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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쓰기 장석주 시인
나는 글을 써서 밥을 버는 전업작가이다. 글을 써서 생계를 꾸리는 처지니 날마다 문장을 쓴다. 모든 글은 문장에서 시작해서 문장으로 끝난다. 아주 단순한 진리다. 문장이란 본디 쓴 이의 뜻을 전달하는 게 그 소임이다. 다음은 빈센트 밀레이의 시 ‘비가’중 일부다.
“들어라, 얘들아./ 너희 아버지가 죽었단다./ 그의 낡은 코트들로/ 너희에게 작은 재킷을 만들어주마./ 그의 낡은 바지들로/ 너희에게 작은 바지를 만들어주마.”
나는 이렇듯 에두르지 않고, 뜻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쉬운 문장을 좋아한다. 글을 쓰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글은 쓸 수 없다는 불가능성에서 비롯된 불안을 뚫고 나온다. 이 불안은 문장의 필수 성분인 것만 같다. 훌륭한 작가들도 백지 앞의 불안과 공포를 피하지는 못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20대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로 보낸다. 그때 소설 습작을 시작했는데, 글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넌 지금까지도 잘 써 왔으니 앞으로도 잘 쓸 거야. 일단 정직한 문장 하나를 쓰면 돼. 네가 아는 가장 정직한 문장을 써봐. 그러면 거기서부터 글을 써 나갈 수 있을 거야. 그것은 어렵지 않아.’
정말 그렇다. 자기가 잘 아는 것에 대해 정직하게 쓰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때 정직한 태도는 겪지 않아 모르는 것을 배제하고 오로지 자기가 겪어서 잘 아는 것을 쓴다는 뜻이다. 20대에는 꿈과 육체, 가난과 젊음의 오만과 희망이 전 재산이었다. 나는 그 시절을 시립도서관의 구석진 자리에서 김승옥의 단편 <무진기행> 따위를 필사하며 여름을 보내곤 했다. 가슴에 꽃과 태양과 맹수를 품고 질주하던 그때 언젠가 이런 단편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품은 채 필사를 했다.
내가 만일 20대에 니체와 콜린 윌슨, 알베르 카뮈와 프란츠 카프카, 가스통 바슐라르와 사르트르, 발터 베냐민과 롤랑 바르트의 책들을 읽지 않았다면 오늘의 글 쓰는 나는 없었을 테다. 나는 니체에게서 은유와 비유로 문장을 쓰는 방식을, 문체가 곧 몸이며 정신이라는 것을 배운 것이다. 니체의 책에서 “나는 모든 글 가운데서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그대는 피가 곧 정신임을 알게 되리라”는 문장을 처음 읽은 뒤 지금까지 가슴에 새긴 채 살았다.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추수밭, 2015년)이란 필사 책을 내면서 나는 이렇게 썼다. “명문장을 베껴 쓰는 일은 그 작가에 대한 오마주다. 베껴 쓰기는 교감을 나누는 것이다. 아울러 문장에 깃든 정신과 기품을 닮으려는 능동적인 마음의 발로를 보여준다. 베껴 쓰는 사람은 문장의 정수 속으로 스민다. 자아와 문장의 혼융! 영리하고 명료한 명문장들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와 뼈와 살을 이룬다.”필사는 느린 꿈꾸기이고, 나를 돌아보는 성찰이며, 행복한 몽상의 계기를 준다. 나는 필사의 좋은 점을 열 가지도 넘게 말할 수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필사하고 그것을 읽고, 또 읽으며 여러 계절을 흘려보내는 것은 좋은 문장을 쓰는 훈련이다. 많은 작가들이 선배 작가들의 글을 베껴 쓰면서 문장 쓰는 법을 배운다. 나는 김승옥 말고도 한창기, 김우창, 김현, 고은, 고종석의 책들을 읽으면서 내밀한 사유를 한국어다운 문장으로 옮기는 방법을 배운다. 이것은 아주 정직한 얘기다. 내가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을 적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육체노동이다. 나는 몸으로 글을 쓴다는 것을 오랜 체험으로 터득했다. 몸으로 쓰는 것은 직관, 영감, 체험 이런 것들이 자기 몸의 숨결과 피의 맥동을 뚫고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장미꽃에 대해 쓰려면 장미꽃이 되고, 별에 대해 쓰려면 별이 돼야 한다. 나탈리 골드버그는 <뼛속까지 내려가 쓰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스스로 믿을 수 있게 됐을 때, 그 목소리가 이끄는 곳으로 곧장 나가라”라고 조언한다. 내 경험에 비추어 말하자면 말없이 집중하는 가운데 책상 앞에 앉아서 오랜 시간을 버텨야 겨우 몇 문장을 건진다. 그 거친 문장을 마음이 들 때까지 썼다 지웠다 하며 다듬는다. 문장의 퇴고는 거친 원석을 깎고 다듬어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닮았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지만 글쓰기 역시 끊임없는 자기 단련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품는다. 그렇다면 좋은 문장이란 어떤 것일까? 나는 담백하게 뜻을 전달하는 문장을 좋아한다. ‘담백하게’라는 것은 꾸밈이 없다는 뜻이다. 문장이 담백하려면 형용사나 부사, 그리고 접속사를 줄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쉽게 써라. 쉽고 리듬감이 있는 문장에 자기만의 창의적인 사유와 성찰을 담아라. “당신은 아침에 제일 먼저 눈을 뜬다. 인디언 보초병처럼 살그머니 옷을 꿰어 입고, 방과 방을 가로지른다. 시계공처럼 조심조심 현관문을 닫는다. 됐다. 이제 밖이다. 당신은 가장자리가 장밋빛으로 물든 새벽의 푸르름 속에 서 있다. 모든 것을 정화
