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올시즌 KLPGA 무대에서 상금왕과 다승왕을 거머쥔 김하늘. 오랜시간 동안 무관의 설움을 제대로 경험했던 터라 그가 느끼는 감동과 행복은 몇 십 배 더 큰 것 같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
김하늘(23․비씨카드)은 통쾌, 유쾌, 상쾌한 여자다! 빈말이 아니다. 실제 그렇다. 인터뷰를 한 두 시간여 동안 그의 발랄한 입담에 연신 폭소가 터졌다. 너무 재미있어서 헤어지기 싫을 정도였다. 지난 6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YJ골프여자오픈에서 시즌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올시즌 상금왕과 다승왕을 확정지은 탓에 인터뷰가 줄을 잇고 있었지만, 김하늘은 힘든 내색 없이 매 인터뷰마다 새로운 얘기들을 쏟아냈다.
2008년 3승을 한 뒤 2년 7개월간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오랜 시간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다가 급기야 지난 4월 현대건설 여자오픈에서 올시즌 첫 승을 거두더니 이후 2승을 더 보태 KLPGA 무대를 평정하고 말았다. 2011 KLPGA 대상 후보 0순위인 김하늘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한 골프 연습장에서 만나 마치 수다를 떠는 것처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교
“원래 2007학번인데 프로 데뷔하던 해가 대학 입학하는 해랑 겹쳐서 2년을 보내고 2009년 건국대 골프지도학과에 입학했어요. 학교요? 시즌 때는 거의 못 가죠. 비시즌일 때 최대한 수업에 빠지지 않고 청강하려는 편이에요. 학교에서 절대적인 지원군은 학과 조교 오빠인데 요즘 왕창 눈치보면서 도와달라고 읍소해요. 그냥 도와달라고만 하면 혼나거든요.”
통장
“하하, 요즘 이 통장 때문에 아주 뿌듯합니다. 올시즌에 엄마랑 약속한 게 있었어요. 우승할 때마다 제 통장을 만들어서 1000만 원씩 넣어달라고요. 2년 넘게 우승이 제로였으니까 엄마 입장에선 ‘우승만 하라’며 흔쾌히 동의해 주셨죠. 그런데 첫 승을 시작해서 2승, 3승을 거두니까 엄마의 걱정이 엄청 났습니다. 결국 협상 끝에 1300만 원만을 통장으로 넣어주기로 했고 인터넷 뱅킹을 통해 그 돈이 잘 들어와 있다는 걸 확인했어요. 막상 그 돈을 보니까 제가 부자가 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절약하면서 잘 관리해야겠죠. 성인이 된 후 처음 만져보는 목돈이니까요.”
가난
“흔히 골프 선수들을 ‘엄친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나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어렵게 운동하는 선수들도 정말 많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골프 공을 사는 게 힘들어서 연습장에서 치던 헌 공을 들고 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으니까요. 한 번은 주니어시합 때의 일이에요. 대회장을 갔더니 공이 딱 두 알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빠한테 공을 사야 하니까 돈을 달라고 했었죠. 아빠 지갑 안에 있던 전 재산, 3만 원을 들고 클럽하우스 안에 있는 골프샵을 찾았는데 골프공 세 개가 3만원 씩이나 하는 거예요. 일반 샵에선 1만5000원 하는 공인데. 도저히 못 사겠더라고요. 아빠한테 다시 가서 3만 원을 드리며 갖고 있던 공으로만 치겠다고 하고 라운딩을 나갔어요. 결국 공 두 알로 그 대회 우승했다니까요.”
(갑자기 김하늘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 쇼도 아니었고 연출도 아니었다. 힘들게 살았던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가슴이 복받쳤던 모양이다. 기자가 아무리 개콘의 ‘애정남’을 들먹이며 웃음 짓게 하려 해도 김하늘은 한동안 계속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인터뷰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인데…. 지금도 가끔 엄마 아빠랑 옛날 얘기하면서 웃고 울고 그래요. 그때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웃으면서 당시를 회상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저한테 그런 시간들이 없었다면 이런 행복과 기쁨도 없었을 거예요. 운동선수는 배가 고파봐야 그 절실함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일본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한국 골퍼 미녀 2위로 뽑힌 김하늘. 자신을 향해 '미녀' '미인'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는 건, 참으로 오글거리는 일이라며 환하게 웃는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
미녀
“완전 오그라드는 단어예요. 얼마 전 일본 골프다이제스트지에서 한국의 미녀 골퍼를 뽑았는데 1위가 안신애고 제가 2위에 올랐더라고요. 박세리, 김미현 선배님 세대와는 달리 요즘 선수들은 죄다 예쁘고 날씬해요. 이유요? 이전에는 무조건 체중을 늘리고 힘을 키워야 비거리가 많이 나온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운동을 하고 있거든요. 케이블 채널을 통해 골프 중계가 많아서 선수들이 외모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고요. 과하지만 않다면 실력도 뛰어나면서 외모가 돋보여야 팬들한테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성형수술
“선수들이 성형수술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요즘엔 프로 데뷔 전 수술하고 프로에 입문하는 선수들도 늘어났어요. 가끔은 서로 못 알아볼 때도 있다니까요. 전 100% 자연산입니다(웃음). 그래서 얼마 전 코를 세우려고 성형외과를 찾았는데 오히려 의사 선생님께서 만류하시더라고요. 인상이 나쁘지 않은데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면서요. 눈꼬리가 올라간 모양새가 싫어서 눈도 조언을 구했더니 쌍꺼풀 수술을 하면 전혀 다른 이미지가 될 거라며 또 반대하시고. 결국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돌아왔었죠.”
