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1484년경, 피렌체우피치 박물관.
15세기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 보티첼리((SandroBotticelli;1444?~1510)의 <비너스 탄생>)의 아프로디테가 '베누스 푸디카(Venus Pudica)'라는 그리스에서 유래한 포즈, 그러니까 한 손으로 음부를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 앞 가슴을 가린 '정숙한 자세'를 하고 있다. 이 아프로디테들은 모두 조개껍질 위에 서 있다. 아프로디테가 바다에서 태어났음을 나타내는 상징물 이다. <봄>과 함께 보티첼리 최대 걸작의 하나이다. 지중해의 깨끗한 물거품에서 태어난 나체의 여신이 바람의 신에게 부드럽게 밀려져 옷을 들고 있는 요정이 기다리는 해안 까지 다다른 장면이다.
화면 오른쪽에서 계절의 여신 호라이가 벌거벗은 아프로디테에게겉옷을 건네주고 있으며, 왼쪽에서는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운 몸매를 보고 한눈에 반한 제피로스가 그녀에게 달려들고 있다. 바다의 요정인 크리로스의 양팔이 이 바람둥이 제피로스의 허리를 감아쥔 채 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포옹하고 있는 자세로 보인다. 주변에는 장미 꽃잎이 바람에 흩날린다.
수줍어 하고 있는 아프로디테의 신체는 10등신이며, 모델은 당시 피렌체의 최고 미인이었던 시모네타로 전해져 오고 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알렉상드르 카바넬이 그린 <비너스의 탄생>
푸른 하늘과 바다사이에서 미와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태어나고 있다. 귀여운 아기 푸토들이 비너스의 탄생을 축하해 준다. 그런데 비너스의 자세를 보면, 지금 비너스 주위에는 푸토들 외에는 다른 인간 혹은 인간적인 존재는 아무도 없다. 비너스는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다. 그런데도 그녀는 꽤 의도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누군가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그를 향해 일부러 관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비너스의 표정과 자세는 당신을 위해 의도적으로 취해진 것이다. 이처럼 서양의 유화는 하나의 환영이다. 어쩌면 서양 문명자체가 인간의 물질적 욕망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노력해 온 문명이고 서양예술은 그 반영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