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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홍의의 소녀
패왕궁 하불감과 운주 대유협 정음천은 몽천악이 산처럼 앞에 버티고 있
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그의 다음 격출이 석파천경이라는 절세의 무공일 것이라고 깨달았
다.
다시 홍의의 소녀를 보자 그녀는 상대방을 매우 두려워하여 조심하는 표
정을 지으며 정신을 집중시켜 경계하고 있었다.
이미 그녀는 몽천악이 격출한 초식의 두려움을 알고 있는 듯했다.
이때 몽천악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으나 그의 얼굴은 홍의의 소녀가
움직이는 대로 방향을 돌리며 그녀를 겨냥하고 있었다.
사방은 온통 쥐죽은 듯이 고요했으며 무한한 긴장과 공포와 상기가 가득
차 있었다.
홍의의 소녀는 마치 달팽이처럼 느린 옆 걸음질로 왼쪽을 향해 일곱 자쯤
이동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은은하게 구슬 같은 땀방울이 번져 있었다. 갑자기 홍의
의 소녀가 애처롭게 외마디 탄식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더 이상 시합을 계속할 수 없어요. 나는 기꺼이 패배를 인정하겠어요."
이렇게 말하며 그녀는 쌍장을 거두어들였다.
그러나 몽천악은 여전히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으며 정(精), 기(氣), 신
(神)을 합일시킨 채 그대로의 자세를 유지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홍의의 소녀는 이런 광경을 보자 신색이 확 변했다. 그리고 매우 놀라고
두려운 듯이 말했다.
"무공의 시합은 정해진 데서 그쳐야 하는 법이에요. 당신은 끝내 나를 죽
여야만 속이 시원하겠어요?"
하불감과 정음천은 이 말을 듣자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서로 한 번 마주
본 뒤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때 몽천악은 마치 노승이 입정한 듯 무아지경에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홍의의 소녀의 말을 미처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자 홍의의 소녀는 더욱 놀라고 당황해서 "아!" 소리를 지르더니 돌연
다급하게 흐느끼는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은 나를 죽이지 마세요. 나를 죽이지 말란 말예요....... 빨리 초
식을 거두어들이세요!"
이런 돌변은 하불감과 정음천으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몽천악이 정말로 그녀를 살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비록 홍의의 소녀가 정말 무아진교에 속하는 사람이라 해도 죽여 버릴 것
까지는 없지 않은가.
홍의의 소녀는 이때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몹시 슬프게 울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나이 어린 한 소녀애 불과해 보였다.
비록 만악을 용서할 수 없는 자라 해도 지금 그녀의 흐느끼는 모습을 본
다면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 수 없으리라.
참다 못해 하불감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고소협, 빨리 초식을 거두어들이십시오."
몽천악은 하불감의 말소리를 듣자 갑자기 두 눈을 떴다.
그러자 바로 이 전광 석화와 같은 찰나, 홍의의 소녀는 몸을 한 번 휘청
하더니 허공을 가로지르는 제비처럼 정음천의 머리 위로 가볍게 날아 넘
어갔다.
그 빠름이란 어디에 비할 데가 없었다. 몽천악은 외마디 고함을 치고 쌍
장으로 좌우 허공을 쳐갔다.
일진의 무영 무형의 가벼운 바람이 불고 지나가자 홍의의 소녀는 이미 칠
팔 장 밖에 있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몸을 날리더니 즉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몽천악은 화가 나서 발을 구르며 말했다.
"내가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 바로 그녀가 도망하는 것이었는데, 과연 계
략에 걸려 버렸군요."
그러자 하불감과 정음천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입을 다문 채
말이 없었다. 얼굴에는 매우 부끄러운 기색이 나타나 있었다.
패왕궁 하불감이 처량하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녀가 도망가도록 내버려 둔 것은 순전히 나의 잘못이오. 저는 정말 고
소협을 대할 면목이 없습니다."
