온 공대와 기업가들은 지원과 더불어 세금 면제 혜택도 받는다. 반대로 어두운 면도 있다. 벤처기업 대부분이 국내에서 마땅한 자금줄을 찾지 못해 기업적 성공을 거두자마자 미국인들에게 팔려나간다. ‘미국의 51번째 주’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서로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두 나라의 유사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이 바로 디지털 분야다.
브라질 C계층은 스마트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페이스북과 유사한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오르컷’과 검색엔진 ‘카데’는 한때 브라질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는 상류층이 주로 이용하다가 중산층이 대거 합류하면서 브라질의 핵심 사이트가 되었는데, 스마트폰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고 사이트가 점차 저급화되면서 상류층은 물론 C계층까지도 점차 오르컷을 버리고 페이스북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오르컷과 카데의 실패 원인을 단순히 네트워크의 플랫폼과 미국 거대 넷 기업의 승리라고 볼 수는 없다. 페이스북은 현지화 전략을 써서 브라질인들이 포르투갈어로 대화할 수 있게 해주었고, 구글 역시 브라질에서 들어오는 지역 검색어에 만족할 만한 답을 제공했다. 모바일은 이 같은 현지화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다.
브라질의 사회계층은 다섯 개로 구분된다. B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사이트 UOL 책임자인 안다쿠는 “지금은 많은 사람이 피처폰(2G)을 쓰고 있지만, 5년 후에는 브라질이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할 것이다. C계층이 스마트폰을 선택한다면 그 아래에 있는 D계층, E계층도 자연히 뒤를 따를 것”이라며, 브라질 스마트의 미래가 중산층인 C계층에 달려 있다고 했다.
‘디지털 이슬람’, 혁명은 과연 트윗될 수 있는가
디지털 부문 신흥국들의 인터넷은 나라별로도 차이를 보이지만 한 국가 내에서도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다른 지역 인터넷과 차별화되는 이슬람 지역의 인터넷이 내부적으로 균일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입장 차이는 물론, 이집트에서는 수니파 내에도 다양한 입장이 나타난다. 이렇듯 이슬람 지역 인터넷은 각자의 입장을 더욱 공고히 한다. 일부 이맘은 쿠란 구절을 휴대전화 벨소리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기도 하고, 인터넷과 신기술 자체를 반대하는 이맘도 있다. 수니파 무슬림들은 스마트폰이 아랍권에서 점차 확산되는 상황에 맞게 ‘신이 허락한’ 애플리케이션과 인터넷을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종교 생활로 향유한다.
이란 대선 결과에 반대하여 2009년에 일어난 녹색혁명은 시위대를 모으는 데 트위터가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트위터 혁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후 이란 정부는 인터넷을 통제하기 시작하고, 인터넷을 통한 대중 동원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데 이 논란은 2010년 12월 튀니지를 필두로 일어난 아랍세계의 반정부 대중 봉기로 힘을 잃고 만다.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을 계기로 일어난 이 봉기는 ‘아랍의 봄’으로 이어졌고, 이때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과 페이스북 페이지는 사람들을 모으고 독재 세력을 추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전적으로 싸잡아 ‘인터넷 혁명’ ‘페이스북 혁명’이라 부르는 것은 망설여지지만 인터넷과 SNS가 상호 교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대화 포문을 열어주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디지털은 결코 세계화된 양상을 띠지 않는다. 그것은 가장 로컬한 기술이다.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스마트 월드’이지만, 그렇다고 ‘평평’하진 않다. 각 지역에 따라 특징지어지는 ‘작은 세상small world’이기도 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의 전향에 실패한 기업들은 불과 10년 안에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디지털계의 거물들도 과거에는 천하무적의 기업이었을지언정 이제는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대표적인 벤처기업인 실리콘 그래픽스도 무너졌고, 마이스페이스는 현실 적응에 성공하지 못했으며, 챗룰렛은 실패한 경제 모델이 됐고, 현대판 폼페이라고 할 수 있는 가상 도시들은 말할 것도 없다.”
“실리콘밸리의 노장들은 ‘글로벌 인터넷’에 대해 오로지 양적 접근만을 중시하고, 일부 전문가와 컨설턴트는 오로지 사무실 컴퓨터를 대상으로 한 기술 조사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터넷의 참모습을 발견하려면 인터넷 브라우저는 접어두고 전 세계 곳곳의 현장을 직접 발로 찾아가며 거리 위에서 펼쳐지는 모습을 관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