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의 외관은 매우 독특하다. 멀리서 언듯 보면 버섯과 비슷해 보인다. 일반적인 주택 형태와는 차이가 있다. 최근 전원주택의 새로운 건축 공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와이어패널(wire panel·철망) 방식으로 지어서 그렇다. 경기도 부천과 대전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집주인 손용식(61) 씨는 교직에 몸담고 있는 부친과 은퇴 후 함께 살 곳을 찾다가 2001년 이 집 터를 발견했다. 대청호에서 가까운 언덕빼기 임야로 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집을 짓기 전에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먼저 주소를 옮겼다. 그렇게 5년이 지난 뒤 건축허가를 쉽게 받을 수 있었다.
주택 설계와 시공은 웰메이트건축의 유지석 소장에게 맡겼다. 그가 토속적인 전통미와 현대감각을 동시 살리는 건축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와이어패널 구조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2006년 말 집을 완공하고 부모를 모셨다. 식당은 아들에게 물려줬다. 그 사이 두툼했던 뱃살도 좀 빠졌다. 도시 생활에서 들끓던 마음에도 평온이 찾아 왔다. 2년여의 전원생활을 한마디로 요약해 달하는 요청에는 “사는 맛을 되찾은 것 같다”고 했다.
서재엔 가급적 창문을 많이 내 사시사철 변하는 주변 경관을 잘 볼 수 있도록 했다.
철거한 전통한옥의 고재(古材)를 재활용한 현관문이 고풍스런 분위기를 더한다. 수석, 소나무 등으로 한껏 멋을 낸 조경과 잘 어울린다.
웰메이트건축 유지석 소장은 국내 와이어패널 건축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1980년 와이어패널 공법을 미국에서 들여와 널리 보급했다.
지금까지 전국에 수백여 채의 전원주택, 전원카페 등을 이 공법으로 지었다. 특히 전원주택이 인기이던 1990년대에호황을 누렸다.
토속적인 전통미와 현대감각을 잘 연결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뭇잎 모양에서부터 아치형까지 자유자재의 지붕형태가 그의장기이다. (02-553-9228)
와이어패널 구조
이 집의 와이어패널 구조는 일명 ‘치킨-와이어’(chicken-wire·닭장의 속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닭장 같은 철망으로 먼저 집의 골조를 세운 뒤 스티로폼 등을 채워 넣어 집을 짓는 식이라서다. 철망을 원하는 대로 구부리고 자를 수 있어 원형, 삼각형, 네모 등의 온갖 형태의 건축이 가능하다. 때문에 주로 전원 카페와 같은 상업용 건축에 주로 활용돼 왔다. 최근에는 주거용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건축공법은 공장에서 생산한 규격 제품을 현장에 들여와 조립하는 방식으로 짓기 때문에 철근콘크리트 구조 등의 일반 주택에 비해 공사기간을 3분의 1 가량 줄일 수 있다. 공기가 짧아지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전체적인 건축비가 절약된다. 3.3㎡당 건축비는 230만∼250만원으로 목조주택의 건축비(3.3㎡당 300만원 선)보다 저렴한 편이다. 이 건축비에는 골조 및 마감공사(3.3㎡당 126만원), 기초공사(3.3㎡당 20만원) 등이 포함된다.
또 벽체 두께가 얇기 때문에 같은 평수의 아파트에 비해 실제 내부 면적이 넓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