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서울 벚꽃이 지기 시작했습니다. 곳곳에서 벚꽃 꽃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서울 벚꽃이 4월4일 공식 개화했는데 올해는 빨라도 너무 빠릅니다. 벚꽃이 다 지기 전에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벚나무, 왕벚나무, 산벚나무, 올벚나무, 잔털벚나무 등 5가지 벚나무에서 겹벚꽃·수양벚꽃까지 어떻게 구분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왕벚나무·올벚나무, 잎이 나기 전에 개화
먼저 왕벚나무와 올벚나무는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핍니다. 여의도 등 가로수로 심은 벚나무는 대부분 왕벚나무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2050(회장 신준환)이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의 유명 벚꽃길 벚나무를 전수조사한 결과, 96.0%(881그루 중 846그루)가 일본 원산의 왕벚나무였습니다<나머지도 일본 원산인 처진올벚나무 28그루(3.2%), 한국·일본 원산인 올벚나무(5그루, 0.6%)와 잔털벚나무(2그루, 0.2%)가 약간 있었고, 우리 특산인 제주왕벚나무는 한 그루도 없었습니다>.
왕벚나무는 꽃자루와 암술대에 털이 나 있습니다. 그러니까 잎이 아직 나지 않고 꽃자루에 털이 나 있는 벚나무는 왕벚나무입니다. 지난해 이맘때 ‘한·일 왕벚나무 원조 논쟁 110년만에 결론,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왕벚나무와 제주왕벚나무에 대해 전해드렸는데, 두 나무는 외관상으로는 겨울눈에 털이 많고적고 차이가 있을 뿐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꽃이 피었을 때 구분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왕벚나무꽃. 잎이 나지 않았고 꽃자루와 암술대에 털이 나 있다.
제주왕벚나무 꽃. 외관상 일본 원산의 왕벚나무 꽃과 차이가 없다. /이재능
올벚나무는 특징이 뚜렷해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꽃과 꽃받침에 붉은빛이 많이 돌고 꽃받침통이 항아리처럼 통통합니다. 그러니까 잎이 아직 나지 않고 꽃받침통이 통통하면 올벚나무입니다. 올벚나무라는 이름은 꽃이 일찍 피어서 붙은 이름인데, ‘올~’이라는 접두사가 있으면 ‘보통보다 이른’이란 뜻입니다. 올괴불나무도 일찍 피어서 ‘올’이 붙어 있습니다. 덕수궁 수양벚꽃(능수벚나무)은 정식 이름이 처진올벚나무인데 올벚나무 중에서 가지가 수양버들처럼 축 늘어지는 품종입니다. 그래서 이 나무 꽃받침통을 보면 항아리처럼 통통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올벚나무꽃. 잎이 나지 않았고 꽃받침통이 항아리처럼 통통하다.
◇벚나무·산벚나무·잔털벚나무, 꽃과 잎이 함께
벚나무, 산벚나무, 잔털벚나무는 꽃이 필 때 잎도 보입니다(왕벚나무도 꽃이 질 즈음 잎이 나오니 꽃이 막 필 때 기준입니다). 주로 산에서 볼 수 있는데 어쩌다 공원이나 가로수로도 한두 그루 심어놓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산이나 거리에서 벚꽃이 피었는데 잎도 같이 보이면 벚나무, 산벚나무, 잔털벚나무 중 하나일 것입니다. 벚나무와 산벚나무는 작은꽃자루(꽃자루에서 나온 작은 꽃자루)와 잎자루에 털이 없어서 깔끔합니다. 벚나무와 산벚나무 차이는 작은꽃자루가 꽃자루에서 나오느냐, 줄기에서 나오느냐 차이입니다. 벚나무는 꽃자루가 있고 산벚나무는 꽃자루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줄기에서 꽃자루가 나오고 이 꽃자루에서 작은꽃자루가 나와 꽃이 피면 벚나무, 작은꽃자루가 줄기에서 바로 나오면 산벚나무입니다. 벚꽃보다 좀 늦게, 벚꽃이 여러 장 겹쳐 피는 겹벚나무도 볼 수 있는데, 이 나무는 산벚나무를 육종해서 만든 품종이라고 합니다.
벚나무꽃. 꽃과 잎이 함께 나고 꽃자루에서 작은꽃자루가 나오는 구조다.
산벚나무꽃. 꽃과 잎이 함께 나고 줄기에서 바로 작은꽃자루가 나오는 구조다.
잔털벚나무는 작은꽃자루와 잎자루에 털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꽃이 피었을 때 잎도 같이 보이고, 꽃자루와 잎자루에 털이 있으면 잔털벚나무입니다. 이제 길거리나 산에서 벚꽃을 만나면 어떤 벚나무인지 구분을 시도해 보기 바랍니다.
잔털벚나무 꽃. 꽃이 필 때 잎도 같이 나고, 꽃자루와 잎자루에 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