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63명. 국민 절반 이상은 “종교기관이 제 역할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50대 이하 모든 연령층에서 종교 기관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는 10명 중 2명을 밑돌았다. 반면 70세 이상에선 이보다 2배 많은 인원(43%)이 종교기관 역할수행에 합격점을 줬다(그래픽 참조).
한국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주요 사회기관 역할수행평가’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2명(23%)만 “종교기관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고 평가를 받은 대기업(48%)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어 초·중등교육기관(41%) 사회복지시설·기관(39%) 고등교육기관(29%) 공공기관(27%) 시민사회단체(26%) 순이었다. 종교기관보다 평가가 뒤처진 곳은 의료기관(18%) 언론사(17%) 정당(8%)뿐이었다. 이번 한국리서치 조사는 지난달 6일부터 나흘간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민일보가 한국리서치에서 단독 입수한 자료를 보면 교계를 둘러싼 냉소는 내부에서도 쏟아졌다. 절반 넘는 개신교 교인들(55%)은 “종교기관이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종교기관이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답한 개신교 교인은 3명 중 1명(38%)에 불과했다. 천주교 교인의 평가는 긍정 35%, 부정 54%로 나타났고 불교 신자 긍정 평가는 27%, 부정 평가는 63%였다. 교인들의 긍정 평가가 일반 국민보다 높은 것은 70대 이상 고령층 교인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믿는 종교가 없는 사람 중에서는 13%만이 종교기관의 역할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불신자일수록 종교기관 역할에 회의적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절반가량이 현재 믿는 종교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종교기관에 대한 평가가 좋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종교기관을 둘러싼 교계 안팎의 불신 여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상과 적극 소통하는 노력과 함께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고 일터와 일상생활로 파송하는 사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종교사회학) 교수는 “교인들 의식은 갈수록 성장하는데 적지 않은 교회들은 여전히 부흥에만 천착하고 있다”며 “교인들을 교회 안에만 머물게 하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으니 교인·비교인 모두에게 교회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 부흥기와 전성기를 재현하려는 시도로는 낮아진 신뢰도를 회복할 수 없다”며 “깨어 있는 젊은 목회자와 교인들 의견을 반영해 이 시대의 언어로 진리를 지키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교회가 믿는 이들만의 사교 집단이 돼선 안 된다. 교인들을 교회 사역자로만 세울 게 아니라 일터·생활 선교사로 파송하는 사역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