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8W2pp9hvGP8&list=TLGGelqCnNc5puMyMzA5MjAyMw
김동리 수필 '보름달'
김동리 작가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황순원과 함께
한국현대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주로 순수 문학을 창작하였고
고유의 토속성과 외래사상과의 대립을 통해,
신비적이고 허무하면서도
몽환적인 세계를 통하여
인간성의 문제를 그렸다.
식민지 시대부터 전쟁을 거쳐
개발 경제 시대까지
43년의 창작 활동으로
근현대사의 많은 작품을 남겼다.
"나는 지금 보름달 아래 서 있다.
한 깊은 사람들은 그믐달을 좋아하고,
꿈 많은 사람들은 초승달을 사랑하지만,
보름달은 싱겁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맞는다"
보름달 본문
보름달은 벚꽃, 살구꽃이 어우러진 봄밤이나,
녹음과 물로 덮인 여름밤이나,
만산에 수를 놓은 가을밤이나,
천지가 눈에 싸인 겨울밤이나,
그 어느 때고 그 어디서고
거의 여건을 타지 않는다.
아무것도 따로 마련된 것이 없어도 된다.
산이면 산, 들이면 들,
물이면 물, 수풀이면 수풀,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족하다.
산도 물도 수풀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사막이라도 좋다.
머리 위에 보름달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고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고
황홀하고 슬프고 유감한 것이다.
보름달은 온밤 있어 좋다.
초승달은 저녁에만,
그믐달은 새벽에만
잠깐씩 비치다 말지만,
보름달은 저녁부터 아침까지
우리로 하여금
온밤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보름달은
온밤을 꽉 차게 지켜줄 뿐만 아니라
제 자신 한쪽 귀도 떨어지지 않고,
한쪽 모서리도 이울지 않은
꽉 찬 얼굴인 것이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좋은 시간은 짧을수록 값지며,
덜 찬 것은 더 차기를 앞에 두었으니
더욱 귀하지 않으냐고 하지만,
필경 이것은 관념의 유희다.
행운이 비운을 낳고,
비운이 행운을 낳는다고 해서
행운보다 비운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초승달이나 그믐달같이
병적이며 불완전한 것,
단편적인 것,
나아가서는 첨단적이며
야박한 것 따위들에 만족할 수 없다.
나는 보름달의 꽉 차고
온전히 둥근 얼굴에서
고전적인 완전미와
조화적인 충족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예술에 있어서도
단편적이며 병적이며
말초적인 것을 높이 사지 않는다.
그것이 설령 기발하고
예리할지라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완전성과
거기서 빚어지는
무게와 높이와 깊이와 넓이에
견줄 수는 없으리라.
사람에 있어서도 그렇지 않을까?
보름달같이 꽉 차고
온전히 둥근 눈동자의 소유자를
나는 좋아한다.
흰자위가 많고
동자가 뱅뱅 도는 사람을 대할 때
나는 절로 내 마음을 무장하게 된다.
남자의 경우도 물론 그렇겠지만,
여자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보름달같이 맑고 둥근 눈동자가
눈 한가운데 그득하게
자리 잡고 있는 사람,
누구를 바라볼 때나
무슨 물건을 살필 때
눈동자를 자꾸 굴리거나
시선이 자꾸 옆으로 비껴지지 않고
아무런 사기도 편견도 없이
정면을 지그시 바라보는 사람,
기발하기보다는 정대한 사람,
나는 이런 사람을 깊이 믿으며
존경하는 것이다.
보름달은 지금 바야흐로
하늘 한가운데 와 있다.
천심에서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시간은
더욱 길며 여유 있게 느껴지는 것이
또한 보름달의 미덕이기도 하다.
감상
김동리 작가는
보름달을 새벽달과 초승달에
비교하면서 표현한다.
새벽달이 차갑고 날카롭다면
그 반대의 보름달은 따스하고 부드럽다.
작가는 인간도 '보름달 형'을 더 좋아하며
둥그런 보름달 같은 눈동자를 사랑한다.
속임도 편견도 없이
정면을 바라보는 눈동자의 찬사는
완벽한 보름달과 닿아 있다.
보름달은 완벽을 나타낸다.
꽉 찬 달은 곧 이룰 것이니
덜 찬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작가는 '관념의 유희'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보름달을 예찬하는 감상적인 명수필이다.
김동리의 문학 세계는
계급적, 지리적, 가정적, 교육적,
심리적 요인 등에 의해
우리 것과 낯선 문화가
서로 만나 충돌하며 삼투하는
지점에 착지했다.
유교와 무교를 핵심으로
가족주의, 현세 중심주의,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태도이다.
고유의 토속성과
외래사상과의 대립을 통해
인간성의 문제를 그리고,
6.25 전쟁 이후에는
인간과 이념의 갈등에 주안을 두었다.
동시대 문인, 김동리(보름달), 서정주(초승달)
김동리 작가와 서정주 시인은
동시대에 쌍벽을 이룬 문인들로
작품에서도 보름달, 초승달을 서로 다루었다.
내 마음속 우리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에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옴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서정주 동천':
겨울하늘 초승달이
님의 고운 눈썹을 닮아 맑은 달이 되었구나.
'날으는 새는 눈썹 모양'으로 흉내 내며 나는 구나.)
(서정주 시인의 '초승달'은
초원과 하늘을 말하며,
김동리 작가의 '보름달'은
현세, 인간을 뜻함으로써
서로 대비가 되는 작품이다.)
눈썹 모양의 '나는 새'
마치며: 인간주의
'문학의 대상은 인간이고,
인간을 떠나서 문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인간주의 문학관이
김동리 작가의 문학적
특징이 아닐까 생각한다.
순수문학과 신인간주의 문학사상으로
일관된 작가는
정치적으로는 '우익적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로
정신사적 업적을 쌓았다.
'열서너 살 때,
달을 보고 까닭 모르게
너무도 아득해서
자꾸자꾸 눈물을 쏟은 일이 많았다.
그것은 다 즐거움의 변형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남보다 훨씬 크고 깊은 행복을 가졌는데,
그건 자연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생리적 기능이다'(인간 주의)
옮겨온 글 편집
세계의 보름달 50 영상
영상을 전체화면으로 보세요.
大師9회 在邱 동기
관암(冠巖) 류덕환 교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