시키는 차가운 공기도 빼놓지 말고 언급해야 한다.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 연기 같은 구름이 후후, 빠져 나온다. 당신은 새벽 보도 위에 자유롭게, 가볍게 존재한다. 빵집이 조금 먼 거리에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다.” -필립 들레름, <새벽 거리에서 먹는 크루아상>(1998년) 중 ‘첫 맥주 한 모금 그리고 다른 잔잔한 기쁨들’ 이 문장은 새벽의 빛 속에 선 행복한 기분을 묘사하는데, 무엇보다도 어느 한 군데 복잡한 구석이나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다. 마치 찬물로 세수를 막 마친 얼굴을 마주쳤을 때와 같은 순정하고 상큼한 느낌을 준다. 필립 들레름의 문장은 가볍고 경쾌하되 경박하거나 공허하지 않다. 자기가 겪은 것을 바탕으로 꾸밈없이 쓰기 때문이다. 좋은 문장은 아름답고 간결하고 힘차다. 문장은 언어의 통사론적 규칙과 질서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 정해진 기율이 무너지면 좋은 문장이 나올 수가 없다. 좋은 문장은 ‘꾸밈없이 정확하게’쓰되 뜻과 소리가 어우러지며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고려속요 ‘청산별곡’속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아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라는 문장을 눈으로만 읽지 말고 소리 내어 읽어보라. 문장의 뜻도 소중하지만 맑은 울림소리로 인해 그 문장에 깊이와 아름다움이 더해지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좋은 문장은 우리 말 공부에서 시작한다. 풍부한 어휘들을 습득하고, 그것을 적재적소에 가려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
좋은 문장을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전업작가로 사는 지금도 나는 새로운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배운다. 헛소리나 푸념 따위를 쓰지 마라. 자기가 모르는 것을 쓰지 마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구구절절 늘어놓지 마라. 문장의 규범을 함부로 파괴하지 마라. 좋은 문장은 문법적으로 완벽하기보다는 문법과 사유와 자연스럽게 녹아 어우러진 문장, 생명의 리듬을 품은 문장, 흐르고 스쳐 가는 절대의 찰나를 날렵하게 잡아낸 문장, 감각적인 기쁨과 충만을 담은 문장, 영혼을 울리면서 강렬한 존재 쇄신의 느낌을 주는 문장이다. 반면 나쁜 문장은 정직하지 않고, 꾸밈이 많고, 형용사나 부사를 남발하고, 질척이는 감상이 넘친다. 또한 쓸데없이 길게 늘어지며 중언부언하고, 뻔한 지식들을 늘어놓으면 신선한 자극이 없다. 이런 글을 하품하면서 읽는 것은 인생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낮잠을 자는 게 더 낫 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가? 문장은 수사학과 논리학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지지만 이런 것을 반드시 알아야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시집들과 작가들의 좋은 문장을 많이 읽어라. 읽고, 읽고, 읽어서 자기 것으로 소화하면서 수사학과 논리학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빈센트 밀레이의 <죽음의 엘레지>, 노르웨이의 국민 시인 하우게의 <내게 진실의 전부를 보여주지 마세요>, 파블로 네루다의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쉼 보르스카의 <끝과 시작> 같은 시집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 알베르 카뮈의 <결혼·여름>,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같은 책
들은 늘 곁에 두고 읽는 책들이다. 좋은 문장을 배울 수 있는 텍스트들이다. -------------------------------------------- 장석주 시인은…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 시인·독서광·인문학 저술가. 정독도서관에서 시와 철학을 혼자 공부하던 스무 살 때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다.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하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입선해 시와 비평을 겸업해 오고 있다. <몽해항로>, <오랫동안>, <일요일과 나쁜 날씨> 등 시집을 내고, <소설-장석주의 소설창작 특강>, <풍경의 탄생>, <마흔의 서재>,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등 여러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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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개념
수필이란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생각나는 대로 붓 가는 대로 견문이나 체험, 또는 의견이나 감상을 적은 글을 말한다. 흔히 수필을 essay의 역어로 생각하나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써왔다.
중국 남송 때 홍매의 '용재수필(74권 5집)'의 서문에 '나는 버릇이 게을러 책을 많이 읽지 못하였으나 뜻하는 바를 따라 앞뒤를 가리지 않고 써 두었으므로 수필이라고 한다.'라는 말이 보이고, 한국에서는 연암 박지원의 연경 기행문 '열하일기'에 '일
신수필'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보인다.
프랑스어의 에세(essai)는 '시도' 또는 '시험'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 말은 '계량(計量)하다' '음미(吟味)하다'의 뜻을 가진 라틴어 '엑시게레(exigere)'에 그 어원이 있다.
영어의 essay는 프랑스어의 essai에서 온 말이다.
에세라는 말을 작품 제목으로 처음 쓴 사람은 프랑스의 몽테뉴이며 그의 '수상록'(1580)은 에세라는 제목을 붙인 서책으로서는 서양 최초의 저서이다.
어원으로 볼 때, 동서양의 수필의 개념은 거의 일치한다.
수필은 일반적으로 사전에 어떤 계획이 없이 어떠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느낌·기분·정서 등을 표현하는 산문 양식의 한 장르이다. 그것은 무형식의 형식을 가진 비교적 짧고 개인적이며 서정적인 특성을 가진 산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홍매의 정의나 '수필은 한 자유로운 마음의 산책, 즉 불규칙하고 소화되지 않는 작품이며,
규칙적이고 질서 잡힌 작문이 아니다'라는 S.존슨의 정의나, '수필은 마음속에 표현되지 않은 채 숨어 있는 관념·기분·정서를 표현하는 하나의 시도다. 그것은 관념이라든지 기분·정서 등에 상응하는 유형을 말로 창조하려고 하는 무형식의 시도다'라는 M.리드의 정의 등도 모두 대동소이하다.
수필은 그 정의가 좀 막연한 것과 같이 종류의 분류도 일정하지 않다.
수필을 에세이와 미셀러니(miscellany)로 나누는 이가 있는데 전자는 어느 정도 지적(知的)·객관적·사회적·논리적 성격을 지니는 소평론 따위가 그것이며, 후자는 감성
적·주관적·개인적·정서적 특성을 가지는 신변잡기, 즉 좁은 뜻의 수필이 이에 속한다.
