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꼬박 기다려야 하는 월드컵이 너무 길다는 생각은 매번 똑같다.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을 다시 보려면 4년이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은 악몽 그 자체였다.
물론, 요즘에는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을 통해서 프리미어리그나 챔피언스리그 중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늘었났으나 일부 리그에 대한 중계만 이뤄지는 탓에 여전히 축구팬들은 수동적인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다. 거기에 더하여 여전히 부족한 국내의 축구정보로 인해 과거 우상들의 그 이후의 발자취를 쫓는 작업도 커다란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은 스포츠뉴스나 신문에서 알아서 챙겨주지 못한 우리의 스타들의 최근 모습을 챙겨보려한다. 여기저기서 토막토막 얻은 내용들이라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고 일부는 잘못된 내용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반가운 소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1. 그라운드의 패션모델 - 멕시코의 '캄포스' 골기퍼
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와의 1차전, 우리 축구팬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하석주의 선취골 그리고 잠시 후의 이른바 '백태클 사태'정도가 아닐까? 이 경기는 한국에게 '월드컵최초 선취득점'이란 업적을 남겼으나 1-3역전패로 끝나면서 차범근 감독 중도 경질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향한 서막이 된 경기이기도 한다.
이 경기에서 기억되는 멕시코 선수들도 인상적이었다. 긴 금발머리를 머리끈으로 고정시킨 스트라이커 에르난덴스, 개구리 점프로 수비2명을 농락하며 한국팬들을 흥분시켰던 블랑코가 가장 먼저 기억나는 인물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골기퍼 '캄포스'는 어떤가? 골기퍼로 보기 어려운 175cm의 단신에, 도저히 축구하러 나온 것 같지않은 튀는 복장을 하고 있었으나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한국팀의 슛을 막아내던 그 불가사의한 선수..이쯤되면 많은 분들이 그를 기억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1966년 10월 15일 생인 캄포스는 2004년인 올 해 우리나이로 39살이 된다. 그런 캄포스를 만난 건 지난 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멕시코와 아이슬랜드의 경기에서 였다. 우리는 캄포스란 선수가 골기퍼로서의 능력도 뛰어나지만 그가 리그경기에서는 가끔 공격수로 출전하여 골도 넣는다는 소문을 들은 바 있다. 캄포스는 이 경기에서 후반 25분을 남겨두고 멕시코 대표팀의 공격수로 교체출전하였다!
캄포스가 대표팀에서 마지막으로 활약을 한 것은 2002년 월드컵 북중미 예선전. 약 2년 6개월 여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는 것. 물론 이제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그가 앞으로도 대표팀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동안 멕시코 축구를 위해 그의 공로를 인정하여 특별 배려를 했다는 소식이다.
2. 콜롬비아의 천재 미드필더 - 사자머리 발데라마
콜롬비아에 대한 기억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선수만은 많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노란색 머리가 위로 뻗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자머리(가수 전인권 의 헤어스타일을 떠올리면 될려나??)를 휘날리며 콜롬비아를 이끌던 발데라마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정교하지 그지 없는 숏패스와 힘 하나 들이지않고 슬슬 뛰는 것 같은 부드러움 그는 콜롬비아 축구의 대명사였던 것이다. 콜롬비아 선수로는 최초로 대표팀 100경기 출장 기록을 수립(최종적으로는 111경기)했고 90년, 94년, 98년 3회 연속 조국을 월드컵으로 이끌기도 했다. 61년 생인 그는 지난 해 43세의 나이로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프랑스 리그를 거쳐 스페인의 바야돌리드, Tampa Bay Mutiny, Miami Fusion등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마지막 선수생활은 미국의 Colorado Rapids에서 했다. 어쨌든 발데라마 역시 레전드로 등록될 만한 선수였음에 틀림없으며, 그만의 독특한 플레이에 대한 향수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3. 감독으로 변신한 독일의 영웅 로타어 마테우스
월드컵 5회 출전에 빛나는 독일 축구의 영웅 마테우스. 그는 앞선 캄포스의 경우와 같이 40대가 다될때까지 독일 대표팀 소속으로 뛰었다. 마테우스가 대표팀으로 뛰던 시절 독일은 연이은 월드컵에서의 성공으로 전성기를 구가했고 한국과는 94년 미국 월드컵에서도 경기를 치른 바 있다. 또한 이 당시 독일 대표팀의 깔끔한 유니폼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마테우스를 다시 만난 건 얼마전 챔피언스리그 32강 예선전 F조 경기에서였다. 마테우스는 현재 유고의 강호 파르티잔의 감독으로서 제2의 축구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비록 챔피언스리그 F조에서 설명이 필요없는 최강 레알 마드리드, 지난 시즌 UEFA컵 우승팀 포르투칼의 FC 포르투, 이번 시즌 돌풍을 몰고온 프랑스리그의 강호 마르세이유에 밀려 승점 6점으로 조4위로 꼴찌를 면하지는 못했지만 수비라인에 나이지리아 대표팀 소속인 웨스트, 플레이메이커 일리치, 공격수 일리예브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조직력은 마테우스의 진한 향수가 배여있어 반가웠다.
