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취목생활을 하다보니 만드는 재미도 있거니와 아내와의
소통법을 새삼 깨우치기도 한다.
아래 작품은 핀사이트에서 보고 반한 디자인이었다.
목선반이 없었던 때에 보았으니 당시에 오죽 들여오고 싶었을까 싶다.
스피커를 만들자마자 작업해 보았다. 이왕이면 아내 모르게 만들어서
깜짝선물로 주려고 했는데, 전에 말했다시피 이미 내 작업장의 어느 한
부분은 아내의 창고로 쓰여지고 있어서 눈에 뜨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은 나무구만 뭐 만들라고라?”
“응, 그냥 장식품...”
“찻잔 놔둘 장식장 만들어 달라고 한지가 언젠디 언제 만든가 볼라요”
“그것도 구상중이여. 곧 만들껴”
“그냥 찻잔셋트 놔두고 볼 수 있게만 만들면 되지 뭔 구상을 한다고...”
눈치껏 근간에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란 강압적 암시를 내비치고는
할 말은 다했다는 듯이 나의 볼멘소리를 듣지 않고 빨리 사라진다.
“때되믄 다 맹글어 주꺼신디 고고시 뭔 급한거라고 보채고 그랴?”
아내의 뒷모습에 대고 째진 눈으로만 질러댔다.
“오메~ 진짜 이쁘요잉~ 여그다 뭘 넣으믄 쓰까라?”
결코 내게 묻는 말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미소로만 답했다.
쓰잘때기없이 대꾸하면 다음에 나올 소리는 뻔하니깐...
“이렇게 고운 빛깔에 맞는 보석도 없고, 적당한 크기의 악세사리도 없고...”
난 아내의 소박한 사치에 부응하여 소비할 만큼 여유가 있는 백수가 아니다.
그러기에 재빨리 화제를 돌려야 한다.
“처음 시도해 본 작품인데, 하트모양이 제대로 안나오네. 그래도 어렵게
작업한 것이니 선물로 받아두소”
역시 유튭선생으로부터 사사받아 흉내내어본 Woodturning Inside Out 모델중
하나를 디자인 조금 변경해서 만든 작품을 건네주며 입을 막았다.
“위에 컵에는 당신이 알아서 뭐든 장식하소. 가운데는 알라뷰~여“ 휙~~!
사실은 Dewayne Colwell의 작품을 모방하려고 컵아래 부분에 링을 끼우다
실패했다. 링까지 다 만들어 놓고 마지막 다듬기 하다가 아차하는 순간에
튕겨 날아가부렀다. 몇 번 에이틴- 에이틴- 하고 마음을 풀었다.
그리고, 숙명의 찻잔걸이.
장식장스타일로 만들자니 너무 흔해 보여서 뭔가 눈에 좀 띄는 디자인으로
구상해 보았다.
몇 년 동안 케이스 안에 묵혀있던 컵세트를 잘 보이게 해주어야 하는데에
그 목적이 있었다. 사포질하느라 지금까지 덜덜 떨리는 후유증.
아! 누굴위하여 내 손은 이리 떨리냐...
눈썰미있는 친구는 알아보시려나?
기둥에 달린 날개는 바로 이전에 만든 오디오시스템의 다리를 만들고
남은 조각을 다듬어서 붙인 것인디...
만들고나면 크든 작든 문제가 꼭 생긴다.
이번에는 접시받침 아래 꽃잎처럼 보이게 만든답시고 안해본 짓을 했다.
무슨 장인의 예술품처럼 보이려고 만든건데 역시 이런건 훨씬 다양하고
세밀한 표현하기 위해 우드카빙 기술의 절실함을 겪었다.
또 하나 원래의 구상으로는 두 기둥 사이에 풀잎을 연상케 하려는 장식을
만들었는데, 설치위치가 변동되는 바람에 생략하고 말았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엄명.
”조것은 이층 저기 위가 썰렁항께, 시계같은걸로 맹글어서 붙입시다“
만들어주믄 자기가 붙일랑가? 같이 뭘 할 것같이 합시다라네...
< 고구마순 심고 잡초베고 옴 >
첫댓글 완죤 태백산맥 한 부분을 읽어분듯! 아내에게 남편에게 하는 말투들이 영 꼬숩소오잉~
작품또한 날이 갈수록 ART하구만이랑
하아잉~~ 내가 쫌메 한아트 할랑께 모리가 빠질라하요^^
아내와 이모작이 알콩달콩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어 뿌뜻
그런데 조금씩 기울어져 가는 느낌이라요
읽고 보기만 해도 좋고 부러운데
멋진 작품을 완성해서 보고 사용하는 기쁨은 늘 새롭고 감사할 것 같네요~
그런가요? 감사한 마음은 안보이던데요? 내 손을 떠나면 내 것이 아닌것을... 공짜로 받으니까 덜 아끼는것 아닐까요^^
아싸아~~ 영국 황실 내부를 들여다보는 기분이네요. 럭셔리의 최고봉!
황실이라니... 너머 거시기해부요^^
소품 만드는 재미가 상당한데 작은게 더 시간을 잡아묵네요.
그대의 솜씨가 날로 섬세해지고 발전되고 있고 부부간의 정도 더욱 새로워질것같어
대박~!!!
" 오메~ 진짜 이쁘요잉~ 여그다 뭘 넣으믄 쓰까라? ”
지도 심히 걱정이요 잉~~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