영문학의 경우를 전제로 하여 포멀 에세이와 인포멀 에세이로 나누는 이도 있는데, 인포멀이란 정격(正格)이 아니라는 뜻이므로 전자는 소평론 따위, 후자는 일반적인 의미의 수필에 해당한다. 또 중수필(重隨筆)·경수필(輕隨筆)·사색적 수필·비평적 수필·스케치·담화 수필(譚話隨筆)·개인 수필·연단 수필(演壇隨筆)·성격 소묘 수필(性格素描隨筆)·사설 수필 등으로 나누는 사람도 있다.
수필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설이 많다.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론', 플라톤의 '대화편', 로마시대의 키케로, 세네카, 그리고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등도 수필이라고 할 수 있으나 프랑스의 몽테뉴의 '수상록'을 수필의 원조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영국 수필의 원조는 그보다 17년 늦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수상록'을 꼽는데 영국에는 그 이후에 C.램, W.해즐릿, L.헌트, T.드 퀸시 등의 유명한 수필가가 배출되었다. 특히 램의 '엘리아 수필집'(1823)은 시정인(市井人)의 여유와 철학이 깃들어 있으며 신변적·개성적 표현이면서도 인생의 참된 모습이 묘사되어 있고, 영국적 유머와 애상이 잘 드러나 있다.
한국에서는 김만중의 '서포만필', 편자·연대 미상의 조선초의 '대동야승', 유형원의 '반계수록', 그리고 고려시대 이인로의 '파한집', 최자의 '보한집' 등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근대 최초의 수필은 유길준의 '서유견문'(1895)이며, 이어 최남선의 '백두산 근참기', '심춘순례'(1927), 이광수의 '금강산유기' 등이 간행되었으나 이것들은 모두 기행문으로서의 수필이다. 그 뒤 김진섭의 '인생예찬', '생활인의 철학', 이양하의 '이양하 수필집', 계용묵의 '상아탑' 등이 나왔으며, 이 밖에 조연현·피
천득·안병욱·김형석·김소운 등의 등장으로 한국의 수필 문학은 종래의
기행문적인 것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인생 체험에서 우러나온 수필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실제로 수필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준비와 수필을 쓰기 위한 준비와 의미, 그리고 어떻게 써야 좋은 글인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문학 지망생이 처음 생각하는 것은 대개의 경우 시가 아니면 소설이다. 그러다가 여의치 않으면 수필이나 써보자고 한다. 수필이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수필이 어떤 글인가를 모르고 하는 생각이다. 여하간 수필을 쓰고자 할 때에는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문장이 좋은 것을 읽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벽에 부딪힌다. 모범이 되는 글을 찾아 읽어야 하는데, 수필(에세이)이라는 이름이 붙은 베스트셀러면 문장이 좋은 것인 줄 안다. 이래서 첫걸음의 방향이 잘못 잡힌다. 문장에 재질이 있어도, 모범이 될 만한 글을 읽지 않으면 만권의 책을 읽어도 글다운 글을 쓸 수 없다. 좋은 글이 몸에 배지 않은 상태에서 쓰는 것은, 어둠 속을 헤매는 것과 같은 까닭이다. 최근에는 각종 문학 강좌에서 수필 강좌가 공개적으로 열리고 있어 쉽게 공부할 수가 있으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좋은 글을 찾아 읽는 일이다. 하지만 초보자는 좋은 글을 찾아 읽는 일이 쉽지 않다. 작자의 유명 도나 또는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베스트셀러라는 것에 빠지기 쉬운 까닭이다. 따라서 좋은 글의 선택을 위해서는, 스승이나 선배에게서 소개 받는 것이 무난한 방법이다. 여하간 좋은 글에 의해 스스로 안목을 키워나가지 않으면, 그만큼 바른 길로 들어서는 일은 늦어진
문장이 돼야 하는 글이다. 따라서 좋은 문장을 가려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좋은 글을 대하는 일밖에 다른 길이 없다. 그렇다면 수필을 쓰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소재를 만났을 때 수필은 시작된다. 그러나 소재에서 오는 충동만으로 수필이 된다고는 볼 수 없다. 스스로 쓰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일단 생각해 보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남이 읽어서 의미가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미란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것이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독자에게 얼마만큼 공감을 주겠느냐 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사회를 떠나 살 수 없다. 어느 시대이든 그 사회 속에 소속되어 살고 있으며, 사회적 유대와 인간정신에 의해 지탱된다. 수필에는 그런 정신이 담겨져야 한다. 말하자면 인간끼리의 공감하는 세계다. 수필이 신변 잡담의 차원을 넘어, 문학의 영역이고자 하는 이유는 이러한 요소가 들어 있는 것을 뜻한다. 수필에는 일정한 형식이 없다. 도덕적 가치개념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무엇 때문에 썼는가를 모르게 쓴 글이 있다. 이 말은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든가 요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조그마한 얘깃거리밖에 안 되는 소재일지라도, 그것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생각하는 것이 인간적일 때, 수필은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는 얘기다. 이웃과의 사랑·고뇌·연민·시대적 우수(憂愁) 또는 비분(悲憤) 등이 내부에서 연소되어 나온 글이면, 이것이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글이며 의미를 지니는 글이 된다. 그러면 좋은 수필이란 어떤 것인가.
