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호텔업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등장한 이비스호텔은 여러가지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개관과 동시에 90%이상의 객실판매율을 보여 호텔업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이후 줄 곳 90% 이상의 객실판매를 유지해 한국호텔사에 중요한 획을 긋고 있다. 한국 호텔사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앰배서더호텔 그룹은 ‘한국 호텔산업의 세계화'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또 하나의 중요한 결정을 했다. 그것은 바로 한국 호텔리어의 세계화 프로젝트다. 앰배서더호텔 그룹측은 새로운 브랜드인 ‘이비스호텔'에 2대 총지배인은 한국인 총지배인이 돼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프랑스 아코르그룹측과 담판(?)을 통해 아코르체인의 유일한 한국인 총지배인을 만들어 냈다. 단연 자존심 강한 프랑스 호텔체인인 아코르그룹과의 담판에서 이겨 한국인 총지배인을 입성 시킨 것도 화제였지만 이보다 누가 그 영광의 자리에 올랐는지가 더 관심거리였다. 그 화제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호텔입문 18년차인 이영준 총지배인. 그는 대학에서 호텔을 전공한 호텔리어는 아니다. 공업고등학교에서 엔지니어를 꿈꾸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그가 호텔리어가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군대 선배의 조언이었다.
공고생이 호텔리어가 되다
당시 기술강국을 표방했던 정부의 시책에 착실(?)하게 부응하기 위해 선택했던 엔지니어의 길을 버리고 서비스업에 뛰어든 이 총지배인은 남들보다 두배 세배 더 공부를 해야 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기계를 만지던 손이 호텔리어의 언행일치(言行一致)인 외국어와 서비스 매너를 몸에 익혀야 하는 고행의 길을 걸어야 했다. “사실 인문계도 아니고 공업계 고등학교는 관련 자격증이 우선시 됐지 외국어는 무시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선 필수적인 것이 외국어라는 것을 알고 주경야독으로 외국어에 매달렸습니다.” 이 총지배인은 최고의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추진했다. 그의 계획은 35살까지 공부에 투자하고 45살까지 자신의 수입의 1/3을 학원비로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고 공부를 했습니다. 호텔을 다니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몹시 힘들었지만 제 인생의 목표를 위해 그 정도의 고생은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리어가 된 이상 ‘호텔의 꽃’인 총지배인은 꼭 한번 해야 한다는 목표와 그에 대한 믿음이 오늘 이 자리까지 오르게 된 것 같습니다.”
책속에 길이 있다
아직도 배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 총지배인은 지금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는 총지배인이기 이전에 사회인으로서 제 인생의 진정한 스승은 책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늘 손에서 책을 놓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전문서적보다 일상의 소설이나 위인전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방법이나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텔에 입문하면서 세웠던 1차 목표를 이룬 이 총지배인은 자못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이제 개인의 성공에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 최초로 외국체인호텔의 총지배인이 된 것은 개인적으론 영광이지만 그에 못지 않는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그 책임감은 외국호텔체인이 직접 투자한 호텔의 한국인 최초 총지배인이라는 타이틀보다 이제 한국인 호텔리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는 기쁨에서 비롯됩니다. 제가 총지배인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세계 호텔업계에서 한국 호텔리어에 대한 평가가 절하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영광보다 동료와 선후배를 배려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호텔리어의 멋과 맛이 풍긴다. 이 총지배인은 호텔리어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낮추고 밑에서 위를 올려보는, 낮은 자세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바로 그것. 그는 “총지배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50%의 자기노력과 50%의 오너측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말해 로컬호텔이었다면 저같이 학벌도 낮고 인맥도 없는 사람이 총지배인이 될 수있었겠습니까? 제가 총지배인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은 능력중심의 인사평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인재는 곧 호텔의 재산’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앰배서더호텔 그룹측의 인사정책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아코르와 담판(?)으로 한국인 총지배인 탄생
실질적으로 앰배서더 호텔그룹측은 아코르 그룹과의 담판을 통해 한국인 총지배인을 강력히 요청했고 이에 아코르측은 마지못해 양보했다. 이는 앰배서더호텔 그룹측의 한국인 호텔리어의 세계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이에 수혜 아닌 수혜를 입은 것이 바로 이 총지배인이다. 하지만 단순히 호텔측의 배려로 총지배인이 된 것은 아니다. 그의 능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검증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호텔리어들의 능력이 없어서 체인호텔의 총지배인이 못된 것은 아닙니다. 이는 철저한 외국체인들의 인사정책에 의해 전문가로 클 수 없도록 호텔리어를 단순화 시켰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이 호텔에 입문하면 줄 곳 한 부서에서만 근무토록 하는 인사시스템으론 유능한 호텔리어를 배출할 수 없습니다. 식음료 업장은 물론 객실, 조리, 인사,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배울 수 있는 인적관리 시스템으로 변해야 유능한 호텔리어를 배출하고 더 나아가 세계속 한국인 총지배인들을 육성, 배출 할 수 있습니다.”
