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이란 무엇인가-터키를 중심으로
터키는 우리와 동일계열 민족
2018.10.11. 안보강연
金鍾求 전 법무부장관
투르크족의 분포
1. 민족의 개념
민족이란 혈연적 근친의식에 기초를 두고 공동의 사회·경제적 생활을 영위하며,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동일한 문화와 전통적 심리를 바탕으로 하여 역사적으로 형성된 인간이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민족을 전제로 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립된 국가를 민족국가 또는 국민국가라고 한다. 여기서는 민족적인 면에서 우리와 관련이 깊은 투르크족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2. 투르크족에 대하여
터키는 아시아와 유럽의 양 대륙에 걸쳐 국토의 넓이가 한반도의 3.5배인 78만 평방킬로미터에 이르고 인구는 9천만이 넘는 대국이다. 그리고 국민의 99%기 이슬람교도이며 투르크족이 절대다수이지만 쿠르드족(인구의 15%가량) 등 다수의 이민족을 포용하고 있다.
터키는 6.25사변 때 참전 16개국의 하나이고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하였을 뿐 아니라 혁혁한 전공을 세운 고마운 우방이고, 2002 월드컵을 인연으로 친근감이 더욱 깊어졌으며 초기 기독교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어서 한국인들이 성지순례 차 많이 방문하는 나라이다. 터키인들은 한국인을 ‘칸카르데쉬’라고 하면서 호감을 표시한다. ‘칸카르데쉬’란 피를 나눈 형제라는 뜻이라고 한다.
2002 월드컵을 계기로 터키와 한국 국민간의 우호적인 감정이 더욱 돈독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터키 사람들이 한국인을 ‘칸카르데쉬’라고 부르며 특별한 애정을 표시하는 이유는 단지 6.25때 동맹군으로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피를 흘렸다는 이유에서만은 아니라고 한다. 식자들은 그들의 조상인 돌궐(突厥)족이 중국이 당나라 때까지 고구려의 바로 이웃에 살았으며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고 언어구조가 같은 Altai어족의 갈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 태종이 안시성 전투에서 패한 후 황급히 퇴각한 것도 고려가 내몽골 지역에 있던 돌궐족 나라 “설연타(薛延陀)”국에 부탁하여 당의 배후를 치도록 하였기 때문임은 정사에도 기록되어 있다.
□ 알타이어족과 투르크족
우리는 한민족이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하다고 배워왔다. 핀족(핀란드인, 에스토니아인)과 마자르(헝가리)족이 우랄어족이며, 투르크족(터키족, 아제르바이잔족, 우즈베크족, 카자흐족, 투르크멘족, 키르기스족, 타타르족, 위구르족, 시베리아 북쪽의 사하자치공화국 주민인 야쿠츠족)과 몽골족, 만주여진족, 한민족 등이 알타이어족이다.
알타이어는 교착어(膠着語)와 모음조화 등의 공통점을 가진다. 일본언도 알타이어족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몽골족은 소수민족으로 위축되었으며 만주족은 사실상 소멸하였으므로 터키인들은 알타이어족이 세운 나라 가운데서 나라다운 나라는 터키와 한국밖에 없는데 그러한 한국을 자기들이 도와 이제는 세계적인 경제·문화 대국이 되었다는 것에 대해 대단한 긍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터키민족이 우리와 같은 ‘알타이어’족으로서 한민족과 함께 알타이산맥 부근인 몽골고원에서 기원하여 내몽골의 ‘오르도스’지역에서 이웃에 살다가 동서로 갈라졌다는 사실과, 전 세계에서 한국인을 가장 좋아하는 국민이 터키국민이라는 사실을 아는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여행하면서 보면 유숙하는 호텔 마다 꼭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다. 어느 현지교민의 표현처럼 터키가 한국을 ‘짝사랑’하는 정도로 친애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과거 수십 년 간 터키는 한국에 대하여 무조건적이라고 할 만큼 우호적이었고 대통령과 수상 등 수많은 지도층 인사가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였으며, 한국산 자주포를 10억 불 이상 구매하기로 하는 등 우리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지만, 우리 쪽에서는 최근에서야 대통령이 방문하는 등 너무나 일방적인 교류였다.
□ 투르크어의 분류
투르크어는 분포지역이 매우 넓어 많은 방언 그룹이 있지만 민족이동의 역사가 비교적 오래되지 않고 빈번한 이동이 계속되어 왔기 때문에 다른 방언그룹에 속해도 약간만 훈련하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1) Chagatay그룹: 볼가 강 유역의 추바쉬어, 이란 중부지방의 할라지어, 시베리아 북부의 야쿠트(사하자치공화국)어, 몽골 북서부 러시아의 투바어, 알타이산맥의 하카스어와 알타이어, 천산산맥 일대의 크르그즈(키르키스)어, 우즈베크어, 신 위구르어
(2) Klpchak(큽착)그룹: 타타르어, 바쉬크르트어, 카자흐어, 카라칼파크(투르크멘공화국의 일부지역)어, 카라임어, 크림(크리미아)타타르어, 쿠무크어, 카라차이-발카르어, 노가이어
(3) O′ghuz(오우즈)그룹: 아제르바이잔어, 투르크멘어, 가가우즈어(불가리아지역), 터키어
터키공화국은 공화국으로 재출발하면서 1928년 로마자를 채택하였는데 한글처럼 모든 자모가 각각 하나의 음가를 가지도록 하였다. 신기한 것은 우리 자모의 ‘ㅡ’에 해당하는 별도의 모음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 세상에서 우리와 터키문자뿐이라고 생각한다. ‘i’는 우리의 ‘l’이고 ‘i’ 위에 점이 없는 ‘ı’가 우리의 ‘ㅡ’에 해당한다.
