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독일에서 얼음 안개를 맞으며 공부했던 때가 있었다. 그후 독일 본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쳤던 시절을 지나, 귀국하여 백석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현대시를 가르쳤다. 그러던 중 학생들과 함께 방문한 서대문형무소! 그때 캄캄한 질식의 공간에 투옥되었던 분들을 영적으로 만났다. 숭고한 역사에 빚진 자라는 생각, 너무 늦게 찾아왔다는 후회, 나만을 위해 살아온 이기적인 자신에 대한 수치 등등. 여러 감정의 물결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몇 개월 후 한 줄의 시구가 번개처럼 스쳤다. 무언가에 홀린 듯 받아 쓴 시편. 먹방, 시구문, 고문실 등 서늘한 냉기가 가슴을 파고들었던 십수 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