좋은 수필이 되자면 몇 가지 규범이 따르는데, 무엇보다도 문장이 솔직하고 소박해서 진솔성(眞率性)이 있어야 한다. 사물을 나타내는 말에는 오직 그것에 맞는 말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진실을 나타낸다는 뜻이며 솔직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
이 수필의 본질이다. 문장은 아름답게 꾸미려고 할수록 진실과 멀어진다. 꾸미는 글은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수필의 문학성을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으나, 본질론으로
말해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설이나 동화는 허구(虛構)이고, 시는 심상(心象)의 형상화라고 한다면, 수필이 지니는 문학성은 개인의 인격적 고백 성에 있다. 이와 같이 수필의 문학성은 1차적으로 개인의 인격적 고백 성으로 독자를 감동시키는 데 있으나 그것은 내용과 함께 문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작자의 사상과 감정이 내부에서 걸러지고 삭혀져서, 잘 익은 술처럼 향기를 내야 한다. 흔히 수필의 문학성을 서정성에 두고 있으나, 지적(知的)이거나 논리적이라 해서 문학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어떤 것이든 인간의 문제가 담기면서 공감을 주는 것이면 그것이 수필의 문학성이다. 그러면 좀 더 구체적으로, 좋은 수필이 되게 하는 요건들이 어떤 것인가를 보자.
어떤 수필이 과연 좋은 수필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 한 마디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수필은 어디까지나 문학이기 때문에 객관적, 일률적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그것을 읽는 사람의 개인적인 판단이나 주관,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각자의 환경이나 이제까지 살아온 삶, 교육정도, 남녀 간의 성적인 차이, 나이, 직업, 시대나 사회상, 그 글을 쓴 사람과의 관계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똑같은 수필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아주 훌륭한 수필이라고 극구 칭찬하는 데 비해 이와는 정반대로 어떤 사람은 아주 잘못된 수필이라며 비난을 퍼부을 수도 있는 것이다.
좋은 수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1.주제가 선명하고 그 주제와 내용이 잘 맞는다.
2.누구나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다.
3.문장이 대체로 간결하면서 짧다.
4.수필로서의 멋과 위트가 넘치며 재미가 있다.
5.강렬한 인상을 풍기거나 잔잔한 충격이나 감동을 안겨준다.
6.솔직함과 진실성이 넘친다.
7.착상이나 표현이 기발하거나 뛰어나다.
8.자만이나 자기과시가 배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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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설
* 오 헨리의 모든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작품 역시 가볍고 재미있습니다. 이 때문에 모든 비평가들이 오 헨리를 2류 작가로 취급해 왔습니다만은 지금은 오 헨리를 바라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미국 국민작가로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인생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묘사하는 힘이 빼어났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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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sand Dollars 오 헨리
ONE thousand dollars," repeated Lawyer Tolman, solemnly and severely, "and here is the money."
Young Gillian gave a decidedly amused laugh as he fingered the thin package of new fifty-dollar notes.
"It's such a confoundedly awkward amount," he explained, genially, to the lawyer. "If it had been ten thousand a fellow might wind up with a lot of fireworks and do himself credit. Even fifty dollars would have been less trouble."
“천 달러,”변호사 톨만이 근엄하고 엄숙하게 반복했다. “여기 그 돈입니다.”
젊은 길리언은 빳빳한 오십 달러가 묶인 얇은 지폐다발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면서 확실히 즐거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애매한 금액이군요.”그가 변호사에게 다정하게 설명했다. “만약 만 달러였다면, 누군가는 그 돈을 엄청난 양의 불꽃놀이로 날려 버리고 의기양양해 할지도 모르죠. 오십 달러조차도 그보다는 덜 번거로울 겁니다.”
"You heard the reading of your uncle's will," continued Lawyer Tolman, professionally dry in his tones. "I do not know if you paid much attention to its
details. I must remind you of one. You are required to render to us an account of the manner of expenditure of this $1,000 as soon as you have disposed of it. The will stipulates that. I trust that you will so far comply with the late Mr. Gillian's wishes."
"You may depend upon it," said the young man politely, "in spite of the extra expense it will entail. I may have to engage a secretary. I was never good at account
“당신은 삼촌의 유언 낭독을 들었습니다,”변호사 톨만이 전문가다운 건조한 톤으로 말을 이었다. “저는 당신이 그 상세한 부분에 대해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것 한 가지만은 상기시켜 드려야겠군요. 이 천 달러를 쓰는 즉시, 당신은 그 지출 내역을 회계로 기록해서 우리에게 보고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유언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전 당신이 작고하신 길리언씨의 유언에 충분히 동의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당신이야 그것에 매달리겠지요,”젊은이가 정중하게 말했다, “수반될 추가 비용이 있겠지만. 전 비서를 고용해야겠습니다. 회계에 대해선 영 문외한이라 말입니다.”
Gillian went to his club. There be hunted out one whom he called Old Bryson.
Old Bryson was calm and forty and sequestered. He was in a corner reading a book, and when he saw Gillian approaching he sighed, laid down his boo
k and took off his glasses.
"Old Bryson, wake up," said Gillian. "I've a funny story to tell you."
"I wish you would tell it to some one in the billiard room," said Old Bryson. "You know how I hate your stories."
"This is a better one than usual," said Gillian, rolling a cigarette; "and I'm glad to tell it to you. It's too sad and funny to go with the rattling of billiard bars. I've just come from my late uncle's firm of legal corsairs. He leaves me an even thousand dollars. Now, what can a man possibly do with a thousand dollars?"
길리언은 클럽으로 갔다. 그곳에서 길리언은 올드 브리슨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찾아냈다. 올드 브리슨은 마흔쯤 된 사람으로 조용하고 침착한 은퇴자였다. 그는 구석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길리언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한숨을 내쉬며 읽던 책을 내려놓고 안경을 벗었다.
“올드 브리슨, 일어나요,”길리언이 말했다.
“당신에게 말할 재밌는 얘기가 있어요.”
“난 자네가 그 얘기를 당구장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하길 바라네만,”올드 브리슨이 말했다.
“자네도 알잖나, 내가 자네 얘기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이건 평소 다른 이야기들보다 좀 나아요,”길리언이 시가를 굴리며 말했다. “그리고 난 당신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이건 당구대 잡담으로 돌리기엔 너무 슬프고 재미있는 얘기거든요. 저 지금 막 돌아가신 삼촌의 법률 해적선 사무소에서 오는 길인데, 삼촌이 저에게 천 달러씩이나 남겼답니다. 자, 한 남자가 천 달러를 가지고 뭘 할 수 있죠?”