이점에서도 같은 알타이어족의 형제라는 강한 느낌이 든다. 그밖에 ‘g’는 묵음어이서 터키족 조상의 하나인 O′ghuz족은 ‘오우즈’로 발음해야지 ‘오구즈’가 아니다, “u는 ‘위’에 가깝게, ′“o는 ‘외’에 가깝게 발음하는데 이러한 독일식의 복모음이 있는 것도 우리와 유사하다. C、는 ‘ㅊ’, S、는 ‘쉬’의 음가에 가깝다, 그 밖의 자모는 대개 영어의 발음기호와 같다고 이해하면 된다.
터키에 우리의 소주격인 ‘락크’라는 술이 있는데, ‘laki’가 아닌 ‘lakı’로 표기한다. 우리가 이때까지 ‘킵챡’한국 또는 ‘키르키스’공화국이라고 불러왔던 것도 정확하게는 ‘큽챡’ 또는 ‘크르그즈’라고 해야 옳다는데 로마자에는 ‘ㅡ’를 표기할 모음이 없기 때문에 투르크어의 ‘ㅡ’에 해당하는 ‘ı’를 ‘i’로 표기함으로써 혼동이 생긴 것이다. 특이한 것은 몽골이 점령하였던 광대한 지역이 몽골어 사용지역이 되지 아니하고 투르크어 사용지역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위 방언그룹 이름인 Chagatay는 칸국을 세운 징기스칸의 아들인데 그 영역에 살던 주민들이 사용하던 언어는 투르크어가 되었다. 징기스칸의 몽골군 대부분이 투르크족이었고, 그들의 문화가 앞서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Chagaty칸국(汗國)이라고 배웠지만 몽골말로는 Chagaty칸 울루스(Ulus)라는데 Ulus란 나라(nation)라는 뜻이다. 현재의 터키어로도 같은 뜻이다. 어느 언어학자는 백제 고도 위례(慰禮)도 Ulus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카자흐와 타타르
투르크족의 한 갈래인 ‘카자흐’의 이름이 어찌하여 시베리아를 정복한 러시아 기병대의 이름과 같은지, 몽골부족의 이름이었던 ‘타타르’가 어찌하여 러시아 곳곳에 분포되어 있는 투르크족의 이름이 되었는지 항상 궁금하였다. ‘카자흐’라는 러시아어는 원래 투르크어로부터 차용한 말로서 방랑자(放浪者) 또는 자유인이라는 뜻이며, ①현재의 카자흐 공화국을 이루는 투르크족과 ②14세기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배했던 폴란드와 러시아 영주의 압제에서 탈출한 동 슬라브족(러시안, 우크라이나인, 백러시아인)들이 볼가강 유역에 건설한 공동체를 지칭하는 등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데, 베리아로 진출하여 러시아 제국의 팽창에 앞장선 ‘카자흐’는 후자를 말한다. 그들은 코사크 기병대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고 러시아제국 군인의 주축을 이루었으며 현재도 자신을 ‘카자흐’의 후예라고 인식하는 러시아인의 수가 600만 명쯤 된다고 한다.
‘타타르’는 원래 징기스칸의 몽골부족과 대결하던 몽골 계(系) 부족으로서 몽골과 고구려의 사이인 몽골고원의 동부에 거주하였다, 따라서 원래는 투르크족이 아니었으나 러시아와 동유럽의 정복에 나선 몽골군의 선봉으로 편성되어 유럽에서는 몽골군을 타타르(革+達 革+旦)로 부르게 되었는데, 주력이 투르크족이었던 타타르는 몽골이 러시아지역에서 철수한 15세기 이래 흑해 연안을 지배하던 ‘오스만터키’의 치하에서 회교화(回敎化), 트르크화(化)하여 현재는 완전히 투르크족이 되었다.
□ 우리와 투르크족과의 인연
부산 유엔군 묘지에 터키군 묘역도 있지만, 신라의 탈해(脫解)왕은 철공(鐵工:대장장이) 가문 출신임을 자칭(自稱)하면서 경주 남산 기슭의 유력자 집터에 숲 부스러기를 몰래 묻어놓고 자기 조상의 집을 빼앗겼다고 참소하여 집을 빼앗은 후 세력을 길러 왕위에 이르렀다는 고사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튀르크 방언에 ‘타르하드’가 철공(鐵工:대장장이)인 것에 미루어 탈해가 이끌던 부족이 튀르크계라는 설이 있다.
