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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로운 삶 인생 사랑 (새삶나눔터) 원문보기 글쓴이: 賢者無敵
한라산 철쭉은 바람이 많고 고원에 피어서 키가 상당히 작다. 유치원생 키만 하다. 철쭉은 오름을 중심으로 피어 있다. 완만한 봉우리들이 고깔모자를 쓴 것처럼 찬연하다. 완벽한 꽃동산이다.
구름 속에 꽃길 산책! 5월말 6월초 한라산은 산철쭉과 백록담의 외벽 ‘부악’을 호위하는 구름 무리 때문에 몽롱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정상 밑 광활한 초원에는 겨드랑이 지저귀며 흥을 돋운다. 날이 맑아서 한라산 정상이 보이면 더욱 좋겠지만 안개가 자욱이 낀 부악도 나름대로 생경스러워 멋지다.
한라산 철쭉은 바람이 많은 고원에 있어서 키가 상당히 작다. 유치원생 키만 하다. 철쭉은 오름을 중심으로 피어 있다. 완만한 봉우리들이 고깔모자를 쓴 것처럼 찬연하다. 완벽한 꽃동산이다.
그런데 제주 토박이들도 철쭉이 만개한 한라산 풍경을 못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란다. 남산에 올라가 보지 못 한 서울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한라산의 대표적 철쭉밭은 윗세오름이다. ‘위에 있는 3개의 오름’이다. 해발 1700m 고지에 형성된 붉은 오름, 누른 오름, 새끼 오름 등을 뭉뚱그려 일컫는 말이다.
한라산 서쪽 기슭 1100고지 부근에 오름 3개가 나란히 이다. 이를 통칭해 3형제봉이라 하고, 이를 염두에 두고 한라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세 오름을 윗세오름이라고 하는 것이다.
오름은 ‘오르다’에서 파생된 말로 한라산 주위에 널린 약 360개의 기생화산을 이르는 방언이다. 땅속의 가스와 용암이 분출된 뒤 쇄설물이 흘러 내려 생긴 완만한 지형이 오름이다. 오름의 곡선은 대개 봉긋한 가슴을 닮아 부드러우며 속이 깊게 파인 곳도 많다. 억새의 명소인 산굼부리는 깔때기처럼 함몰된 대표적인 분화구이다.
산철쭉을 보려면 영실이나 어리목을 통해 윗세오름으로 오르는 것이 좋다 그 중 영실 코스가 더 좋다. 시간이 적게 들고 경관도 빼어나다. 영실휴게소(1280m)에 주차한 뒤 1시간 40분 정도 걸으면 철쭉이 나타난다. 영주 10경(제주도 10경)의 하나인 영실기암이 이 코스에서 볼 수 있는 충경의 압권이다. 영실기암은 오백나한이라 불리는 뾰족바위들과 거대한 병풍바위로 이뤄져 있으며 계곡이 넓게 발달해 있다. 그리스 델포이신전 아래로 펼쳐진 올리브숲처럼 무성하다. 계곡과 바위 자체가 아름답지만 단풍과 설경이 특히 멋지다.
영실은 신령스러운 방이란 뜻이다. 원래 ‘신령스러운 계곡’이란 뜻의 영곡이었으나 여주 10경 중의 하나인 산방굴사의 산방(山房)과 어울리도록 영실(靈室)로 바뀌었다.
병풍바위는 높이가 50m도 넘는다. 화산 폭발에 의해 한라산이 형성된 시기는 10만~30만 년 전이다. 마지막 대폭발은 약 2만5000년 전에 발생했다. 쑥 뽑아 올린 듯한 수직바위에서 역동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한라산 철쭉제가 열린 지 1주일 후에 제주 토박이와 함께 윗세오름으로 행했다. 철쭉꽃이 보기 좋게 피어 잇는 기간이 1주일 정도이니 다 져 버렸을까봐 조바심이 났다.
영실휴게소부터 시작되는 숲길은 평탄했다. 군락을 이룬 적갈색 금강소나무가 때깔 좋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무아지경 속에서 1시간쯤 걸었을까, 드디어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앞이 확 트이고 오른쪽으로 오백나한이 모습을 드러낸다. 길은 가파르지만 영실계곡의 웅장함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발이 저절로 올라간다.
예상했던 대로 드문드문 보이는 철쭉이 시들고 있어 안타깝다.