방글이
“제 별명이 뭔지 아세요? 하도 방실대며 웃는다고 해서 ‘방글이’에요. 주니어대회 때는 코스에 갤러리 입장이 안 되거든요. 부모님들이 모두 마지막 코스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선수들을 기다리고 계시는데, 전 항상 웃으며 들어오니까 다른 부모님들이 이렇게 물어보시곤 했어요. ‘너 잘 쳤나보다’라고. 그래서 ‘아니요. 저 오버파 쳤는데요’라고 했더니 옆에 계시던 엄마가 ‘오버파 친 애가 마치 언더파 친 것처럼 활짝 웃고 다닌다’며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저한테 ‘하늘이는 한국의 로리 케인이 되라’고 하셨어요. 골프를 못해도 그린 위에서 항상 밝은 미소를 짓는 선수가 되길 희망하셨던 거죠. 그래서인지 잘 쳐도 못 쳐도 얼굴 표정을 찡그리질 않는 편이에요.”
경쟁
KLPGA는 20대 골퍼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올시즌 치른 대회 중에서 김하늘을 제외하곤 우승을 두 번이나 차지한 선수가 없다. 그만큼 실력이 평준화됐고, 그만큼 경쟁이 살벌해졌다. 김하늘도 그 부분에선 인정을 했다.
“한국 무대에서조차 1인자가 되는 게 너무 힘들어요. 매 대회마다 우승자가 달라지는 현실이 얼마나 긴장감을 조성하는데요. 그런데 전 이런 긴장감을 즐기는 편이에요. 이런 경쟁을 통해 서로 발전해갈 수 있고, 실력이 점차 더 향상되고 있다고 보거든요. 특출 난 선수도 없다고 없지만 특출 나지 못한 선수도 없어요. 결국은 실력보다는 멘탈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자신과의 싸움에서 얼마나 잘 버티고 견디는지가 관건이 되는 거죠.”
김하늘이 한창 슬럼프에 빠졌을 때 KLPGA 무대를 평정했던 서희경. 김하늘은 '선배' 서희경을 지켜보며 신선한 자극과 오기, 동기부여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
라이벌
“글쎄요, 지금은 제가 너무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없어요. 라이벌은 제가 못할 때 생기는 것 같아요. 동기인 (신)지애랑은 2007, 2008때 많이 대결을 벌였어요. (서)희경 언니와는 2009년 때 주로 쳤었고. 2008년에 전 3승을 했지만 지애는 9승을, 희경 언니는 6승을 하는 바람에 주목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죠. 2009년은 개인적인 슬럼프도 있었지만, 워낙 희경 언니와 함께 라이벌로 부각되면서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니까 은근히 욕심을 부렸던 것 같아요. 희경 언니보다는 더 잘 치려고, 더 많은 우승을 차지하려고 마음을 앞세우다보니 몸은 경직되고 좋은 샷은 안 나오고….”
(많이 힘들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어떤 선수를 이겨야 자신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깨달았단다. 그 깨달음의 시간이 2년이란 숫자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결혼
“전 결혼에 대해선 주관이 확고해요. 앞으로 5년은 넘기지 않을 겁니다. 즉 스물여덟 살 안에는 청첩장을 만들려고 해요. 골프 선수들 중에는 서른 살 넘어서도 여전히 싱글인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전 골프에만 모든 인생을 걸지 않을 거예요. 골프도 중요하지만 골프 외적인 인생 또한 중요하니까요. 결혼해서 아이 낳고 그 아이를 직접 키우면서 남편과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러려면 투어 생활을 이어나가기가 힘들겠죠? 그래서 5년 정도 골프하고 나면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나든가 아니면 선수 활동 말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을 예정입니다. 방송도 좋고 골프웨어 디자인도 관심있는 분야고요.”
