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머무는 곳 (11) 걱정 없는 노년(老年)을 위해

[동석]

뜬구름 머무는 곳 (11) 걱정 없는 노년(老年)을 위해

지난시절 농부였던 부모님께서 보리타작과 모내기 그리고 품앗이로 허리한번 제대로 펼 수 없었던 농번기가 끝난 직후의 장맛비는 농부의 지친 몸을 추스르게 하고 모내기한 벼가 뿌리를 내리게 하는 구세주와도 같았습니다. 그러한 장맛비가 베란다 창문을 끊임없이 타고 내리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노라니 오늘따라 왠지 내안의 모든 근심 걱정이 흘러내리는 빗물과 함께 씻겨나가는 것 같아 평온함을 오랫동안 맛보았습니다. 한편에선 최근 정치권에 불고 있는 신선한 세대교체 바람이 마치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 뿜어져 나오는 삼복더위를 날려버리는 맑고 시원한 바람과도 같아 그동안 국민들을 편갈라놓고 지루하게 편싸움을 벌여온 정치권 뉴스와 단절한 이후로 오랜만에 희망적인 뉴스를 대하는 시간이 나를 또한 즐겁게 합니다.

지혜로운 노인들을 상대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혜의 알맹이를 뽑아 펴낸 베스트셀러“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란 책의 저자 미국 코넬대학교 칼 필레머(Karl Pillemer) 교수가 천여 명이 넘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당신의 삶을 뒤돌아보았을 때 가장 후회되는 점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하였습니다. 질문을 받은 노인들이 무어라 답변하셨겠습니까? 지난날 보다 열정적으로 살아오지 못한 점을 후회하였겠습니까? 아니면 과감한 투자로 보다 많은 재산을 축적하지 못한 점을 후회하였겠습니까? 대다수 현자(賢者)들의 답변은 우리들의 짐작과는 의외로“너무 걱정하며 살지 말 것을 그랬다.”입니다. 뒤돌아보면 우리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날들을 쓸데없는 걱정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살아왔으며 아마 지금도 근심 걱정으로 가득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부모님들로부터 물려받은 근심 걱정을 유산처럼 자녀들에게도 대물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같이 여기고 있습니다.

들이켜 보면 유년기를 지나 청년기부터 우리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혼자만의 생각으로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근심걱정을 일삼으며 초조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미완의 존재인 인간이 아무리 골똘히 근심 걱정을 쏟는다 해도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말에“걱정도 태산, 걱정도 팔자”라는 말처럼 인간은 과도하게 불확실한 미래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오늘을 상실한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는 긍정적 생각과 간절한 소망으로 맞이하면 될 일을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근심과 걱정으로 온밤을 지새우며 끙끙대며 불확실한 미래를 그렇게 습관처럼 맞이해왔습니다. 왜 그렇게 근심걱정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가며 살아왔는지 후회스럽고 상실감이 클 뿐입니다. 성경 말씀에“마음에 즐거움은 이로운 약이며 심령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현대의학도 과도한 근심걱정으로 인하여 소모되는 에너지로 인하여 우리 몸속의 칼슘이 결핍되어 골다공증까지 불러온다며 경계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 러쉬대학교 메디컬센터에서 65세 이상의 노인 천여 명을 대상으로 3년 6개월에 걸쳐 근심 걱정 및 스트레스와 치매(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근심걱정이 많고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노년기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지나온 우리들의 삶을 돌이켜보면 근심 걱정이 단 하루도 없는 날이 언제 있어나 싶을 정도로 우리는 일상 근심걱정을 안고 살아왔습니다. 평온함이란 말이 사치스러울 정도로 우리는 아무런 이유 없이 우리 자신을 근심과 걱정 속에 가두고 학대하여왔습니다. 원불교 대종경(大宗經)에서는 어리석은 사람은 근심 걱정이 있을 때에는 없애려고 노력하지만 근심 걱정이 없을 때에는 다시 근심걱정을 장만하기에 분주하나니 그러므로 그 생활에 근심과 걱정이 항상 다할 날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모른 체하면 떠나갈 근심걱정을 스스로 내안에 불러들이는 지혜롭지 못한 행태를 우리들은 일생동안 되풀이하여왔습니다. 흔히 쓸데없는 근심걱정을 뜻하는 한자어 기우(杞憂)라는 말의 유래를 보면 옛날 중국의 기(杞)나라에 살고 있는 우(憂)라는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몸 둘 곳이 없다고 걱정하며 침식을 전폐하며 근심걱정을 했다하여 기우(杞憂)가 쓸데없는 근심걱정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아울러 어리석다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어리석은 기우(杞憂)로 망쳐버릴 수는 없습니다. 한치 앞을 모르는 우리들의 불확실한 미래는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지 전전긍긍 근심걱정을 한다고 하여 달라질 무엇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상 우리들이 하는 걱정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모든 근심걱정은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살아갑시다.

한때 은퇴 후 생활에 도움이 될까하여 구입하여 탐독한“은퇴 생활 백서”의 저자인 심리학자 어니 J. 젤린스키의 또 다른 저서“모르고사는 즐거움”이란 책에서“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쓸데없는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걱정이며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걱정이고 22%는 사소한 고민일 뿐이며 4%는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천재지변 등에 대한 걱정이며 나머지 4%는 우리가 바꿔놓을 수 있는 일에 대한 걱정거리다.”며 한마디로 근심걱정이라는 것은 100%가 쓸데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말에“하루에도 오만걱정 다 한다”라는 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듯 미국의 어느 심리학자가 인간이 하루에 몇 가지 생각을 하며 살아가나 조사했더니 4만~ 6만 가지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중 75%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15%만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75%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15%만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우리들의 삶은 행복한 삶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필자의 서각 작품 중 人生不滿百 常懷千歲憂 (인생불만백 상회천세우)란 작품이 있는데“사람이 백 년도 살지 못하면서 천년을 살 것 같이 걱정을 하고 살아간다.”는 중국 한나라 악부(樂府) 서문행(西門行)에 나오는 말입니다. 모순된 인간이 당장 눈앞에 다가오는 불행을 알지도 못하면서 먼 훗날에 다가올 불행까지 걱정을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일 일은 내일이 되어서 걱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미리부터 미래의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이순간만이 나의 삶에 있어 가장 유익한 시간입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어제로 사라지는 오늘을 무의미하게 보낸다면 우리의 일생 또한 무의미한 일생이 됩니다. 그러나 오늘을 유익하게 보낸다면 어제는 값진 날로 남고 다가오는 내일은 행복한 날로 다가올 것 입니다. 오늘은 내가 소유하는 날이고 내가 활용하는 날이며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날입니다. 근심걱정 없는 오늘이 30번 모이면 한 달이 되고 오늘이 365번 모이면 일 년이 되며 그렇게 계속된다면 여생은 살아보지 않아도 행복한 여생이 될 것 입니다. 오늘 이 시간 모든 근심걱정을 내려놓고 즐겁고 평온하게 보내야겠습니다. 행복은 지금 이 시간 바로 내안에 있습니다.

[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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