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p><span style="color: #ee2323;"><b>봄</b></span></p><p>앞 강에 안개 걷히고 뒷산에 해 비친다</p><p>배 떠라 배 떠라</p><p>밤물은 거의 지고 낮물이 밀려온다</p><p>지국총(至匊悤) 지국총 어사와(於思臥.어여차)</p><p>강촌(江村)의 온갖 꽃들 먼빛이 더욱 좋다</p><p> </p><p>날이 덥도다 물 위에 고기 떴다</p><p>닻 들어라 닻 들어라</p><p>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하는구나</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낚싯대는 쥐고 있다 탁주 병은 실었느냐</p><p> </p><p>동풍이 건들 부니 물결이 곱게 인다</p><p>돛 달아라 돛 달아라</p><p>동호(東湖)를 돌아보며 서호(西湖)로 가자꾸나</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아온다</p><p> </p><p>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 숲인가</p><p>이어라(저으라) 이어라</p><p>어촌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맑고 깊은 소(沼)에 온갖 고기 뛰노누나</p><p> </p><p>고운 볕이 들었는데 물결이 기름 같다</p><p>이어라 이어라</p><p>그물을 넣어 두랴 낚싯줄을 놓을 건가</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탁영가(濯纓歌)에 흥이 나니 고기도 잊겠도다</p><p> </p><p>석양이 비꼈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p><p>돛 내려라 돛 내려라</p><p>언덕 버들 물가 꽃은 굽이굽이 새롭구나</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삼정승을 부러워하랴 만사를 생각하랴</p><p> </p><p>방초(芳草)를 밟아 보며 난초며 지초 뜯어 보자</p><p>배 세워라 배 세워라</p><p>일엽편주에 실은 것이 무엇인고</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갈 적에는 안개뿐이었고 올 적에는 달이로다</p><p> </p><p>취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리련다</p><p>배 매어라 배 매어라</p><p>붉은 낙화(落花) 흘러오니 무릉도원 가깝도다</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속세의 티끌이 얼마나 가렸느냐</p><p> </p><p>낚싯줄 걷어 놓고 봉창의 달을 보자</p><p>닻 내려라 닻 내려라</p><p>벌써 밤이 되었느냐 자규새 소리 맑게 난다</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남은 흥이 무궁하니 갈 길을 잊었도다</p><p> </p><p>내일이 또 없으랴 봄날 밤이 곧 새리라</p><p>배 붙여라 배 붙여라</p><p>낚싯대로 막대 삼고 삽짝문 찾아보자</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어부의 생애는 이러구러 지내리로다</p><p> </p><p><span style="color: #ee2323;"><b>여름</b></span></p><p>궂은비 멎어 가고 시냇물이 맑아 온다</p><p>배 떠라 배 떠라</p><p>낚싯대를 둘러메니 깊은 흥을 금치 못하겠네</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안개 낀 강 겹겹이 높은 산은 누가 그려 내었는고</p><p> </p><p>연잎에 밥 싸 두고 반찬일랑 장만 마라</p><p>닻 들어라 닻 들어라</p><p>푸른 대삿갓은 쓰고 있노라 녹색 도롱이는 가져오느냐</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무심한 흰 갈매기는 내가 좇는가 제가 좇는가</p><p> </p><p>마름 잎에 바람 부니 봉창이 서늘쿠나</p><p>돛 달아라 돛 달아라</p><p>여름 바람 일정하게 불겠느냐 가는 대로 배 맡겨라</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북쪽 포구 남쪽 강이 어디가 아니 좋을런가</p><p> </p><p>물결이 흐리거든 발을 씻은들 어떠하리</p><p>이어라 이어라</p><p>오강(吳江)에 가자하니 천년노도(千年怒濤) 슬프도다</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초강(楚江.멱라수)에 가자하니 어복충혼(魚腹忠魂) 낚을세라</p><p> </p><p>버들 숲 녹음 어린 곳에 이끼 낀 바위 낚시터도 기특하다</p><p>이어라 이어라</p><p>다리에 도착하거든 낚시꾼들 자리다툼 허물 마라</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학발(鶴髮)의 노옹(老翁)을 만나거든 뇌택(雷澤)에서의 자리 양보 본받아 보자</p><p> </p><p>긴 날이 저무는 줄 흥에 미쳐 모르도다</p><p>돛 내려라 돛 내려라</p><p>돛대를 두드리고 〈수조가(水調歌)〉를 불러 보자</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애내(欸乃.