(김하늘은 미국 투어 생활을 하며 결혼 후 아이를 낳은 선배들 중 한 사람을 예로 들었다. 골프를 위해 아이를 한국에 맡기고 미국에서 생활한 탓에 오랜만에 아이를 만나면 아이가 울면서 도망친다고. 엄마를 못 알아보기 때문이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김하늘은 자신의 모든 인생을 골프에만 걸지 않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인지 그의 롤모델은 줄리 잉스터이다.)
캐디 아빠
김하늘은 올시즌 하반기부터 줄곧 자신의 골프 백을 메던 아빠 대신 후배 박상민에게 캐디 역할을 맡기며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홀로서기를 하며 5개 대회를 치렀고 우승을 포함해서 줄곧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아빠한테 괜히 미안해지더라고요. 아빠 없이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잘해버린 거죠(웃음). 아빠랑 골프를 할 때는 자꾸 아빠의 생각에 의지하게 됐어요. 클럽을 선택할 때도 전 7번을 치려고 했는데 아빠가 ‘7번?’하시면 ‘그럼 아빠는 몇 번 치는데요?’라고 물어요. 6번이라고 말씀하시면 6번을 달라고 하게 되고. 그런 부분들이 힘들었어요. 제 골프를 치기 위해 아빠랑 의논 끝에 캐디를 바꾸게 됐고, 다행히 새로운 캐디와 함께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이 캐디가 내년에는 군대 간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에요.”
가장 어려운 숙제를 앞두고 있는 김하늘. 내년부터 LPGA 초청 선수로 활약하게 되는 상황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한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
LPGA 진출
“내년에는 상금왕 자격으로 5~6회 정도 LPGA 대회에 출전 예정인데 어휴, 앞이 캄캄해요. Q스쿨을 거치지 않고 LPGA에 직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서)희경 언니나 유소연은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하잖아요. 저도 요즘 영어 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 선수들처럼 잘 할 자신이 없어요. 실력도, 언어도,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고 노력할 점이 많아서 마음만 급해지네요.”
미국 무대 진출을 앞둔 김하늘은 오래 전부터 LPGA 랭킹 1위 청야니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한다. LPGA에서 1등을 하는 선수의 플레이와 자신과 어떤 차이가 있는 지 찾아보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 차이점을 찾는 걸 포기하고 그저 감탄만 하며 TV를 보게 된다고.
“야니는 너무 잘 쳐요. 진짜 남자처럼 골프를 치더라고요. 아무도 그 선수를 말릴 수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선수입니다. 당분간은 그 선수를 대적할 선수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1등 선수라고 해서 매번 1등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걸 믿고 싶어요(웃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회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줄넘기 3000개씩을 뛰었다는 김하늘. 3000개를 세다가 숫자를 놓쳐 반복하는 일이 많았다는 그는 강도 높은 줄넘기 훈련 덕분에 근육량이 엄청 늘었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요? 우승을 하려면, 1등을 하려면, 남다른 노력과 열정과 땀이 숨어 있어야 하잖아요. 제가 보기와 다르게 ‘깡다구’가 있는 편이거든요.”
트위터 애용자이기도 한 유소연은 LPGA에서 활약 중인 절친 최나연과 트위터를 통해 응원을 주고받고 있다고 말한다. 김하늘은 올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톱10 안에만 들어도 KLPGA 대상을 수상할 수 있다.
김하늘에 대한 ‘궁금타’
류현진과 사귀냐고요?
김하늘은 3년 전 한 스포츠 신문사의 주선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좌완 에이스 류현진과 스타데이트를 즐겼다. 그 후 오빠 동생 사이로 발전한 두 사람은 문자와 트위터로 소식을 주고 받으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그 신문사에서 어떤 스포츠 선수와 데이트하고 싶은지를 물었는데, 옆에 계시던 아빠가 ‘한화 류현진 선수요’하고 대답을 해버리신 거예요. 전 그 때만 해도 현진 오빠를 잘 몰랐거든요. 결국 아빠가 보고 싶어 하는 류현진 선수와 스타데이트를 하게 됐는데, 체격이 어마어마하게 크시더라고요. 낯을 가리시는지 말수도 적고 유머도 별로 없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까 조금씩 본색이 드러나시는 게 장난도 많이 치고 썰렁한 농담도 잘 하고, 그래서 많이 친해지게 됐어요.”