약 40분간 급경사 등산이 막바지에 이를 즈음 앙상한 주목과 구상나무가 자주 눈에 띈다. 한라산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목들이다. 관복 숲에서 산철쭉과 병꽃나무가 가끔 고개를 내민다. 병꽃은 약간 어두운 보라색을 띠고 있다. 철쭉을 닮아 착각할 수도 있지만 꽃이 노랗게 피었다가 점차 붉은 색으로 변하는 희한한 나무다.
드디어 평지가 나오고 시커먼 현무암 너덜겅이 나온다. 순간 터지는 감탄사. 구상나무 숲 너머로 울긋불긋 단장한 윗세오름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름은 온통 철쭉꽃으로 물들어 있다. 안개에 묻힌 무릉도원이다. 몸이 날아갈 것 같다.
탁 트인 산책로는 굄목으로 만들어져 있다. 왼쪽의 봉우리가 ‘족은오름(작은 오름)’이고 오른쪽에 펼쳐진 것이 ‘선작지왓(큰 돌멩이들이 서 있는 밭)’이다. 족은오름 바로 뒤에 다소곳이 솟은 곳은 ‘누운오름’이다. 아프리카 마사이마라의 대초원처럼 철쭉밭이 무한지경으로 펼쳐져 있다. 대단한 장관이다. “정말 때 맞춰 잘 왔어요.” 제주 토박이도 기뻐한다.
산책로에는 노루샘이라는 팻말이 박힌 약수터가 나온다. 약수터 뒤의 커다란 오름이
붉은 오름’이다.
그 뒤에 한라산 정상이 전설 속의 선망대할망처럼 앉아 있다. 붉은오름의 명칭은 화산재의 붉은 색에서 기인한다. 2004년까지 115억원을 들여 실시한 생태 환경 복구사업 덕분에 지금은 화산폭발의 잔재인 붉은 흙이 보이지 않는다. 지표를 철쭉 등 관목이 덮고 있고, 황폐해진 곳은 마대가 누르고 있다.
윗세오름 휴게소가 종착지다. 휴게소 위쪽에도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지만 더 올라가면 안 된다. 통행금지다. 자연휴식년제 때문이다. 이변이 없는 한 윗세오름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행위는 불가능하게 될지 모른다. 자연을 자연으로 대하지 못하는 인간의 오만과 부주의 때문이다.
배가 꼬르륵! 윗세오름 휴게소 광장에서 먹는 도시락은 꿀맛이다. 계단에서 다리 뻗고 김밥, 컵라면 등을 이슬에 섞어 먹고 노루샘에서 이슬 같이 맑은 약수를 마시면 식사 끝. 내려가는 길은 사색의 길이다. 생태 복원을 위해 넓게 깔린 녹화마대가 시선을 끈다. ‘자연은 소중한 것이여’를 외치고 싶다.
▒ 교통 ▒
자가용: 제주시나 중문 쪽에서 1100도로를 따라 가면 어리목, 영실 이정표가 나온다. 영실매표소를 통과해 영실휴게소까지 가서 주차한다.
대중교통: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실 가는 버스 1시간 20분 간격. 어리목 가는 버스 40분 간격. 영실정류장에서 영실까지 2.5km. 어리목정류장에서 어리목까지 1.3km.
서울에서 렌터카 예약: 제주드림렌터카 (02) 701-3233 www.dreamrent.co.kr
▒ 음식&숙박 ▒
음식: 서귀포시 천지동 ‘신주뚝배기(064-732-6979)’는 자연산 오분재기를 넣은 해물뚝배기가 별미. 알려지지 않은 숨은 맛집! 중문 근처에 ‘쉬는팡(064-738-5833)’은 토종흙돼지 생고기 전문점. 동치미국수도 독특한 별미이다.
숙소: 중문관광단지 컨벤션센터 인근 ‘나폴리펜션(064-738-4820~1 www.jejunapoli.com)
▒ 여행정보 ▒
주변명소: 북제주군 한림읍 명월리 팽나무 군락
▒ 한라산 등산코스 및 소요시간 ▒
영실코스: 영실휴게소~윗세오름 1시간 40분(이하 편도)/어리목 코스:어리목광장~사제비동산~만세동산~윗세오름 1시간/ 성판악 코스: 섬판악입구~속밭~사라악~진달래밭(여기까지 3시간)~한라산 정상 4시간 30분/ 관음사 코스: 관음사 안내소~탐라계곡~개미목~용진각~정상 5시간
한라산 어리목 사무소 (064)713-9950~3
영실사무소 (064)747-9950 www.npa.or.kr/ha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