"I thought," said Old Bryson, showing as much interest as a bee shows in a vinegar cruet, "that the late Septimus Gillian was worth something like half a million."
"He was," assented Gillian, joyously, "and that's where the joke comes in. He's left his whole cargo of doubloons to a microbe. That is, part of it goes to the man who invents a new bacillus and the rest to establish a hospital for doing away with it again. There are one or two trifling bequests on the side. - the butler and the housekeeper get a seal ring and $10 each. His nephew gets $1,000."
"You've always had plenty of money to spend," observed Old Bryson.
"Tons," said Gillian. "Uncle was the fairy god-mother as far as an allowance was concerned."
"Any other heirs? " asked Old Bryson.
"None." Gillian frowned at his cigarette and kicked the upholstered leather of a divan uneasily.
“나는,”올드 브리슨이 식초병 부근에 나타난 꿀벌처럼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 “작고하신 셉티머스 길리언이 오십만 달러에 상당하는 자산가라 생각했는데.”
“그랬죠,”길리언이 즐겁게 동의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 익살이 나오는 겁니다. 삼촌은 자신의 전체 금화 궤짝을 미생물에게 남겼어요. 즉, 그 일부는 새 간상균을 발명한 남자에게 가고, 나머지는 병원을 짓는데 그걸 다시 날려 버린 거죠. 그 외에 약간의 유산이 있습니다. - 집사와 가정부는 도장 반지 하나와 십 달러를 각각 받았고, 조카는 천 달러를 얻은 겁니다.”
“자넨 항상 지출이 많았는데,”올드 브리슨이 말했다.
“어마어마하게요,”길리언이 말했다. “삼촌은 용돈에 관해서만은 요정 대모였죠.”
“다른 상속자는?”올드 브리슨이 물었다.
“없어요.”길리언은 시가를 찡그려 보며 소파에 덮인 가죽을 불편한 듯 발로 찼다.
“There is a Miss Hayden, a ward of my uncle, who lived in his house. She's a quiet thing - musical - the daughter of somebody who was unlucky enough to be his friend. I forgot to say that she was in on the seal ring and $10 joke, too. I wish I had been. Then I could have had two bottles of brut, tipped the waiter with the ring and had the whole business off my bands. D
on't be superior and insulting, Old Bryson - tell me what a fellow can do with a thousand dollars."
“하이든 양이 있어요. 삼촌의 피후견인으로 그의 집에서 살았죠. 조용한 여인인데 - 음악에 재능이 있어요 - 삼촌의 친구가 될 만큼 불행했던 누군가의 딸이었습니다. 그녀 역시 도장 반시와 십 달러의 익살에 포함되었다는 걸 말하는 걸 잊었군요. 나도 거기에 속하길 바래요. 그러면 쓴 와인 두잔 마시고 웨이터에게 팁으로 반지를 줄 수 있잖아요. 그리고 나면 전 모든 일에서 손 터는 겁니다. 잘난 척하거나 무시하는 게 아니에요, 올드 브리슨 - 저에게 한 사람이 천 달러로 뭘 할 수 있을지 말해주세요.”
Old Bryson rubbed his glasses and smiled. And when Old Bryson smiled, Gillian knew that he intended to be more offensive than ever.
"A thousand dollars," he said, "means much or little. One man may buy a happy home with it and laugh at Rockefeller. Another could send his wife South with it and save her life. A thousand dollars would buy pure milk for one hundred babies during June, July, and August and save fifty of their lives.
올드 브리슨은 안경을 문지르며 웃었다. 그리고 올드 브리슨이 웃었을 때, 길리언은 여느 때보다 더 모욕적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천 달러는”그가 말했다,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지. 어떤 이는 그것으로 행복한 집을 사고 록펠러를 비웃을 지도 몰라. 다른 이는 그 돈으로 아내를 남부로 보내 그녀의 삶을 구할 수도 있지. 천 달러는 육, 칠, 팔월 세 달간 백 명의 아기들에게 신선한 우유를 사 줄 것이고, 그 아기들 가운데 오십 명을 살릴 거야.
You could count upon a half hour's diversion with it at faro in one of the fortified art galleries. It would furnish an education to an ambitious boy. I am told that a genuine Corot(프랑스의 화가1796-1875)was secured for that amount in an auction room yesterday. You could move to a New Hampshire town and live respectably two years on it. You could rent Madison Square Garden for one evening with it, and lecture your audience, if you should have one, on the precariousness of the profession of heir presumptive."
자네는 요새화된 아트 갤러리들 중 하나에서 ‘은행 (카드놀이의 일종)’에 그 돈을 두고 삼십 분의 유흥을 즐길 수도 있어. 또는 야망을 가진 소년에게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 있다네. 어제 경매 방에서 순종 코롯이 그만큼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들었네. 자네는 뉴햄프셔 타운으로 이사 가서, 그것으로 이년 쯤 풍족하게 살 수도 있어.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빌려서 하룻저녁에 다 쓸 수도 있고, 청중들에게 강연을 할 수도 있지. 강연할 거리가 있어야 한다면,
실성에 대해서는 어떤가.”
"People might like you, Old Bryson," said Gillian, always unruffled, "if you wouldn't moralize. I asked you to tell me what I could do with a thousand dollars."
"You?" said Bryson, with a gentle laugh.
"Why, Bobby Gillian, there's only one logical thing you could do. You can go buy Miss Lotta Lauriere a diamond pendant with the money, and then take yourself off to Idaho and inflict, your presence upon a ranch. I advise a sheep ranch, as I have a particular dislike for sheep."
"Thanks," said Gillian, rising, "I thought I could depend upon you, Old Bryson. You've hit on the very scheme. I wanted to chuck the money in a lump, for I've got to turn in an account for it, and I hate itemizing."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할지도 모르겠군요, 올드 브리슨,”길리언이 늘 그렇듯 구김살 없이 말했다, “만약 당신이 설교하지만 않는다면요. 전 당신에게 내가 천 달러로 뭘 할 수 있을지 물었어요.”
