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만물의 영장이 맞다 / 이수종
소처럼 평생 농사만 지어온 박영감
동네일 도맡아 착한 일만하더니 복받았다
아들이 고시에 합격하자
개천에서 용났다고 내 일처럼 기뻐하는데
졸지에 박영감 용을 낳은 요물이 되어버렸다는 말씀
수십년 지나
뉴스에 따르면 날고 긴다는 높은 분
못된 일 저질러 법정에 불려나와서는
“잘 기억 안난다”며 새머리 되는데 우둔한 건지 영민한 건지
조류학자에 의하면
새의 지능지수 꽤 높아서
북극제비갈매기는 칠만킬로미터 대륙횡단비행도
한 치 오차없이 성공한다는데
왜 새를 비하하는지 그거 생각하다 그 날 새머리 되었다
지난 선거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상대후보에 맞서는 유력한 대항마對抗馬라며
스스로 말이기를 자처하고 고샅을 누비며
말 참 많이도 하던 말꾼들 줄줄이 낙마하고
동네분들 새 말 잡혔으니 할 말 또 많겠구나
어제 끝난 봉황대기 야구우승 알리는 신문기사 제목 한 줄
“초고교급 大魚 탄생! 프로팀에서 모셔가기 경쟁 치열”
섬뜩하다
요즘 물고기는 야구도 잘 한다는 말씀?
그래도 그렇지 운동 잘 하면 대어 못하면 잡어 아닌가
하기사 조오련도 수영 잘해 아시아 물개 됐는데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말 빈 말 아니다
용도 됐다가 새도 말도 물고기도 물개도 되고
온갖 동물 입맛대로 골라 맘껏 재주부려보는 변신의 귀재아닌가
이쯤되면 만물의 영장으로 손색 없겠다
[출처] 이수종 시인 6|작성자 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