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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관은 시대마다 그 역할이 변화되었다. 기원전 3세기 지어진 고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지식의 중심지였다. 이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것뿐 아니라 학문과 연구의 중심이었다. 전 세계의 지식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으며, 다양한 분야의 문서와 연구가 이뤄졌다. 고대 그리스, 이집트, 페르시아 등에서 온 학자들이 모여 연구하고 교류하는 장소였으며, 문학, 수학, 천문학, 의학 등 다양한 학문이 꽃을 피운 곳이기도 했다.
19세기에는 도서관 역사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대중의 정보 접근과 교육에 중점을 두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1854년 개관한 보스턴 공공도서관인데, 미국 최초로 시에서 지원하는 시립도서관이자 시민에게 개방된 대형도서관으로 자유로운 도서 대출이 가능했다. 보스턴 공공도서관은 전 세계적으로 공공도서관 운동의 모델이 됐고, 미국 전역에 도서관을 건설하는 데 중요한 촉매제가 됐다.
오늘날의 도서관은 그 역할이 더욱 확장됐다. 디지털 자료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정보 저장과 제공이라는 전통적인 역할뿐 아니라 디지털과 커뮤니티 기능이 더해졌다. 디지털 교육,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전자책 등 정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지식 공유와 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또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고, 워크숍을 진행하며,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해 동구의회와 동구청이 공무 국외출장으로 방문한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은 현대 도서관에 디자인을 더하면 도시의 랜드 마크로까지 그 역할이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도서관의 외관은 일반적인 도서관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건물 전체는 흰색 타일로 장식된 정육면체 형태를 띠고 있는데, 외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동일한 형태의 큐브들은 ‘지식의 그릇’이라는 도서관의 개념적 의미를 상징한다.
내부는 더 혁신적이다. 건물에 들어서면 1층부터 4층까지의 공간 전체가 새하얗게 비어있는 ‘심장(Das Herz)’이라는 이름의 공간을 마주한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한 줄기 빛을 바라보며 오롯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곳이다. 모든 공간이 개방된 5층부터 9층까지는 나선형 계단을 설치해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어 낸다. 건축의 모든 장식과 컬러를 걷어낸 순백의 공간에서 오직 책과 사람만이 색으로 존재하도록 디자인됐다.
이처럼 방문객에게 특별한 경험과 영감을 주는 디자인을 통해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은 책 보러 가는 도서관을 넘어 가보고 싶은 도서관으로 자리 잡았다.
울산 동구의 인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 같은 도서관이 필요하다. 울산 최초의 시립도서관이 2018년 개관했으니 10주년에 맞춰 제2 시립도서관 건립을 검토하기에 적절한 시기다.
동구는 울산 내에서도 교육 여건이 가장 열악하다. 교육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고, 교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지역이라 학생들이 중학교 입학 즈음이면 남구와 북구 등 울산의 다른 구·군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또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조선업 불황으로 청년들이 대거 떠나면서 출생아 수는 지난해 700여 명으로 울산 구·군 중에 최하위를 기록했다. 불과 10년 전에는 동구가 인구수는 가장 적었음에도 높은 출산율로 출생아 수(2,300여 명)가 구·군 중 2위였었다. 동구를 떠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데, 시립도서관은 출산·육아 정책이자 교육정책이기도 하다.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과 같은 특색있는 디자인을 입힌다면 동구가 미래 먹거리로 추진 중인 관광 정책도 될 수 있다. 동구는 도심에 인접해 바다가 있다는 장점을 디자인에 녹여 낸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동구는 문화·체육시설 등 도시 인프라 울산 내에서 가장 부족하다. 그래서 지역 발전에 대한 동구민들의 갈증이 크다. 동구주민들의 갈증이 해소될 수 있도록 제2 시립도서관 건립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