몽천악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하맹주,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그녀의 애걸하는 모습을 보면 쇠로 된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 무아진
교에 속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가 여우처럼 교활하니 중원 무림도는
정말 그들의 상대하기가 곤란할 것입니다."
운주 대유협 정음천이 안색을 심각히 하고 물었다.
"고형께선 정말로 그녀가 무아진교의 제자라고 인정하셨습니까?"
몽천악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확실히는 모릅니다. 그러나 십중팔구는 무아진교에 속하는 사람일 것입
니다. 만약 나의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이 나이 어린 홍의의 소녀는 바로
무아진교의 제구교주일 것입니다."
정음천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오늘 제삼교주를 죽인 것은 정말 헛수고를 한 것이
오. 무림 맹주부안의 첩자도 완전히 제거할 수 없겠군요."
몽천악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모두 나의 일시적인 동정심 때문이오. 만약 내가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일
격을 가했다면 그녀가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오. 그런데 나도 도저히 그렇
게 마음을 먹을 수 없었소. 이제 우리들은 빨리 맹주부의 부서로 돌아가
모든 상황을 고라선배님에게 말씀 드립시다. 그리고 다시 대책을 상의합
시다."
그리하여 세 사람은 급급히 경공을 전개하여 무림 맹주부로 돌아왔다.
밤은 이미 삼경 무렵이 되었으나 하불감, 정음천 그리고 몽천악 세 사람
은 그대로 그 별원 동쪽의 누각으로 달려갔다.
세 사람이 막 누각 아래에 당도했을 때 누각에서는 한 줄기 등불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고라신승이 계단 입구에서 기다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신색은 엄숙
해 보였다.
패왕궁 하불감 등 세 사람은 다급하게 계단을 올라갔다. 고라신승은 기다
리기에 지쳐 재빨리 물었다.
"일은 어떻게 처리하였소?"
하불감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후배는 일시 방심하여 먼저 성사시킨 일을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게 하였
습니다."
네 사람은 재빨리 마루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패왕궁 하불감은 모든
상황을 매우 상세하게 고라신승에게 알려 주었다.
고라신승은 경과를 듣고 난 뒤 눈을 감고 긴 생각을 한 후 비로소 서서히
말했다.
"하현질 등이 제삼교주를 죽인 것은 이미 대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오? 어
째서 먼저 성사시킨 일을 수포로 돌아가게 했다고 말하는가? 홍의의 소녀
의 출현은 너무나 뜻밖이었으므로 누구라도 그 갑작스런 행동에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오. 게다가 각자는 자기의 전력을 다하지 않았는가!"
몽천악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노선배님께서 도리어 책망하지 않으시니 후배들은 더욱 송구스럽고 부끄
럽기 짝이 없습니다."
고라신승은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고소협, 말이 지나치시오. 홍의의 소녀의 출현으로 빈승은 한 가지 귀중
한 단서를 발견했소. 어쩌면 이 단서가 맹주부 안의 첩자를 제거하는 것
보다 더욱 중요할지도 모르오. 맹주부 안에 잠입해 있는 첩자들 중 제일
중요한 인물은 바로 빈승을 가장한 제삼교주였소.
그런데 오늘 이 사람을
제거했으니 나머지 사람들은 거의 힘을 잃었을 거요. 그러므로 맹주부 안
에 아직 남아 있는 첩자들은 조만간 스스로 정체를 나타내거나 멀리 다른
곳으로 떠나갈 것이오."
말이 끝나자 돌연 정음천이 물었다.
"고라사백님께선 어떤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습니까?"
운주 대유협 정음천은 바로 고라화상의 한 속가 제자가 기른 제자였기 때
문에 고라 하상을 사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고라화상은 말했다.
"홍의의 소녀가 정말로 무아진교 안의 사람인 것이 증명만 된다면 무아진
교의 제일총교주는 분명히 서장 밀종문과 관련이 있을 것이네."
