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변화’가 세월호 아픔 잊지 않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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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아버지들의 십자가의 길 동행기 / 임설경 (이사벨라 아델라이드, 서울 압구정동본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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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기도의 오솔길' 애청자 순례단은 19일 세월호 희생 학생 아버지들과 함께 걸으며 아픔을 나눴다. | 평화방송 라디오(105.3㎒) '기도의 오솔길'을 통해 진행자 윤해영(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수녀님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故) 김웅기(제준 이냐시오)군의 아버지와 한 인터뷰가 7월 10일 방송됐다. 평소 알고 지내는 윤 수녀님은 내게 어렵겠지만 시간을 내어 함께 순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셨다. 하지만 5㎏이 넘는 십자가를 지고 가신다는 소식에 가슴만 먹먹해졌을 뿐 함께 걸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시간을 맞출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마음과 달리 "모든 일은 주님이 하신다"는 수녀님 말처럼 수녀님과 기도의 오솔길 제작진, 애청자 10명이 십자가 도보 순례에 동참하게 됐다. 19일, 우리 순례단은 서울 잠원동성당에 모여 출발 전 새벽 미사를 드리고 주임신부님께 안수기도를 받았다. '두 아버님께 도움을 드리러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님의 은총을 받는구나' 하는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뵙고자 열심히 달려간 곳은 전북 부안 남초등학교. 코너 너머 깃발과 노란 리본이 가득한 십자가를 드신 김웅기군 아버지, 이승현군 아버지, 승현이 누나 아름이와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 40여 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함께 식사한 뒤, 동행한 의사 선생님들이 아버님들의 아픈 곳을 봐주셨다. 그 모습을 보니 도보 순례로 많이 지친 아버님들이 남은 여정을 무사히 끝내실 수 있을까 속으로 안타까웠다.
다시 집결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 오전과 달리 한여름의 태양이 제 모습을 드러낸 날씨는 앞으로 힘들어질 것을 예고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과 뻐근해 오는 다리, 마셔도 줄지 않는 갈증에도 모두 묵주 기도를 하거나 묵묵히 걸어갈 뿐 힘들다 하소연하지 않았다.
오후 7시, 승현군 아버님 몸 상태가 나빠져 예정됐던 시간보다 일찍 오후 순례를 마쳤다. 그리고 윤 수녀님 제안으로 모두 손을 잡고 '사랑으로'를 불렀다. 한적한 23번 국도 위에서 한마음이 돼 부른 노랫소리를 하늘에 있는 승현이와 웅기, 세월호 희생자들이 모두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아니 그들은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 걸었을 것이다.
이번 십자가 순례에 참여하면서 깨달았다. 상처를 치유하는 길은 잊는 게 아니라 아픔 속에서 희망을 찾는 것임을. 함께 순례한 분들과 함께하지 못했지만 응원을 보내준 분들을 통해 세월호 참사라는 아픔 속에서 우리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함께 걷지 않아도 계속 관심을 갖고 각자 위치에서 나부터 변한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0년 전 제자들과 함께 걸으셨던 예수님은 오늘도 매일 우리와 함께 걸어주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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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보기] |
[평화신문 2014.07.27 발행] |
첫댓글 함께 하지 못해도 힘내세요.
마음만은 제 자리에서 함께 합니다.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