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과객혼 過客婚
고원에서는
처음 보는 낯선 나그네에게 자기 부인을 내어주는 과객 혼 過客婚 풍습도 생겨났고,
그런 이상한 풍습은 두메산골 오지 奧地에서는 근세 초기까지도 유지 維持되어 왔었다.
과객 혼이라고는 하지만, 지나가는 모든 과객 過客에게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부족장과 씨족의 원로 元老가 먼저 면접을 본다.
대화하면서 언변 言辯이나 지적 知的 수준을 평가한다.
나그네의 지능검사 知能檢査 절차를 필히 거쳐야만 되는 것이다.
별다른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는 여행객보다는 뚜렷한 행선지나 목적이 있는 자 특히,
상인 商人을 선호한다. 상인들은 대부분 주변 정보에 밝고, 셈이 빠르며 언변이 뛰어나다.
가까운 곳에서 오는 나그네 보다, 먼 지역에서 온 여행객을 더 선호한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을 정도로 먼 곳으로부터 온 머리 노란 색목인 色目人, 여행객은 나무나 동물 뼈로
만든 완호지물 玩好之物 놀이기구로 머리가 좋고 나쁨을 검정 檢定하기도 한다.
완구용 玩具用 나무 장난감도 여러 단계가 있다.
단순한 초보 단계부터 시작하여 단계가 올라갈수록, 그 해체 순서나 조립 방법이 까다롭고 어려워진다.
마지막 단계는 아주 정밀한 고난도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 봐도 풀기 난해 難解한 복잡다단한 모형 模型들이 보인다.
지능 知能 검정을 통과하면, 비로소 외모 外貌를 눈여겨본다.
체격이 좋고 외모가 반듯한 사람에게 한정 限定하여 허용된다.
종마 種馬 고르는 것과 같다.
차세대 부족을 이끌 미래 부족민의 씨앗을 아무런 조건 없이 무작정 받아들이기에는 곤란하다.
콩 심은 데 콩 나오고, 팥 심은 데 팥이 나오는 법이다.
왕대밭에 왕대가 나오고, 갈대밭에는 갈대 밖에 나오지 않는 이치다.
우성 優性 유전인자와 열등 劣等한 유전인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여건 與件이 되면, 배란기 排卵期에 든 아내에게도 그 과객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 후,
가장 중요한 당사자 當事者인 아내의 허락 許諾도 얻어야 한다.
아내의 가임 可姙 기간에 방문하는 허우대 좋은 과객은 하늘이 점지 點指해 준 아주 귀한 분이다.
현재 기준으로 본다면,
외부인이 전혀 없는 핵가족 (核家族 : 한 쌍의 부부와 미혼의 자녀만 있는 소가족 小家族)
즉, 구약성경 舊約聖經에 등장하는 노아 (Noah)의 방주(方舟 : 네모난 모양의 사각형 四角形 배)에 노아와
그 부인의 가장 큰 근심 걱정거리인 자녀끼리의 근친혼을 해소할 수 있는 우성 優性의 유전인자를
보유한 귀중한 외부의 정자은행 精子銀行이 예고도 없이 자기들 부족을 방문한 것이다.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며칠씩 편히 머물 수 있도록, 따듯한 숙소를 제공하고
맛난 음식으로 정성껏 대접 待接해 준다.
영문 모르는 이들은, 지나가는 목마른 나그네에게 이렇게 지나칠 정도로
융숭하게 대접을 해주니 몸 둘 바를 모른다.
그 사이 그들은 나름대로 합방 일자 合房 日字 계산을 세심 細心하게 하고있는 것이다.
다양한 가축과 하루 종일 이리저리 부대기며 살아가는 유목민들은 경험상,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가축과 동물들의 가임 시기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부족내에서 가임시기에 든 여성을 선별한다.
고원에서 여행객이 각별히 접대 接待받는 큰 이유 중의 한 가지다.
그러니 이것저것 서로 간에 인연 因緣과 연분 緣分이 맞아야지만, 과객 혼이 성사될 수 있는 것이다.
면접을 통과한 나그네가 게르에 머무르는 동안, 아내는 모자나 외투를 출입구 바깥에 높이 걸어 놓아,
과객이 게르 안에 있다는 표식 表式을 해둔다.
낯선 과객이 게르에 머무르는 기간은 하룻밤에 그칠 수도 있고, 때로는 4, 5일 이상 머물기도 한다.
남편은 출입구에 이 표식이 있는 동안은 몇 날이 지나도록 게르 근처에도 얼씬하지 않는다.
그들은 뛰어난 시력 視力으로 멀리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렇게 태어난 2세들은 생물학적 生物學的인 생부 生父를 알 수가 없다.
어머니는 확실하다.
종족 種族 내에서는 어머니 피만 이어받은 것이다.
그럼,
의문점이 생긴다.
사회적 가족 구성원의 가장 家長 즉, 아버지 되는 사람은 자신의 유전인자는 소멸 消滅 되고,
생물학적으로 자기 혈통이 아닌, 낯선 과객의 부계 父系 유전인자 遺傳因子를 이어받은 아이
즉, 자기는 양육 養育의 의무도 없는 다른 사람의 자식을 키우고 있으니,
얻는 것 없이 손해만 본 것이 아니냐?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과객 혼을 치른 아내가 낳은 자식은 자기의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직계 直系 2세는 아니지만,
사촌이나 육촌 누이, 혹은 고모나 종 從 고모의 자식인 것이다.