신문사의 '스타데이트' 코너를 통해 처음 만나 친분을 쌓은 류현진과 김하늘. 김하늘에게 류현진을 이성으로 생각해 본 적 있느냐고 묻자, 껄껄 웃으며 '단순히 오빠일 뿐'이라고 대답한다.(사진=일요신문 임준선 기자) |
류현진이 지난 시즌 부상 중일 때 김하늘은 자주 위로와 격려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1년에 한두 번 얼굴을 볼 정도로 서로 바쁜 상황이지만 전화나 문자로는 자주 챙기면서 류현진을 응원했다고.
“전 골프가 제일 어려운 운동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현진 오빠보니까 야구도 못지 않게 힘든 운동이더라고요. 오빠가 부상으로 오랫동안 마운드에서 내려와 있을 때는 저보다 아빠가 더 안달이셨어요. 빨리 복귀해야 된다면서. 스캔들이요? 저랑 오빠랑요? 에이, 절대로 그럴 리는 없어요. 오빠도 저도 진짜 오누이처럼 여기고 있으니까요.”
유쾌한 김하늘이 류현진과 홍수아의 열애설이 나돌았을 때 그냥 지나쳤을 리 없다.
“하하, 저보단 (이)보미가 물어봤어요. 그 열애설 사실이냐고요. 오빠가 정색하며 절대 아니라고 말하더라고요. 오빠한테도 좋은 여자친구가 생겨야 하는데, 운동과 거리가 있는 평범한 여성이 오빠의 여자친구였으면 좋겠어요.”
김하늘 미투데이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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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선수, 먼저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김하늘 선수도 필드에서 매우 돋보이는 미인이신데요. 한국 여자골퍼들 마른 몸매에 집착한다는 앤드리아 트레이너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골프 중계도 그렇고 스폰서 입장에서도 그렇고, 골프 선수들의 외모 중시 경향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일부러 살을 빼려고 노력하는 선수들은 많지 않다고 봐요. 그렇다고 해서 이전처럼 체중을 불리려고 하지도 않고요. 체중이 있어야 거리가 많이 나간다는 건 이전의 비과학적인 사고에 의한 ‘설’이에요. 지금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운동을 하고 있거든요. 저 또한 부상 방지를 위해 필라테스를 즐겨 하고 있어요. 태생적으로 마른 몸매는 있을 수 있지만, 일부러 체중을 줄이는 선수들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10월 16일 경기도 여주의 블루헤런 골프장(파72·6천704야드)에서 열린 제12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김하늘이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3언더파 285타로 우승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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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축하드려요. 보통 프로 골프 선수들은 어려서 부터 운동을 시작하시는데, 처음 시작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었나요?
“다른 학생들처럼 학교 행사에 참여할 수 없어 소외되는 기분을 느꼈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 학교 운동회가 열릴 때 반 친구들은 가장무도회나 응원 때문에 미리 연습을 많이 하잖아요. 전 그 무리에 끼지 못하고 구경만 하면서 지켜보는 일들이 많았어요.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마찮가지고요. 어린 마음에 꽤 큰 상처가 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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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프로들은 매 샷이 중요할 텐데요, 과연 시합 도중 손맛이라고 하나요? 김하늘 선수는 항상 샷마다 그런 느낌이 드나요?
“매번 느끼지 못해요. 프로라고 해서 100% 다 제대로 맞는 샷이 나오지 않거든요. 즉 갤러리들이 ‘굿샷’이라고 외치셔도 그게 ‘굿샷’이 아닐 때가 많은 거죠. 본인 스스로 굿샷이라고 느낄 때가 한 라운드당 10개도 안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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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8살인데 골프를 합니다. 시작 한지는 3년 정도 됐고요. 김하늘 선수는 어릴 적 어떤 식으로 운동하셨나요. 그리고 어떤 레슨을 받았는지 궁금하네요.
“어릴 때는 기본기만 잘 잡아주면 된다고 봐요. 그래서 고액 레슨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전 12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거든요. 그때는 골프가 재미있다는 ‘감’만 느꼈어요. 실제로 재미있었고요. 언니, 오빠들이랑 아카데미에서 합숙하며 신나게 골프를 배운 것 같아요. 요즘 어린 선수들을 보면 너무 강압적으로 골프를 배운 나머지 정작 프로에 들어오면 골프에 질려 버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어요. 골프는 재미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스승과 좋은 골프채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골프 선수로 성공할 수 없어요. 그리고 어린 나이에 배운 골프는 성장하면서 많은 변화를 갖게 돼요. 몸이 변하기 때문이죠. 고등학교 때부터 집중 레슨을 받아도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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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우승을 하시게 되셨는데 앞으로의 선수생활에서 어떤 도전을 하실 예정인가요?