한국호텔 인사시스템 바뀌어야
한국호텔문화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이비스호텔. 그 신화의 주인공이 된 이 총지배인 역할은 막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취임하면서 호텔 분위기도 싹 바뀌었다. “이비스의 강점은 전직원 누구나 어떠한 부서나 업무를 맡겨도 수행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매주 월요일은 전부서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는 ‘크로스미팅’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호텔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이해하는 기회를 삼고 있습니다. 호텔은 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조리부와 객실부, 식음료부 등 업무와 소속은 다르지만 유기적인 협조가 안 된다면 호텔 서비스는 절름발이 서비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총지배인이 후배 호텔리어들을 보는 관점 역시 일반 총지배인들과 사뭇 다르다. 그는 후배 호텔리어들의 미래를 내다본다. “저 역시 호텔리어로서 추상적인 목표를 세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총지배인이 된 이상, 후배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지만 비전을 제시해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의 10년 후에 어떤 일을 할 것인가?’하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미래의 호텔은 호텔업무 영역이 파괴되어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호텔리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호텔업계 최초로 ‘크로스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2주씩 각 부서에서 근무하는 ‘크로스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이 총지배인의 인재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각 부서의 어려움과 협조방법 등을 찾아내는 1석2조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직원간의 순환근무로 인해 전직원이 멀티플레이어가 된 이상 부득불 결원이 생겨도 서비스 시스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 총지배인은 인사철칙 역시 철저한 내부 발탁 주의다. “이비스 호텔의 인사정책은 철저한 내부 발탁 중심입니다. 외부에서 영입할 경우 직원들의 사기에도 문제가 있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하다’는 신념 하에 직원중심으로 모든 정책을 마련하고 펼쳐나갈 것입니다.”
호텔리어의 ‘멀티화’ 프로젝트 가동
이비스호텔의 성공에 힘입어 벤치마킹을 통해 경쟁업체들이 늘어나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이 총지배인은 단호하게 “이비스 호텔을 모방을 할 수 있지만 이비스호텔의 노하우는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케팅전략 역시 대내외적인 홍보보다 고객들의 입을 통한 구전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고객만족도가 높지 않고서는 채택할 수 없는 영업전략 중 하나다. 투명경영을 통해 직원과 회사측간의 신뢰를 쌓는 것은 물론 목표 달성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성과급제도 도입했다. 이 총지배인의 이처럼 충격적이면서 자신감 넘치는 경영방식에 국내외 호텔 관계자는 물론 예비 호텔리어들까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이 기대된다.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고객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하는 이 총지배인의 자신감이, 침체된 한국호텔산업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영준 총지배인 약력
이영준 총지배인은 전남기계공고와 경주호텔학교를 나와 86년 조선호텔에 입사하면서 호텔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88년 르네상스호텔 오픈멤버로 자리를 옮겨 6년간 근무한 후 93년 노보텔 강남, 2002년 4월 소피텔 앰배서더를 거쳐 지난해 이비스호텔로 자리를 옮겨 올해총지배인으로 승진,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