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 창비
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모두 젊은이의 이야기기다. 사회에 첫발을 내민 청년뿐만 아니라 현대의 모든 인간이면 곱씹어봐야 할 문제들이다. 지구상에 모든 인간은 모두 청년이기 때문이다. 재미있고 유익한 소설집이다.
잘 살겠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결혼식 초대장을 받았을 때 하는 고민이다. 얼마를 해야지? 저번에 그 집은 얼마를 했더라? 큰일을 치루기 힘든 시절에 품앗이하던 미풍양속이 give-and-take로 어느 순간에 바뀌더니 자본주의 논리가 인간관계에 깊숙하게 스며드는 것을 고발한다. 누구나 그런 계산법으로만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원을 내야 오만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천원을 내면 만이천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본대,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28
일의 기쁨과 슬픔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직책을 부르지 않으면 수평적 업무가 가능한 것인가? 월급을 돈으로 주지 않고 포인트로 지급하는데 그냥 받아야 할까. 머리를 굴리면 해결할 방법은 나오기 마련이다. 환경이야 어떻든 조성진 홍콩 공연 티켓을 사고 비행기표를 예매한다. 젊음이란...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맑은 물처럼 행동했다가 속물로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어쩌면 본인도 그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은 아닐까? 젊음이란....
"말도 안돼. 종이컵 안에는 커피가 들어 있었다. 거지가 아니라 그저 커피를 마시고 있는 할머니였을 뿐이라는 걸 그제야 알아차렸다. 커피에 젖은 손이 기분 나쁘게 끈적거렸다. 98
다소 낮음
가난한 인디밴드를 한다. 어쩌다 재미로 올린 동영상이 히트한다. 여기저기 섭외가 들어온다. 나는 진실한 음악을 하고 싶다. 여친도 떠나고 반려견도 보내고 홀로 들어온 집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냉장고의 에너지 효율을 "다소 낮음"이다.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며, 나의 효율이 어떨까? 성공이란 무엇일까? 효율(efficiency)과 효과(effectiveness)의 문제는 인생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일까?
"냉장고 장고 장고 장고 장고 고장은 아닐거야." 101
도움의 손길
돈에 얽힌 관계는 쉼 없이 눈을 부라리고 보아야(watching) 한다는 씁쓸한 교훈이 담겨있다고 정리하자니 마음이 씁쓸하다. 친절한 마음도 종교도 믿음도 다 돈을 쉽고 편하게 벌고자 하는 도구일 뿐이고 남을 기만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기술일 뿐이다.
"내가 거짓말은 또 못하겠더라고. 주님 믿는 사람이라." 156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힘들게 얻은 정규직 일자리, 처음 출근하는 마음이 참 잘 담겨있다.
새벽의 방문자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괴롭고, 아는 만큼 피곤하다. 모르는 것이 약인가, 피하는 것이 답일까? 성매매의 행태를 알아버린 여자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자기 오피스텔 초인종을 누르는 남자들에게서 피하고자 갓 이사 들어온 집을 떠난다.
"여자는 태연하고, 부끄럽고, 주저하지만 한편으로는 설레어하는 남자들의 바보같은 얼굴을 더블타워 오피스텔 A동 1204호에 남겨둔 채, 문을 닫았다." 188
탐페레 공항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들렸던 핀란드 공항에서의 한 만남이 6년 후에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단지 몸이 불편했던 한 노인과 몇 시간 산책했고, 그때 찍었던 사진 한 장을 우편으로 받았을 뿐인데...
"인생에서 가장 후회했던 경험과 그 이유를 기술하시오." 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