[ *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가 도입된 조선 초기부터 동성동본 同姓同本 간 혼인을
터부(taboo)시 視하고 불문율 不文律로 엄히 금기 禁忌하였으나,
성문법 成文法으로는 2005년에 폐지되어 현재, 부계는 8촌, 모계는 6촌 이내는
민법 民法으로 결혼이 금지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히 근친혼을 금지 시키는 국가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인의 체격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크고, 지능지수가 知能指數(IQ)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조선시대 500년간 근친혼을 엄격히 통제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이론도 설득력이 높다.]
그러니까, 태어난 자식의 관점에서 생물학적 혈연관계를 굳이 따진다면,
아버지가 외 오촌 外 五寸 숙부가 되거나 외 육촌 간이 되는 그러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하여튼, 외가 外家 쪽과 아주 가까운 혈육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남편이자 가장 家長은 자신의 유전인자를 직접 물려받은 직계 直系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같은 씨족의 피가 흐른다는 혈통 이론이다.
쉽게 말해 같은 부족민이고, 크게 보면 공동체 共同體의 일원 一員인 것이다.
그러니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적 질환 疾患으로 선천적 先天的인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직계 아이를
이래저래 속 썩이며 키우며, 평생 平生을 속앓이하는 것에 비하면, 사촌 누이 혹은 고모가 낳은,
키 크고 건강한 생질 甥姪이나 고종사촌이 오히려 훨씬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증조부나 고조부의 피를 이어받은 같은 씨족혈통 氏族血統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식을 인사시키고 보여주기에도 그렇고, 본인이 나이 들어 늙게 되면,
혈통을 떠나 활동력이 왕성한 건강한 아들이 부양 扶養할 수도 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외탁했다면, 자신과 외모 外貌도 흡사 恰似할 수도 있으며,
외가 쪽으로 5촌이나 6촌 관계일 수도 있으니 서로 닮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양자 養子도 입양하여 키우는데,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게 그들은 건강하고 총명한 2세를 얻었고, 자기들 종족의 고유 固有한 혈통을
모계 母系를 통하여 강건 康健하게 이어가고 있었다.
코끼리 무리나 야생 멧돼지의 군집 群集 생활과 유사 類似한 모계사회가 형성된 것이다.
다만, 코끼리나 사자 무리는 수컷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과감하게 무리에서 축출 逐出시켜 버리는데 비하여,
과객혼이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무리에 융화 融和시켜, 부족 내에 잔존 殘存시키는 점이 다르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론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당사자 자신이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으며,
따라서 부인의 말을 함부로 무시하거나 경시하지 아니하고 잘 따른다.
사람이 귀하고 힘이 드는 노동력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방법이다.
이러한 관습을 가만히 돌이켜 보면,
원시 모계사회 母系社會로 회귀 回歸하는 모습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람이나 물자가 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원시사회나 원시생활로 되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법리 法理고 이치 理致다.
과객 혼의 유래 由來를 잘 모르는 이들은 그 이상한 풍습을 성적 性的으로 희화화 戲畫化시켜 표현하기도 하는데,
과객혼은 단순하게 여행객을 접대하기 위하여 어리석게 헌신 獻身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 부족의 번성과 건강한 미래를 위하여 기꺼이 투자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과객을 정성껏 환대 歡待하는 것이다.
그 부족민들은 자신들 부족의 생존과 장래가 걸린 아주 중요한 풍습이고 제도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었다.
약탈혼이나 과객 혼이나 모두, 사람이 부족한 지역에서 근친혼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유전적 질환의 부작용 副作用을 방지 防止하고자 애쓴, 궁여지책 窮餘之策에서 유래한 풍습이다.
한편,
남 흉노의 북침으로 인하여,
초원에는 새로운 전운 戰雲이 감돌고 있었다.
막북무쌍 한준 소왕이 직접 나서 북벌을 감행 敢行하기로 하였다.
지난 초겨울에 늑대에게 물린 상처는 다행히 별 탈 없이 치유 治癒가 잘 되었다.
어릴 때부터 남달리 힘이 세어, 또래에서는 적수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준은 누구를 만나도 자신만만하였으나,
이중부 만큼은 이길 수가 없었다.
우연히 십이지살 사부로부터 유물 遺物로 받은 동이족 치우 천황의 치우 13식 창술을 익히고는
창술로는 이제 이중부를 능가 凌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중부는 또 어디선가 인류사상 人類 史上 최고의 도검술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가공 可恐할
파괴력을 지닌 조선세법을 전수받고 나타나, 또다시 호적수로 결투를 벌이고는 하였다.
그러한 와중에 이중부의 격투술에 패하고는 와신상담 臥薪嘗膽, 각고 刻苦의 노력 끝에
쌍수압초 초식을 창안 創案하여 용맹정진 勇猛精進으로 수련하였다.
자신의 약점인 격투술을 개발하고 새로 익힌 것이다.
일 년을 와신상담 臥薪嘗膽하며 새로이 깨달은 무공을 자강불식 自强不息으로 열심히 수련하였으며,
적절한 기회에 새로운 무예를 유감 遺憾없이 발휘하여, 이중부를 사정없이 몰아쳐
다 이겨 놓은 격투기인데, 결정적인 순간에 난데없이 늑대가 나타나 방해 妨害하다니,
재수가 없는 탓으로 돌려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만만 自信滿滿하다.
자신의 별호 別號가 무었인가?
막북무쌍 漠北無雙이다.
막남 漠南은 비좁다.
나의 별호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 막남이든 막북이든 이제 초원에는 나의 상대 相對는 존재하지 않는다.
맨손으로 싸우는 격투기이든, 병장기를 사용하는 무술이든 간에 이제는 적수 敵手가 없다.
이제 다시 나의 별호답게 막북을 종횡무진 縱橫無盡 마구 휘저을 것이다.
-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