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 우리 먹거리와 관련된 특이한 기념일들
우리는 흔히 ‘안보’라고 말하면 국가안보(國家安保)만을 생각하고 국가를 지키는 안보만을 떠올리면서 군대와 무기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외교안보(外交安保)란 말도 퍼지면서 이 역시 국가를 먼저 생각하지만, 국가도 국민이 있어야만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라서 사실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민의 삶을 온전히 유지해 주는 것이 곧 안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군대와 무력의 안보도 중요하지만, 식량안보(食糧安保) 역시 중요하고 국민이 총칼과 포탄에 쓰러지는 것보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게 된다면 이는 더욱 비참한 것이기에 식량안보에 중요성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갈수록 쌀소비는 줄어드는데 쌀 생산량은 자꾸 늘어나는 마당에 무역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나라 실정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이나 쌀시장 부분 개방에 따른 후속 조치들로 농민들은 힘들어하면서 경작지가 줄고 농촌이 사라진다면 그야말로 식량안보를 걱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 면에서 고민 끝에 우리 농산물 판매를 촉진시키자는 뜻으로 만들어진 날들이 며칠 전에 ‘한우의 날(11월 1일)’과 ‘단감의 날(11월 4일)’이 있었고 이제 며칠 뒤에 ‘가래떡 먹는 날’인 소위 가래떡의 날(Day))이 11월 11일입니다.
특정 상품의 광고로 시작되어 젊은이들에게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이른바 ‘빼빼로 데이’인 이날이 사실은 ‘농민의 날’이라서 쌀소비를 늘리고 식량안보에 대응하자는 그 본뜻도 크게 호응을 못 받는 거 같아 씁쓸합니다.
그럼 그런 특정 날들을 되새겨 보면서 그 취지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 매년 11월 11일은 ‘가래떡의 날’이자 ‘농업인의 날’.
* 특정 상품의 홍보를 위한 상업적 뜻으로 널리 퍼진 ‘빼빼로 데이’와 달리
‘가래떡의 날(Day)’은 2006년에 농림축산식품부가 11월 11일의 모양이 긴 막대 모양의 우리나라 전통 흰떡인 가래떡 4개를 세워 놓은 모습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날을 ‘가래떡의 날(Day)’로 정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날은 이보다 훨씬 앞서서 국가 법정기념일인 기존의 ‘농민의 날(권농일)’을 1996년에 11월 11일 ‘농업인의 날’로 개정 선포된 바 있다.
**고구려 동명왕의 '권농(勸農)'에서 유래되었던 모내기 철의 행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6월 1일이 권농일로 되었다가 1996년에 농업인의 날(농민의 날)이 ‘11월 11일’로 선포되었다.
여기에 담긴 의미는 ‘농민은 삼토(三土)’라는 바탕이 들어 있다.
삼토(三土)는 농민은 흙에서 태어나 흙과 더불어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흙(土)과의 숙명론적 전통의 뜻이 담겼다.
열 십(十)자와 한 일(一)자가 합하면 흙 토(土)자가 되므로 이를 아라비아숫자로 바꾸어 11일이 되고 1년 중 11이 두 번 겹치는 11월 11일은 흙(土)에서 나서 흙(土)에서 살아가는 농민들과 부합하는 날이라서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
그런 뜻으로 삼토(三土)에 맞춰서 11월 11일 11시에 기념행사를 한다는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깊은 뜻을 담아서 행사를 치른다.
◈ 매년 3월 3일은 ‘삼겹살의 날’
* 3(삼)과 3(삼)이 겹치는 날이므로 ‘삼이 겹치는 날’이라서 ‘삼겹살의 날’인데,
구제역 후유증으로 양돈(養豚) 농가들이 힘들었던 시기인 2003년에 경기도 파주시와 파주연천축협이 처음 제정하여 홍보한 것이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 매년 6월 4일은 ‘육포(肉脯)의 날(육4 Day)’
* 2011년 농협과 축협에서 한우(韓牛), 한돈(韓豚)의 가공육 소비 촉진을 위한 마케팅 홍보용으로 제정한 날이다.
‘육포 데이’는 숫자 6(육)과 영어 발음 4(Four·포)의 발음을 조합한 것이다.
