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트르 대제의 여름궁전
소련식 발음은 표트르, 영어식 발음은 피터, 즉 우리에게는 피터대제의 여름궁전이다. 러시아 분수들의 수도라고 불릴만큼 분수로 아름다운 이곳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0Km 떨어진 핀란드만 해변가에 있다. 피테대제와 황족의 여름 거처지로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본떠 만들었다.
아들까지 죽이며 지은 궁전이라 하니 가슴이 서늘하지만 표트르 대제의 집념에서 간한 러시아의 면모를 본다. 240년 몽고 지배 당한 후 변방국을 서구화로 바꾸기 위해 지은 궁전이다. 서민을 위한 서민 생활을 했지만 그의 외형은 유럽식 삶이었다. 그에게 바치는 선물을 모두 돌로 받았다. 그때의 돌로 건축을 시작했다. 그러자 아들은 반대했다. 쓸모없는 돌로 왜 그러느냐고 '아버지는 성격 이상자다'라는 소문까지 퍼쳤다. 피터는 하나뿐인 황태자 알렉을 2년간 수감했고 결국은 죽였다.
무지하고 가난한 변방국을 살리기 위해서 앞만 보고 살았다. 그것이 피터 대제의 위대한 소신이었고, 네덜란드 유학시 조선술, 화약술을 배워와서 배를 만들고, 기능공을 위장해서 직접 작업하기도 했다. 돈이 떨어져 4개월 중단하다가 백성드이 곡괭이 들고와 함께 만들었다.
그런 열성으로 절대군주가 손수 일하여 지은 궁전이 여름궁전이다. '성인 베드로'라고 칭하는 그는 작은 비에서 살다가 완공 후 4년 후에 이곳에 입성했다. 여기까지만으로도 피터가 어떤 사람인지 가늠된다.
여름궁전은 크게 2개로 나뉘어진다. 30m의 낙차를 이용해 지은 분수 중심의 아랫 궁전과 건물과 정원 중심의 윗 궁전이다. 낙차를 이용해서 쏘아올린 분수들이 장관이다. 삼손 장군이 사자를 찢는 모습을 중심으로 64개의 아름다운 분수가 솟구친다. 그외 아랫 공원 곳곳에 설치된 수백개의 크고 작은, 높고 낮은 분수의 물줄기는 수로를 따라 핀란드만 바다로 흘러든다. 이 바다, 이 강을 따라 외국의 사신이 들어와 왕을 만났다. 저 끝이 발트해와 연결되고 480Km만 가면 핀란드 헬싱키, 160Km 가면 상트페테르부르크 네바강과 만난다.
분수에서해변까지 이어진 길은 울창한 숲이다. 피터가 아들을 죽임 당하게 한 것에 대한 고통을 잊기 위해 고독한 산책을 하던 곳이다. 싱그런 숲과 바다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나는 피터대제의 고뇌를 몸소 체험하며 바다까지 숲길을 거닐ㄹ었다. 어느 순간 녹아버린 고뇌가 짙푸른 바다로, 우거진 숲 사이로 증발되고 가슴이 쉬원해짐을 느낀다. 그의 심정이 그대로 체득되는 순간이다.
오래 머물고 싶지만 아쉬움을 접고 계단을 따라 윗 공원에 올랐다. 윗뜰에는 잘 다듬어진 나무들이 비경이다. 모양과 키가 동잏하게 서 있다. 공산주의 잔재가 그대로 드러난다. 궁전의 뾰족 첨탑 위 금빛 별과 반달은 배를 상징한다. 서방 국가로의 진출을 의미한다.
110만 평, 여의도가 150만 평이니 그보다는 작지만 어마어마한 궁전 뜨락이다. 지금은 개인 사유의 별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현 실태다. 푸틴은 모스크바에 거주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그의 어머니와 국립 페테르대 재학 중인 딸이 살며 이곳은 그의 고향이기도 하여 자주 온다.
예술에 가까운 분수들, 심금을 울리는 숲길, 웅장한 궁전 건물, 하나의 형태로 가꾼 나무들, 먼 세계와 이어지는 발트해의 끝자락 해변 등등 아름다운 조건은 모두 품고 잇는 여름궁전이다. 외객이지만 나 오늘 참으로 행복한 휴식, 고요한 낭만을 만끽하고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