“자네?”브리슨이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왜, 바비 길리언, 자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하게 논리적인 것이 있잖나. 자네는 로타 로리에르 양에게 그 돈으로 다이아몬드 펜던트를 사 줄 수 있고, 그런 뒤에 아이
다호로 날아가서 목장에 폐를 끼칠 수 있지. 내가 양을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양 목장하나 알려 주지.”
“고맙군요,”길리언이 일어서며 말했다, “전 제가 당신에게 의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올드 브리슨. 당신은 대단한 책략가니까요. 전 그 돈을 한 번에 써버리고 싶어요, 그 돈을 사용한 내역이 적힌 회계 장부를 제출해야 하는데, 전 자질구레한 목록을 만들기는 싫거든요.”
Gillian phoned for a cab and said to the driver: "The stage entrance of the Columbine Theatre."
Miss Lotta Lauriere was assisting nature with a powder puff, almost ready for her call at a crowded Matinee, when her dresser mentioned the name of Mr. Gillian.
"Let it in," said Miss Lauriere. "Now, what is it, Bobby? I'm going on in two minutes."
길리언은 택시에 전화해서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콜롬바인 극장 무대 입구요.”
로타 로리에르 양의 의상 담당자가 길리언 씨의 이름을 언급했을 때, 그녀는 파우더 퍼프로 화장을 보정하며, 군중이 몰린 오후 연극에 자기 차례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들어와요,”로레인 양이 말했다. “지금, 뭐죠, 바비? 난 이분 후에 나갈 거예요.”
"Rabbit-foot your right ear a little," suggested Gillian, critically. " That's better. It won't take two minutes for me. What do you say to a little thing in the pendant line? I can stand three ciphers with a figure one in front of 'em."
"Oh, just as you say," carolled Miss Lauriere, "my right glove, Adams. Say, Bobby, did you see that necklace Della Stacey had on the other night? Twenty-two hundred dollars it cost at Tiffany's. But, of course -pull my sash a little to the left, Adams."
"Miss Lauriere for the opening chorus!" cried the call boy without.
“토끼 발 오른쪽 귀로 약간,”길리언이 비판적으로 제안했다. “더 낫군. 이 분은 걸리지 않을 거야. 그 펜던트 라인에 있는 작은 것에 대해 뭐라 말하겠나? 난 그것들 앞에 일이라는 숫자 뒤로 영을 세 개나 늘어놓을 수 있지.”
“오, 당신이 말한 대로죠,”로리에르 양이 재잘댔다, “내 오른 쪽 장갑, 아담스. 말해요, 바비, 당신은 이전 날 밤에 델라 스테이시가 했던 목걸이를 보셨나요? 티파니에서 이천이백 달러나 나가는 거였어요. 하지만, 물론 - 허리띠를 왼쪽으로 약간만 당겨, 아담스.”
“오프닝 코러스에 로리에르 양입니다!”콜 보이가 밖에서 외쳤다.
Gillian strolled out to where his cab was waiting.
"What would you do with a thousand dollars if you had it?" he asked the driver.
"Open a s'loon," said the cabby, promptly and huskily. "I know a place I could take money in with both hands. It's a four-story brick on a corner. I've got it figured out. Second story - Chinks and chop suey; third floor -manicures and foreign missions; fourth floor -poolroom. If you was think-of putting up the capital."
길리언은 그의 택시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어슬렁거리며 나갔다.
“만약 천달러를 가지고 있다면 뭘 하겠습니까?”운전사에게 물었다.
“술집을 열어야죠,”운전사가 즉각적이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난 두 손에 돈을 쥘 수 있는 장소를 압니다. 코너에 있는 사층짜리 벽돌건물이죠. 그게 뭔지 알냈단 말입니다. 이층에는 중국집, 삼층에는 매니큐어와 외국 전도사업, 사층에는 내기 당구장. 만약 당신이 자본을 투자할 생각이라면.”
"Oh, no," said Gillian, “I merely asked from curiosity. I take you by the hour. Drive 'til I tell you to stop."
Eight blocks down Broadway Gillian poked up the trap with his cane and got out. A blind man sat upon a stool on the sidewalk selling pencils. Gillian went out and stood before him.
“아, 아닙니다,”길리언이 말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저 한동안 당신 택시를 이용할 겁니다. 제가 세워 달라고 할 때까지 운전해 주세요.”
브로드웨이 아래로 여덟 정거장을 가서, 길리언은 지팡이로 걸림돌을 더듬으며 내렸다. 시각장애인이 보도 위 걸상에 앉아서 연필을 팔고 있었다. 길리언은 가서 그 앞에 섰다.
"Excuse me," he said, " but would you mind telling me what you would do if you had a thousand dollars?"
"You got out of that cab that just drove up, didn't you? " asked the blind man.
"I did," said Gillian.
"I guess you are all right," said the pencil dealer, "to ride in a cab by daylight. Take a look at that, if you like."
“실례합니다,”그가 말했다, “혹시 천 달러를 갖는다면 뭘 할지 제게 말해 줄 수 있습니까?”
“당신 막 택시에서 내렸구만, 그렇지 않나?”시각장애인이 물었다.
“그렇습니다,”길리언이 말했다.
“당신은 괜찮은 것 같군,”연필장수가 말했다, “대낮에 택시를 타고다니니. 좋다면 이걸 한번 보시오.”
He drew a small book from his coat pocket and held it out. Gillian opened it and saw that it was a bank deposit book. It showed a balance of $1,785 to the blind man's credit.
Gillian returned the book and got into the cab.
"I forgot something," he said. "You may drive to the law offices of Tolman & Sharp, at - Broadway."
그는 코트 주머니에서 작은 책을 꺼내 건넸다. 길리언이 그것을 펼치자, 은행 저축 통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각장애인의 계좌에 1,785 달러의 잔고가 찍혀 있었다.
길리언은 통장을 돌려주고, 택시에 올라탔다.