“미국 LPGA 무대가 가장 큰 도전이 되겠죠. 내년부터는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하게 되는데, 솔직히 기대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많아요. 제가 그렇게 큰 대회에 나갈 수 있을 만큼 실력과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요. 열심히 노력해야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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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에서 실력만큼이나 화려한 패셔니스타의 위엄을 뽐내시는데, 매일 출전할 때마다 의상은 직접 고르시나요?
“옷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 받아요(웃음). 협찬사에서 옷들이 공수돼 오면 꼼꼼히 체크하며 코디를 해보는데 춥다고 너무 옷을 많이 입으면 뚱뚱해 보일 수도 있고, 그렇다고 얇게 입었다가는 감기 걸리기 십상이고. 지난 주엔 멋 내느라고 얇은 옷 입고 대회 나갔다가 감기에 걸리고 말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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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김하늘 씨와 직접 만나보신 적 있나요?
“아니예요. 정말 뵙고 싶은 분인데, 아직 만나지 못했어요. 얼마전 김하늘 씨가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셨잖아요. 저도 올해 상금왕과 다승왕을 수상했고요. 아무래도 올해는 ‘김하늘의 해’인 것 같아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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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선수가 시구하시는 모습 보고 싶어요. 류현진 선수로부터 서클체인지업은 언제 배우나요?
“어휴, 그 기사 나간 이후에 엄청 욕 먹었어요. 골프 선수가 감히 서클체인지업 운운하느냐고. 현진 오빠랑 장난삼아 했던 말인데 반응이 그렇게 뜨거울 줄 몰랐어요(웃음). 저, 두산유니폼 입고 시구한 적 있었거든요. 그때 선수들이 잘 던졌다고 칭찬 많이 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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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골프에 빠지셔서 주중엔 연습장, 주말엔 가끔 필드, TV는 골프 채널만 시청하세요. 어떻게 말려야 하나요.
“말리지 마세요(웃음). 우리 골프 좀 많이 많이 사랑해 주세요.”
스물여덟 살 이전에는 꼭 결혼하겠다고 말하는 김하늘. 남자친구의 존재 여부를 묻자, 5년 안에는 구해질 것 같다며 웃음을 터트린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
하늘사랑
김하늘 선수는 언제 결혼하실 건가요?
“정말 궁금하세요? 스물여덟 살을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는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조급해 하지 않고 있어요.”
하늘사랑
연예인 중에 이상형의 남자는?
“공유 씨요. 전 키 크고 옷 잘 입는 남자가 좋아요. 그런데 공유 씨, 지금 군 복무 중이시죠? 빨리 제대하셨으면 좋겠어요.”
하늘사랑
만약 남자친구가 선물을 해 준다면 어떤 생일 선물을 받고 싶은가요?
“커플링이요. 아직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거든요.”
한국시리즈7차전
지금까지 치른 대회 중 가장 기억이 나는 대회는?
“2년 7개월을 무승으로 지내다 올해 첫 우승컵을 품에 안은 4월, 현대건설 여자오픈 대회였어요. 그때 정말 많이 울었거든요. 지금까지 우승했다고 해서 운 적이 없는데, 엄청 눈물이 나더라고요.”
OrOi지기
굿 샷 배드 샷 하고 나서도 항상 웃는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죠?
“하도 어이가 없으면 웃음이 나온답니다.”
투온완빠따
지금도 예쁘지만 성형을 하구 싶다면 어디를 하구 싶나요.
“코요!”
투온완빠따
만약에 아빠가 다시 내가 캐디를 하시겠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못하시게 말려야죠(웃음). 아마도 아빠는 더 이상 캐디하시겠다는 말씀은 안 하실 거예요.”
투온완빠따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이유가 있나요?
“골프장에선 미니스커트가 가장 잘 어울려 보여요. 특히 여름에는요. 여름에 긴 바지를 입으면 보는 사람도 더워 보이고, 선수도 너무 덥거든요. 몸매에 자신 있어서가 아니라 시원해 보이고 여자 골퍼로서의 매력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었어요.”
포이보스
지금 캐디분이 군대를 간다면 그 이후는 누구를 생각하고 계시나요?
“누가 우리 캐디 좀 말려주시면 안 될까요?(웃음) 요즘 그 일 때문에 완전 고민이에요. 캐디가 2월에 군에 입대하는데, 지원해서 가는 거라, 1년 만 늦출 수 없느냐고 사정을 해봤는데, 그 친구의 인생도 걸린 문제라 제 욕심만 부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갔다와서 다시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던 취재원이었다. 김하늘이 갖고 있는 행복 바이러스에 기자도 절로 동화되는 느낌이 들었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