말을 마치자 고라신승의 차가운 눈동자가 몽천악의 얼굴을 향해 돌려졌
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했다.
"고소협, 그대는 어떤 사람에게서 밀종문의 절학을 전수 받았는지 알려
줄 수 있겠소?"
몽천악은 처량하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불구의 몸이 된 한 고독한 노인입니다. 후배는 그 노인장의 성명과 내력
을 알지 못합니다. 단지 그분이 몸에 무공 절학을 가득 지녔으며 천하 각
문파의 모든 무공을 거의 망라한 것만을 알 뿐입니다."
정음천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그 노선배님은 어디 계십니까?"
몽천악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분은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후배는 그분과 조석으로 칠 년의 세월을
같이 지냈습니다. 그런데 바로 석 달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하불감이 말했다.
"그 기인은 몸이 불구라고 했으니 그렇다면 고소협께선 그의 구술(口述)
로써 무공을 전수 받았겠군요. 그러면서도 이처럼 조예가 깊으시니 실로
깨우침이 높기 이를 데 없군요."
몽천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저는 그분을 만나기 전에 이미 유명한 한 스승에게서 십여 년의 고심스
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그 두 번째 사부님이 입으로 전수해
주신 무공을 쉽게 깨달을 수가 있었습니다."
하불감은 말했다.
"고소협, 고소협께선 복이 많아 계속 유명한 사부님의 가르침을 받았군요.
정말 축하할 만한 일입니다."
몽천악은 고개를 들어 고라신승을 한 번 바라보고 나서 말했다.
"후배가 한 말은 결코 한마디도 거짓이 없습니다. 그리고 서장 밀종문 일
파의 무학이 절대로 외문 제자에게 전수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후배는 이
미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고독한 노인은 절대로 밀종문의 제자가 아니었
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또한 소림파의 절예에도 훤하셨기 때문입니다.
후배와 그 노인장은 절곡사동 안에서 칠 년이란 기나긴 세월을 함께 지냈
습니다. 저는 온갖 방법을 생각해 내서 그 노인장의 신분과 내력을 알려
고 했으나 끝내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고라신승이 돌연 물었다.
"그럼 시주가 무아진교를 상대로 원수를 갚겠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첫
번째 사부님을 위해서군."
몽천악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노선배님의 추측이 옳습니다."
고라신승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시주께선 그 기인의 얼굴을 좀 상세하게 얘기해 줄 수 있겠는지요?"
몽천악은 말했다.
"두 번째, 사부님은 제가 그분을 만나기 전에도 이미 긴 세월을 절동에
벽거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이미 피골이 상접해 아예 형용할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고라신승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분은 끝내 몸이 불구인 원인을 말하지 않았소?"
몽천악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분은 단지 임종의 순간에 간단하게 몇 마디 말씀하셨을 뿐입니다. '노
부는 일생 동안 너무나 많은 악행을 저질러 왔다. 그리고 공명과 부귀를
얻는 것이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칠십여 년의
일생을 복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헛되게 만들었다.
강호 무림의 은혜와
원한의 보응은 순환되는 것이니 노부가 이 삼십여 년 동안 불구가 되어
시달림을 받은 것은 일종은 천벌이라고 할 수 있다.' 고 몹시 쓸쓸한 표
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몽천악은 여기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마지막 순간이 되었을 때 그분께서 하신 말씀은 너는 노부가
전수해 준 무공의 제이인자이니 스스로 잘해 나가길 바라겠다는 것이었습
니다."
정음천은 물었다.
"그렇다면 제일인자라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몽천악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만약 그것을 알 수 있었다면 두 번째 사부님의 내력 또한 알았을
것입니다."
정음천이 고개를 끄덕이자 몽천악은 계속 말했다.
"나의 두 번째 사부님이 돌아가실 때 연세는 칠십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그 노인장께서 임종 전에 하신 말씀으로 추측컨대 삼십여 세 장정 때 돌
변이 발행해 몸이 불구가 되어 절곡사동 안에 은거를 하셨을 것입니다.
