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9년만입니다. 2005년 여름 마산에서 건아구찜을 맛본지 9년만에 다시 돌아 왔습니다. 순전히 건아구찜을 먹기 위해 마산으로 왔다고 해도 결코 허언이 아닙니다. 진짭니다. 그 때 맛봤던 건아구찜에 대한 추억을 아내와 종종 떠올리곤 했습니다. 군침만 잔득 돋운채 입맛을 다시며 나중에 마산에 다시 가기를 갈망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온 것입니다. 순전히 건아구찜이 먹고파서 말입니다.
진짜초가집/오동동아구찜거리, 마산
9년전에는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던 시절이라 종이지도 한 장에 의존해서 오동동의 아구찜거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초행지에서 운전하랴 지도 보랴 한 40분은 헤맸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기껏 오동동 아구찜거리에 도착해 놓고도 어느 집이 원조집인지 헷갈려서 길가에 있는 오동동아구할매집을 원조집으로 착각하여 들어 갔었습니다. 지금처럼 스마트한 세상이라면 그런 실수를 저저르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오동동아구할매집의 건아구찜의 맛에 매료되었습니다. 낯선 음식을 경계하는 아내도 입맛에 맞았는지 기대이상으로 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 때 아내가 먹는둥 마는둥 했다면 결코 이번 마산여행은 기획되지 않았을겁니다.
이번엔 제대로 원조집을 찾기로 했습니다. 오동동아구찜거리의 허름한 골목에 숨어 있는 진짜초가집이 1965년부터 이 골목에서 영업을 해온 원조아구찜집으로 인정을 받고 있답니다.
메뉴판/진짜초가집, 마산
진짜초가집에선 아구찜을 주문하면 무조건 건아구찜이 나옵니다. 생아구는 수육으로만 나옵니다. 주변의 다른 집들은 주로 생아구찜을 주력으로 하고, 건아구찜은 거들뿐입니다.
(건)아구찜中/진짜초가집, 마산
딸아이가 아구찜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지라 셋이지만 2만원짜리 중으로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하자마자 바로 내주는 것이 선주문 후조리가 아닌 미리 만들어 놓고는 주문을 받을 때 마다 조금씩 덜어서 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반찬은 달랑 동치미 뿐입니다. 1965년 개업이래로 쭉 이리 해왔다니 나름 전통과 역사가 있는 상차림입니다. 청양초가 들어가 매운맛이 나는 아구찜을 먹다가 간간히 시원한 동치미 국물로 매운기를 헹구시면 됩니다.
건아구찜/진짜초가집, 마산
아구를 북어마냥 바짝 말려 두었다가 조리를 하기 전에 반나절 가량 불려서 사용을 한답니다. 9년전 옆집에서 맛을 봤던 건아구는 그래도 뜯어먹을 살집이 좀 있는 코다리스런 건아구찜이었는데 원조집이라는 진짜초가집의 것은 북어포마냥 바짝 말라있어 언듯 보면 뜯어먹고 남은 잔해물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아내는 겉에 뭍은 양념만 빨아먹고는 신경질스럽게 그냥 버리더군요. 바짝 말라붙은 살을 발라 먹기가 꽤나 성가기고 힘듭니다. 차라리 꽃게찜을 먹는 것이 수율이 훨씬 높겠습니다.
오동동 아구할매집 마산본점/마산
다음 날 점심에도 또 아구찜을 먹게 됐습니다. 어젯저녁엔 원조집인 진짜초가집에서 먹었으니 이번엔 9년전에 처음으로 건아구찜을 맛봤던 오동동아구할매집으로 갔습니다. 오동동아구찜거리에서 가장 번듯한 아구찜집으로 본점 맞은편에 별관과 전용주차장까지 있습니다.
기본상차림/오동동 아구할매집
동치미, 갓김치, 아구속젓, 다시마 등을 반찬으로 내줍니다. 헛으로 나온게 아니라 진짜 먹으라고 내준겁니다. 맛있습니다.
