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경남 간 상생의 상징인 부산(하단)~경남 거제(연초) 간 시내버스가 첫 시동을 걸었다.
22일 오전 5시 45분께 부산 사하구 하단동 하단역 버스정류소에는 부산발 거제행 2000번 좌석버스를 타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 드디어 거가대교를 통과하는 시내버스를 타고 거제에 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표정들이었다.
오전 6시 첫차 출발
대부분 출근길 직장인
시외버스보다 3천 원 싸
거제 바다 구경은 덤
이장님 나와 기념사진도
오전 6시 정각이 되자 승객 5~6명을 태운 첫차가 출발했다. 제일 먼저 버스에 탄 승객 김형욱(42·사하구) 씨는 "시내버스를 타고 거제의 직장까지 갈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이날을 학수고대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동안 부산도시철도 신평역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다. 시외버스 요금 7천200원에 비해 4천200원만 내면 거제로 갈 수 있다. 그는 "급하면 승용차로 갈 때도 있는데 거가대교 통행료와 기름값을 합하면 한 번 출퇴근에 5만 원 가까이 들었다. 시내버스가 생겨 든든하다"고 밝혔다.
다른 승객 김동영(53·해운대구) 씨는 "신문을 보고 거제행 시내버스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금산에 가려고 새벽 4시 20분 집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거가대교까지 간간이 승객들이 타고 내렸다. 부산시내 구간은 좌석버스 요금인 1천700원(교통카드 기준)이고, 거가대교 직전 천성정류소부터 시외요금이 적용된다.
조용하던 승객들은 버스가 거가대교 위를 오르자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에 열중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라 어두웠지만 거제행 첫 시내버스를 탄 순간을 기록하려는 모습이었다.
승객 대부분은 거제시 옥포의 조선소에 출근하는 직원들이다. 한 조선소 직원은 "시내버스를 탔을 때 조선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보려고 연차를 쓸 각오를 하고 첫차를 탔다. 출근시간까지 빠듯해 첫차 시간이 앞당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전 7시께 거제 대금교차로부터 버스는 왕복 2차로인 국도를 탔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왼쪽으로 바다가 펼쳐졌다. 서서히 해가 뜨면서 하늘이 분홍빛으로 물들었고, 바로 옆으로 보이는 바다가 절경인 게 느껴졌다. 버스는 대금교차로~덕포까지 바다를 끼고 달린다. 이곳이 '명물구간'으로 입소문이 나 주말 관광객들이 몰릴 것이란 예감도 들었다.
옥포에서 승객 10여 명이 내렸다. 종점 직전인 연초정류소에서 인근 임전마을 정철훈(68) 이장이 사진을 찍으러 다가왔다.
정 이장은 "앞으로 부산 갈 때 정말 편리해질 것 같다"며 "6시에 거제발 부산행 시내버스 사진을 찍었다. 부산에서 오는 버스 사진도 찍어 주민들에게 보여주려고 일부러 나왔다"며 활짝 웃었다. 종점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20분가량이었다.
동이 트고 거제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바라보는 거제와 가덕도 바다는 입이 턱 벌어질 정도로 멋진 풍광을 자랑했다. 해무를 뚫고 바다 위 거가대교를 타는 즐거움도 있었다.
버스는 평일·주말 관계없이 오전 6시에 출발, 오후 10시 30분까지 2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부산 5대, 거제 5대가 투입되며 45인승 새 좌석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