고라 노선배님께선 혹시 그 당시의 무림 기인 중에서 어느 분이 나의 두
번째 사부님과 흡사하신지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고라화상은 몽천악이 자세히 말한 고독한 노인의 유언을 들은 뒤 눈을 감
고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서 겨우 눈을 뜨고 말했다.
"지난날 제일 뛰어났던 무림 고수는 바로 전 무림 맹주 철장건곤권 호창
부, 북협 천걸 노인, 서필진 우환, 마검신군 조전신, 강남 제일미인 후난
향......."
고라화상은 여기까지 말을 하자 다시 두 눈을 감고 서서히 말을 이었다.
"이 다섯 사람은 강호 무림에서 어떤 큰 나쁜 짓은 하지 않았소. 만약 나
이로 추측한다면 서필진 우환과 마검신군 조전신이 비교적 가깝고 또한
신분 내력이 좀 기묘하오."
몽천악은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렇다면 마검신군 조전신일까요? 조전신이 지난 날 강호에 출도한 나이
는 스물 여섯 살에 불과했습니다. 삼십 칠 년 전의 나이가 마흔 살이었으
니 그 또한 칠 년의 세월이 초과된 것이오."
몽천악은 말했다.
"이 다섯 사람을 제외하고 의심스러운 사람이 또 있는지요?"
고라화상은 말했다.
"아직 네 명의 명성이 불미한 사람이 있소. 그들은 독지금강 뇌광법사, 천
면호리 만리표, 천상우왕 학육, 혈면귀 설일정이오."
패왕궁 하불감이 말을 받아 이었다.
"이 네 사람 중 세 사람이 가사에게 제거되었습니다."
몽천악이 다급하게 물었다.
"어느 한 사람만이 고 호맹주님에게 제거 당하지 않았는지요?"
하불감은 말했다.
"천면호리 만리표요."
몽천악은 말했다.
"그에게 어떤 악명이 있었는지요?"
고라화상은 처량하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만리표는 삼십칠 년 전에 무림 강호에서 가장 나쁜 짓을 저질렀소. 간음,
절도, 살인 등 큰 죄를 범해 지난날 무림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소. 그래서
이구동성으로 이 사람을 제거하겠다고 말하였소이다......."
몽천악은 물었다.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고라화상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아무런 결과도 없었소이다."
몽천악이 다급히 물었다.
"어째서입니까?"
고라화상은 말했다.
"만리표는 별명이 천리호리인데 글자 그대로 그의 꾀가 비할데 없을 만큼
교활하오. 또한 그는 변장술에 뛰어나 천하에서 그의 진짜 얼굴을 본 사
람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느 누가 그를 체포해서 죄를 다스리겠습니까?
다행히 삼십여 년 전에 천리호리 만리표는 신비스럽게 자취를 감춰 버렸
소이다."
몽천악은 처량하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나의 두 번째 은사가 바로 천면호리 만리표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
군요."
하불감은 말했다.
"고소협은 어째서 그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거요?"
몽천악은 말했다.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참회의 말로써 그분이 천리호리 만리표임
이 족히 증명되는 것입니다."
고라화상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렇소이다. 고소협의 두 번째 은사는 만리표임이 틀림없소. 그를 제외하
고는 더 이상 의심스러운 사람이 없는 것 같소. 원래 빈승은 천리호리가
무아진교의 제일총교주라고 추측했었소.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하니 무아
진교의 총교주는 다른 사람인 것 같군요."
고라신승은 말을 마치자 안색이 더욱 심각해졌다. 분명히 그의 뇌리 속에
는 이미 만리표가 오늘날 무아진교의 괴수로 인정되어 새겨져 있었던 것
이다.
그러나 만리표에 대한 혐의가 벗겨진 지금이야말로 무아진교의 제일총교
주라고 가상할 만한 인물은 더욱 망막하여 찾기 힘들 것만 같았다.