건아구찜 中/오동동아구할매집 마산본점
어젯저녁에 진짜초가집에서 주문했던 2만원짜리는 발라 먹을게 별로 없었기에 이번엔 3만5천원짜리로 주문을 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 처럼 국물이 흥건합니다. 9년전 방문했을 때 사진을 봐도 국물이 흥건합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올린 사진을 찾아봐도 역시 건아구찜은 대개 국물이 흥건해 보입니다. 그에 반해 생아구찜은 빠득하게 나옵니다. 식당을 나오면서 일일이 다른 테이블들을 훑어 보니 그랬습니다. 왜 그럴까요? 여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진짜초가집과 마찬가지로 이 집의 건아구찜도 아굿살이 바짝 말라서 빈약해 보이고 발라먹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9년전의 것은 코다리찜 마냥 제법 살집이 붙어있어 발라 먹을만 했습니다. 왜 변했을까요? 이 날만 그랬던 것일까요? 9년전의 것이 궁금하시면 아래에 주소를 링크해 놓으니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http://pazziabba.egloos.com/4522249
콩나물찜+갓김치+밥
진짜초가집도 오동동아구할매집도 건아구찜은 아굿살보단 콩나물을 씹는 맛으로 먹어야합니다. 튼실한 아굿살을 기대한다면 생아구찜을 선택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그래도 갑판장은 마산에서라면 또 건아구찜을 먹을랍니다. 왜냐하면 생아구찜은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만 건아구찜은 마산이 아니고서는 맛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진짜초가집에서라면 (건)아구찜과 미더덕찜을 각각 하나씩 주문을 할랍니다. 정족수가 된다면 미더덕찜 대신 아구수육을 선택하겠습니다. 오동동아구할매집에선 건아구찜과 생아구찜을 각각 하나씩 주문할랍니다. 옆자리에서 그리 주문해서 먹는 모습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건아구찜/마산
하루 간격으로 진짜초가집과 오동동아구할매집의 건아구찜 먹어봤으니 바로 비교 들어갑니다. 두 집의 특징을 어찌 설명을 할까 궁리를 하다가 갑판장이 10년전인 2004년 8월에 썼던 감자탕에 대한 글을 떠올렸습니다. 그 글부터 먼저 보시겠습니다.
'당시(1980년대)의 감자국집은 식당앞에 커다란 무쇠솥을 걸어놓고 돼지등뼈와 감자를 넣고 얼큰하게 끓이다가 손님의 주문이 있으면 커다란 양푼으로 한 대접씩 퍼 담아 내는 식의 감자국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모래내 시장골목에 있던 감자국집들이 그랬었고, 천호동에 있던 감자국집 역시 그랬었다. 지금도 영등포역 근처에 있는 몇몇 감자국집이 예전 식으로 감자탕을 내고있다. 요즘이야 감자탕집도 대형화되고 프랜차이즈화 되어...'
< 출처 : http://pazziabba.egloos.com/4522741 에서 발췌 >
앞에 언급한 시장통의 허름한 감자국집이 진짜초가집이라면 뒤에 언급한 대형화된 업소가 오동동아구할매집이라 하겠습니다. 즉, 시장통 감자국스럽게 막 퍼담아주는 집이 진짜초가집이라면 감자국을 전골화하여 근사하게 차려주는 요즘의 감자탕집스런 집이 오동동아구할매집과 일맥상통하지 싶습니다. 스타일이 그렇다는 것이지 오동동아구할매집의 맛이 프랜차이즈스런 맛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관광객의 입장에선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는 진짜초가집보단 오동동아구할매집에 가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지 싶습니다. 평범한 입맛의 소유자라면 이쪽을 추천합니다. 건아구찜보단 생아구찜이 나은 선택입니다.
진짜초가집에는 원조집만의 맛과 멋이 분명히 있습니다. 갑판장은 번듯해진 지금의 영춘옥이나, 청진해장국, 하동관보단 재개발 이전의 허름했던 시절이 더 좋았습니다. 일바지 차림에 앞치마를 두른 영춘옥 아줌마의 모습이 정장을 차려 입고 카운터를 지키시는 지금의 할매보다 더 정겹습니다. 따귀도 해장국의 국물을 우려내기 위한 용도로 쓰이다 단골들의 성화에 못이겨 내주던 그 때가 맛있었지, 지금처럼 언제든 누구든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정형화된 메뉴로서의 따귀는 별루입니다.(실제로 예전의 맛에 훨씬 못미칩니다.) 진짜초가집은 현재와 과거가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동네주민들을 위한 동네주민들에 의한 동네주민들의 아구찜집이지 싶습니다, 동네주민들에겐 뺀지르르한 식당도 좋지만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문턱이 낮은 식당도 정겹습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오동동아구찜거리에서는 캡사이신 따위가 활개를 못 치는 것 같아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