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치과의사인데 아이를 돌보기 위해 휴직을 한 지 만 2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 다닐 때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집안에서 부모님이 치대를 가기를 원해서 제 꿈을 접고 치대를 나왔습니다.
내 인생이 나의 목표대로 살지 못하고 엄마의 목표대로 살아온 것이
화도 나고 힘들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모든 게 이해되고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제 인생을 더 긍정적인 힘으로 뭔가를 생각하는
그런 삶을 꾸려가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 답
애기 키우는 일, 치과의사 일, 내가 하고 싶었던 사회학.. 이게 별개가 아녜요.
애기를 업고 치과의사를 할 수도 있고, 치과의사를 하면서
사회적인 이슈들에 대해서, 사회변화에 참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걸 버리고 저걸 한다, 저걸 버리고 이걸 한다..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선순위는 있어야 합니다.
제가.. 예를 든다면 여러가지 환경운동도 하고
제3세계 구호활동도 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노력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우선되는 일이 있습니다.
모든 게.. 딱 똑같이 병렬적인 건 아녜요.
가장 우선되는 건, 자기수행입니다.
내가 이런 일들을 하는데, 힘들어 하면서 괴로워하면서 이런 일을 한다면
세상 사람들은 상을 주고, 훌륭하다 하고 이름할지 몰라도
자기가 자기 인생을 방치하는 겁니다.
그래서 항상,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가 자기를 늘 지켜가면서 해야 된다..
특히 '수행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내가 괴롭다.. 그러면 말이 안 되잖습니까? 그렇죠?
그러니까 수행자의 본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건 뭐 외부적으로 어디 가서 참선을 한다, 염불을 한다.. 이런 게 아니라
자기가 자기를 늘 지켜내가고 있어야 한다.. 이런 말입니다.
두 번째는.. 적어도, 대표적인 직업이 뭐냐?
수행자니까 다른 사람의 삶의 어려움, 정신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치유하거나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첫째 내가 내 인생에 대해서 어느 정도 책임을 지고
두 번째, 남의 그런 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도와주는 일이
다른 모든 일보다 그 순위가 1번이 된다.. 이 말입니다.
이런 마음을 가져야 내가 승려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승려를 포기한 거지..
그러나 '이것만 해야 한다' 이건 아니라는 겁니다.
수행하면서, 포교하면서, 사회활동 하면서..
통일운동 하면서.. 같이 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하냐?' 이 문제입니다.
이걸 남편 핑계대고, 애 핑계대고, 세상 핑계대고.. 그래선 안 됩니다.
첫째 자기 점검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 내가 이미 애기를 낳았으면..
결혼한 남편에 대해선 반반 책임만 지면 돼요.
그러나 애기에 대해선 반반 책임이 아녜요.
왜냐 하면 애기하고 나하고 합의해서 애기를 낳은 게 아니기 때문에..
나의 일방적 선택이기 때문에 내가 무한책임을 져야 합니다.
어떤 동물도, 제비 새끼도 그렇고 병아리도 그렇고..
어미로부터 태어난 새끼는 어미로부터 사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걸 방치하면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아이를 보호하는 것을,
사회적인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해서 우선순위를 따지면 안 됩니다.
이건 생물학적이고, 생명적이고, 생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가장 우선돼야 합니다.
치과의사하고 엄마역할하고 어떤 걸 할 거냐? 이렇게 따지면 안 됩니다.
엄마의 역할이 우선입니다.
엄마의 역할을 하고 남는 여력을 가지고 치과의사를 하고
엄마의 역할을 하고 남는 여력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해야 하고
엄마의 역할을 하고 남는 여력을 가지고 부인역할을 해야 합니다.
부부는 이혼해도 엄마역할은 해야 합니다.
이혼했으니까 엄마역할 안 하겠다 하면, 그건 자연의 법칙에 어긋납니다.
그래서 애기를 낳았으니까 엄마역할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건 절대우선입니다.
그럼 '엄마역할만 해야 하느냐?'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애기를 들쳐업고 사회활동을 하면 돼요.
내가 수행자 역할을 하면서 사회활동도 하듯이
자기도 애기를 키우면서 일을 하면 돼요.
실제로 애기를 키우면서, 애기 치아 나오는 거 보면서 연구해도 되고..
애기 업고 나가서 다른 치과에 가서 하루 한 두 시간씩 근무할 수도 있고..
옛날에 우리 어머니들은 애기 업고 밭 매고, 모 심고.. 빨래하고 밥하고.. 다 했잖아요.
애기 업고 모내기 하는 게 쉬울까? 애 갖다 놓고 치과의사 하는 게 쉬울까?
내가 보기엔 애 바구니에 넣어 놓고 치과의사 하는 게 훨씬 쉽지.
그렇게 하는 건 애기 성장에 장애가 안 됩니다.
애기가 어려서부터 엄마가 일하는 걸 옆에서 보면 오히려 성장에 도움이 돼요.
공연히 집에서 애기만 붙들고 앉아서 신경질이나 빡빡 내가면서 있거나..
맨날 TV나 보고 있으면 애기한테 나쁜 영향을 주게 되지만
애기를 들쳐업고 나가서 밭을 매거나, 애기를 들쳐업고 나가서 일을 하면
애기한테 훨씬 좋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니까 애기를 키우는 것과 치과의사를 하는 것에 아무런 모순이 없습니다.
애기를 우선으로 하고 치과는 파트타임으로 잠깐 잠깐 한다..
그것도 봉사로 하면 애기한테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제가 지금 좀 크게 빚을 진 상황이라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3살 때까지는 가급적이면 돈 받는 일은 안 하는 게 좋아요.
왜냐 하면 돈이 마약이거든요. 여러분은 돈이 마약인 줄 알아요?
지금은 뭐 아르바이트로 가서 한다.. 하지만 그게..
맛을 들이면 애기가 눈에 안 보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다..
하더라도 봉사로만 해라..
그런 자세로 3년을 키우고 어디 보호하는 데 맡겨야지
지금 애가 1살 짜리를 애기집에 맡기는 것은, 나는 '맡긴다'고 하지만
애기 입장에서는 '갖다 버리는' 겁니다. 방치하는 겁니다.
돈에 미쳐서 애를 그렇게 방치하면, 나중에 이제 '사랑고파병'이 생깁니다.
사랑고파병이 아주 무섭습니다. 아시겠어요?
이거 치유가 굉장히 힘들어요.
그러니까 애기를 위해선 어떤 일도 지위도, 그 무엇보다도
애기를 키우는 게 최고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애기에게 사랑을 듬뿍 줘야 합니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다 누가 키웠어요? 엄마가 키웠죠?
그건 아버지 공덕이 아니라 엄마 공덕입니다.
애기를 키우는 엄마는, 내가 지금 키우는 아이가
예수님이나 부처님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마음으로 키워야 합니다.
이걸 돈하고 비교하면 안 됩니다.
※ 선천과 후천을 3살 되는 싯점으로 나누어야 한다 http://cafe.daum.net/santam/IQ3i/759
첫댓글 우리집도 애들떄문에 스트레스가 좀있는데.. 당연한 자리이고 해야할일이란것을 알면서도 가끔 서로짜증날때가 있거든요
뭐.. 인지상정이겠지요.. 누구나 다 그러면서 사는 거겠지요.
그러나 그러면서도.. 내 마음의 움직임을 살펴가면서 알아차리고 놓고, 알아차리고 놓고.. 하다보면
차차로 차차로 마음의 동요가 잦아들 것이고.. 이런 시행착오와 노력의 연속이 곧 수행이 아닐까 합니다.
옴 샨띠, 늘 평안하소서 _()_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