마테우스와 함께 독일팀을 이끌었던 클리스만(모두들 기억하시리라..한국과의 94년 대결에서 족구 하듯이 골을 성공시킨..득점기계)은 얼마전 2006년 독일 월드컵 조추첨자로 오랜만에 얼굴을 나타냈는데 현재는 미국에서 스포츠 마케팅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4. 월드컵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제의 나라(?)' 터키
지난 2002년 월드컵 3-4위전은 때아닌(?) '형제의 나라'란 말이 유행하는 가운데 한국과 터키와의 대결로 이뤄졌다. 한국과 더불어 이 대회 최고의 돌풍을 몰고온 팀은 바로 터키!
터키는 스트라이커 하칸 수크로가 부진했지만 하산 사슈의 빠른 돌파와 이쁘장하게 생긴 일한 만시즈등의 스타를 배출시키면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그 후로 2년여가 지난 얼마전 터키의 유력 신문의 헤드라인에 '세계 3위에서 제3세계로'라는 대표팀을 비난하는 글을 볼 수 있었다. 월드컵에 이어 최대의 축구 대회인 '유로 2004'을 위한 예선전에서 잉글랜드에 밀려 유로2004 직행 티켓을 놓친 데 이어 라트비아와의 플레이오프에 패배하며 유로 2004 진출이 좌절된 것이 그 이유. 그 사건으로 인해 터키에서는 정치 칼럼에서까지 대표팀을 비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불행히도 플레이오프에서 터키를 이기며 최초로 유럽 빅매치 출전권을 획득했던 라트비아는 유로2004년 죽음의 조에 편성되고 말았다. 그들이 상대해야 할 D조는 이번 대회 최대 복병인 체코, 슈퍼스타 군단 네델란드, 전통의 강호 독일 등이다)
터키의 슬픔은 대표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었다. 터키 리그 대표로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했던 갈라타사라이와 베시스탁스가 모두 조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하여 터키 축구팬들의 충격은 2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5. 월드컵 1승의 재물 폴란드의 요즘은?
한국의 월드컵 1승의 재물이 되고 말았던 폴란드의 그 이후 행적은 어떨까?
귀화한 스트라이커 올리사데베와 세계 4대 골기퍼(?)라고 소개되던 두덱 등의 이름으로 기억나는 폴란드, 폴란드는 유로 2004 본선 진출에도 역시 실패하였다. 그러나 폴란드는 최근 열린 이탈리아와 친선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의 친선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면서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이탈리아와는 18년 만에 따낸 승리라 값진 경험이 되기도 했다.
6. 일본 대표팀을 이끌었던 필립 트루시에 감독
필립 트루시에 감독 역시 한국팬들에게는 낯익은 얼굴이다. 일본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동안 일본 내에서는 그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았지만 그는 분명 일본 축구에 많은 발전을 선물하였던 것이 분명하고 성인 대표팀을 월드컵 16강에 올려놓은 장본이기도 하다(비록 한국팀의 4강 진출에 그 업적이 빛을 바라긴 했지만..)
트루시에 감독은 월드컵 이후 카타르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비록 대표팀은 아니지만 카타르 리그는 최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물간(?) 슈퍼스타들을 영입하면서 세계 축구계의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94년 브라질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던 호마리우가 잠시 카타르를 거친데 이어, 로랑 블랑, 바티스투타 등 당대 세계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로 거론되던 선수들이 카타르로 향하거나 관련된 루머가 나돌고 있다. 어떻게 보면 축구계의 경로당 같은 이미지를 풍겨주는 카타르이다.
오래간만에 접한 캄포스의 소식이 너무 반가워 몇 명의 소식을 모아보았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선수들의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자 한다.
첫댓글 잼있네요 .. 좋은글 감사 합니다.
캄포스아니여스면 고종구슛 들어가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