몽천악 등은 고라신승의 심정을 알아차리자 역시 마음이 침울해져서 각자
묵묵히 말이 없었다.
잠시 후 겨우 고라신승이 자상스런 음성으로 말하는 것이 들렸다.
"밤이 거의 다 지새 가니 세 분은 어서 가서 쉬시오."
하불감이 돌연 말했다.
"고라사백님께 여쭙겠습니다. 제삼교주의 일에 관해 여러 군협들에게 선
포해야 할까요?"
고라화상은 말했다.
"이 일은 잠시 비밀로 해 두는 것이 좋겠네. 다음에 적당한 시기를 기다
려 선포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불감은 얼굴에 난처한 기색을 띠고 말했다.
"그러나 고소협이 맹주부 안에서......."
고라화상은 말했다.
"음, 그렇지! 빈승은 고시주와 여러 군협들이 싸운 일을 잊을 뻔했군..
.... 그러나 군협들이 무림 맹주부에 온 것은 고 호맹주를 조상하고 대리
맹주를 선출하는 임무 때문이었네. 이미 하현질이 맹주의 자리를 대리했
고 고 호맹주의 시체도 잠시 매장하기로 결정되었으니 여러 무림맹 위원
들은 이제 자유로이 해산해도 되겠지.
그럼 내일 오후 세 시 우리들은 곧
장 모든 상세한 내막을 알리세. 그래서 제삼교주가 군협을 선동해 고소협
을 포위하고 체포한 일에 대해 오해를 풀어야겠네."
정음천은 물었다.
"고라사백님께 묻겠습니다. 앞으로 우리들은 어떻게 무아진교를 상대해야
되겠습니까?"
고라화상은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대국은 이미 정해져 있네. 그러니 하나 하나 보는 대로 끝까지 쫓아가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네."
"그렇다면 제칠교주는 바로 개봉성안에 있으니 우리들이 쫓아가서 그를
포위한 뒤 체포하면 안됩니까?"
정음천의 이러한 말에 고라화상은 침울한 음성으로 말했다.
"제칠교주에 관해서 당부해야 할 것을 내가 깜박 잊었군. 그 여자는 소녀
잔양신공을 연마해 천하 무적이라 할 수 있네. 자네들은 만일 그녀를 만
나게 되어도 가능한 한 멀리 피하고 맞서지 않도록 하게."
정음천이 놀라며 말했다.
"사백님께서 그렇게 말하신다면 우리들은 앉은 채 죽음을 기다리라는 겁
니까? 제칠교주는 거리낌없이 찾아와서 우리들을 해치울 수 있을 게 아닙
니까?"
고라화상은 두 눈에 신광을 번쩍이며 말했다.
"빈승은 팔 년 동안 면벽하면서 그녀의 무공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생
각했네."
몽천악이 돌연 말했다.
"노선배님께서 말씀하시려는 방법은 중원 무림도의 손실이 너무 큰 것입
니다."
고라화상은 이 말을 듣자 속으로 놀라며 생각했다.
'설마 그가 노승의 마음속의 뜻을 알아냈단 말인가?'
이때 정음천이 다시 입을 열고 물었다.
"사백님께선 혹시 단독으로 제칠교주를 맞이해 싸우시려는 것이 아닙니
까?"
고라화상은 말했다.
"노승이 아는 바에 의하면 천하에는 소녀 잔양신공의 잔양장의 습격을 당
하고 죽지 않는 사람이 없을 걸세."
정음천은 처량하게 말했다.
"사백님께서 제칠교주를 맞이해 대적하다가 만일 의외의 일이 발생한다
면......."
다음의 말을 그가 더 이상 계속하지 못하자 고라화상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팔 년의 세월에 걸친 연구로 빈승은 적이 어떤 허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아냈네."
정음천은 돌연 물었다.
