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녀
95세의 그녀는 나이를 곱게 든 깊은 주름과, 하얗디하얀 머리칼이 눈처럼 내려있습니다.
그녀의 인자한 눈매와 달걀형 얼굴이 아름답습니다.
그런 그녀의 눈에 언제부터인가 눈물이 자꾸 흐릅니다.
아래 속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 자꾸만 눈알에 달라붙습니다.
눈에 이물감 때문에 너무 불편해집니다.
그럴 때면 안과에 가서 속눈썹을 뽑고 오십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 않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얇고 가늘고 흰 속눈썹이 송송 올라오기 시작하면, 찜찜하고 눈앞이 흐려집니다.
그녀는 거즈로 자꾸만 눈을 닦아내기도 하고 눈을 감고 있어 보기도 하지만 눈꺼풀만 충혈되어 버립니다.
오늘은 제가 방문하는 날입니다.
그녀는 베개를 베고 밝은 곳은 찾아 눕습니다. 저는 어르신의 돋보기를 빌려 쓰고 어르신의 쪽집게를 집어 듭니다.
하얗고 가늘고 짧아 잘 보이지도 집히지도 않는 속눈썹을 한참 동안 하나하나 뽑습니다.
위 꺼풀에도 뻗쳐있는 것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다 했습니다. 어르신.”
그녀가 자리에 앉습니다.
이제 어떠신지 여쭤봅니다. 이제는 좀 편안하시다고 하시면 안도가 됩니다.
어르신은 눈물을 글썽이십니다.
매번 미안해하시면, 되려 제가 미안해집니다.
그녀의 편안한 눈이 사랑스럽습니다.
2024.9.27 김미라
첫댓글 어르신 속눈썹으로 인한 이물감을 캐치하고 불편함을 해소해주어 고맙습니다. 어르신 댁 방문 시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고 관찰하는 모습 좋습니다. 늘 현장에서 어르신 사례 관리로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흐르는 세월속에 변해가는 어르신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해 주셨네요~~ 어르신이 속 눈썹이 눈을 찔러 많이 불편하셨을 텐데 세심한 곳까지 챙기는 당신의 모습도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