뱃노래) 소리 가운데에 만고(萬古)의 마음을 그 누가 알까</p><p> </p><p>석양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깝구나</p><p>배 세워라 배 세워라</p><p>바위 위에 굽은 길이 솔 아래 비껴 있다</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푸른 숲에 꾀꼬리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구나</p><p> </p><p>모래 위에 그물 널고 그늘 밑에 누워 쉬자</p><p>배 매어라 배 매어라</p><p>모기를 밉다 하랴 쉬파리에 비하면 어떠한고</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다만 한 근심은 상대부(桑大夫.세금 거두는 관리)가 들을까 하는 것이네</p><p> </p><p>밤사이 풍랑을 어찌 미리 짐작하리</p><p>닻 내려라 닻 내려라</p><p>들판 나루터에 비껴 있는 배를 그 누가 일렀는고</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시냇가 그윽한 풀도 진실로 어여쁘다</p><p> </p><p>오두막을 바라보니 흰 구름이 둘러 있다</p><p>배 붙여라 배 붙여라</p><p>부들부채 비껴 쥐고 돌길로 올라가자</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어옹(漁翁)이 한가하더냐 이것이 구실이라</p><p> </p><p><span style="color: #ee2323;"><b>가을</b></span></p><p>속세 밖의 좋은 일이 어부의 삶 아니더냐</p><p>배 떠라 배 떠라</p><p>어옹을 비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니라</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사계절의 흥이 한가지이나 가을 강이 으뜸이라</p><p> </p><p>수국(水國)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p><p>닻 들어라 닻 들어라</p><p>만경창파에 실컷 배 띄워 가자</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인간 세상을 돌아보니 멀수록 더욱 좋다</p><p> </p><p>흰 구름이 일어나고 나무 끝이 흐늘댄다</p><p>돛 달아라 돛 달아라</p><p>밀물 타고 서호(西湖) 가고 썰물 타고 동호(東湖) 가자</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흰 마름 붉은 여뀌는 가는 곳마다 보기 좋다</p><p> </p><p>기러기 떠가는 저 편으로 못 보던 산 보이네</p><p>이어라 이어라</p><p>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 흥취라</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석양이 비치니 뭇 산이 수놓은 비단이로다</p><p> </p><p>반짝이는 물고기가 몇이나 걸렸는가</p><p>이어라 이어라</p><p>갈대꽃에 불 붙여 가려서 구워 놓고</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질흙 병을 기울여서 박구기(술그릇)에 부어다오</p><p> </p><p>옆바람이 고이 부니 다른 돋자리에 돌아왔다</p><p>돛 내려라 돛 내려라</p><p>어스름은 나아오대 맑은 흥취는 멀어진다</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단풍나무 맑은 강이 싫지도 밉지도 않구나</p><p> </p><p>흰 이슬 비꼈는데 밝은 달 돋아 온다</p><p>배 세워라 배 세워라</p><p>봉황루(鳳凰樓.임금이 있는 궁궐) 아득하니 맑은 빛을 누구에게 줄꼬</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옥토끼가 찧는 약을 호객(豪客)에게 먹이고저</p><p> </p><p>하늘과 땅이 제각기인가 이곳이 어드메뇨</p><p>배 매어라 배 매어라</p><p>서풍(西風) 먼지 못 미치니 부채질해 무엇하리</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들은 말이 없었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p><p> </p><p>옷 위에 서리 내려도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p><p>닻 내려라 닻 내려라</p><p>낚싯배 좁다지만 뜬구름 같은 속세에 비겨 어떠한가</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내일도 이리하고 모레도 이리하자</p><p> </p><p>소나무 사이 석실(石室)에 가서 새벽달을 보려 하니</p><p>배 붙여라 배 붙여라</p><p>빈산에 낙엽 진 길을 어찌 알아볼꼬</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흰 구름이 쫓아오니 여라의(女蘿衣.