"혹시 사백님께선 이미 제칠교주를 향해 도전장을 낸 게 아닙니까? 사백
님, 숨기시지 말고 우리들에게 알려 주십시오."
이 말을 듣고 있던 몽천악과 하불감은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뜨고 고라화상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고라화상은 몸을 흠칫하며 말했다.
"노승은 아직 제칠교주에게 도전장을 내지 않았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빈승에게 사망의 날을 약속하였네."
몽천악은 놀라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고라화상은 돌연 품 안에 손을 넣어 편지 한 통을 꺼내 등불이 밝게 비치
는 곳에 가만히 놓고 말했다.
"이 편지는 자네들이 돌아오기 한 시간 전에 보내 온 것일세."
그러자 하불감, 정음천, 몽천악 등 세 사람의 여섯 줄기 눈빛은 일제히
편지의 글월 위에 던져졌다.
짤막하고 깨끗한 글씨가 다음과 같이 씌어져 있었다.
'소림 고라대사 전상서...... 제삼교주의 죽음은 바로 첩의 실책입니다.
제일총교주가 추궁해 오면 첩은 장차 엄벌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첩
은 대사님께서 자비스러운 마음으로 삼 일 안에 오셔서 저의 목숨을 끝장
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 일째 자정 전에 첩이 직접 찾아
가 저승으로 보내 주시기를 애걸하겠습니다.
무아진교 제칠교주 친필'
하불감 등 세 사람은 편지를 보고 나자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또 크게 놀
랐다. 몽천악은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버릇없는 말투구나!"
정음천은 잠시 움찔하더니 물었다.
"편지는 어떻게 송달된 것입니까?"
고라화상을 말했다.
"빈승이 누각 위에서 정좌 입정할 때, 돌연 한 야행인이 한 줄기 바람 소
리와 함께 당도했네. 그리고 창문 밖에서 이 편지를 던져 넣었네. 그때 빈
승이 잠시 주춤하자 편지를 보내 온 사람은 이미 질풍같이 치달려 가 버
렸지. 그 경공의 높음은 무림안의 일류 고수에 못지 않았지. 빈승은 재빨
리 달려나가 한참 동안이나 사방을 살폈으나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
네."
몽천악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홍의의 소녀 예구요가 도망쳐 간 것과 우리들이 달려 돌아온 시간과의
차이는 단지 한 시간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그녀가 급급히 칠교주에
게 달려가 삼교주가 피해 당한 소식을 알려 준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
니까?"
몽천악이 이렇게 말하자 하불감과 정음천도 동시에 이상함을 느끼었다.
고라화상은 말했다.
"조금 전 자네들이 제삼교주의 죽음을 말할 때 노승은 곧 이상하다고 느
꼈소. 혹시 제칠교주도 능운보탑에서 제삼교주가 피살되는 광경을 목격하
였을지도 모르오. 그러나 그녀는 나타나지 않고 자네들이 홍의의 소녀를
체포하는 시간을 틈 타 맹주부에 온 게 아니겠소."
정음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것도 가능한 얘깁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능운보탑에 돌아가 홍의의 소
녀를 포위 체포할 무렵 도망가는 사람이 있었다면 목격하지 못했을 리가
없습니다."
고라화상은 말했다.
"또 하나의 증거는 제칠교주가 우리들이 제삼교주를 모살할 것을 알고 있
었다는 것이오."
몽천악은 말했다.
"이 일은 단지 우리들 네 사람만이 알고 있는데 누가 소식을 누설시켰을
까요?"
"물론 소식을 누설시킨 사람은 없소이다. 그러나 노승의 행적이 어쩌면
제칠교주에게 발견되었을지도 모르오. 그녀는 이미 진가를 알아낸 것이오."
첫댓글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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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칠교주! 매력있는 여자네
감사합니다
ㅎㅎㅎ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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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즐겁게 보고갑니다!
칠교주
즐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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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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