“제가 잊은 게 있어요,”그가 말했다. “저를 브로드웨이 톨먼 앤 샤프 법률사무소로 데려다주세요.”
Lawyer Tolman looked at him hostilely and inquiringly through his gold-rimmed glasses.
"I beg your pardon," said Gillian, cheerfully, "but may I ask you a question? It is not an impertinent one, I hope. Was Miss Hayden left anything by my uncle's will besides the ring and the $10?"
"Nothing," said Mr. Tolman.
"I thank you very much, sir," said Gillian, and on he went to his cab. He gave the driver the address of his late uncle's home.
톨만 변호사는 금테 안경을 통해 적의와 미심쩍은 눈빛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았다.
“실례합니다,”길리언이 기분좋게 말했다,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바라건대, 중요한 건 아닙니다만. 하이든 양이 제 삼촌 유언으로 반지와 십 달러 외에 또 받은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다,”톨만 씨가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변호사님.”길리언이 말하고 택시로 돌아갔다. 그는 운전사에게 그의 작고한 삼촌 집의 주소를 주었다.
Miss Hayden was writing letters in the library. She was small and slender and clothed in black. But you would have noticed her eyes. Gillian drifted in with his air of regarding the world as inconsequent.
"I've just come from old Tolman's," he explained. "They've been going over the papers down there. They found a" - Gillian searched his memory for a legal term - "they found an amendment or a postscript or something to the will. It seemed that the old boy loosened up a little on second thoughts and willed you a thousand dollars. I was driving up this way and Tolman asked me to bring you the money. Here it is. You'd better count it to see if it'
s right." Gillian laid the money beside her hand on the desk. Miss Hayden turned white.
하이든 양은 서재에서 편지를 쓰고 있었다. 그녀는 작고 날씬하였고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두 눈은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길리언은 별거 아니라는 모습을 보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늙은 톨먼 사무소로부터 오는 길입니다,”그가 설명했다. “그들이 거기서 서류들을 면밀히 검토하다가 한 가지를 발견했는데”- 길리언은 법률 용어를 기억에서 떠올리려 애썼다. - “그들이 첨부조항이던가, 추신이던가 여튼 유언에 대해 어떤 것을 발견했답니다. 그 늙은이가 다시 생각해서 약간 돈을 베푼 모양입니다. 당신에 천 달러를 남겼대요. 전 이쪽으로 가는 길이어서 톨먼이 제가 당신에게 그 돈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여기요. 금액이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길리언은 그녀 손 옆 책상 위에 돈을 내려놓았다. 하이든 양의 얼굴이 하애졌다.
"Oh! " she said, and again "Oh !"
Gillian half turned and looked out the window.
"I suppose, of course," be said, in a low voice, "that you know I love you."
"I am sorry," said Miss Hayden, taking up her money.
"There is no use? " asked Gillian, almost light-heartedly.
"I am sorry," she said again.
“오!”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오!”
길리언은 반쯤 돌아서 창문을 바라보았다.
“물론,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미안해요,”하이든 양이 돈을 받으며 말했다.
“안되겠습니까?”길리언이 거진 가벼운 마음으로 물었다.
“미안해요,”그녀가 다시 말했다.
"May I write a note? " asked Gillian, with a smile. He seated himself at the big library table. She supplied him with paper and pen, and then went back to her secretaire.
Gillian made out his account of his expenditure of the thousand dollars in these words:
"Paid by the black sheep, Robert Gillian, $1,000 on account of the eternal happiness, owed by Heaven to the best and dearest woman on earth."
Gillian slipped his writing into an envelope, bowed and went his way.
“제가 메모 하나 적을 수 있을까요?”길리언이 웃으며 물었다. 그는 커다란 서재 테이블에 앉았다. 그녀는 그에게 종이와 펜을 주고 다시 그녀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길리언은 이런 말로 천 달러의 지출 내역을 기록했다: “검은 양, 로버트 길리언에 의해, 맹세코 지구상에서 가장 멋지고 사랑스러운 여인이 소유한, 영구불변한 행복
의 계좌로 천 달러가 지불됨.”
길리언은 메모를 봉투에 미끄러뜨리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His cab stopped again at the offices of Tolman &Sharp.
"I have expended the thousand dollars," he said cheerily, to Tolman of the gold glasses, "and I have come to render account of it, as I agreed. There is quite a feeling of summer in the air - do you not think so, Mr. Tolman?" He tossed a white envelope on the lawyer's table. "You will find there a memorandum, sir, of the modus operandi (방식, 절차)of the vanishing of the dollars."
그의 택시는 톨먼 앤 샤프 사무소에 다시 들렀다.
“천 달러를 지출했습니다,”그가 금테 안경을 낀 톨먼에게 기쁘게 말했다. “그리고 그 내역서도 적어 왔어요, 동의했다시피 말입니다. 이제 여름 느낌이 완연하군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까, 톨먼씨?”그는 하얀 봉투를 변호사의 테이블에 가볍게 던졌다. “거기에 기록이 보일 겁니다, 변호사님, 달러 뭉치가 사라진 방식에 대해서요.”
Without touching the envelope, Mr. Tolman went to a door and called his partner, Sharp. Together they explored the caverns of an immense safe. Forth they dragged, as trophy
is they forcibly invaded, and wagged their venerable heads together over its contents. Then Tolman became spokesman.
톨먼씨는 봉투에는 손도 대지 않고 문으로 걸어가서 그의 파트너, 샤프를 불렀다. 그들은 함께 거대한 금고 동굴을 뒤졌다. 그들은 탐색의 트로피로서 왁스로 밀봉된 커다란 봉투 하나를 밖으로 끄집어 냈다. 그들은 강제로 그 봉투를 뜯고, 그 내용을 훑으며 그들의 훌륭한 머리를 맞대고 주억거렸다. 그리고 나서 톨먼이 대변인이 되었다.
"Mr. Gillian," he said, formally, "there was a codicil to your uncle's will. It was intrusted to us privately, with instructions that it be not opened until you had furnished us with a full account of your handling of the $1,000 bequest in the will. As you have fulfilled the conditions, my partner and I have read the codicil. I do not wish to encumber your understanding with its legal phraseology, but I will acquaint you with the spirit of its contents.