또한 한국의 김(金)씨 성 집단도 흉노-튀르크계 부족의 후예라고 하며, 신라와 가야의 고분에서 출토되는 금 세공품이 흉노-알타이 계통이라고 하니 우연이 아닐 것이다. 중국 서안(西安)의 비림(碑林)박물관에 게시된 한족(漢族)의 연원(淵源) 표에 중국의 김씨도 흉노의 후손으로 분류해 놓은 것을 보았다, 투르크어로 알타이는 쇠 또는 황금(黃金)을 뜻한다.
고려가요인 쌍화점(雙花店)곡에 나오는 회회(回回)아비는 아라비아 사람이 아니고 위구르인이며, 고려 때 침입한 몽골군의 상당수와 제주 목마장에 주둔하였던 몽골군의 대부분도 위구르인이었다고 한다. 조선조 세종(世宗) 시에는 조선에 남아있던 위구르인들이 왕에게 자기들의 복장을 입고 풍악을 울리며 새해인사를 하였다는 기록이 실록에도 있다고 하니 투르크족 중에서도 위구르인은 우리와 갚은 인연이 있다고 하겠다. 위구르 제국은 돌궐제국 멸망 후 스텝에서 새롭게 튀르크의 종족적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여 몽골제국 등장 시까지 중국과 대결하여 왔으나 마니교의 채택과 정착화로 유목민족의 기상이 쇠퇴하여 멸망하였다고 한다. 연전에 실크로드를 따라 신장-웨이얼 자치구 여행 중 1천여 년 전 위구르인들이 건설한 지하 관개수로를 보았는데 천산산맥의 눈 녹은 물을 사막으로 끌어오는 공사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짐작도 되지 아니하였다.
3. 「우랄알타이어족」동맹을 만들자
얼마전 어느 은퇴한 외교관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너무 외롭다고 기고한 글을 본 일이 있다. 내용인즉 동맹국은 미국 하나뿐이며, 유럽연합, 나토, 아랍연맹, 동남아국가연합, 영연방, 독립국가연합, 중남미 그룹 등 어느 곳에서도 속하지 못하여 국제사회에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핀란드를 포함한 우랄·알타이어족을 우리의 친구로 삼아 그룹을 만들어 고립을 벗어나 보자는 것이었다. 매우 공감이 되었다.
우리는 옆에 같은 어족인 일본이 있지만 역사적인 악연도 있고 해서 마음을 터놓고 지내기에는 피차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도 독일에 3개의 Sachsen주(州)가 있고, 영국의 Saxon족과 독일의 Sachsen족은 같은 게르만 어족이었지만 옆에 살면서 이해관계가 충돌되어 1,2차 세계대전에서 서로 적이 되어 싸웠다. 그러나 멀리 떨어져 있는 터키와는 아무런 악연도 없고 서로 좋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같은 어족의 형제인 것이며, 중앙아시아의 강국이고 투르크족의 인구는 모두 1억5천만이 넘는다, 이러한 터키에 대해서 우리가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친해진다면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우회진출에도 도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그들에게 너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외모가 달라도 언어의 뿌리를 따져 민족과 문화의 친근성을 가린다. 포르투갈은 인구가 1천만도 안된지만 1억5천만 인구의 브라질이 포르투갈 언어권에 속해서 한나라처럼 지내며. 스페인 언어권, 영어권 등 세상은 언어로 친구를 가린다.
터키 말은 우리와 같이 갈라진 세월이 너무 오래 되었고 또 멀리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그대로 알아들을 수는 없다고 해도 같은 어족이 분명한데도 이러한 사실이 우리 국민에게 너무 안 알려진 것 같다.
실크로드 탐사 길에 신장-웨이얼 자치구에서 위구르인 안내인을 만났는데 자기들의 조상이 돌궐이며 터키와는 조금만 노력하면 말이 통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늘을 ‘탱그리’라고 한다는 말을 듣고 놀랬다. 우리 역사학자들이 단군(檀君)의 어원을 ‘탱그리’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정일권 전 주 터키 대사가 터키에서 우리말의 ‘알아들었나?’라는 말을 ‘알아드름?‘이라고 한다 해서 놀란 적이 있다. 우리 교민들이 다른 외국과는 달리 터키에서는 현지에 가는 날부터 주부는 시장 보는 것이 가능하고 아이들은 현지 어린이와 쉽게 친해진다고 한다. 몇몇 단어가 같은 것이 아니고 어족이 같아 대강 알아듣고 몸짓도 아주 유사하기 때문이란다. 몸짓이 유사함은 문화가 유사하다는 뜻일 게다.
이번 터키에서 만난 가이드의 이름을 물었더니 ‘오르혼’이라고 하면서 중국의 북쪽에 있는 조상이 살던 지명인데 조상이 중국과 싸워 밀려서 서쪽으로 왔다고 설명하던 말이 기억에 새롭다. 길거리에서 한국인임을 확인도 하지 아니하고 “요새 어떻게 지내십니까?”라고 인사하며 호객하는 것은 귀엽기조차 하였다
[출처] 터키는 우리와 동일계열 민족<모셔온 글>|작성자 백의종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