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6일은 나의 전역일이다.
하지만 전역2주전 대형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난 말로만 듣던 "말년에 유격이라니.." 라는 말이 나에게 어울릴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말년에 위에 이말은 현실이 되었다. 머리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이얘기를 나는 내 후임들에게 들었기 때문에 절대 믿지 않으려 했다.
애석하게도 5분뒤 방송에서 병장 김무현 지휘통제실로 라는 방송이 나왔다.
지휘통제실에는 행보관님께서 환하게 웃고 계시며 "김무현이 행보관 손잡고 유격 가재이?" 라고 말하셨다.
난 현실을 부정했다. 그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행보관님께서 쓰신 모자가 빨갛게 보이고 행보관님께서 쓰신 안경은
마치 선글라스 처럼 보였다.
아니 다른 직할대 동기들은 안가는데 왜 나만 갈까? 내가 전생이 무슨 짓을 지었을까? 온갖 생각이 다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 곧 이현실을 직시하곤 어떻게든 편하게 받을생각부터 했다.
행보관을 찾아갔다. 나의 감정을 가감없이 그대로 말씀드렸다. 10분간의 상의 후 행보관님이 입을여셨다.
일단 그럼 내가 대장님께 말씀드릴테니 있어보자라고 하셨다.
정말 수능 성적 나올때 만큼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행보관님이 말씀하기를 "유격행군만 하고 가서 쉬도록 하여라" 라고 하셨다.
신이났다. 그 지긋지긋한 빨간모자랑 놀지 않는 것 만으로도 난 하늘을 날것 같았다.
드디어 결전의 날! 행군만 하면 이 모든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끝날 것 이다 라고 되뇌이며 군장을 들고 출발했다.
하지만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알다시피 말년쯤 대면 군장은 왠만하면 다 가라군장으로 쌌을것이다.
하지만 내 등에 있던 이 가라군장이 그토록 큰 파문을 일으킬지를 누가 알았을까.
얘기로 돌아가서 "가라군장" 이 이름만 봐도 매우 가벼워 보이는 군장과 함께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행군을 출발했다.
두번정도 쉬고 걷고 있을때 사건은 터졌다.
대장님이 말년에 행군하던게 안쓰러우셨는지 나에게 와서 "힘들지 않니? 넌 좀 쳐져서 가도 이해해줄게" 라고 하셨다.
그말은 나에게 매우 힘이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큰참사가 일어났다.
위처럼 말씀하시며 대장님은 나의 군장으로 손을 돌리셨다.
아뿔싸! 대장님의 눈과 내눈이 마주친 순간 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대장님의 얼굴은 붉어지셨고 나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하지 못하였다.
대장님은 급히 행보관님을 부르셨고 두분께서 대화를 나누신뒤 행보관님이 나에게 오셨다.
"무현아 니 어떡하노 대장님이 니 유격하라고 하시네? 그래도 하루만 받는게 어디고 그자? 힘내재이"
정말 거짓말 안치고 탈영욕구가 샘솟았다.
이제 와서 땅을 치며 후회 하면 무엇하리 일은 저질러지고 말았는데....
도착했다. 들어가는데 빨간모자랑 검은모자들이 우리를 격하게 반겨주었다.
하지만 행군도착후 대장님은 급히 부대로 돌아가셔서 이번 유격에는 참석을 못할것 같다고 하셨다.
아싸!!!!! 이건 하늘의 주신기회 대장님이 안계시면 행보관님에게 전적으로 지휘권한이 넘어가는 우리부대였기때문에
나는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정중히 행보관님께 찾아갔다.
"행보관님! 제가 2년군생활하면서 행보관님께 얼마나 충성을 다했는지 아셨을것입니다!"라고 말하자
행보관님은 알아들엇다는 표정으로 "그래 훈련들어가서 행보관 찾거래이 빼줄게"라고 하셨다.
아 너무 기분이좋았다.
잠시 휴식후 장구류 착용하고 방탄과 CS복에 주기를 단후 나갈준비를 마쳤다.
아니다 다를까 밖은 지옥이였다.
여기저기서 소리를 지르는 우리 빨강모자들 시끄럽고 정신이없었다.
난 곧 행보관님이 날 탈출시켜주실 것 이기에 행보관님을 찾으면서 구령도 안붙이고 흐느적 거렸다.
스산한 공기가 내몸을 감쌋다.
행보관님이 안보이셨다.
나는 극도로 초조해졌다.
그러는 와중 빨강모자 들은 "4번 교육생 뒤로 열외!"라고 계속 소리질렀다.
사실 나는 내가 몇번인줄도 모르고 이 지옥으로 들어왔다.
계속 소리 지르는 조교에 도대체 누군데 열외를 안하는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짜증이 났다.
그러면서 내가 뒤를 돌아봤을때 내뒤는 5번이었다 아뿔싸! 나구나 ..
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결국 난 행보관님도 찾지 못한채 열외당했다.
열외되서 가니 어김없이 우리 빨강모자들은 소리를 질러댔다
근데 그 빨강모자를 자세히 보니 다른 직할대의 이등병이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짬차이가 얼만데..
원래였다면 열심히 열외교육을 받았겠지만 뭔가 계속 자존심이 상했다.
나는 속된말로 개.겼.다
조교는 당황한 눈빛이 역력했다.
나는 속으로 그래도 내가 병장인데 이등병 따위가 이런생각을 하고있었다.
그러던중 조교가 사라졌다.
나를 포기했나? 그래 사람잘못봤어 라고 생각하는 찰나 눈앞이 깜깜해졌다.
저 멀리서 검은모자에 선글라스 낀 사람이 내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숨도 안쉬어졌다.
무서웠다.
원래 조교한테도 개기면 안되지만 교관은 엄연한 간부기 때문에 꼼짝 없이 들을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교관은 나에게 와서 씨익 웃었다.
"4번교육생 오늘 나랑 하루종일 노는거다 알겠나?" 이 멘트뒤
내 허벅지와 종아리 배는 그 악마랑 싸우면서 닳고 닳았다.
이미 내 팔과 다리는 몸과 따로 놀고 있었다.
나는 그날 죽었다....
훈련마치고 들어온 생활관 안에는 행보관님께서 나를 보며 씨익 웃고있었다.
뺑끼에 익숙했었던 말년의 최후였다.....
하지만 이 경험을 하면서 나는 느꼈다.
모든일은 정해진 규칙과 순리 대로 해야 하는 것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