“길리언씨,”그가 격식있게 말했다, “당신의 삼촌의 유언에 추가사항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유언으로 남겨진 천 달러 유산을 사용한 내역을 저희에게 제출할 때까지 공개하지 말라는 지시사항과 함께 사적으로 저희에게 위임되었던 것이지요. 당신이 그 조건을 만족했으니, 제 파트너와 제가 그 유언보족서를 읽겠습니다. 법률 용어로 당신의 이해가 방해되는 일이 없길 바라며, 당신에게 그 내용의 핵심만 숙지시켜 드리겠습니다.”
"In the event that your disposition of the $1,000 demonstrates that you possess any of the qualifications that deserve reward, much benefit will accrue to you. Mr. Sharp and I are named as the judges, and I assure you that we will do our duty strictly according to justice-with liberality. We are not at all unfavorably disposed toward you, Mr. Gillian. But let us return to the letter of the codicil. If your disposal of the money in question has been prudent, wise, or unselflish, it is in our power to hand you over bonds to the value of $50,000, which have been placed in our hands for that purpose. But if - as our client, the late Mr. Gillian, explicitly provides - you have used this money as you have money in the past, I quote the late Mr. Gillian - in reprehensible dissipation among disreputable associates - the $50,000 is to be paid to Miriam Hayden, ward of the late Mr. Gillian, without delay. Now, Mr. Gillian, Mr. Sharp and I will examine your account in regard to the $1,000. You submit it in writing, I believe. I hope you will repose confidence in our decision."
“당신이 천 달러를 처분한 방식이 당신이 보상을 받을 만한 어떤 자질을 소유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면, 많은 이득이 당신에게 돌아갈겁니다. 샤프씨와 저는 그 판단자로서 지명되었고, 저는 당신에게 우리가 관대함을 겸한 정의에 따라서 엄격하게 우리의 의무를 수행할 것을 보장합니다. 저희는 당신에게 조금도 불리하게 처리하
지 않을 거예요, 길리언씨. 이제 그 유언보족서의 편지로 돌아가 봅시다. 만약 당신이 그 돈을 신중하고 현명하게, 혹은 사심없이 사용했다면, 우리의 권한으로 당신은 오만 달러 가치의 채권을 받게 됩니다. 그 채권은 이것을 목적으로 저희가 맡아두고 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 우리 고객인 고 길리언씨가 명시적으로 제시했듯이, 당신이 이 돈을 과거 당신이 쓰던 대로 사용했다면, 제가 고 길리언씨의 말을 인용하죠 - 평판이 나쁜 무리들 가운데서 괘씸하게 낭비했다면 - 그 오만 달러는 고 길리언씨의 피후견인인, 미리엄 하이든에게 지체없이 지불될 것입니다. 자, 길리언씨, 이제 샤프씨와 제가 천 달러에 관한 당신의 지출내역을 검토하겠습니다. 당신이 기록해서 제출한 것이지요. 당신이 우리의 결정을 신뢰해 주길 바랍니다.”
Mr. Tolman reached for the envelope. Gillian was a little the quicker in taking it up. He tore the account and its cover leisurely into strips and dropped them into his pocket.
"It's all right," he said, smilingly. "There isn't a bit of need to bother you with this. I don't suppose you'd understand these itemized bets, anyway. I lost the thousand dollars on the races. Good-day to you, gentlemen."
Tolman &Sharp shook their heads mournfully at each other when Gillian left, for they heard him whistling gayly in the hallway as he waited for the elevator.
톨먼씨가 그 봉투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것을 차지하는 데 있어서 길리언이 좀
더 빨랐다. 그는 유유히 그 내역서와 봉투를 갈기갈기 찢어서 주머니 속에 쑤셔 넣었다.
“괜찮습니다,”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런 걸로 당신들을 귀찮게 할 필요는 조금도 없죠. 아무튼 전 당신들이 여기 열거된 내기 돈을 이해할 거라 생각지 않아요. 전 그 천 달러를 경마에서 날렸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신사분들.”
길리언이 떠나고, 그가 복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쾌활하게 휘파람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톨먼과 샤프는 서로를 바라보며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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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시 시작하라! 휘파람을 배우고 빵 대신 詩를 먹어라
초심자에게 주는 助言 엘런 코트 시작하라. 다시 또 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입씩 물어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식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치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 두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 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어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ADVICE TO BEGINNERS Ellen Kort Begin. Keep on beginning. Nibble on everything. Take a hike. Teach yourself to whistle. Lie. The older you get the more they'll want your stories. Make them up. Talk to stones. Short-out electric fences. Swim with the sea turtle into the moon. Learn
how to die. Eat moonshine pie. Drink wild geranium tea. Run naked in the rain. Everything that happens will happen and none of us will be safe from it. Pull up anchors. Sit close to the god of night. Lie still in a stream and breathe water. Climb to the top of the highest tree until you come to the branch where the blue heron sleeps. Eat poems for breakfast. Wear them on your forehead. Lick the mountain's bare shoulder. Measure the color of days around your mother's death. Put your hands over your face and listen to what they tell you. 한 해의 시작이다. 누구나 초심자(初心者)가 되는 시간이다. 새해의 출발선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미국의 여류시인 엘런 코트(1936~2015)의 시 〈초심자를 위한 조언〉만큼 새해와 어울리는 시는 없다. 시인은 말한다. ‘시작하라, 다시 또 다시 시작하라’고. ‘휘파람’과 ‘거짓말’을 배우며 ‘돌들’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아도 좋다. 가끔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빗속을 나체로 달려보는’것 또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행위다. 마지막 행의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는 말은, 한 해의 시작을 다지는 멋진 표현이 아닐까.
국내 번역시는 영어 원문에 비해 산뜻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다만, 시적 상상력을 제한하고 있다. 원문은 때로 몽환적이고 감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