◈ 매년 8월 8일은 ‘포도의 날’
*88자가 포도송이와 같아서*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농협, 한국포도협회가 포도 소비문화를 확산하고자 지정했다.
표어를 '국산 포도로 팔팔(88)한 여름 보내세요!'라고 내세우면서 싱싱한 제철 국산 포도의 맛과 우수성을 홍보했다.
◈ 매년 9월 9일은 ‘닭고기의 날’. ‘구구데이(99 Day)’
* 농림축산식품부는 2003년에 닭 울음소리인 ‘구구’에 착안해 9월 9일을 닭고기·달걀 소비 촉진 날로 정했다.
그리고 삼복더위인 초복, 중복, 말복에 개고기(보신탕) 다음으로 삼계탕, 닭백숙 등이 보양식이었으나, 소와 돼지, 닭과 오리 등과 함께 본시 길러서 잡아먹는 용도의 가축이었던 개가 가축에서 제외되고 개고기 식용 금지가 법으로 정해지면서 이제는 닭이 삼복 중 최고 보양식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닭들에게는 참으로 불행한 운명의 결과가 생겼다.
옛말의 ‘꿩 대신 닭’이 아니라 이제는 ‘개 대신 닭’이 되어 여름철 생명을 잃는 닭들에게 ‘삼가 명복을 빕니다.’
◈ 매년 10월 24일은 ‘사과의 날’, ‘애플데이(apple day)’
* 둘(2)이 서로 사(4)과하고 화해하는 날 *
‘사과의 날’ 유래는 다른 농산물들이 판매촉진을 위한 상업적인 동기로 출발한 날들과는 달리 2002년 학교폭력대책 국민협의회에서 선생님과 제자, 친구 간에 애정과 화해가 담긴 사과와 편지를 교환하면서 ‘따뜻한 학교를 만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후 좋은 취지의 이날은 사과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로도 쓰이게 되었다는 점이 다른 상품 홍보를 위한 날들과는 달리 시작된 좋은 뜻으로 기념하는 날이다.
◈ 매년 11월 1일은 ‘한우의 날(Day)’
*2008년에 한우(韓牛)의 경제적, 문화적 중요성과 한우 산업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함. '11월 1일'이라는 날짜는 숫자 1이 '한우'가 최고, 제일, 으뜸이라는 뜻을 담아 1년 중 1자가 세 번 겹친 11월 1일을 한우의 날로 선포했다.
◈ 매년 11월 4일은 ‘단감의 날(Day)’
*제철 단감의 판매 촉진을 위해 가까운 친지나 소중한 이웃 등에 “단감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라는 뜻으로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와 한국단감연합회가 2009년 제정 선포해서 매년 11월 4일에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한편,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 단감 시배지인 김해 진영에서는 1985년 10월 '진영 단감제'란 이름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단감축제’가 열리는데 2024년 올해로 40주년을 맞아 '40회 진영 단감축제'가 열렸다.
그리고 먹거리와 관련은 없으나 우리가 잘 모르는 기념일로 ‘부부의 날’이 있는데
◈ 매년 5월 21일은 ‘부부의 날’
* 둘(2)이 서로 결혼해서 하나(1)의 부부로 성장하게 된다는 뜻으로 21일인데 가정의 달인 5월에 21일로 정함.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1995년부터 ‘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매년 5월 21일에 ‘부부의 날’ 행사를 개최하였고, 2001년 4월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2007년 5월 2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부부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우리 농업 우리 먹거리와 관련된 특이한 기념일들◎
매년 3월 3일은 삼겹살의 날
매년 6월 4일은 육포의 날(육4데이)
매년 8월 8일은 포도의 날. 88자가 포도 송이와 같아서*
매년 9월 9일은 닭고기의 날
매년 10월 24일은 사과의 날
* 둘(2)이 서로 사(4)과하고 화해하는 날 *
매년 11월 1일은 한우의 날
매년 11월 4일은 단감의 날
매년 11월 11일은 가래떡의 날, 농민의 날
매년 5월 21일은 부부의 날
* 둘(2)이 서로 결혼해서 하나(1)의 부부로 성장하게 된다는 뜻 *
우리 모두 좋은 뜻에 날들의 본뜻을 이해하고 이에 동참해서 우리 농촌도 살리고 식량안보도 이룹시다.
고맙습니다.
-제59회 조병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