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보고서 유희숙 : 청주출생 1999년 <자유문학>등단 시인
건조대에 걸린 눅눅한 일상이
입단속을 하네요
냉수욕에 삼베 홑이불 뒤집어썼지만
고열로 들뜬 오후가 소리쳤어요
바로 코앞에서 들리는 소릴 내다보면
방충망에는 매미 한 마리 한 잎의
흑백 무늬 큐알코드
바람의 중심에서 숨죽이고 있어요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일
슬픔이 슬픔에게 건네는 위로
오직 한 사람을 위하여
이처럼 간절히 울어줄 수 있을까
은유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
매미 등을 한바탕 두드리며 지나갈 때
울울창창 울울창창
원시의 동음어로 여름 보고서를 썼어요
- 제10회 산림문학상 운문부 수상작-
<산림문학>53호(2024. 3.15)에서
* 심사평- 이성림(문학평론가, 명지대 명예교수)
수상작인 '여름 보고서'는 유희숙 시인이 보여줄 수 있는 비유의 최대치를 상승구조로 형상화하여 시적인 밀도를 촘촘히 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창의적 발상으로 여름이라는 계절적 특성을 '건조대에 걸린 눅눅한 일상'이라는 첫 행에서 습한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 매미 울음소리는 울울창창한 원시의 자연소리까지 불러일으킨다는 지평의 넓이가 작품을 최고조로 밀어 올립니다. ---.
첫댓글 봄은 짧아서 바로 여름으로 직행할 것 같다는데 벌써 매미소리가 들리는 듯 환청에 사로 잡히고 있습니다. 해마다 듣는 매미소리도 올해는 다르게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는 누구를 위해 울울창창 애절한 울음을 울어줄 수 있을까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여름을 알리는 것은 많은데, 그 중 매미가 제일 큰소리로 알리는군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시인들도 멋진 단어로 여름 소리를 내는 것 같슴다. 매미의 여름 소리, 사람의 여름 소리 둘다 가까이 다가온 여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