은자의 옷)가 무겁구나</p><p> </p><p><span style="color: #ee2323;"><b>겨울</b></span></p><p>구름 걷힌 뒤에 햇볕이 두텁다</p><p>배 떠라 배 떠라</p><p>천지가 얼어붙었으되 바다는 의구하다</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끝없는 물결이 깁 비단 편 듯하다</p><p> </p><p>낚싯줄이며 낚싯대 손질하고 뱃밥을 박았느냐</p><p>닻 들어라 닻 들어라</p><p>소상강(瀟湘江)과 동정호(洞庭湖)는 그 물이 언다 한다</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이때에 고기 잡기 이만한 데 없도다</p><p> </p><p>얕은 개의 물고기들이 먼 소에 다 갔나니</p><p>돛 달아라 돛 달아라</p><p>잠깐 날 좋을 제 낚시터에 나가 보자</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미끼가 좋으면 굵은 고기 문다 한다</p><p> </p><p>간밤에 눈 갠 후에 경물이 다르구나</p><p>이어라 이어라</p><p>앞에는 유리 같은 만경창파요 뒤에는 옥 같은 천 겹 산이로다</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선계(仙界)인가 불계(佛界)인가 인간 세상이 아니로다</p><p> </p><p>그물이며 낚시 잊어 두고 뱃전을 두드린다</p><p>이어라 이어라</p><p>앞 개를 건너려고 몇 번이나 헤아려 보았나</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공연한 된바람이 행여 아니 불어올까</p><p> </p><p>자러 가는 까마귀 몇 마리나 지나갔는가</p><p>돛 내려라 돛 내려라</p><p>앞길이 어두우니 저녁 눈발이 잦아드네</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아압지(鵝鴨池)를 누가 쳐서 초목의 치욕(병자호란)을 씻었던고</p><p> </p><p>붉게 물든 벼랑 푸른 절벽이 병풍같이 둘렀는데</p><p>배 세워라 배 세워라</p><p>크고 작은 물고기를 낚으려나 못 낚으려나</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쪽배에서 도롱이 걸치고 삿갓 쓴 채 흥에 겨워 앉았노라</p><p> </p><p>물가의 외로운 솔 혼자 어이 씩씩한고</p><p>배 매어라 배 매어라</p><p>궂은 구름 한하지 마라 세상을 가리운다</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물결 소리를 싫어하지 마라 속세의 시끄러움 막는도다</p><p> </p><p>창주오도(滄洲吾道.신선세계)를 예로부터 일렀더니라</p><p>닻 내려라 닻 내려라</p><p>칠리(七里) 여울에서 양피(羊皮) 옷은 그 어떠한 이던고</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삼천 육백 날(강태공의 10년간) 낚시질은 손꼽을 제 어찌하던고</p><p> </p><p>어와 해 저물어 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도다</p><p>배 붙여라 배 붙여라</p><p>가는 눈 뿌린 길 붉은 꽃 흩어진 데 흥청이며 걸어가서</p><p>지국총 지국총 어사와</p><p>설월(雪月)이 서봉(西峯)을 넘어가도록 송창(松窓)에 기대어 있자</p><p> </p><p>동방에 예로부터 〈어부사(漁父詞)〉가 있는데 이것을 읊조리노라면 강바람과 바다 비가 얼굴에 부딪히는 듯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훌쩍 세속을 떠나 홀로 서려는 뜻을 가지게 한다. 이 때문에 농암(聾巖.이현보) 선생도 좋아하여 싫증 내지 않았고 퇴계(退溪.이황) 선생도 칭탄하여 마지않았다. 그러나 음향이 상응하지 못하고 말뜻이 잘 갖추어지지 못하였으니, 이는 고시를 모으는 데 구애되었기에 국촉(局促)해지는 흠결을 면치 못한 것이다. 내가 그 뜻을 부연하고 언문을 사용하여 〈어부사〉를 지었는데, 계절별로 각 한 편씩이며 한 편은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곡조며 음률에 대해서는 진실로 감히 함부로 의논하지 못하며 창주오도(滄洲吾道)에 대해서는 더욱이 감히 내 뜻을 가져다 붙일 수 없으나, 맑은 강 넓은 호수에 조각배를 띄우고 물결을 따라 출렁일 때에 사람들에게 한목소리로 노래하며 노를 젓게 한다면 또한 하나의 쾌사(快事)일 것이다. 또 훗날 창주(滄洲)에서 거처할 일사(逸士)가 반드시 나의 이 마음과 뜻이 부합하여 백세의 세월을 넘어 느낌이 일지 않으리라고는 못할 것이다.</p><p> </p><p>신묘년(1651) 9월 부용동(芙蓉洞)의 낚시질하는 노인이 세연정(洗然亭) 낙기란(樂飢欄) 옆 배 위에서 적어 아이들에게 보인다.</p><p>▼ 김홍도의 「어부오수도(漁夫午睡圖)」</p><div class="figure-img" data-ke-type="image" data-ke-style="alignLeft" data-ke-mobilestyle="widthOrigin"><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99E8153D5C6E6AD92B" class="txc-image" width="850" data-img-src="https://t1.daumcdn.net/cfile/cafe/99E8153D5C6E6AD92B" data-origin-width="850" data-origin-height="575"></div><p> </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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