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박근혜 정부 2년차, 그리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 내부 분열이 조금씩 표면위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및 소통방식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존재감 발현에는 오는 7월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꿰차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돌아온 원조친박 서청원 의원과 탈박 비주류의 구심점이라 불리는 김무성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친박 독재에 대한 자연스러운 당내 견제 목소리에 대해 지나친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
|
|
▲ 서청원 의원(왼쪽)과 김무성 의원(오른쪽) ⓒNewsis | 돌아온 호위무사 서청원
지난 10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로 돌아온 원조친박 서청원 의원은 당선 이후 첫 당 지도부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밝힌 ‘초선의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겸손함을 토대로 그간 미미한 존재감을 보여 왔다.
‘서청원 카드’는 일명 김무성 견제구로서 청와대로부터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공천이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본인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필두로 한 경제불씨 살리기에 방점을 찍고 국정운영의 본격 드라이브를 건 시점에서 불거져 나온 ‘개헌론’이 실질적 이유가 됐다. 박근혜 정부가 암초에 걸리지 않고 순항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권, 특히 여당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7선의 서청원 의원은 자신의 중앙대 후배이기도 한 6선 친이계 이재오 의원과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면충돌을 불사한 것이다. 지난 8일 새누리당 최고중진회의에서 서 의원은 개헌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재오 의원에 맞서 경제회복이 우선과제라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다.
언론에도 모두 공개된 당시 회의장에서 서 의원은 얼굴까지 붉히며 노여움을 고스란히 드러내 친이계를 비롯한 당내 비주류와 친박간 갈등의 불씨에 본격적으로 불을 당겼다.
바로 다음날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작은 충성이 곧 큰 충성의 적이 된다’는 뜻의 ‘행소충 즉대충지적야(行小忠, 則大忠之賊也)’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두 중진의원 간의 설전(舌戰)을 비주류와 친박 간의 당권다툼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계 출신 역사소설가 황천우 작가는 “당 내의 친박(세력) 독재에 대한 견제로 봐야 한다”며 “정치하는 사람들을 보면 표면보다 이면을 봐야한다. 가령 본질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뭔가, 하는 것이다. 이재오 의원이 개헌을 요구하는데 개헌을 요구한다고 (개헌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자기 몫의 당내 역할, 지분도 좀 달라는 그런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야심가 김무성, ‘무대’ 발휘되나
또 한명 여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가 있으니 바로 5선의 김무성 의원이다. ‘김무성 대장’의 줄임말인 ‘무대’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드러내고 있는 김 의원은 일찌감치 당내 여러 연구모임 등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친박과 탈박, 복박을 두루 거친 만큼 비주류의 핵심인사로 꼽히고 있으며, 그 바탕에는 ‘근현대사 연구교실’, ‘퓨처라이프 포럼’, 발족을 앞둔 통일연구모임 등 다수의 모임에서 발휘되는 정치력이 기반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재오 의원과 서청원 의원이 ‘개헌론’으로 맞붙었던 지난 8일에는박근혜 대통령의 소통문제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KNN에 출연한 김 의원은 여러 차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소통문제를 거론해온 야당의 주장에 대해 옳다고 생각한다며 “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고 틀린 이야기라 하더라도 들어주는 모습이 정국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던 것.
특히 철도노조 최장기간 파업에서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과 함께 중재역할을 담당하며 청와대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해결사’로서의 이미지까지 덧씌워졌다.
이에 황천우 작가는 “김무성 의원은 PK를 기반으로 얼마간의 야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철도파업 중재는 악수(惡手)를 뒀다고 보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일로 상당히 불쾌했을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폈다. 그러면서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 건으로 정부로 하여금 강력한 개혁의 빌미를 제공해준 것이고, 여기에 잿밥을 뿌린 게 바로 정치권이다”라고 정리했다. 황 작가는 또 “당시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국민들 사이 여론은 ‘이런 현상을 더 이상 못 봐주겠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안된다, 철밥통을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며 “그 순간에 정치권이 나서 일을 완전히 망가뜨려 놓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방선거 분수령 되나
일각에서는 이번 6.4 지방선거가 새누리당의 당권다툼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첫 전국단위 선거인만큼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인 성격이 짙기 때문에 선거 후 받아든 성적표를 토대로 친박이 힘을 얻을 수도, 혹은 당내 비주류가 지지를 회복할 수도 있다는 관점이다. 즉 야당과 큰 차이로 승리를 쟁취할 경우 친박맏형인 서청원 의원이 당대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를 기반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2년차 성적표는 긍정적 평가라는 해석과 더불어 국정운영에도 보다 강력한 개혁의 드라이브가 걸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황천우 작가는 “이번 지방선거는 당대당 싸움이 아니다. 야권 대 박근혜 대통령과의 싸움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도권, 특히 서울과 경기는 새누리당이 100%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6.4 지방선거 이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질 요건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새누리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유력주자들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해 각 지역을 책임지고 맡길 계획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