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걷이를 마친 논이나 밭에 까마귀떼들이 모여서 먹이 활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런데 이 까마귀들은 먹이 활동을 할 때 마구 흩어져서 먹이활동을 한다고 해서 다소 무질서하고 어지러운 상태를 오합지졸이라고 까마귀 오자를 사용한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그 울음소리 때문인지 까마귀를 흉조로 보았다. 그래서 까마귀에 관한 격언들이 하나같이 부정적인 것들이 많다.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뭘 잘 잊어버리는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고 말하고 믿을 것이 없을 때 “까마귀 열 두 소리한다.”고 말한다.
오합지졸이란 말은 후한의 광무제때 왕랑이라는 자가 자신을 성제의 아들 유자여라고 자칭하면서 반란을 일으키자 이때 상곡(上谷) 태수 경황(耿況)은 아들 경엄(耿弇)으로 하여금 군대를 이끌고 나가서 관군을 돕도록 했다. 경엄이 관군의 집결지로 가는 도중에 하급 장수인 손창(孫倉)과 위포(衛包)가 행군을 멈추고 “유자여야말로 한왕조의 정통이라 합니다. 그를 따르지 않고 누구를 따른단 말입니까?”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그는 “가당찮은 소리 마라! 왕랑이 황제의 아들을 사칭해 난을 일으키고 있지만, 놈은 한낱 도적일 뿐이다. 내가 이제 장안(長安)의 관군과 힘을 합쳐 공격하면 그따위 ‘오합지졸’은 마른 나뭇가지보다 힘없이 꺾이고 말 것이다. 지금 너희들이 사리분별을 못해 그런 소리를 하는데, 역적의 한패가 되어 멸문지화를 당하고 싶으냐?”고 소리쳤다고 한데서 비롯되었다. “오합지졸”은 훈련되지 못해서 무질서한 군대들을 일컫는 말이다.
비록 단 시간에 정권을 쟁취했지만 압살롬의 무리들은 다윗의 군사들에 비하면 오합지졸이었다. 만일 압살롬이 아히도벨의 모략을 받아들였다면 비록 다윗의 군사들이라도 전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큰 위기에 직면할 뻔하였다.
(삼하 17:1) 아히도벨이 또 압살롬에게 이르되 이제 내가 사람 만 이천 명을 택하게 하소서 오늘 밤에 내가 일어나서 다윗의 뒤를 추적하여 (삼하 17:2) 그가 곤하고 힘이 빠졌을 때에 기습하여 그를 무섭게 하면 그와 함께 있는 모든 백성이 도망하리니 내가 다윗 왕만 쳐죽이고 (삼하 17:3) 모든 백성이 당신께 돌아오게 하리니 모든 사람이 돌아오기는 왕이 찾는 이 사람에게 달렸음이라 그리하면 모든 백성이 평안하리이다 하니
하지만 다윗이 압살롬에게 보낸 그의 친구 후새는 다윗에게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하여 그런 아히도벨의 모략을 대신 할 다른 방책을 제시하였고 압살롬은 후새의 방책을 좋게 여겨서 결국 전쟁에서 패전하고 만다.
(삼하 17:8) 또 후새가 말하되 왕도 아시거니와 왕의 아버지와 그의 추종자들은 용사라 그들은 들에 있는 곰이 새끼를 빼앗긴 것 같이 격분하였고 왕의 부친은 전쟁에 익숙한 사람인즉 백성과 함께 자지 아니하고 (삼하 17:9) 지금 그가 어느 굴에나 어느 곳에 숨어 있으리니 혹 무리 중에 몇이 먼저 엎드러지면 그 소문을 듣는 자가 말하기를 압살롬을 따르는 자 가운데에서 패함을 당하였다 할지라 (삼하 17:10) 비록 그가 사자 같은 마음을 가진 용사의 아들일지라도 낙심하리니 이는 이스라엘 무리가 왕의 아버지는 영웅이요 그의 추종자들도 용사인 줄 앎이니이다
사실이 그랬다. 다윗의 군사들에 비하면 압살롬을 급히 따른 군사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아무리 많은 무리가 모여도 훈련 받지 못하면 오합지졸처럼 힘을 쓸 수가 없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신도들이 있느냐 보다 얼마나 잘 훈련된 활동하는 제자들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훈련되지 못한 압살롬의 군사들은 결국 전쟁에서 패전하고 압살롬의 반역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오늘날 교회는 이 영적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일사불란한 전열을 갖추고 통일성 있게 일해야 한다. 피차에 불평하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필시 그 군대는 오합지졸이 되어 패배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교회는 과연 오합지졸을 아닐까? 나는 그 까마귀 무리가운데 있지는 않는가?
하나님 아버지! 선과 악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이 살벌한 현장에서 우리교회는 그리고 우리 자신은 오합지졸과 같은 압살롬의 군사들은 아닌가요? 패전에 패전을 거듭하는 까닭이 전장의 능한 사령관이신 예수님을 따르지 않고 내감정과 내기분에 따라서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훈련되지 못한 그리스도인은 아닌지 돌아보며 한해가 마쳐가는 이 시간 다시 한 번 하나님의 군사로 굳게 설 수 있게 도와주시길 기도드립니다. 그리하여 우리 교회가 기치를 벌인 군대처럼 마지막 싸움에서 승리하는 교회되게 하옵시길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